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6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64화(16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64화
“저 사람이지?”
“맞아. 윤도경.”
사흘 후, 아침 일찍 출근하던 도경은 자신을 향해 쑤군덕대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왜인진 몰라도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직원들은 도경을 보며 서로 수군덕댔다.
“팀장님.”
한참 도경은 의아해하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선배님.”
목소리의 주인공은 웃으며 다가오는 박원재였다.
“역시 스타가 되셨네요.”
“스타요?”
“어, 그때 드린 연락처로 연락 안 해보셨어요?”
박원재의 물음에 도경은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날…… 연락해야지 하다가 집안일 때문에 깜빡했네요.”
“참, 동생분은…….”
“합격했어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박원재는 환하게 웃었다.
“축하드립니다. 경사네요.”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스타라니요?”
“지난주 금요일에 기사가 떴는데, 내부 인트라넷에 공지로 올라왔어요.”
유성투자증권 내부엔 인트라넷이 있었다.
다른 여타 대기업들처럼 업무에 관한 공지나 인사발령, 회사 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공지요?”
“네. 팝업으로 빡. 기사 못 보셨죠?”
박원재는 그리 말하며 휴대전화를 꺼내 이리저리 만지더니 도경을 보냈다.
“톡으로 보냈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그 말에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박원재가 보낸 톡을 확인했다.
「[단독] 신라증권 인수전 막전 막후.」
「가장 적은 금액 써내고도 승리한 유성투자증권.」
「유성투자증권 TF를 이끈 신선호 CSO는 누구?」
「유성투자증권 승리의 주역은 따로 있다? 모두 입 모아 윤도경 TF 팀장 덕이라고 말해와…….」
국내 최대 경제지인 한성경제의 온라인판 커버스토리에 도경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일선 지점 창구직에서 PB로 보직 전환한 이후 뛰어난 능력 선보여…….」
「PB 전환 2년 만에 능력 인정받아 본사 발령.」
「발령 이후에도 여러 활약을 거쳐, 이번 신라증권 인수 TF 합류 후 인수 전략 진두지휘.」
업계에 들어온 이후부터 도경의 행적이 모두 기사로 나와 있었다.
조금의 과장을 섞어…….
“진두지휘라니…….”
“진두지휘하셨잖습니까?”
혼잣말을 들은 박원재는 피식 웃으며 도경을 향해 말해왔다.
“어우, 선배님. 남들이 욕할까 봐 두렵습니다.”
“하하하. 이런 기사 하나 뜨면 이제 팀장님의 몸값은 확 올라갈 게 뻔한걸요.”
지이잉-
한창 기사를 확인하던 때 톡이 도착했다.
“연지 과장님이네요.”
“어우, 말리느라 고생했습니다. 가정일로 휴가를 낸 사람한테 또 막 뭐라고 할까 봐요.”
“그런데 이미 주말에 전화하셔서 잔뜩 놀리셨어요.”
박원재의 원래 팀은 리서치 센터였다. 이연지와는 동료이자 선배였고.
“하여간 이연지 선임은 못 말려요.”
“괴로우셨겠어요. 연지 과장님이 이런 거에 조금…….”
“호들갑 선수죠.”
“네. 그래도 연지 과장 같은 분은 늘 고맙죠. 응원해 주시니까요.”
도경이 미소를 지으며 얘기하자 박원재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띵-
어느새 엘리베이터는 TF 사무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사무실로 향했다.
“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도경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TF 팀원 모두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해 왔다.
처음과는 다른 분위기에 도경은 조금 머쓱해져 왔다.
“다들 이번 일로 받을 인사 평가에 기뻐하고 있습니다. 다 팀장님 덕택이고요.”
어려운 싸움에서 이긴 보상으로 회사는 인사 평가에서 높은 이득을 주겠노라고 약속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어려운 일을 성공할 수 있게 만든 도경을 향해 다들 호의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너무…….”
“아, 저는 다 이해합니다.”
도경은 걱정스러운 표정의 박원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는 사람들이 저에 대한 평가를 바꾸는 걸 즐기는 타입이라서요.”
