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6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69화(16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69화
“네. 나스닥에 상장된 라오후ADR에 공매도를 할 겁니다.”
공매도(Short selling)는 타인에게서 주식을 빌려 현재 가격에 파는 것을 얘기했다. 그리고 주가가 내려가면 그때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이었다.
즉, 1만 원짜리 주식을 빌려 지금 1만 원의 가격에 팔아 한 달 후 주가가 내려가면 5천 원에 다시 사들여 갚는 것이었다.
그럼 중간 수익인 5천 원이 수익이 되는 구조였다.
“모든 자금을 공매도에 투입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모두가 놀란 타이밍에 이지훈은 도경을 향해 물었다.
그 물음에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요. 어디까지나 제 가정일 뿐이니 많은 돈을 투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배분을 하시겠다는 말로 들어도 되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코메드는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지훈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7 대 3으로 분배할까 합니다.”
도경은 팀원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국내 시장에선 코메드, 미국 시장에선 베스트 마켓과 마크를 나눠서 롱(Long, 매수) 포지션을 잡겠습니다.”
“나머지 3은…….”
“말씀드렸듯 라오후ADR에 숏(Short, 매도) 포지션 잡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좋은 전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롱숏전략은 전통적이었지만, 어려운 장에서도 수익을 볼 수 있었다.
당연히 오를 것 같은 종목을 매수하고, 내릴 것 같은 종목엔 공매도를 한다면 어느 한쪽에서는 수익이 날 것이 뻔했다.
어려운 장에서 수익을 냈다는 펀드는 거의 모두 롱숏전략을 사용했다.
“이견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도경의 물음에 모두 이견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훈, 이연지 대리님, 그리고 최대훈 씨는 롱을 전담합니다. 지훈 대리님이 두 분과 의견 나누시고 전략 짜서 보고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우진 과장님. 저와 함께 숏을 전담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심호흡을 하며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첫 투자입니다. 이 투자에 우리 팀에 대한 평가가 또 새롭게 출발하는 신라자산운용의 평가가 달려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힘내서 해봅시다.”
도경이 그리 말하며 회의를 끝내자 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왜 안 가셨어요?”
회의실에 앉아 짐을 정리하던 도경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글쎄, 의외라서.”
최우진은 정말 의외라는 듯 신기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뭐가요?”
“내 생각에 윤도경은 올드패션드거든.”
“올드패션드요? 욕인 것 같은데요.”
“아냐. 올드패션드가 뭐야?”
“구식이라는 말 아닌가요?”
도경이 미소를 지으며 묻자 최우진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구식……은 맞는데 내가 말하는 건 그냥 보수적이라는 거지. 투자에 있어서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우진의 말마따나 본인은 전통적인 접근 방식과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 투자자였다.
“이번에도 포트폴리오가 롱으로 구성될 거라고 생각했어. 왜? 윤도경은 콜도경이잖아.”
“고민 많이 했습니다.”
“공매도 같은 건 쳐다도 보지 않을 것 같았거든. 누군가의 고통으로 돈을 버는 거잖아.”
공매도는 결국 주가가 내려가야 돈을 버는 구조였다.
그리고 공매도는 정보가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유리한 싸움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사이에 공매도 시스템 불균형 때문에 대부분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싫어했다.
“글쎄요. 오르는 주식을 공매도로 찍어 내리는 게 아니잖아요.”
국내 공매도 체계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싫어하는 이유가 저것이었다.
별문제 없는 주식이 오르고 있는데 기관투자자들은 어마어마한 자금으로 공매도를 쳐 일부러 가격을 눌러 버렸다.
“제 생각은 확고합니다. 일부러 가격을 누른다거나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이번 라오후처럼 문제 있는 기업들에는 숏 친다는 거야? 앞으로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지?”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우리 미국 시장 공매도 할 수 있는 어카운트 있어? 본사에서 벌써 그거 열어줬나?”
