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7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71화(17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71화
“보고서 내려받아서 보내주세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블룸버그 터미널에 올라와 있는 GS의 보고서를 내려받았다.
GS는 전 세계에 수천만 명의 고객을 보유한 회사였다. 그들이 내놓는 보고서가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도 당연했다.
일례로 GS는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온다’라는 보고서를 내며 반도체 기업이 시가총액 1, 2위를 하고 있는 한국 시장을 초토화 낸 적이 있었다.
“각자 자리로 보냈습니다.”
최우진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사내 메신저를 열어 GS가 발행한 보고서를 내려받았다.
[2024년 하반기 중국 투자 전략]GS에서 자신들의 고객을 상대로 발간한 중국 시장 투자 전략이 담긴 보고서였다.
블룸버그에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보고서가 올라오곤 한다.
한참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던 도경은 문제의 부분을 보았다.
[중국 전기차는 강세일 것으로 보이나 몇몇 기업은 펀더멘탈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유동성이 잔뜩 풀린 저금리 시대에는 용인받았던 것들이 하나둘 수면으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 GS는 업계 1위인 SATL에겐 강력한 매수(Strong Buy) 의견을 유지한다.] [다만 업계 3위인 라오후에 관해서는 매도(Underperform) 의견으로 매수(Outperform)에서 두 단계 하향 조정한다.]물론 강력한 매도(Strong Sell) 사인은 아니었지만, 시장에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한 보고서였다.
포트폴리오 수익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보유 비중을 줄이라는 사인이었으니까.
[라오후는 지난 1년간 배터리 구독제(BaaS)에서 강력한 매출 발생을 일으켰지만, 투명하지 않은 사업 구조로 인해 올 한 해 시장참여자들에게 여러 가지 우려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라오후의 주가가 -4% 떨어졌습니다.”
도경이 한창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고 있을 때 이지훈이 큰 소리로 외쳤다.
도경은 재빠르게 트레이딩 시스템을 이용해 중국 주식시장을 확인했다.
“GS 보고서의 힘이 대단하긴 하네요.”
최우진이 다가오며 말했다.
“SATL은 3% 올랐는데 반대로 라오후는 바로 4% 이상 내리는 걸 보니까요.”
그날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보고서를 우리가 확인했다는 건 중국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확인했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하지만, 4%밖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지훈도 도경을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어느새 팀원들이 도경의 자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조금 애매한 보고서라 그런 것 같습니다.”
도경은 이지훈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다고만 경고해 왔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라는 건 얘기하지 않았으니까요.”
“우리랑 똑같은 전망을 본 걸까요?”
이지훈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요. 우리와 같은 추측을 했다면…….”
도경은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는지 최대훈을 바라보았다.
“차진형 이사님이 날 찾는 연락이 왔다고요.”
“그렇습니다.”
“일단 전화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우진 과장님은 라오후에 관해 계속 팔로우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우리가 투자한 상품을 계속 팔로우해 주시고요.”
도경의 지시에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 * *
“미안합니다. 내가 갔어야 했는데.”
사무실을 빠져나온 도경은 신라자산운용 사옥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GS 코리아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차진형은 도경을 향해 굉장히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해왔다.
“아닙니다. 어차피 저희는 오늘 데일리 액션이 없기도 하고 당연히 선배님들 찾아뵙는 건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도경이 그리 말했음에도 차진형은 여전히 미안하다는 표정이었다.
“일단 앉을까요?”
차진형의 말에 두 사람은 사무실 한편에 있는 원탁에 둘러앉았다.
“내가 갑작스레 윤도경 팀장을 보자고 한 거는…….”
“GS의 보고서를 보고 왔습니다.”
도경의 말에 차진형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놀라시는 걸 보니 저희 투자와 관련이 있는 문제인가요?”
도경은 이곳으로 오며 모든 것이 시기가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본사에서 신라자산운용의 포지션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관심을 가졌다는 건…….”
