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8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85화(18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85화
“김 대표님, 그래도 이한이 우리에게 투자한 게 10년인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김 대표님! 김 대표!”
다음 날, 라온바이오 회장실.
재무 이사는 회장 이정식의 앞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뭐야?”
재무 이사가 전화를 끊자 이정식은 어떻게 됐냐는 듯 물었고, 재무 이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네가 이한자산운용이 우리 편이라고 했잖아!”
“……그게, 배당을 늘려주면 문제없이 남겠다고 했었는데.”
“그런데!”
“뉴스를 보니 문제가 꽤 커 현 경영진을 믿지 못하겠다고…….”
이정식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한자산운용은 지분을 6% 이상 보유한 우군이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분명 알고 있었다.
자신의 결정을 암묵적으로 따르고 거기서 이득을 보는 곳이었으니까.
그런데 하루아침에 안면을 바꾸고 반대편에 섰다.
“그래서.”
“예?”
“그래서! 주총 가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
재무 이사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이내 결심이 선 듯 이정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신라, KFSG, 이한 연합 전선이 가진 지분이 약 19%입니다. 소액주주들이 신라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큽니다.”
재무 이사의 말에 이정식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결국 자신과 가족들의 지분으로는 저들을 이길 수 없다는 얘기였다.
물론 주총을 가 봐야 알겠지만, 지금 우호 지분은 신라자산운용 연합이 더 유리했다.
“그리고 명분이 저쪽에 있는 터라…….”
“그런 얘기 말고. 방법을 얘기하라고! 방법을!”
이정식은 타개책을 말하라는 듯 소리를 버럭 질러왔다.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밖에는…….”
“그걸 지금 말이라고……!”
이정식은 버럭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다 목덜미를 쥐고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회,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재무 이사는 놀라 이정식의 곁으로 다가왔는데 이정식은 재무 이사의 팔을 뿌리쳤다.
“방법 없어?”
한참을 씩씩거리며 화를 삭이던 이정식은 평정심을 되찾은 듯 물었다.
“송구스럽지만, 지금은 저들의 조건을 모두 들어주어야 경영권을 지킬 수 있습니다.”
“나보고 물러나라고 하는데 무슨 경영권!”
“이 실장님을 대표로 올리시지요.”
재무 이사의 말에 이정식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 실장은 현재 라온바이오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자신의 첫째 아들을 얘기했다.
“그 정도는 저쪽에서도 들어줄 겁니다.”
결국 신라 연합에서 말하는 것들 모두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일 나은 선택을 재무 이사는 얘기해 왔다.
“가능하겠어?”
“관철하셔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저쪽이랑 우리 쪽 모두가 진흙탕 싸움을 하겠다는 각오로요.”
재무 이사의 말에 이정식은 ‘끄응’ 하는 소리를 내며 고민에 빠졌다.
“연락해.”
한참 고민을 하던 이정식은 상념을 깨고는 입을 열었다.
“윤도경이한테 전화 연결해. 내가 말할 테니까.”
이정식의 말에 재무 이사는 그의 마음이 바뀔까 봐 재빠르게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 * *
-내가 신라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한 조건입니다.
한편, 도경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우리의 조건을 모두 다 들어줄 테니 아드님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시는 거죠?”
-그렇소.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라온바이오의 이정식이었는데, 백기 투항을 하기 전 조건을 걸어오고 있었다.
도경이 라온에 요구한 것은 명확했다. 결국 이정식이 경영권을 내려놓으면 될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쪽의 조건도 더 강화해야겠군요.”
-아니!
“회장님, 저희는 바보가 아닙니다.”
도경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회장님의 자제분을 앉혀두고 모든 것을 다 하시겠다는 말씀 아니십니까?”
-…….
“첫째, 회장님에 대한 공정위 제소는 그대로 유지하겠습니다.”
도경은 주주로서 당연한 행동이라 생각했다. 내부거래로 더 비싼 돈을 주고 물건을 납품받았다면, 이야말로 회사에 해를 끼친 배임행위니까.
“둘째, 기존에 JS건설에 유상증자에 참여한 결정 과정에서 회장님의 배임행위가 있으면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나에게 협박을…….
“셋째, 사외이사 2인을 우리가 지명하겠습니다.”
사외이사는 이사회를 감시하는 직위였다.
외부 인사를 임명해 독단적인 경영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만들어놓은 제도인데, 지금 라온바이오는 사외이사마저 이정식의 입맛대로 선임해 그의 결정에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걸 모두 받아들이신다면, 아드님의 대표이사 선임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제는 도경과 신라연합이 지분상으로 유리했다.
도경은 이미 모든 계산이 끝난 상태였다. 주주총회를 간다고 해도 이정식에게 질 가능성은 없었다.
-…….
도경이 강경하게 나가자 수화기 너머의 이정식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도경은 개의치 않았다. 이정식은 평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것을 쥐고 흔들며 회사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휘둘러 왔다.
그것의 대가는 온전히 이정식이 치러야 할 업보였다.
“저희 조건을 받아들이실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자, 잠시.
도경이 전화를 끊으려 하자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나 하나면 됩니까?
“그건 회사의 서류를 봐야겠지만, 회장님 말고 그 회사에 문제가 있겠습니까?”
-……잔인하군.
“결정하셨습니까?”
-받아들이겠소.
“내일 아침, KFSG 측에서 라온바이오로 갈 겁니다. 문서로 작성하시죠.”
도경이 그리 말하자 전화는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끊겼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일을 하고 있는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라온바이오에서 백기 투항을 해왔습니다. 정확히는 이정식 회장이요.”
팀원들은 도경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고, 도경은 씩 웃어 보였다.
* * *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까?”
