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8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89화(18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89화
유성그룹은 재계에서 조금 특출난 사례였다.
10년 전만 해도 미래그룹과 신화그룹이 우리나라 경제계를 이끌어가는 양대 기업이었다.
그리고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유성그룹이었다.
물론 여느 재벌가처럼 정부 정책의 수혜를 보며 재벌가로서 자리 잡았지만, 만년 재계 10위권에 머물던 유성그룹을 단기간에 급성장시킨 것은 현대 회장부터였다.
‘나를 아신다고…….’
그룹의 3대 후계자이자 현 회장인 한태오는 유성그룹을 재계 2위의 자리로 끌어올려 미래와 신화가 양분하던 재계 순위를 재편했다.
“이건 뭔가?”
한참 박람회를 관람하는 중이었는데 한태오는 여러 가지 물건에 관심을 가지며 물었다.
도경은 그런 한태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재계의 스타.’
한태오의 뒤를 따라다니는 별명이었다. 그는 재벌그룹 회장답지 않게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워낙 본인부터가 일 중독자라는 평가를 받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유성그룹의 구성원뿐만 아니라 재계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일반인들에게도 이미지가 좋은 회장이었다.
‘나를 아신다니 감회가 새롭네.’
도경은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룹의 오너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리 떨릴 일인가 싶었다.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떨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심 대표.”
“예, 회장님.”
한참을 앞장서서 걷던 한태오는 심주원을 불렀다.
“이 박람회에서 증권은 어떤 부분을 좋게 보나?”
“그건 저 말고 설명해 드릴 적임자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심주원은 그리 말하며 도경을 바라보았고,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다.
“저 친구가?”
당황했다는 표정으로 서 있던 도경을 바라보던 한태오는 피식하고 웃었다.
“글쎄, 표정을 봐서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먼.”
한태오의 말에 모두가 크게 웃었고, 도경은 표정을 숨기고는 앞으로 나섰다.
“그래, 우리 윤도경 실장이 보는 이번 박람회 관전 포인트가 뭔가?”
도경의 표정을 확인한 한태오는 재미있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전시장을 걷기 시작했고, 도경은 그의 옆에서 입을 열었다.
“회장님께서는 이 박람회의 목적을 아십니까?”
“목적이라, 기업들의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보는 곳 아닌가?”
“반쯤은 정답이십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만, 회장님의 말씀 앞에 단서가 붙습니다.”
“단서?”
“네. 인류의 풍요로움을 위한 기술 발전을 보는 곳입니다.”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흥미롭다는 듯 이어지는 말에 집중했다.
“기업의 성공을 위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인류의 풍요로움을 위한 기술 발전을 주제로 열리는 박람회입니다.”
“방점을 기술에 찍는 게 아니라 인간에 찍어야 한다는 말인가?”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기술로 인해 경제가 성장하고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것.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 이것이 기술이 발전해야 할 이유라고 보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에서는 인간안보라는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기존의 군사적인 국가 안보를 떠나, 기아 문제가 더 없도록 만드는 식량, 치료를 받지 못해 죽는 사람이 없도록 만드는 의료, 모두를 위협하는 환경, 안전 등의 문제가 해결되는.
즉, 인간이 인간답도록 풍요롭게 살 수 있을 때야말로 세계의 평화가 지켜진다는 안보관이다.
그리고 이 박람회는 인간안보라는 가치에 맞춰 열리는 박람회였다.
“재미있구먼.”
“저는 이번 박람회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인류를 풍요롭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보지.”
“예를 들자면 디지털 헬스케어입니다.”
헬스케어는 인간에게는 영원한 숙제였다.
“가령 의료서비스는 매우 받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쉽습니다만, 당장 여기 미국만 해도 비싼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병이 나도 참는 사람들이 대다수니까요.”
“그렇지.”
“이런 장벽들에 의해 의료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그런 장벽들을 허물어줄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미래의 인류를 이끌어갈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태오와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왜 여의도에서 그렇게 이름이 나오는지 알겠어.”
“…….”
“요즘은 어디를 가도 유성투자증권을 칭찬하길래 내 알아보니 우리 심 대표와 더불어 자네의 이름이 제일 많이 들리더군.”
도경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태오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여의도 놈들 또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했건만 남들과는 다른 통찰력을 가지고 있구먼.”
“과찬이십니다.”
“아니야. 크게 보면 보이는 게 더 많은 법이지. 그런 점에서 자네의 힌트는 아주 훌륭했어.”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였다.
“심 대표.”
“네. 회장님.”
“새끼 한번 잘 키웠구먼.”
“하하하, 제가 키운 게 아닙니다. 원래부터 난놈이었던지라.”
“그것도 자네 복이고 능력이야.”
한태오는 그리 말하며 앞장서서 걸었고, 그의 옆에는 다시 사장단이 붙었다.
“훌륭했어.”
심호흡을 하고 있는 도경의 옆을 지나가며 심주원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 * *
“떨려 죽는 줄 알았네.”
그날 저녁, 도경은 박람회 참관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오늘 박람회장에서 회장 한태오와의 대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너무 건방지진 않았나?”
괜스레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며 자기검열을 하는 도경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회장과의 만남이라 잘해도 본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혹여나 실수를 했더라면…….
