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7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79화(17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79화
“라온바이오에 진입하겠습니다.”
도경의 호출을 받은 팀원들이 회의실에 모이자 도경은 그들을 향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조금 전 라온바이오에 대한 대량 보고 공시가 떴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화면에 공시 내용을 띄웠는데 팀원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KFSG가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라온바이오에 진입한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이 내용을 보고 감이 오시는 분 있으십니까?”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KFSG가 공시한 투자 목적대로 투자라면요?”
그때 정적을 깨는 최대훈의 말에 이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지금 상황에서 라온바이오에 들어간 것은 대훈 씨 생각대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경이 이동혁을 만나고 온 다음 날, 팀원들과 모여 새로운 투자처에 관해 회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때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도경은 라온바이오에 관해 언급을 했고 팀원들은 라온바이오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새롭게 하려는 헬스케어 사업을 좋게 본 거 아닐까요?”
“아니, 제 생각은 다릅니다.”
최대훈과 이지훈의 이야기를 듣던 이연지가 입을 열었다.
“요 며칠 팀장님의 지시를 받고 라온바이오에 관해 조사를 했는데 저라면 정말 라온바이오는 쳐다도 보지 않을 것 같거든요.”
이연지는 서두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헬스케어 부분도 전망은 좋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저가 공세를 할 거예요. 마진을 포기한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매출만 보고 오르는 제약주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지훈의 반박에 이연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지훈 대리님 말씀처럼 기대감으로도 주가가 오를 수 있어요. 그런데 어마어마한 공매도 물량으로 계속 주가를 누르고 있어요. 이건…….”
“경영 승계 때문입니다.”
도경이 자신의 말을 거들자 이연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경영 승계를 위해서 주가를 고정해 둘 필요가 있어요. 라온바이오는요.”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경영 승계를 위해 들여야 하는 돈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편법을 이용해 증여하고 말았을 테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지났다.
경영 후계자가 정식으로 지분을 늘려 회사의 주주로 올라야 했다.
물론 공매도로 주가를 누르는 것은 편법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딱히 이를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모르쇠로 일관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사업 성과가 좋게 나와도 적어도 내후년 이후일 거예요. 헬스케어 분야에서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는 없을 테니까요.”
도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연지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마진을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역마진이 될 수도 있어요. 점유율이 늘리는 게 목적이라면 어마어마한 판촉 비용이 들 테니까요.”
이연지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녀의 분석이 맞을 가능성이 컸으니까.
“특히나 KFSG는 절대수익률을 추구해요.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에서 갑자기 들어올 이유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연지 대리가 추측하는 게 뭔데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최우진이 묻자 이연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이거 행동주의 같아요.”
“행동주의라면?”
“경영 참여.”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옮겨왔다.
“제약업계 평균 PER은 80배입니다.”
PER은 Price Earning Ratio.
도경이 말한 제약업계 평균 PER이 80배라는 건, 벌어온 돈에 비해 주가는 80배가 높다는 얘기였다.
다시 말해 제약업계 전체가 고평가를 받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는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약업계는 신약 개발 발표가 나면 기대감에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주가는 미래를 반영하는 수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약업계는 특히나 미래에 대한 기대감 위에 주가가 쌓이곤 했다.
그래서 주가가 오를 때도 엄청나게 올랐고, 내릴 때도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내렸다.
“그런 환경에서 라온바이오의 PER은요?”
“18배입니다.”
이연지의 답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업계 평균에 한참을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다른 업계에서 20배 가까이 되는 프리미엄이 주가로 형성되었다면 높다고 말했겠지만, 제약주에서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다른 제약사들과 다르게 라온바이오는 확실한 매출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라온바이오에 관해 도경이 줄곧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저 때문이었다.
확실한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이 프리미엄을 크게 부여받지 못하는 이유는 오직 한가지.
“이는 모두 오너리스크로 인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네. 저는 KFSG가 판을 갈아버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KFSG가 라온바이오에 뛰어든 것은 결국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은 주가를 부양해 이익을 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판에 뛰어들어 수익을 볼 거고요.”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제 의견에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평소라면 여러분들을 끝까지 설득했을 테지만, 시간이 부족합니다.”
도경은 5% 이상 주식을 확보한 KFSG가 언제고 경영 참여로 보유 목적을 변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에 대한 투자 책임은 온전히 제가 지겠습니다. 저를 한 번만 믿고 따라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번 일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제가 직접 관리하고, 제 생각이 틀렸다면 언제든 발을 빼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했다.
