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7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70화(17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70화
-라오후에 대한 숏셀링 말입니다. 정보가 있습니까?
수화기 너머의 물음에 차진형은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물론 자신은 윤도경이라는 사람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봤다.
판세를 읽는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을 본사에 얘기하는 것은 달랐다.
-스티븐?
수화기 너머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려오자 차진형은 상념을 깼다.
“마이클, 너무 갑작스러운 물음이라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차진형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듯 수화기 너머를 향해 물었다.
본사의 수석 투자전략가는 굉장히 높은 위치였다.
전 세계 시장의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나 개별 기업의 펀더멘탈을 파악해 GS의 고객들에게 투자 전략을 소개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가 고객들에게 발행하는 보고서 하나에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어마어마한 돈이 흘러 들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째서 본사에서 우리의 중개 건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건지 말입니다.”
-아, 정확하게 하죠. 본사가 아니라 내가 관심을 두는 겁니다.”
수화기 너머의 마이클은 그렇게 얘기해 왔다.
“하지만, 마이클 당신이 관심을 가진다면 결국 그것이 보고서로 나올 거라는 말 아닙니까?”
-그건 스티븐이 어떻게 설명하냐에 따라 다를 겁니다.
상대는 공을 차진형에게 넘겼다. 결국 라오후 공매도가 타당한 정보를 가지고 움직인 거라면 본사에서도 관심을 가지겠다는 얘기였다.
-일부러 한국의 거래를 트래킹한 건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중국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어요.
“중국에 관한 보고서요?”
-예. 최근 중국의 리오픈 기조가 강해지면서, 외국인 자본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건 한국에서도 알고 있을 겁니다.
마이클의 말대로였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는 모습을 보이며 리오프닝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이 다시 돌아온다면, 이는 그동안 억눌렸던 국민의 소비 욕구를 끌어낼 수 있었으니까.
-최근 아시아 시장을 볼까요? 대만 시장은 약 410억 달러(한화 약 52조 원)의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갔습니다. 인도는 178억, 한국은 90억 달러의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갔죠.
작년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빼갔다. 한국 시장에서도 약 11조 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본이 순매도세였다.
-그런데 중국은?
“제가 알기론 130억 달러의 순매수가 일어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약 16조 원의 순매수가 일어나고 있었다.
물론 이전에 빠져나간 돈이 어마어마한 시장이긴 했지만, 기대를 하고 외국인 자본이 돌아온다는 얘기였다.
-하하하, 역시 서울의 실력은 대단합니다. 그것을 파악하고 있었군요.
“한국의 시장은 중국과 중요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저희는 한국, 대만, 인도에서 빠진 돈의 반이 중국으로 향할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절반이나 말입니까?”
-여기저기서 중국 시장을 눈여겨보라는 리포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투자심리는 기대감 위에 쌓이는 거니까요.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그렇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의 소비가 살아나면, 중국 전기차 시장의 호황을 예측했었습니다.
“그래서 라오후를 보셨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뉴욕에 상장된 라오후ADR에 숏셀링이 들어온 것도 파악하게 되었고요.
신라자산운용에서 GS코리아에 맡긴 돈은 50억 원 정도였다.
이 50억 원의 돈이 뉴욕시장에 상장된 라오후ADR 주식에 공매도 자금으로 들어갔다.
-물론 그 돈이 많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뭐 개인이 움직인 돈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금액이었죠.
그리고 그 50억 원은 라오후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의 금액은 아니었다. 수화기 너머의 말처럼 많은 돈을 굴리는 개인이 선택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금액이었으니까.
-다만, 이 돈이 우리의 서울 창구에서 숏셀링 브로커리지를 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
-우리의 서울 창구는 일반인들에게 열리지 않았으니까요.
GS의 서울 창구는 일반인보다는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그리고 대기업 위주로 브로커리지(중개)를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50억 원이라는 돈의 수치가 작더라도 개인이 움직인 돈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정보가 필요합니다. 혹시나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서울에서 봤다면, 그건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서울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으니까요.
GS 본사에서는 아주 작은 정보라도 들어보고 싶어 하는 듯했다.
“사실…….”
차진형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기 시작했다.
* * *
“첫 자금 투입이 롱숏전략(Long-Short Strategy)이군요?”
보름 후, 도경은 정리된 투자 보고서를 가지고 대표실을 찾았다.
신라자산운용의 대표는 현재 신선호가 맡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50억 원은 국내시장에서 코메드를 매수했습니다. 나머지 80억 원은 미국의 시장에서 롱숏 포지션을 잡았습니다.”
“계산해 보면 라오후에 대한 50억 원이 숏, 코메드와 미국의 베스트마켓, 마크에 투자한 총합 80억 원이 롱이군요.”
“그렇습니다. 현금 20억 원은 추가 매수를 위해 대기 중입니다만, 어느 쪽에서든 반응해 오는 쪽으로 추가 매수를 들어갈까 합니다.”
도경의 팀인 전략투자 1팀에게 배정된 자기자본은 150억 원가량이었다. 자산운용사에서 굴리는 돈치고는 정말 적은 돈이었다.
일개 대주주가 굴리는 돈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사업에 본사에서는 큰돈을 투자할 리가 만무했다.
실적을 보이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놀랐습니다. 윤도경 팀장이라면 안전자산에 투자할 거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신라자산운용의 대표 신선호는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 얘기했다.
자신이 보고서를 받아본 도경의 성향은 숏보다는 롱이었으니까.
“콜도경이라는 별명도 있지 않았습니까?”
도경이 유튜브에 자주 나가던 시절 붙은 별명이었다.
