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7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78화(17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78화
“좋은 회사인 것 같더군요.”
“그런데 주가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테헤란 밸리로 자리를 옮긴 도경은 선진증권 리더스 지점의 선임 매니저 이동혁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라온바이오의 강점을 아나요?”
이동혁의 물음에 도경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제약 쪽에선 파이프라인이 확실하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제약 회사에서는 파이프라인, 즉 고정적인 매출이 중요했다.
제약 회사 같은 경우엔 신약 개발이 앞으로 회사의 미래를 좌우했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고정적인 매출이 있어야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제가 알기로는 미국 JNJ의 아시아 지역 생산 담당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기준에 따르자면 라온바이오는 꽤 괜찮은 회사였다. 세계적인 제약 회사의 아시아 생산을 담당하고 있었으니까.
“맞습니다. JNJ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와 기타 약들을 생산하는 CMO(계약생산)를 담당하고 있죠. 거기서 나오는 한 해 매출만 3천억 원이고요.”
“계약은 10년 정도 남았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국내 시장에 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네요. 맞습니다. 거기에 국내 시장에서 자양강장제 드링크 판매량 3위입니다.”
국내 자양강장제 시장은 꽤 큰 시장이었다.
전통적인 강자가 시장 1위를 굳건하게 지키는 와중에 2, 3위의 순위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몇 해 전부터는 편의점에서 판매가 가능해지며 편의점 매출 1위 상품이 늘 자양강장제였다는 기사를 도경은 본 적이 있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마련된 파이프라인으로 공격적인 신약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올해 박사급 신입 사원을 싹 쓸어간 곳이 라온바이오로 알고 있거든요.”
이동혁의 설명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신약 개발이라는 건 인재와 돈, 시간 세 가지가 갖춰져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제약에서 자리를 잡은 라온이 올해 헬스케어 쪽으로의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사실 도경이 메시지를 받고 라온바이오를 떠올린 것도, 이동혁을 찾아와 라온바이오에 관해 듣고 있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도경은 올해 시장을 이끌어 갈 업종을 헬스케어로 보고 있었다.
“제가 제주도에 투자 설명회를 보러 간 이유도…….”
“첫 상품을 보고 오셨겠죠.”
“네. 연속혈당측정기였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당뇨 환자에게는 고통을 덜어주는 기기로 알려져 있었다.
식후나 혈당 측정이 필요할 때마다 바늘을 찔러 채혈하는 것이 아닌 복부나 팔뚝에 센서를 삽입해 세포에서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는 기계였다.
센서에서 측정한 혈당은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었다.
“디지털 전환이 필요 없는 상품을 가져왔습니다.”
이동혁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헬스케어 업종들이 강세일 것이라는 예상을 도경이 한 이유는 디지털 전환이 꽤 빠르게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헬스케어 제품들이 스마트폰이나 여러 IoT 기기들과 결합하여 종합적인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시장이 오고 있었다.
“처음부터 디지털로 제품을 냈으니까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이동혁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죠. 이 연속혈당측정기라는 게 결국 센서를 한 번 부착해 놓으면 15시간에서 24시간마다 센서만 교환해 주면 되거든요.”
“하지만 시장에는 이미 강자들이 있습니다.”
헬스케어 분야로 새롭게 진출하는 라온바이오에게는 쉽지 않은 시장이라는 말이었다.
도경의 말에 이동혁은 예상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조금 전 말했듯 라온바이오는 파이프라인이 있습니다.”
“설마…… 가격을 낮췄습니까?”
“네. 시중에 판매되는 연속혈당측정기보다 기능은 더 좋고 가격을 20%가량 낮춰서 출시합니다.”
헬스케어 업체들은 헬스케어가 주력 사업이었기 때문에 고정적인 매출을 뽑아내야 했다.
하지만, 라온바이오 같은 경우는 제약에서 고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작부터 치킨게임이 가능한 구조였다.
최대한 마진을 적게 보는 선에서 말이다.
