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7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72화(17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72화
‘공매도 리포트.’
주식이라는 자산은 원래 고위험군에 속하는 투자자산이었다.
그런데 이런 고위험상품에도 자다가 갑자기 날벼락을 맞는 듯한 리스크가 몇 가지 있었다.
공매도 리포트는 그중 한 가지였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지금부터 이 기업에 대해 공매도를 할 겁니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으니까 그냥 팔든지 나를 따라 포지션을 잡든지 알아서 하라.’식의 도전장이었다.
“50페이지짜리 공매도 리포트입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공매도 리포트를 발간했다는 블러디 워터스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라오후와 중국 전기차의 몰락.]홈페이지 메인에서부터 대문짝만하게 자신들이 발행한 보고서를 공개해 뒀다.
아주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도경은 빠르게 리포트를 내려받고는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공매도 리포트가 시장에 주는 충격은 아주 컸다. 애초에 이 공매도 리포트를 발간해 자신들의 포지션을 공개하는 이유도 간단했다.
‘공황.’
주주들이 패닉(Panic, 공황) 상태에 빠지게 만들어 대량 매도가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커다란 자본이 내가 가진 주식을 공매도한다는데 순간의 폭락을 버틸 수 있는 주주들은 적었다.
일반적인 공매도 포지션을 잡은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건 기업의 데이터와 미래를 파악해 공매도 포지션을 잡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행동주의 투자자라 불리는 이들은 아주 요란했다.
자신들의 포지션을 서슴없이 공개했다.
지금과 같이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고서를 공개하기 며칠 전부터 홍보에 들어간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이리로 몰릴 때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한다.
“블러디 워터스라면 루이징커피를 숏쳐서 부정 회계를 밝혀낸 인물들입니다.”
어느새 도경을 따라 회의실에서 빠져나온 최우진이 얘기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물이 물어버렸네요.”
한때 전 세계 카페 프랜차이즈 1위 기업인 스타벅스와 경쟁을 하는 중국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가 있었다.
「“스타벅스 잡는다.” 루이징커피 중국 커피숍 매출 1위 등극」
「中 스타트업 신화, 루이징커피 창업 1년 만에 매출로 스타벅스 눌러 」
「루이징커피, 기업가치 3조 3,000억 원. 나스닥에 상장하나?」
「중국 토종 커피 기업 루이징커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
한때 중국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몰며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던 커피 기업이 있었다.
그들의 기업가치는 나날이 높아져 중국이나 홍콩 주식시장이 아닌 미국 시장에 IPO(기업공개)를 하며 주식을 상장시켰다.
상장 이후 주당 20달러이던 주가는 2개월 만에 100% 이상 상승한 50달러에 거래되었다.
“예, 거물이 물었네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겨우 50페이지짜리 담백한 공매도 보고서고요.”
신화를 써가고 있던 루이징커피를 무너뜨린 건 그저 90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공매도 보고서였다.
자신들의 개인적인 의견은 최대한 배제하고 데이터와 자신들만의 계산식으로 루이징커피의 매출이 ‘과대포장 ’되어 있다고 고발하는 보고서였다.
이때 이들이 쓴 방식은 중국 내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루이징커피의 매장에 찾아가 종일 이곳을 찾는 고객의 수를 카운트하는 아주 고전적인 방법이었다.
놀이공원에서 입장객 수를 카운트하는 계수기가 그들의 무기였다.
“루이징커피를 몰락시켰던 방법과 똑같습니다. 이번에는 웨이닝의 애플리케이션이 계수기를 대신 한 것 같고요.”
루이징커피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매장의 하루 방문객을 카운트해 자신들만의 계산식으로 루이징커피의 매출 회계 부정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 주장은 사실로 밝혀졌고, 주당 50달러에 달하던 주가는 2달러까지 하락했다.
90페이지의 공매도 보고서가 하루아침에 주당 50달러가 넘는 주식을 종잇조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정말 기발한 발상을 하는 곳이에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블러디 워터스는 이번에도 기발한 방식을 동원해 자신들만의 추측을 내놓았다.
“네. 웨이닝에서 제공하는 스테이션 예약 애플리케이션이 오히려 자신들의 비위를 공개하는 무기가 되어버렸네요.”
웨이닝은 배터리 스테이션을 예약할 때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예약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해당 스테이션에 예약이 얼마나 밀려 있는지, 현재 몇 대의 차량이 이용 중인지 실시간으로 공개가 되었다.
블러디 워터스는 이번에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자신들만의 추산을 냈다.
“웨이닝에서 1년에 사용하는 배터리의 수는 약 21,000개가량 될 것으로 예측한다. 좋게 봐서 두 배인 42,000개까지는 구매할 수 있다고 봐도 연간 9만 개의 배터리 납품 계약은 장부상으로 꾸며진 것으로 보인다.”
최우진은 보고서의 한 단락을 입으로 소리를 내 읽었다.
“우리는 라오후와 웨이닝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배터리 납품 거래를 장부상으로 거래가 일어난 것처럼 속여, 라오후가 연간 30%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본 것으로 예측한다.”
도경과 팀원들이 추측한 것보다 조금 더 부풀려진 거래라고 블러디 워터스는 보고 있었다.
“우리는 주당 48달러에 총 4천만 달러(약 510억 원)의 자본을 투입해 라오후ADR에 숏셀링을 했으며 머지않아 라오후의 신화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모두가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단 50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공매도 리포트였지만, 간결하고 강력한 어조로 쓰여 있었다.