“저희 팀의 올해 기조는 공격적인 투자입니다.”
“공격적인 투자라.”
“네. 중위험 중수익보다는,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고 있습니다.”
중위험 중수익은 여러 자산운용사에서, 아니, 여러 투자시장에서 정석적으로 택하고 있는 방식이었다.
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적당한 수익을 가져가겠다는 말이었다.
“이유가 있습니까?”
“올해 자산시장에서 중위험 중수익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을 거라 봤기 때문입니다.”
신선호는 계속 얘기해 보라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올해 시장에서는 조금 투자의 발상을 전환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중수익은 저금리 시장에서 만들어낸 기조였으니까요.”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급변했다.
도경과 같은 적은 돈이 아닌, 수십조 원에서 수백조 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들은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중위험 중수익이었다.
“그렇죠. 5%의 수익을 보기 위해 노력을 해야 했으니까요.”
금리가 0%P에 가까우니 돈을 쌓아두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 나서야 했다.
그래서 그들의 목표치는 물가상승률에 맞는 5%의 이익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안 그래도 되는 시장입니다.”
“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입니까?”
신선호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은 맞는 말씀입니다. 금리가 높으니 이 돈을 은행에만 맡겨도 연간 4~5%의 수익은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중위험 중수익이라는 말이 통할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나머지 반은?”
“미국의 채권 때문입니다.”
도경의 말에 신선호는 잠시 고민하다 딱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튕겼다.
“은행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도 있다는 말이죠?”
“그렇습니다. 미국은 지난 몇 년간 양적완화(QE)를 하며 0%대의 국채를 사들였습니다.”
양적완화는 시장에 유동성(현금)을 푸는 걸 얘기했다.
즉, 미국의 중앙은행은 0%대의 이자율로 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현금을 풀었다.
“그런데 이제는 반대로 그때 사들인 채권을 팔고 있습니다.”
“양적 긴축(QT).”
“그렇습니다. 0%대의 수익률로 사들인 채권을 팔 때는 4%의 이자를 보장하며 팔고 있습니다.”
즉 이제는 투자에 들인 노력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처가 생겼다는 말이었다.
미국이 지난 몇 년간 ‘비싸게 사들인’ 채권을 ‘싼 가격’에 되팔고 있었다.
“이런 시장에서 중위험 중수익을 노린다는 것은 안정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럼 윤도경 팀장이 생각하는 타겟 포인트가 있습니까?”
신선호는 도경이 원하는 수익률이 궁금했다.
그 물음에 도경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아직 팀원들과 얘기가 된 것은 아닙니다만…….”
어디까지나 도경의 개인적인 바람이었다.
“저는 올해 저희 팀의 수익 목표치를 30%로 잡았습니다.”
150억 원의 30% 수익은 45억 원이었다.
신선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모두가 어려운 시장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수치인가요? 바람인가요?”
“저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가 굴리는 돈이 다른 자산운용사처럼 5천억, 1조 원 수준이었다면 10%의 수익만 내도 될 일입니다.”
도경이 이처럼 공격적인 포지션을 잡는 이유가 있었다.
자산운용사는 규모의 경제나 다름없었다. 굴리는 돈의 양이 많을수록 10%의 수익만 내도 대성공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도경이 이렇게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굴리는 돈이 적었기 때문이다.
“빠른 기간 내에 저희 팀에서 굴리는 돈의 규모를 키울까 합니다.”
“그 돈은 회사의 돈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고위험의 투자를 적어도 중위험 수준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저와 팀원들은 철저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도경의 팀이 구성된 지 겨우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들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미 투자자금은 집행되어 시장에 들어가 있었지만, 고위험을 중위험으로 만들기 위해 단 하루도 분석을 빼놓지 않았다.
“보잘것없습니다만, 저와 팀원들 모두가 커리어를 걸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신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파심에 해본 말입니다. 어쨌든 결정권은 윤도경 팀장에게 있으니 열심히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일어납시다. 다음에 또 보고할 게 있으면 찾아오고요.”
신선호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대표실을 빠져나왔다.
“후…….”
대표실을 나오자마자 도경은 목에 걸친 타이를 풀어 헤쳤다.
투자란, 그리고 업무란 설득의 연속이었다.
자신을 설득하고, 팀원을 설득하고 더 나아가 회사의 윗선도 설득해야 했다.
전략과 가치를 설득하다 보면 투자에 대한 확신이 쌓여갔다.
“피로가 쌓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물론 그 설득의 과정이 일종의 확신을 만들어주었지만, 반대로 피로가 쌓이는 건 당연했다.
“팀장님.”
도경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최대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GS코리아의 차진형 이사께서 부재중에 연락이 오셨습니다.”
“차진형 이사님이요?”
“네. 괜찮으실 때 연락을 달라고 하셨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여 답을 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차진형 이사가 왜 전화를…… 무슨 일이 생겼나?’
도경은 그리 말하며 트레이딩 시스템을 확인했다.
미국 시장은 종료된 상황이었고, 자신들이 투자한 상품들은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전화해 보면 알겠지.’
도경은 그리 말하며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팀장님!”
수화기를 들어 올려 통화를 하려던 찰나 블룸버그 터미널 앞에 앉아 있던 최우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자신을 불러왔다.
“무슨 일 있습니까?”
“지금 블룸버그 터미널을 확인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블룸버그요?”
“네. GS의 중국 투자 보고서가 나왔는데, 라오후에 대한 전망치가…….”
최우진이 말끝을 흐리자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매도 사인을 냈습니다.”
최우진의 입에서 나온 말에 사무실에 있는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1-05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