그러고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그러면 오늘부터 포지션을 잡겠습니다.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나눠서 진입합니다.”
조심스러운 작업이었다.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고, 나눠서 담아야 나중에 발을 뺄 때도 편했다.
“최우진 과장님.”
“맡겨만 주십시오. 제가 그거 전문입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어디?”
“KFSG입니다.”
라온바이오의 본사, 회장 이정식은 재무 담당 임원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KFSG면…….”
“강성호 대표가 이끄는 펀드입니다.”
“아니, 그걸 내가 몰라서 묻나? 거기서 왜!”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재무 담당 임원의 말에 이정식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빠졌다.
KFSG는 대한민국 최고의 거물 헤지펀드였다.
“우리 주가가 얼마야?”
“들어 오기 전 확인한 바로는 28,750원이었습니다.”
“한 달 전이랑 변한 게 없는데 뭘 보고 걔네가 들어왔겠냐고.”
그리고 이정식은 영악한 사람답게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에도 뛰어났다.
“이것들 주가 띄우러 들어온 거야. 헤지펀드들이 하는 게 그 짓이잖아.”
“…….”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 했어!”
이정식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임원은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재무 담당이라는 놈이 어디서 지분을 그렇게 주워 담는데 공시할 때까지 몰라? 나중에 회사 털리고도 그렇게 말할래?”
“죄, 죄송합니다.”
“그래서 연락이 온 건 없고?”
“아직은 없습니다.”
임원의 말에 이정식은 ‘흠…….’ 하는 소리를 내며 고민에 잠겼다.
“경영 참여하면 머리 아파져. JS건설에 돈 들어갈 곳 천지인데 그거부터 막겠다고 설쳐봐.”
“우군을 확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군?”
“네. 이미 우리 주식을 보유 중인 자산운용사들과 자리를 좀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럼 그 인간들이 달라는 게 많을 텐데.”
이미 KFSG 말고도 포트폴리오에 라온바이오를 추가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이 많았다.
이들을 우군으로 만들어야 후에 KFSG가 경영권 참여를 선언해 와도 방어하기 쉬웠다.
“뭘 줘야겠어?”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운용사 대부분은 펀드 상품에 편입을 시켜놨습니다.”
“그래서! 본론만 말해!”
“배당금을 늘리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 돈 들어갈 곳이 천지인데.”
그렇지 않아도 헬스케어 사업도 벌여놨고, JS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선언도 해놓았다.
돈 들어갈 곳이 많았는데 여기서 배당금을 증액한다면 회사에 영향이 있을 수 있었다.
“방어할 방법이 그거밖에 없지?”
“네. 지금으로선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배당 확대하면 버틸 수는 있고?”
“단기간으로는 조여야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임원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이정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4%, 아니, 5%까지 배당 확대한다고 해. 그 정도면 우리 편을 들어주겠지?”
“넘칩니다. 제가 충분히 협의해 보겠습니다.”
“당신 잘하란 말이야. 결국 주식을 주워 담을 동안 이걸 몰라서 이 지경까지 왔으니까.”
“……알겠습니다.”
“나가봐.”
이정식은 짜증을 부리며 손짓을 했고, 임원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회장실을 나섰다.
“어휴, 믿고 맡길 놈들이 없어.”
이정식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 * *
“평균 단가 29,000원 선에서 지분 4.2% 담았습니다.”
한 달 후, 도경은 자신을 찾아온 최우진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생각보다 평단가가 높네요.”
“라온에서 눈치챈 건지 중간에 배당 확대를 발표해 버려서, 주가가 약간 올랐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싸게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고 담기가 힘들었을 텐데.”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나저나 KFSG가 잠잠하네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우리도 최대한 멈추지 말고…….”
띠링띠링띠링-
도경이 한참 말을 이어가려던 그때 요란한 알림음이 사무실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이거 공시 알림을 걸어놨더니…….”
최우진은 그리 말하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러고는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팀장님! 왔습니다.”
“KFSG 공시인가요?”
“네. 지금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재빠르게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공시를 확인했다.
[대 량 보 유 상 황 보 고] [보유 지분: KFSG 5.81% / 보유 목적: 경영 참여]“KFSG가 지분을 살짝 늘렸습니다.”
최우진이 자신에게 다가오며 이야기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결심이 선 듯 입을 열었다.
“선배님.”
도경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자 최우진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지분 보유 더 늘리겠습니다. 우리도 5%에 맞추겠습니다.”
“설마…….”
“네. 판을 좀 더 키워보려고 합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1-09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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