“팀장님! 중국 시장에서 반응이 오고 있습니다. 라오후의 주가가 -8% 이상 빠지고 있습니다.”
그때 최대훈이 큰 소리로 얘기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야근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PC 사용 권한이나 주십시오.”
최우진이 그리 답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20%.”
다음 날, 새벽 5시.
신라자산운용 전략투자팀 사무실의 불은 밤새 꺼지지 않고 있었다.
“오늘 하루 만에 내린 라오후ADR의 주가야.”
모두가 퇴근하고 텅 빈 사무실 안, 도경과 최우진은 회사에 남아 밤을 지새웠다.
뉴욕시장은 대한민국 모두가 잠이 들었을 때 열리는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포지션을 잡은 이후로…….”
“-27%입니다. 즉 우리는 27% 이득을 봤고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양팔을 쭉 펴고 기지개를 켰다.
“중국의 하한가가 -10%라 그 가격에 맞춰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뉴욕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이 뜨겁네.”
중국의 상하한가는 +-10%였다. 즉, 하루에 10% 오르거나 내리면 더는 주가는 내리거나 오르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달랐다.
상하한가가 없었다.
중국에 상장된 라오후의 본주가 -10% 내렸더라도, 뉴욕에 상장된 라오후ADR은 -100%, -200% 내릴 수 있다는 말이었다.
“전례가 있으니까요.”
도경은 그리 말했다.
“루이징커피와 지항이라는 선례가 라오후 투자자들을 공황에 빠지게 했을 겁니다.”
뉴욕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한때 주목받았던 기업들의 이름이 도경의 입에서 나왔다.
저 기업들은 하나같이 공매도 보고서 발간 이후 회계 부정과 사업성을 의심받으며 주가가 폭락한 전례가 있었다.
“축하한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처음에 라오후에 공매도를 하겠다고 했을 때, 수익만 좇아가려는 게 아닌가 걱정했어.”
최우진은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제는 팀장 자리에 앉았고, 슬슬 예전과는 다른 실적 압박을 느끼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티가 났어?”
“그럼요. 저한테 성향이 바뀐 거냐고 물으셨잖아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근데 선배님.”
도경은 최우진을 바라보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실적에 안 쫓겨본 적이 없어요.”
“…….”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서 두 배의 속도로 달려도 저 앞에서 정상 속도로 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따라잡기가 힘들었고요.”
“그런데 따라잡았네.”
“하하하, 지금 그 얘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요……. 저는 제 실적과 투자를 연관 짓지 않겠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도경은 진심을 얘기했다.
“선배님이 걱정해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해요. 팀원들이 저의 포지션에 걱정하면서도 따라와 준 것도 고맙게 생각하고요.”
사실 팀원들이라고 도경의 포지션에 걱정이 없었겠나.
하지만, 팀원들은 그 어떤 불만도 표해내지 않고 도경을 믿고 지지해 주었다.
“앞으로도 이번과 같이 문제가 있는 주식들에는 과감하게 숏셀링 할 겁니다. 이제는 투자 방식을 바꾸는 것만이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 나도 그렇지만, 팀원들도 이번 기회에 윤도경이란 사람을 다시 봤을 거야.”
최우진은 커피를 호로록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믿음이 더 강해졌을 거란 말이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걸요.”
“나도 처음에 윤도경 셋복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거든.”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씩 하고 웃었다.
“왜. 그런 거 있잖아. 열심히 하면 온 우주의 기운이 나서서 도와준다고, 그런 건 줄 알았어. 그런데 말이야.”
최우진은 이제는 확신한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우주의 기운이 윤도경을 돕는 게 아니라, 윤도경이 우주의 기운을 불러오는 거였어.”
“다른가요?”
“다르지. 그냥 행운을 등에 업고 가는 사람이랑, 행운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다르다고.”
최우진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번에도 윤도경이 먼저 전망을 보고 라오후에 뛰어들었고, 그래서 GS가 이 사건에 주목했어. GS가 주목하니까 블러디 워터스가 뛰어든 거고.”
“과찬이신데요. 저는 그냥 운이 좋은 겁니다.”
도경은 그리 생각했다. 메시지의 도움 없이는 자신도 보지 못했을 전망이었으니까.
“너무 겸손해도 별로야. 자! 그럼 이제 정리하는 건가?”
“네?”
도경은 고개를 들어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27%의 수익이면 우리 목표 수익이잖아. 내일 장 열리자마자 빼는 걸로…….”
“아뇨. 선배님.”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판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GS의 전망을 통해 1~20%의 수익을 보겠거니 했거든요.”
GS의 보고서가 떴을 때 도경은 메시지가 왜 라오후ADR을 이슈 종목으로 추천한 것인지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거기서 적당한 수익을 보고 빠져나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블러디 워터스가 끼어들었습니다.”
공매도 전문인 블러디 워터스가 끼어들고 판이 바뀌기 시작했다.
블러디 워터스는 라오후와 끝장을 보겠다는 듯 매일 큰소리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이젠 월가가 라오후를 의심하기 시작할 겁니다.”
첫 시작은 개인투자자들의 패닉이었다면, 이제는 큰손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큰손들이 움직일 거라고 보는 거야?”
“네. 라오후에 투자한 큰손 중 하나만 판에서 빠지더라도 모두가 털려고 할 겁니다.”
“그럼 목표치를…….”
“50%.”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도경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였다.
“50%로 상향 조정하겠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1-05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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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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