사흘 후, 도경은 서울 모처 식당에서 KFSG의 대표 강성호를 만나고 있었다.
지난 사흘은 엄청 빠르게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이정식 회장이 이렇게 빠르게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합의를 한 날부터 이정식은 모든 걸 차근차근 정리했다.
JS건설의 유상증자에 라온바이오가 참여하는 것을 멈추었고, 회계장부와 이사회 회의록 열람, 오너가 지분을 공매도 풀에 제공하는 것도 멈추었다.
“뭐든지 화끈하게 하는 양반이라 그런가 봅니다.”
강성호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의 말마따나 이정식은 화끈하게 자신의 자리도 내려놓았다.
“주가가 이렇게 오를 것이라는 건 알았습니까?”
“네.”
강성호의 물음에 도경은 자신 있게 얘기했다.
이정식 회장 일가가 공매도 풀에 제공하던 막대한 지분이 사라지자 더 이상 공매도 세력은 오르는 주가를 누를 차입 지분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급속도로 오르는 주가를 감당하지 못했고, 재빠르게 본인들이 공매도를 쳤던 주식을 주워 담아야 했다.
도경이 원하던 그림인 숏커버링이었다.
“공매도 차입 물량만 없어지면, 라온바이오의 발행 주식 수는 적으니까요.”
3%면 되었을 지분을 5%까지 늘린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공시를 통해 신라자산운용의 참전을 알리려는 것도 있었지만, 많은 자본으로 시장에 풀린 주식을 주워 담고 버틴다면, 결국 시장에 풀린 주식은 마를 것이다.
주가는 더욱 빠르게 오를 것이고.
“이번엔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강성호는 진심이라는 듯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니, 이번만이 아니라 윤도경 씨와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군요.”
강성호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KFSG도 이득을 보셨을 텐데요?”
“그렇습니다만, 속상한 내 마음은 누가 위로해 줍니까?”
강성호는 피식 웃으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우리도 약속한 것을 정리해야겠지요. 오늘 라온바이오의 종가는…….”
[라온바이오 38,850 ▲ 11.05%]“엄청나게 올랐군요. 38,850원입니다.”
신라자산운용이 가지고 있는 라온바이오 지분의 평균단가는 29,000원대였다.
약 34%가 상승한 수치였다.
“38,850원에 신라자산운용이 가진 라온바이오 지분의 반을 인수하겠습니다.”
도경이 KFSG의 손을 잡으며 내건 조건이었다.
“약속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KFSG에도 손해는 아닐 겁니다.”
“그렇게 보나요?”
“네. 제 생각에서는 4만 원대에서 주가를 형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라온바이오는 아주 오래 저평가를 당해왔다. 이제 매출이 뜨고 단기적으로 헬스케어 시장 진출의 호성적들이 들려온다면 주가가 위로 쏘지, 아래로 내려가진 않을 것이다.
“내일 오전 중으로 우리 담당 직원을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강성호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나머지 지분 2%는 언제까지 들고 있을 예정입니까?”
“6만 원을 찍는 날 정리할 겁니다.”
도경의 말에 강성호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본 가치와 맞아들어가는군요.”
“KFSG의 목표가도…….”
“윤도경 씨보다는 조금 높습니다. 우리는 65,000원대를 보고 있거든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오주는 워낙 작은 성과에도 주가가 크게 오르곤 했다. 라온바이오에는 주가 상승 재료가 한가득이었다.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내가 아닌 남이 나의 피를 끓게 했네요.”
“저 또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KFSG처럼 우리도 하루빨리 법 관련해서 유능한 직원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이번 일에 KFSG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신라자산운용은 이제 막 출범하는 단계라 많은 것이 부족했다.
도경은 그런 것들을 하나둘 채워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휴, 저는 이제 윤도경 씨와 일을 하기 싫습니다.”
농담 섞인 강성호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었고, 강성호도 그런 도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들어가십시오.”
“윤 팀장도 조심히 들어가요.”
강성호와의 식사를 마치고, 그가 탄 차가 출발하자 도경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거리를 걸었다.
오늘은 조금 걷고 싶은 날이었다.
“주식 재밌네.”
도경은 피식 웃었다.
정말이지 지난 일주일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복잡한 환경들이 계속해서 부딪혔지만 다시 한번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 기간이었다.
“나는 진짜 주식을 해야 하는 놈인가 봐.”
아직도 이정식이 백기 투항을 해오던 그 날 그 통화가 도경은 귀에 맴돌았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지이잉-
한참 그렇게 걷고 있을 때 도경의 휴대전화에는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화면을 확인했다.
[이연지: 팀장님, 이거 혼자만 보기 아까워서 보내 드려요.]진동의 주인공은 이연지의 톡이었는데 무언가 캡처된 이미지 파일을 보내왔다.
[처음으로 기관에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되네, 신라자산운용 고맙다!!!!]└나의 빛, 나의 삶, 나의 어둠 윤도경.
└라온바이오 2년 들고 있었는데 주가 2년 동안 오른 것보다 오늘 오른 게 더 많음ㅋㅋㅋ
└나도 주식 하면서 처음으로 기관 응원해 봄ㅋㅋㅋ 너무 짜릿하다.
└윤도경 내 맘속의 영원한 GOAT.
주접이 섞인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의 댓글들이었다.
정말이지 기관투자자로서 개인투자자들에게 칭찬받을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모든 것을 다 이룬 기분이었다.
[연지 대리님 고맙습…….]지이잉-
그렇게 고맙다는 댓글을 보내려 하던 찰나 도경은 다시 한번 울린 알림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회원님의 곁에서 늘 함께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메시지의 인사를 본 도경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1-19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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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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