이 TF에 처음 발령받았을 때, 구성원들이 도경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설령 무시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도경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쨌든 이제 저들은 도경 자신을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평가 내릴 것이다.
뒤바뀐 평가면 됐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과장님과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도경이 그리 손을 내밀자 박원재도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
“저도 팀장님과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많이 배웠고요. 숫자로만 알 수 없는 세계를요.”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TF를 이끄는 신선호가 들어섰다.
“지난 기간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오늘은 공식적으로 TF가 해산하는 날이었다.
“긴말 필요 없이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겁니다.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짝짝짝-
신선호의 말이 끝나자 모두 손뼉을 쳤다.
“그럼 각자 오전 중으로 본래 팀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그리고 한 사람…….”
신선호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윤도경 팀장은 나를 좀 볼까요?”
신선호의 부름에 도경은 그에게 다가갔다.
“윤도경 팀장은 아무래도 지금 임시직으로 기획전략실에 발령되어 있다 보니 어디로 가야 하나 싶겠죠.”
“그렇습니다. 원 소속인 랩으로 다시 발령 내어 주시면…….”
“그렇게 해주고 싶은데 윤도경 씨에 대한 부분은 제 손을 떠났습니다.”
도경은 현재 랩 어카운트 소속이 아니었다.
인수전에서 협상 상대와 급을 맞추기 위해 전략기획실 팀장으로 발령 나 있었다.
신선호의 말에 도경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아니라 다른 분이 설명해 줄 겁니다.”
“다른 분이라시면…….”
“대표실로 올라가 보세요. 10분 후에 찾아뵙는 걸로 되어 있으니, 지금 바로 가야 할 겁니다.”
신선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전무님 밑에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나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다행이네요. 나는 윤도경 씨에게 더 많은 걸 배웠습니다. 나야말로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요. 다시 윤도경 씨와 일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신선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해오자, 도경은 다시 한번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TF 사무실을 나섰다.
* * *
“대표님, 부르셨습니까?”
“어, 윤도경!”
대표실 안으로 들어선 도경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자리에 앉아 일을 하던 심주원은 도경을 향해 다가왔다.
“고생했다.”
심주원은 도경을 안아주었고, 도경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TF에 있는 모두가 고생했지만, 네가 제일 고생했다는 거 알고 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앉아서 얘기하자.”
심주원의 손짓에 도경은 대표실 가운데 있는 소파에 앉았다.
“어땠어?”
자리에 앉은 심주원은 도경을 향해 물음을 던져왔다. 앞뒤가 다 잘려 있는 물음이었지만, 도경은 입을 떼기 시작했다.
“좋았습니다. 어쩌면 제 인생에서 오지 않을 기회를 부여받은 것 같아서 열심히 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심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를 주신 대표님께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하하하, 영광인데. 윤도경의 인생에 이 심주원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남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말이야.”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제 인생에 중요한 기회는 모두 대표님께서 주셨습니다.”
“내가?”
“네. 입사 면접에서 떨어진 저를 창구직으로 일할 기회를 주신 것도 대표님이셨습니다.”
“…….”
“그리고 저를 PB직으로, 본사로, 또 이번 TF 발령까지 모두 대표님께서 주신…….”
“자네는 다 좋은데 너무 자신을 과소평가해.”
심주원은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나는 자네에게 기회를 준 게 아니야. 내가 자네를 잡은 거지.”
심주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자네를 처음 봤을 때 주식 실력만으로도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실제로 그날 내가 유일하게 면접 때 주식 수익률을 묻는 말을 던지게 했으니까.”
심주원은 아직도 도경을 처음 봤던 면접 날이 기억났다.
다른 사람들에겐 주식을 해봤냐는 물음을 던지면, 이제부터 열심히 하겠다거나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는데 도경은 달랐다.
경제 상황에 관해 묻는 물음에도 다른 사람과 다른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주식을 해봤냐는 질문은 도경에게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수익률을 물었다.