“영악하지 않습니까? 시장에 진출할 때부터 고가가 아닌 저가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다음 버전을 출시할 때는 다른 업체와 가격을 맞추겠죠.”
이동혁이 왜 라온바이오의 헬스케어 진출을 좋게 보는 것인지 도경은 알 것 같았다.
“자, 여기까지는 라온바이오의 장점이었고.”
이동혁은 잠시 커피를 마시며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도경 씨가 말한 대로 주가가 올라오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아나요?”
“오너리스크 아니겠습니까?”
오너리스크(owner risk)는 대주주 등 회사의 오너가 잘못된 행위를 계속해서 함으로써 기업에 해를 끼치는 걸 얘기했다.
“네. 라온바이오의 유일한 약점은 이정식 회장입니다.”
“유일하지만 제일 큰 약점입니다.”
라온바이오의 주주들 사이에서는 이정식은 아주 유명했다.
악명으로 말이다.
“좋게 말하면 기분파고, 나쁘게 말하면…….”
“기업인으로서 소양이 부족한 사람이죠.”
“하하하, 도경 씨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네요. 맞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면 안 되는 사람입니다.”
이동혁은 그리 말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번에 주가가 올라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위에서 누르고 있거든요.”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공매도 비율이 평소보다 크더군요.”
도경은 라온바이오에 대해 이미 조사를 마친 상황이었다.
라온바이오는 시장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양의 60% 정도가 공매도였다.
즉, 위에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주가가 올라가지 못하도록 누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경영권 상속 때문인가요?”
도경의 물음에 이동혁은 놀랐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압니까? 그건 업계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정보입니다. 저도 여기저기 물어보고 알게 된 거고요.”
기실 도경은 메시지가 제공한 프로필 검색에서 라온바이오의 회장 이정식에 관해 검색을 마친 상황이었다.
특이 사항에 경영에서 물러나려고 한다고 적혀 있었다.
“결국 그 어마어마한 공매도가 어디서 물량을 가져오겠습니까?”
“공매도 풀에 올라와 있는 대주주의…….”
“예. 작년 말부터 차입 물량 대부분이 대주주의 주식이라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가진 주식을 빌려와야 했다. 빌리지 않고 공매도를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었다.
“대주주들이 그러는 게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이정식 회장은 꽤 많은 양을 공매도 풀에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공매도 풀(Pool).
즉, 공매도를 하려는 대상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수료를 받았다.
대주주 같은 경우에는 주가가 올라도 주식을 팔 수 없었다. 경영권과 직결된 지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주식을 가지고 있을수록 손해였기 때문에 공매도 풀에 일정 부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가지고 있는 지분을 굴렸다.
“이번 헬스케어 사업에 라온바이오가 목숨을 건 이유도.”
“혹시 후계자의 사업인가요?”
도경의 물음에 이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후계 구도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후계자가 하는 사업입니다. 어마어마하게 시장점유율을 늘리려고 공격적으로 나설 겁니다.”
소비자는 한번 쓰는 물건을 잘 바꾸지 않았다.
특히나 어느 정도 비싼 상품들은 새로운 도전을 잘 하려 하지 않았다. 손에 맞는 상품이 있는데 굳이 다른 상품을 쳐다볼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러므로 시장점유율은 매우 중요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라온바이오에 파악한 전부입니다.”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진입할 건가요?”
이동혁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주가가 눌려 있어서 고민입니다. 일단 상황을 좀 지켜보려 합니다.”
“아쉽네요. 윤도경 씨가 들어간다고 했으면 나도 고민 없이 고객들에게 추천했을 텐데요.”
이동혁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랜만에 얘기해서 좋았습니다. 이렇게 자주 만나서 시장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네요.”
“네. 시간 자주 내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동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라온바이오 좋은 것 같은데요.”
사흘 후, 도경은 이연지와 함께 라온바이오에 관해 조사를 하고 있었다.
딱히 무어라 설명은 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감각이 계속해서 라온바이오를 주시하라 말해왔다.
