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7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74화(17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74화
“정말 고맙습니다.”
이틀 후, 도경은 연락을 받고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와 있었다.
“선배님, 자꾸 고맙다고 하시면 제가 할 말이 없어집니다.”
오늘 도경을 이곳으로 부른 사람은 GS코리아의 이사 차진형이었다.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겁니다. 이런 말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거든요.”
차진형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윤도경 팀장 덕분에 나는 본사로부터 아주 큰 베네핏(benefit, 이득)을 받았습니다.”
“그렇습니까? 정말 잘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축하를 받자고 한 말은 아닙니다.”
도경의 축하에 차진형은 기분이 좋은 듯 껄껄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라오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제일 먼저 알아챈 사람이 되어버렸거든요.”
차진형은 그리 말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윤 팀장이 받아야 할 칭찬과 감사를 내가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말씀드렸듯 그걸 제가 먼저 알아냈다는 이야기 같은 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바닥에서는 그런 것으로 얻는 스토리들이 많아지겠지만, 도경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저는 선배님을 통해 한 가지 확신을 얻었습니다.”
“제가 확신을 주었습니까?”
“네. 선배님께서도 제게 GS의 내부 자료를 보여주셨지 않습니까?”
차진형은 도경을 사무실로 불러 GS 내부에서 라오후를 조사한 내부 자료를 보여주었다.
그 자료는 도경에게 확신을 더해주는 자료였다.
“덕분에 저희는 포지션에 추가로 돈을 투입할 수 있었고, 이익도 더 늘어났으니까요.”
“하하하.”
“따지고 보면 저희 측이 더 이득 아니겠습니까? 큰돈을 벌었으니까요.”
“우리 윤도경 팀장은 만날 때마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재주가 있습니다.”
차진형은 도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저나 우리 GS도 큰 이득을 봤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차진형의 말에 집중했다.
“저는 회사로부터 큰 인사고과를 받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예상이지만 곧 GS코리아 내부 인사 발표가 있을 겁니다. 제가 조금 더 높은 자리로 갈 수 있겠지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도경이 다시 한번 축하의 말을 전하자 차진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GS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 이득을 봤습니다. 하나는 라오후에 복수를 했다는 점이겠네요.”
“복수라면…….”
“원래 라오후가 뉴욕 시장에 ADR을 상장할 때 주관사가 저희 GS였습니다.”
“제가 아는 것과 다릅니다. 그때 라오후의 ADR 상장을 주관한 건…….”
“JPM이지요.”
차진형의 입에서는 GS의 라이벌이자 글로벌 투자은행인 JPM의 이름이 나왔다.
“우리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중간에서 라오후가 엄청난 간을 봤습니다.”
“간을 봤다면…….”
“JP나 JPM과 같은 다른 곳과도 접촉을 한 거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차진형이 복수라고 말을 해온 것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싼 곳을 찾는 게 당연한 것이겠지요. 다만, 우리를 이용했다고 느끼게 해서는 안 됐습니다.”
기업을 공개하고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돈이 흘러들어 온다는 얘기였다.
단적인 예로 라오후가 ADR을 뉴욕 시장에 상장했던 날, 단 하루 거래된 금액은 약 1억 달러(1조 2,300억 원)였다.
즉, 그런 상장 작업을 주관하는 투자은행으로서는 어마어마한 수수료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처음부터 수수료가 저렴한 곳을 찾을 생각이었다면, 우리를 통해 간을 봤으면 안 됐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도의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겠죠.”
“예. 특히 월가에서는 말입니다.”
GS는 철저하게 라오후로부터 농락당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특히나 돈이 오가는 일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돈이더라도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해야 했다.
“어쨌든 내심 회사 내부에서는 기뻐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방 먹였다고요.”
“그럴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에게 수많은 신규 고객이 생겼다는 일입니다.”
차진형은 마치 이 모든 좋은 일들이 도경 덕분에 일어났으니 같이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얘기해 왔다.
“특히나 중국에 투자하는 기관들이 우리의 리포트를 많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터미널에는 하루에 수백, 수천 개의 보고서가 올라온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판촉상품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보고서를 읽고 마음에 든다면 우리의 리서치 시스템에 가입하라는 홍보나 다름없었다.
“좀 더 세세한 리서치 보고서를 받아보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문의해 오며 회사 입장에서는 아주 기쁜 비명을 질렀다고 하더군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별거 아닌 투자 건 하나가 전 세계 시장, 특히 중국의 전기차 시장을 흔들며 커다란 이벤트가 되었다.
이 이벤트 속에서 누군가는 몰락했고, 누군가는 커다란 이득을 봤다.
“내가 왜 고마워하는지 알겠습니까?”
차진형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는 말로 때울 생각은 없습니다. 언제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오세요. 내가 GS코리아에 있는 한 신라자산운용은 제1의 파트너가 될 겁니다.”
“말씀만으로도 든든합니다.”
차진형은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윤 팀장을 위해 내가 마련한 선물이 하나 있습니다.”
“선물이요?”
“뭐 시간이 지나면 알지 않겠습니까?”
차진형은 그리 말하며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고, 도경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 *
“하암…….”
신라자산운용 전략투자팀 과장 최우진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있었다. 아직 날이 완전히 밝아지지 않은 새벽이 그의 출근 시간이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PB 생활을 오래 하며 아침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이 이골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요 며칠은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하필 나한테 이런 중책을 맡겨서.”
일찍 출근해 새벽에 있었던 미국 시장을 정리해야 했다.
아침에 팀원들이 출근하면 정리한 것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일이 최근 최우진이 담당하는 일이었다.