“중국 전략을 쓰고 있는데 라오후에 대해 공매도 포지션이 잡히니 관심을 가진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희의 포지션은 그리 큰 금액이 아닙니다.”
“우리는 작은 포지션에도 정보를 가지려고 하는 편입니다.”
도경은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게 우리 GS, 그리고 월스트리스트가 일하는 방식입니다. 오늘 GS의 보고서가 나갔으니 월가의 수많은 투자은행이 라오후의 문제점을 찾으려 할 겁니다.”
월가가 중국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했다.
중국 기업들은 월가에서 모은 돈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월가는 이 기업들을 상장시키며 얻는 수수료가 엄청났다.
이런 동업 관계가 30년 이상 지속되고 있었다.
“당장 우리 GS의 고객들이 라오후에 투자한 자금이 8억 달러(약 1조 원)가 넘습니다. 그간 라오후를 띄워온 게 월가였다면, 그 책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라오후는 중국에서도 상장되어 있지만, 뉴욕에 따로 ADR 주식을 상장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미국에서 투자금을 수혈받아 중국으로 가져가야 했으니까.
그래서 미국 투자자들이 조금 더 접근하기 편하도록 ADR 주식을 따로 상장한 것이었다.
“미안합니다.”
도경은 한참 얘기하다 느닷없이 사과를 해오는 차진형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신라자산운용이라는 포지션 주체는 말하지 않았지만, 윤도경 팀장이 내게 알려준 전망을 본사에 말했습니다.”
“아, 그건 신경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면 애초에 제가 선배님께 말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만약 이 정보가 아주 중요한 정보라거나 공개하지 말아야 할 정보였다면 애초에 도경이 차진형에게 발설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저에게 조금이라도 상의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숏포지션에서 중요한 것은 포지션을 들키지 않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GS에서 자신의 전망에 동의를 하는 듯한 매도 사인을 냈지만, 만약 다른 마음이 있었다면?
그리고 지금은 적은 금액이었지만 금액이 더욱 컸다면 도경이 잡은 숏포지션을 털어먹기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입했을 것이다.
“성급했습니다. 다음부터는 꼭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그 얘기는 이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GS는 제 전망과 똑같은 보고서를 냈으니까요.”
도경의 말에 차진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보름간 본사에서는 꽤 많은 리서치 인원을 라오후에 투입했다고 합니다.”
“GS의 리서치라면…….”
“서울에서도 한 명이 중국으로 넘어가 리서치를 했을 정도니까요. 그 결과 윤도경 팀장의 전망이 맞는 것 같습니다.”
차진형은 그리 말하며 보고서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이건 우리 내부 리서치 보고서입니다. 나도 정보를 줘야 할 것 같아서요.”
“제가 봐도 되겠습니까?”
“예. 하지만, 비밀로 해줘야 합니다.”
차진형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이게…….”
“윤도경 팀장이 한국에서 추측한 것들이 모두 사실로 보인다는 보고서입니다.”
차진형은 정말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많은 시간과 자본을 들여 직접 눈으로 이 모든 걸 봤습니다. 하지만 윤도경 팀장은 한국에서 몇 개의 자료와 추측으로 이 모든 걸 파악해 냈죠.”
“GS는 정말 대단하네요.”
하지만, 도경은 그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단기간에 10명 넘는 인원이 중국에서 이 모든 것을 파악하다니요. 이게 월가의 규모인가 하고 놀라는 중입니다.”
정말이지 놀라웠다. 자신은 데이터로 추측했지만, 자신이 추측한 데이터를 인력과 돈을 들여 GS는 이 보고서에 담았다.
“오히려 우리 본사에서 놀라는 중입니다. 윤도경 팀장의 힌트가 없었다면 우리는 몰랐겠죠.”
GS의 본사에서는 차진형을 칭찬해 오고 있었다.
“원래 중국 전략 리포트에는 라오후에 매겨진 매수 사인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GS에서 매 분기 발간하는 투자 전략 보고서에는 대표 기업들에 대한 목표가와 포지션이 적혀 있었다.