“아뇨.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려고?”
“부탁을 좀 해야 할 것 같네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의문이라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 * *
“선배님, 갑작스레 연락드렸는데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날 저녁, 도경은 여의도에 있는 한 한정식집에 나와 있었다.
약속 상대가 방으로 들어오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닙니다. 누구의 전화인데요. 나와야죠.”
도경을 만나러 온 약속 상대는 글로벌 투자은행 GS의 한국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차진형이었다.
두 사람은 신라증권 인수전에서 안면을 쌓았다.
“앉을까요?”
차진형은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는 자리에 앉았고, 맞은편의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나오면서 조금 설렜습니다.”
차진형의 말에 도경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윤도경 씨가 내 제의를 받아들일까 하고 김칫국을 잔뜩 마셨거든요.”
“아…… 어쩌죠.”
“하하하, 농담입니다. 이제 막 신라자산운용으로 갔는데 GS로 이직을 할 일이 있겠습니까?”
차진형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기사 봤습니다. 신라증권 인수전의 영웅이 되었던데요.”
“과장된 거란 걸 선배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하하하, 전혀 과장된 게 아닌걸요. 주변에서 많이 묻더군요. 윤도경 어떤 사람이냐고. 그래서 내가 기사에 나온 그대로라고, 천하의 GS를 엿 먹인 사람이라고 떠들고 다녔습니다.”
그 말에 도경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차진형은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농담 그만해야겠군요. 본론을 듣고 식사를 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차진형의 말에 도경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미국 시장에서 숏 셀링을 하려고 합니다. GS에서 브로커리지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차진형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서류를 들어 올렸다.
“읽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도경이 건넨 보고서를 차진형은 열심히 읽어 내려갔다.
그러고는 무언가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게…… 라오후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긴 합니다.”
“추측치고는 너무 완벽한 보고서인데요. 데이터가…….”
차진형은 정말이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 웨이닝이란 기업에서 필요한 배터리는 2만5천 개가량인데 해당 기간에 9만 개를 사들였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구독제에 가입한 고객이 1만 9천 명입니다. 그런데 배터리를 9만 개를 사들였다는 게 말이 되지 않습니다.”
“1만9천 명이 가입했더라도 배터리가 더 많이 필요할 수 있지 않습니까? 배터리를 교체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려면요.”
어느새 두 사람의 대화는 차진형의 궁금증을 덜어주는 것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19,000명이 배터리 구독 시스템에 가입하긴 했지만, 이들이 전부 배터리를 웨이닝에서 산 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라오후에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차량을 판매합니다. 차량의 출고가를 깎아주고, 배터리가 없는 차와 모든 가격을 다 받고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그렇다는 건…….”
도경의 말에 차진형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배터리가 포함된 차량을 산 사람도 웨이닝의 구독제를 사용합니다. 이유는 급할 때 스테이션에 들러 배터리를 교체받기 위해서입니다.”
“19,000명의 사용자 모두가 배터리가 없는 차를 구매한 건 아니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라오후는 이렇게 웨이닝에 배터리를 밀어내기식으로 판매해 제 추정으로는 20%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보고했을 겁니다.”
“실제로 벌어들인 돈은 아니지만, 저렇게 장부상 거래로 남기면…….”
“네. 회계 장부상으로는 매출이 뻥튀기되는 거죠.”
전형적인 분식회계였다.
“그리고 웨이닝이 만들어둔 스테이션의 개수는 겨우 30개입니다. 30개에서 배터리 9만 개를 보관할 수도 없습니다. 스테이션 크기가 크지 않거든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크기는 컸다.
그만큼 배터리를 보유하려면 더 넓은 땅이 필요했는데 웨이닝의 스테이션은 그럴 만한 규모가 아니었다.
“배터리가 어디 갔을까요?”
도경의 물음에 차진형은 입을 열었다.
“장부상에만 존재하겠지요.”