“그런데 팀장님 말씀처럼 정말 오너리스크가 어마어마해요.”
“그렇죠.”
“네. 이 사람 자기가 돈이 필요하면 배당을 확 늘렸다가, 돈이 필요하지 않으면 배당을 축소해 회사에 쌓아두고요.”
배당은 회사가 번 돈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었다.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 나아가서 이정식 회장 기업이 두 개인 건 알고 있죠?”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바이오의 회장 이정식은 사업적으로는 타고난 사람인 것 같았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두 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게 더욱 재미있는 건 계열사가 아니었다.
즉, 두 회사는 전혀 다른 회사였는데 이정식은 자신이 창립한 회사를 모두 주식시장에 상장시켰다.
“전에 없는 일이에요. 하나는 제약 회사, 하나는 건설사. 회삿돈 한 푼 안 들이고 따로 창립해서 두 개 다 주식시장에 상장시킨 일은 없어요.”
이연지의 설명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그렇게 회삿돈 한 푼 안 쓰고 회사 두 개를 키우던 양반이 최근에는 회삿돈에 손을 대고 있어요.”
“특히 라온바이오의 돈이죠.”
“맞아요. 건설 경기가 어려워서 JS건설이 어려워지니까 유상증자를 자꾸 하는데, 여기에 매번 참여하는 게 라온바이오예요.”
이정식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JS건설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자 주식의 수를 늘려 그 주식을 라온바이오에 팔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시장에 풀리는 주식의 양이 늘어나니 JS건설의 주주들로서는 불만이 가득했고, 라온바이오 주주 측도 상황이 어려운 회사에 자꾸 돈을 대는 것이 불만이었다.
“지금 라온바이오가 주당 28,750원에 시가총액이 8천억 원 정도인데 주주들은 이정식만 없었어도 주당 5만 원은 뚫었을 거라는 얘기를 해요.”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생각도 같았다.
“최근에는 공매도로 가격을 누르고 있어서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팔고 있어요.”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라온바이오의 수급 상황이 적혀 있는 화면을 보았다.
“이상한데요.”
한참 화면을 보던 도경은 이상한 점을 캐치했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근 열흘간 개인은 계속해서 매도세입니다. 그런데 기관은 매수세가 우위예요. 공매도를 이렇게 대량으로 할 수 있는 건 기관뿐인데…… 기관 매수세가 우위라는 건.”
“공매도를 하는 기관 말고 누군가가 라온바이오의 주식을 계속 줍고 있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요?”
도경의 말에 이상함을 같이 파악한 이연지도 그리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이거…….”
“누군가가 라온바이오에 포지션을 잡고 있다는 말 같습니다.”
정체불명의 기관이 계속해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였다.
띵띵-
그때 도경과 이연지가 보고 있던 화면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어, 공시가 떴어요.”
라온바이오에 새로운 공시가 뜨자 울리는 알림이었다.
[대 량 보 유 상 황 보 고]“5% 룰 공시인 것 같은데요?”
국내 주식시장에는 5% 룰이라는 것이 있었다.
한 회사의 지분 중 5% 이상 보유하게 된다면 5일 이내에 보유 비율과 보유 목적을 공시해야 했다.
[보유 지분: KFSG 5.14% / 보유 목적: 투자]공시 내용을 확인한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고, 이연지는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KFSG예요. 우리가 생각했던 계속 주식을 사들였던 곳이 KFSG 같아요.”
“제가 알기로는 기존 KFSG의 포트폴리오에는 라온바이오가 없었습니다.”
“어머, 팀장님. KFSG의 포트폴리오도 외우세요?”
이연지의 물음에 도경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고민에 빠졌다.
한참 고민을 하던 도경은 무언가 생각이 떠오른 것인지 한숨을 내쉬며 이연지를 바라보았다.
“팀원들 모아주세요. 우리도 라온바이오에 진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이연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밖으로 팀원을 부르러 나섰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1-09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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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