“비록 입사 지원서는 다른 사람보다 볼품없었지만, 자네의 인사이트(insight, 통찰력)는 다른 사람보다 위였으니까. 내가 자네를 잡은 거야.”
“…….”
“그리고 자네가 PB가 될 수 있었던 사내 모의투자대회에서 우승을 했기 때문에 부여받은 기회고, PB로서 수익률이 뛰어나 리더스 센터로 간 것도 자네 덕이야.”
심주원은 그간 도경이 걸어왔던 길들을 이야기해 왔다.
“본사로 발령 낸 것도 자네를 다른 곳에 빼앗기기 싫었으니까. TF에 보낸 건 자네를 스타로 키우기 위해서고.”
“스타라는 말씀은…….”
“우리 유성투자증권의 얼굴이 필요해. 그리고 자네는 실력과 스토리 모두를 가졌고, 그래서 내가 이번에 자네 얼굴에 금칠을 좀 했어.”
심주원은 그리 말하며 테이블 위의 인쇄물을 가리켰다.
기실 도경은 자리에 앉자마자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이의 존재를 눈치챘지만, 신경 쓰지 않는 척을 했었다.
“맘에 드나?”
“큰 빚을 진 기분입니다.”
테이블 위에는 한성경제의 기사가 있었는데 이번 신라증권 인수전에서 TF와 도경의 활약상이 담긴 기사가 프린트되어 있었다.
“빚은 아니지. 이번에 신라증권을 우리 유성 품에 안겨준 대가라고 해야 맞지 않겠나?”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 기사는 정당한 값을 치른 거고, 내가 줄 보상이 따로 있어.”
심주원은 그리 말하며 소파 옆 협탁에 있는 서류 봉투를 도경에게 건넸다.
“열어봐.”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조심스레 서류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 보았다. 그러고는 놀란 표정으로 심주원을 바라보았다.
“신라자산운용으로 가.”
서류 봉투 안에는 도경의 인사 발령서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목적지는 이번에 유성투자증권에서 인수한 신라증권이었다.
“신라자산운용을 개편하려고 한다.”
“개편이라고 하시면…….”
“필요 없는 사업부는 본사와 통합하고, 벤처투자와 자산운용 부분을 살리려고 해.”
신라증권을 유성투자증권의 계열사로 편입해 자산운용사로 두겠다는 이야기를 도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산운용은 펀드 운용과 PI로 재편하려고 한다.”
PI(Principal Investment)는 자기자본 투자를 얘기했다.
즉, 고객에게 위탁받은 계좌가 아닌 회사에서 보유 중인 돈을 이용해 주식을 사고팔거나 채권에 투자하는 등을 했다.
“자네가 PI로 가줬으면 해.”
“…….”
“윤도경 네가 제일 잘하는 게 뭐야? 주식 아니야? 자네는 지금 자네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해야 할 타이밍인 거야.”
도경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런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네 주변에 워낙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사내 정치를 겪어보지 못했을 거야.”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도경은 사내 정치라는 것을 겪어본 적이 없다시피 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자네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인원들이 많아질 거야. 그러니까 신라로 가서 자네 실력을 더 키워와.”
실력을 키우라는 말은 곧 도경에게 업적을 더 가져오라는 말이었다.
누구도 도경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더 경험을 쌓고 결과물을 내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유성의 입장에서도 신라 자산운용이 성공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승자의 저주가 유성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PI 내부에 자네 팀을 하나 만들 거다.”
심주원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나는 자네를 스타로 만들기로 했으니 자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권한을 줄 거야. 놀랐다는 표정인데?”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나도 무리했어. 내부의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거든.”
심주원은 그리 말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지 알겠나?”
그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잘하는 걸 해. 그리고 성과를 가져와.”
“믿어주신 만큼의 성과를 가져오겠습니다.”
“좋네. 이번 주는 쉬고, 다음 주부터 신라로 출근하면 된다. 참 그리고.”
심주원은 무언가 떠오른 듯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너와 함께할 팀은 네가 짜도 좋다.”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심주원을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2-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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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