실물은 없고, 장부상으로만 거래를 꾸몄다고 추측하는 게 맞았다.
“라오후가 이런 짓을 하는데 왜 중국에서는…….”
“이곳에 나오며 라오후의 지분 구조를 다시 조사했습니다.”
도경은 차진형의 물음에 답하기 시작했다.
“라오후의 2대, 3대, 4대 주주는 중국의 국영 회사들입니다. 이들이 가진 지분이 총 24.1%네요. 라오후는 창업 초기에 이들에게 돈을 빌리고 지분을 줬습니다.”
도경의 말에 차진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라오후가 이들에게서 돈을 투자받을 때 한 가지 계약했더군요.”
“계약이라면…….”
“돈을 투자받고 60개월 이내에 주식시장에 상장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라오후는 작년에 상장했죠. 투자받은 지 만 54개월 만에요.”
“그러니까.”
“네. 투자금을 갚으려면, 상장을 해야 하고 상장을 하려면 매출이 높아야 합니다. 그리고 확실한 사업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고요.”
“…….”
“한 가지 더, 작년 말에 라오후는 저들로부터 지분 8%를 다시 사들였습니다. 저들이 투자한 금액의 4배가 넘는 돈으로요.”
도경의 말을 한 줄로 하자면, 라오후는 중국 정부의 돈 셔틀이나 다름없다는 말이었다.
물론 창업 초기보다 기업가치가 올랐으니 당연할 수도 있었지만, 겨우 8%의 지분을 돌려받으며 투자금의 4배를 줬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그냥 우리는 중개만 하면 될 일인데 내 궁금증까지 풀어주느라 고생했습니다.”
“아닙니다. 선배님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즐거우니까요.”
“그럼 굳이 중국에 있는 본 주식에 공매도하지 않고 미국에 상장된 ADR을 공매도한다는 건…….”
“네, 제 예측으로는 30% 이상 하락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은 상하한가 제도가 없었다.
즉 하루에 1,000%, 10,000% 주가가 오를 수 있었고, 반대로 내릴 수도 있었다.
반대로 중국 주식시장은 +10%, -10%의 제한을 두고 있었다. +-10%보다 오르거나 내릴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회사로 돌아가 자세한 대행 계약서를 신라자산운용으로 보내라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경은 차진형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 *
“별일 없죠?”
보름 후, 출근을 한 GS 한국지사의 임원 차진형은 부하 직원을 향해 물었다.
“네. 없습니다.”
“라오후ADR의 움직임은요?”
차진형의 물음에 부하 직원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차진형이 개별 종목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별다른 변동이 없습니다.”
일주일 전, 신라자산운용에서 자금이 입금되었고, GS의 중개를 통해 미국 시장에 투입되었다.
도경이 요구는 라오후ADR에 대한 공매도였다.
“알겠습니다. 라오후에 대해 매일 팔로우해서 보고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부하 직원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가자 차진형은 무언가 고민에 빠졌다.
“그림은 예쁜데 아닌가?”
따르릉-
한참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책상 위의 전화에서 벨 소리가 울렸고, 차진형은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차진형입니다.”
-이사님, 뉴욕의 본사에서 연결을 원하고 있습니다.
비서의 말에 차진형은 고개를 갸웃하며 시계를 보았다.
본사가 있는 뉴욕은 지금 한밤중이었다.
“바로 연결해 주세요.”
차진형이 그리 말하자 잠시 신호음이 울리더니 뉴욕의 본사와 연결이 되었다.
-스티븐, 마이클입니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GS 본사의 수석 투자전략가였다.
“마이클 오랜만입니다. 뉴욕은 한밤중일 텐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서울에서 들어온 브로커리지 거래를 봤습니다. 꽤 흥미롭던데요.
“무슨 거래인지…….”
-라오후에 대한 숏 셀링 말입니다. 정보가 있습니까?
수화기 너머의 물음에 차진형은 침을 꼴깍 삼켰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1-05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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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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