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8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81화(18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81화
“이렇게 어린 사람이 책임자라고?”
사흘 후, 라온바이오의 재무 이사는 신라자산운용으로 향하는 차에서 IR 담당 직원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유성투자증권 계열사지 않나?”
재무 이사는 IR 담당 직원에게 물었다.
IR 담당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에 있는 일명 주식 담당이었다.
주주들에 대응하거나 회사에 관해 공시할 사항이 있거나 주주총회를 전담한다든가…… 주식에 관한 모든 일을 했다.
“내 얼마 전에 뉴스를 본 기억이 나는데 유성투자증권이 신라증권을 인수하고, 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정확하십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린 사람에게 일을 준다는 말이야?”
담당 직원은 증권가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재무 이사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회사의 주주 관리와는 담을 쌓은 사람이긴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밑에 IR 팀이 있고, 자신이 최근에 만나고 다닌 사람들이 증권가 사람이라면, 증권가에 관심을 가질 법도 한데…….
“증권가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입니다.”
“이 친구가?”
“그렇습니다. 혜성처럼 등장해서 여러 큰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성공해 여의도에서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직원의 말에 재무 이사는 신기하다는 듯 프로필을 바라보았다.
“어쨌거나 일은 좀 쉬워지겠구먼.”
“네?”
“내가 그래도 우리 지분을 보유한 주식쟁이들을 많이 만나고 다니지 않았나. 다를 게 없더군.”
“…….”
“하하하, 너무 쫄 필요가 없다는 말일세. 저쪽의 요구를 듣고 우리의 요구를 말하면 되는 깔끔한 거래 아닌가?”
“그렇긴 합니다만…….”
낙관적인 이사를 향해 직원은 오늘 만나러 가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조금 더 얘기해 주고 싶었다.
이사 본인이 말한 대로 어린 친구가 아무리 계열사라도 유성투자증권 같은 대형증권사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큰돈을 굴리고 있다면 적어도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말을 아꼈다.
그의 말마따나 어쨌든 이쪽에서 할 수 있는 건 요구 사항을 듣고, 우리의 요구 사항을 얘기할 수 있는 것뿐이니까.
“훤한 대낮에 그것도 술집이 아닌 곳에서 보는 게 조금 걸리긴 하네만…….”
이사의 말에 직원은 입을 꾹 다물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 * *
“어서 오십시오. 신라자산운용 전략투자실장 윤도경입니다.”
“아, 예…….”
도경은 회사까지 자신을 찾아온 라온바이오의 재무 이사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명함을 꺼내 그에게 건넸고, 상대는 명함을 잠시 바라보다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라온바이오 재무 이사 김태평입니다.”
“이곳까지 오시게 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장 중에는 제가 움직일 수가 없어서요.”
“하하하, 장이 끝나고 밤에 뵈었으면 더 좋았을걸요. 좋은 자리에서 말입니다.”
상대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사무실 한편에 있는 회의실로 상대와 함께 들어갔다.
도경의 옆에는 최우진이 따라붙었다.
“회사가 많이 단출합니다.”
재무 이사는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고,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최근에 조직 구성이 끝나서 그렇습니다. 한두 달 후쯤 오셨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렸을 텐데요.”
“아이고, 절대 무시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놀란 겁니다.”
재무 이사는 손사래를 치며 도경을 향해 말을 이어나갔다.
“소수정예가 모여 일을 하는 모습이랄까요? 하하하,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그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장 중이라 빠르게 본론을 얘기 나눴으면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아이고, 물론입니다.”
젊은 친구라 그런지 다른 자산운용사의 콧대 높은 담당자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근사근 웃으며 자신을 대해오는 것이 오늘 얘기가 편할 것만 같은 기분에 재무 이사는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귀사에서 우리 회사의 지분 대량 보유 신고를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최근 국내시장에 너무 어려워 우리 회사의 주가가 영 지지부진했는데 신라자산운용에서 투자를 해주시니 주가가 올랐습니다. 몇 퍼센트지?”
재무 이사는 옆자리에 앉은 주식 담당 직원을 향해 물었다.
“3%입니다.”
“아, 그래요! 워낙 우리 윤도경 실장님께서 증권가에는 유명하신 분이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이 덩달아 들어왔습니다.”
상대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내가 오늘 귀사를 찾아온 이유는, 정말 투자 목적으로 들어오신 건지 여쭙고 싶습니다.”
재무 이사는 바로 본론을 물어왔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라온바이오에서 진출하는 헬스케어 시장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진출 시장이 당뇨 관리 시장이라 더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고요.”
도경의 말에 재무 이사의 표정은 삽시간에 환해졌다.
“역시 여의도에서 이름이 알려지신 분이라 그런지 안목도 다르십니다. 우리 라온에서는 최근 헬스케어 시장에 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주주분이니 얘기해 드리는 겁니다만, 당뇨는 시작이고 곧 미용 관련된 제품군 공개도 예정 중입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라온바이오는 좋은 회사였다.
돈 냄새가 나는 시장은 기가 막히게 찾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유능한 직원들을 둔 회사였다.
그들의 오너는 스스로 기업의 가치를 깎아 먹는 중이었지만.