직전 분기만 하더라도 라오후에 대한 GS의 투자 전략은 매수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라오후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이 보이자 회사에서는 이걸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한 거고요.”
들으면 들을수록 놀랄 수밖에 없는 도경이었다.
월가와 다른 금융가의 전문성은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격차인 것 같았다.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 큰 문제였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알겠지만, 웨이닝 스테이션의 일간 이용률이 30대도 채 되지 않습니다.”
GS는 라오후의 전기차 배터리를 교체해 주는 웨이닝의 스테이션에서 직접 조사를 한 것 같았다.
“그 많은 스테이션에서 평균 30대의 차량을 처리하기 위해 9만 개가 넘는 배터리를 산 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윤 팀장의 추측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했고, 매도 사인을 낸 겁니다.”
차진형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뜻하지 않게 GS 덕분에 이번 투자에 대한 확신을 두게 되었다.
“저도 덕분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기 전에 확인해 보니 4%가 하락했더군요. 뉴욕시장이 열리면 ADR의 주가도 내려가겠죠.”
중국과 미국은 시차 때문에 장이 열리는 시간이 달랐다.
중국의 라오후 본주의 주가는 뉴욕시장이 열림과 동시에 중국 시장 하락에 반응을 할 것이다.
“곧 수면으로 올라올 겁니다. 우리는 확신을 뒀지만, 폭로를 하진 못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냄새를 맡고 나설 겁니다.”
GS의 방식은 영리했다. 군불은 땠지만, 직접 불을 강하게 하지 않겠다는 방식이었다.
후에 일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더라도 한 발 뺄 수 있도록.
도경은 여러 가지를 오늘 이 자리에서 배워갔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후에 또 일이 생기면 뵈었으면 합니다.”
도경의 말에 차진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도경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한번 미안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이번 일로 내가 본사로부터 큰 이득을 본다면 모두 윤도경 팀장 덕분입니다.”
차진형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GS코리아를 빠져나왔다.
차에 올라탄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익숙한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선배님, 저 지금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남겨둔 현금 20억 원 라오후에 추가로 공매도를 할까 합니다. 관련해 얘기해 볼까 하니 팀원들 모아주세요.”
그렇게 통화를 마친 도경은 차에 시동을 걸고는 미끄러지듯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 * *
“우리가 투자한 시점부터 코메드는 +2%, 베스트 마켓은 +3.7%, 마크는 +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후 도경과 팀원들은 그간 집행한 투자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었다.
“큰 변동은 없지만, 하반기 전망을 모두 좋게 바라보며 주가가 천천히 오르고 있습니다.”
이지훈의 보고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도경의 시선을 느낀 최우진 또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라오후는 우리가 포지션을 잡은 이후 -9%가량 하락했습니다.”
포지션을 잡고 추가 투자해 현재 70억 원가량이 라오후의 공매도에 투입되어 있었다.
“월가의 전망이 속속들이 나오는 중인데 라오후에 관한 전망이 하나같이 좋지 않습니다.”
GS의 보고서 이후로 눈치를 보던 월가의 투자 은행들은 하나같이 라오후에 대한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우리의 투자에 확신이 생깁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팀원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콧대 높은 월가보다 먼저 이 상황을 예측했다는 것이 가져다주는 사기 증진 효과가 대단했다.
“라오후의 허니문은 이제 끝날 겁니다. 그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할 거고요.”
지이잉-
도경이 그리 말함과 동시에 최우진의 휴대전화에서는 진동이 울렸다.
“죄송합니다. 특정 단어에 알림을 걸어놨더니…….”
최우진은 그리 말하며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 한참 휴대전화를 들고 확인하던 최우진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티, 팀장님.”
“무슨 일 있습니까?”
“블러디 워터스에서 라오후에 대한 공매도 리포트를 냈다고 합니다.”
최우진의 입에서 나온 말에 모든 팀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1-05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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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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