“그래도 팀장이 솔선수범하니까…….”
피곤하고 불만이 생겼지만 내색할 수 없는 이유가 또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윤도경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오늘도 먼저 출근해 있겠지.”
최우진은 그리 말하며 자판기에서 커피를 두 잔 뽑아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역시나 어두컴컴한 사무실의 한쪽 귀퉁이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아이고, 팀장님!”
최우진은 과장된 말투와 몸짓으로 도경을 향해 다가갔다.
“선배님 오셨어요?”
“몇 시에 출근했어?”
최우진의 물음에 도경은 손목을 들어 올려 시계를 바라보았다.
“30분 됐네요.”
“좀 욕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하하하. 왜 아침부터 욕을 하려고 하세요.”
“왜기는! 어? 좀 투덜거리고 싶어도 가장 직급이 높은 인간이 이렇게 일찍 나와버리면 내가 투덜거릴 수 있겠냐고.”
“아직 자리가 잡히기 전이니까요. 자리 잡히면 좀 더 널널해지지 않겠습니까?”
도경이 그리 말하자 최우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도경의 책상 위에 커피를 내려놓았다.
“앗, 고맙습니다.”
“밤새 미국은 안녕했으려나.”
최우진은 그리 혼잣말을 하며 블룸버그 터미널 앞에 앉았다.
“라오후는 여기가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도경은 들려오는 최우진의 목소리에 그를 바라보았다.
“네. 아무래도 밝혀진 게 없으니까요.”
“이래서 나는 신사업이라고 떠들어 대는 애들이 뭔가 좀 께름칙해.”
“왜요?”
“아니. 신사업 좋고 혁신 너무 좋아. 그런데 사업 구조를 보면 답이 나오잖아.”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라오후가 진심이었다면 이런 구조를 만들지 말고 본인들이 했어야지.”
“애초에 라오후는 생각이 달랐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구조를 꼬아놨지.”
이번 일을 겪으며 도경도 배운 것이 있었다.
라오후가 사업의 주체를 가지지 않고 웨이닝에 투자를 하면서 구조 자체를 어렵게 만든 이유가 있었다.
처음부터 신사업은 핑계였을 테니까.
“잘 봐. 라오후가 웨이닝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고 지분을 받았으면 자회사로 편입했어야지.”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안 했겠어?”
“자회사로 편입을 하면 재무제표가 연결되니까요.”
재무제표가 연결되면 웨이닝의 사업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래. 들키면 어쩔 수 없는데 찾아보길 어렵게 만들겠다는 거잖아.”
주식시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분식회계였지만, 수법이 점점 고도화되어 가고 있었다.
“뭐 어쨌거나 죽어도 인정 안 하겠지.”
“중국 정부에서도 그냥 넘어가겠죠.”
“그렇겠지. 애초에 돈줄인데. 산 타이밍도 예술인데 빠진 타이밍도 예술이었네.”
라오후의 주가는 더 하락하는 걸 멈추고 서로 눈치 보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 이대로 문제를 계속 뭉개다 보면 다시 주가는 슬금슬금 오를 것이다.
어느 것도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으니까.
“그래도 다른 회사에는 경고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이거 상장폐지 못 시킨 게 안타깝네…… 어?”
화를 내며 블룸버그 터미널을 보던 최우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요? 무슨 일 있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한쪽 벽면에 있는 TV를 틀었다.
“지금 CNBC에 그 사람 나오는데.”
“그 사람이요?”
“GS 수석 투자전략가.”
“아, 마이클 리치요?”
“어. 이번 라오후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그 양반이 재미있는 말을 하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최우진의 옆에 섰다.
그러고는 TV를 바라보았다.
[한국의 한 자산운용사에서 최초로 포지션을 잡았습니다.]“이거, 우리 얘기지?”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 * *
-선물이라기엔 작은 선물인걸요.
“아닙니다. 너무 컸습니다.”
그날 저녁 퇴근 후 집에서 쉬던 도경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의 통화 상태는 GS코리아의 차진형이었다.
“며칠 후면 모두가 저희 신라자산운용이 한 것이란 걸 알게 될 테니까요.”
GS 본사의 수석 투자전략가가 미국의 경제 채널에 나와 인터뷰를 했다.
거기서 최초로 라오후의 몰락을 본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 한국에 있는 자산운용사라는 말을 했다.
한국의 자산운용사가 숏 포지션을 잡아서 그걸 힌트 삼아 추적해 보았다고.
-그렇겠죠. 업계는 매우 좁으니까요.
신라자산운용은 이제 막 출발하는 위치였다.
유성투자증권에서 신라증권을 인수한 이후 회사의 업종을 변경한 사례였으니까.
그래서 모두가 신라자산운용의 능력을 의심하고 있을 때 처음으로 들려오는 뉴스가 투자 성공.
그것도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최초로 포지션을 잡았다는 이야깃거리라면 그런 의심들이 사라질 것이다.
-이제 시작하는 신라자산운용에 내가 주는 개업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물론 내가 받은 게 더 크지만요.
“회사의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습니다.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네. 선배님 들어가십시오.”
통화를 마친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충족된 첫 마무리였다.
자신의 능력을 회사에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고, 회사의 입장에서도 의심을 하는 사람들에게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좀 걱정을 덜고 편안하게 해도 되겠네.”
내심 속으로는 걱정이 많았다.
도경 자신에게는 메시지가 있었으니 걱정하지 않았지만, 외부적인 요소가 팀원들과 회사를 흔들까 봐 걱정했었다.
지이잉-
한참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반사적으로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회원님을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알림의 주인공을 확인한 도경의 얼굴에는 미소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1-05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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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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