도경은 생각도 하기 싫은지 고개를 저었다.
지이잉-
한참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몸을 일으켰다.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움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윤도경 씨의 말은 우리를 감동하게 했습니다】
알림의 주인공은 메시지였다. 정말이지 얄궂은 타이밍에 등장한 메시지였다.
【우리 또한 윤도경 씨의 말처럼 기술은 오직 인류의 풍요로움을 위해 발전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윤도경 씨는 인류를 풍요롭게 만들 기술을 찾고, 이런 기술들이 빛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임무: 인류를 풍요롭게 만들 기술을 찾아라!】
메시지의 임무에 도경은 점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물론 자신의 생각은 메시지가 말한 것과 같았지만, 빛을 보게 하라는 임무는…….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윤도경 씨가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류의 풍요로움을 위한 첫 발걸음은 윤도경 씨의 손에서 나올 것이라는 믿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헷갈리네요. 빛을 보게 만들라는 건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라는 건가요?”
【그것은 온전히 윤도경 씨가 생각해야 할 몫입니다】
【회원님의 곁에서 늘 응원합니다.】
메시지는 그 이후로 메시지를 보내오지 않았고 도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하라는 말이네요.”
언제나 그렇듯 메시지는 일단 움직여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는 듯 메시지를 던져왔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그래요.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해야죠.”
그리고 자조적인 농담을 던지고는 노트북을 펼쳐 들고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 * *
“영 맹탕들뿐이구먼.”
다음 날 오후.
유성그룹의 회장 한태오는 방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반도체랑 화학 놈들이 감이 떨어졌나?”
어제 박람회 관람을 마치고 각자 기업에서 생각하는 미래 먹거리를 보고서로 올렸다.
하지만, 이것은 한태오가 원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미래를 생각하랬더니 단기적으로 제 이득들만 챙기려고 하고 있네.”
보고서에는 하나같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볼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인수 대상 기업들이 적혀 있었다.
반도체나 화학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보여야 회장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한태오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대에서 또 자신의 다음 대에서도 유성그룹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 게임체인저를 원했다.
“그 요사스러운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나서 그런가…….”
물론 평소 같았으면 이 정도 보고서에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 이것이 기술이 발전해야 할 이유라고 보고 있습니다.’
‘인류를 풍요롭게 만드는 기술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람회에서 만난 도경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자신의 생각보다 몇 단계 위를 보고 있는 직원이었다.
한태오 자신은 그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면, 도경은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었으니까.
“그렇지. 인류가 평화로워야 결국 지속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니까.”
한태오는 그리 혼잣말을 하며 책상 위에 있는 전화를 들어 올렸다.
“김 실장, 지금 들어오게.”
그렇게 말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은 지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한태오가 호출한 사람은 비서실장이었다.
“오늘 오후 일정 있나?”
“오늘 오후에는 휴식을 취하시고, 내일 오전에 마지막으로 사장단과 함께 박람회 마지막 참관이 있으십니다.”
“그래? 오후에 좀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어디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박람회를 한번 봐야겠어.”
“사장단에 연락…….”
“아니, 나 혼자 갈 거야. 자네가 나를 수행해.”
한태오의 말에 비서실장은 고개를 숙였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리 말하고 비서실장이 나가자 한태오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인류의 풍요로움을 불러오는 기술이라…….”
* * *
“대표님, 잠시 외출 좀 하겠습니다.”
한편, 도경은 방을 나서며 전화를 꺼내 들고는 심주원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어디 볼일 있나?
“그런 건 아닌데 도시를 돌아보고 싶어서요.”
-그래. 오후엔 일정이 없으니까 조금 둘러보고 쉬다 오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알고 있겠네.
“네. 언제든 찾으시면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하하하, 편히 쉬다 와.
심주원이 그리 말하고 전화를 끊자 도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보면 업무 때문에 온 것인데 개인플레이를 하는 것 같아 마음에 편치 않았다.
“그래도 방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것보다야…….”
기실 도경은 어제 임무를 받고 계속해서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들을 조사했다.
하지만, 컴퓨터로 조사하는 것보다 직접 다시 한번 박람회장을 견학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박람회장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우버를 불러야 하나.”
호텔에서 박람회장까지는 조금 떨어져 있었다. 도경은 일단 호텔 로비에 서서 콜택시를 부를 생각에 휴대전화를 살피고 있었다.
“어디 가나?”
그때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는데 도경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어디 가나?”
도경을 향해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유성그룹의 회장 한태오였다.
“컨벤션 센터에 갈까 합니다.”
“박람회장? 왜?”
한태오는 궁금하다는 듯 도경을 향해 물어왔다.
“여기까지 왔는데 방에 있는 시간이 아까운지라…… 혹시라도 놓친 것이 없나 보러 가려고 합니다.”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차로 다가갔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 모습을 뒤로하고 차에 올라타려던 한태오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윤 실장.”
“네. 회장님.”
“자네가 나 수행해.”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한태오를 바라보았다.
“뭐 해? 안 갈 건가?”
한태오가 재차 종용해 오자 도경은 재빠르게 차에 올라탔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1-19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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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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