“사족이 길었습니다만, 그래서 제가 오늘 귀사를 찾아온 이유는 저희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십사 하고 찾아왔습니다.”
“든든한 우군이라면?”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가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재무 이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KFSG의 경영 참여 공시는 보셨겠지요?”
“그렇습니다.”
“거기서 이득을 보시려고 들어오셨습니까?”
재무 이사 역시 녹록지 않은 인물이었다. 허허실실하던 표정은 오간 데 없이 굳은 표정으로 도경을 향해 물어왔다.
“말씀드렸듯 사업 방향이 매력적이라 투자했습니다.”
“하하,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귀사가 보았던 매력적인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재무 이사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도경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번 KFSG의 공격에서 우리 라온 편에 서달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물론입니다.”
“KFSG에서 요구가 왔습니까?”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괘씸합니다. 경영 참여 목적이라고 공시하고는 어떠한 연락도 없이 강성호 대표가 방송에 나가 우리를 깎아내리고만 있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성호의 전략이 무엇인지 그려졌다.
일단 자신을 따를 아군부터 파악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KFSG 측에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아군을 파악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정보를 얻은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상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라온의 아군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재무 이사와 주식 담당 직원의 표정은 환하게 밝아졌다.
“아이고, 정말 큰 결단…….”
“단, 저희의 조건을 들어주신다면요.”
금방이라도 도경을 끌어안을 것만 같던 라온바이오의 사람들은 도경의 입에서 조건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조건이라시면…….’
“첫째, JS건설의 유상증자 참여를 멈출 것.”
도경의 말에 재무 이사는 기함을 토했다.
“둘째, 라온바이오의 재무 상황과 이사회 회의록 열람 및 등사에 협조할 것.”
“…….”
“셋째, 오너가 지분 말입니다. 공매도 풀에 제공하는 거 멈추시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상대를 향해 말했고, 상대는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 * *
“괜찮겠어?”
라온바이오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떠나자 회의실에 남은 최우진은 도경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나는 저 재무 이사 그대로 심장마비로 가는 줄 알았어.”
“하하하, 무슨 그런 살벌한 농담을.”
“아니, 정말로. 얼굴이 붉어지는데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 같던데?”
“아마 못 들어줄 겁니다.”
도경은 손에 들려진 라온바이오 재무 이사의 명함을 보며 이야기를 했다.
“그걸 어떻게 들어줘? 이정식이 어떤 인물인데.”
“알고 한 겁니다.”
“알고 했다고?”
“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점점 미궁 속으로만 빠지는 것 같았다.
말이 협상이지 그냥 이쪽에서 제시한 요구 사항은 라온바이오에서 들어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두 번째, 세 번째는 들어줄 수 있겠다 싶어. 뭐 재무제표랑 이사회 회의록 열람시켜 주는 거야 법적으로 해야 할 테니까. 오너가 지분 공매도 풀에 제공하는 것도 당분간 멈추면 될 일이고.”
최우진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첫 번째 거는 너무 크지 않나? 유상증자 참여 안 하면 JS건설 부도 날 텐데.”
“애초에 라온바이오가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게 이상합니다. 선배님 말씀처럼 부도가 날 회사예요.”
“…….”
“다른 투자자들은 JS건설의 지분이 그렇게 매력적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고 말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었다. 애초에 멀쩡한 회사인 라온바이오의 돈을 밑 빠진 독에 계속해서 붓고 있었다.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금을 줄이면서까지.
“2, 3번은 들어줄 수 있을 거라 말씀하셨죠?”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못 들어줄 겁니다.”
“뭐?”
“이사회 회의록 열람하면 회사가 엉망일 겁니다. JS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결정 구조 자체가 이정식 회장의 독단이었을 테니까요.”
“…….”
“이정식 회장이 법적으로 배임에 걸릴 수도 있는 일입니다. 쉽게 열람하게 해주지 않을 겁니다.”
물론 이사회 회의록 열람 및 등사는 주주의 권리였다. 열어보게 해주는 게 맞겠지만, 끝까지 버틸 것이다.
그러다가 그 건은 법정으로 향할 것이고 법원에서 열람하게 해주라는 결정이 있을 때까지 버틸 것이다.
도경이 봐왔던 이정식과 같은 인간들은 하나같이 ‘지금 당장’만 모면하면 된다는 마인드일 테니까.
“그러면 못 들어줄 걸 알면서도 조건을 단 이유가 뭐야?”
“간단합니다. 명분.”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우리의 요구는 정당하고 타당한 요구죠. 그래서 명분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 됩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등골이 오싹해질 지경이었다.
라온바이오를 어디까지 몰아붙일지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진심이구나?”
“말씀드렸잖습니까? 판을 키우겠다고, 판이 깔렸으니 신나게 칼춤을 출 일만 남았고요.”
“그럼 다음 스텝은 뭐야?”
문득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 최우진은 도경을 향해 물었고,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요. 그다음 스텝을 정하는 건 제가 아니라서요.”
“그럼 어디서 정하는데 라온?”
“아뇨.”
지이잉-
두 사람이 한참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화면을 최우진을 향해 보였다.
휴대전화에는 발신 번호가 떠 있었는데 최우진은 드디어 도경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KFSG 강성호 대표]“이분과의 만남 이후 정해질 겁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1-1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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