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9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90화(19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90화
“자네가 여기 오려고 했던 이유가 뭔가?”
도경은 회장 한태오와 박람회가 열리는 컨벤션센터로 들어섰다.
“네?”
“그러니까 내 말은 자네가 여기서 무엇을 주로 보려고 했냐고 묻는 걸세.”
“말씀드린 바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나한테 말한 것이라면 인류를 풍요롭게 만드는 기술. 맞나?”
한태오는 흥미롭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도경은 한태오가 보여주는 의외의 모습에 속으로 놀랐다.
아무래도 자신의 기억 속에 한태오는 유성그룹을 진두지휘하는, 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의 사진밖에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한태오는 마치 새로운 것을 배우는 아이처럼 빛나는 두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이런 모습 때문에 모두가 회장님을 좋아하는 건가?’
“맞나?”
다시 한번 한태오가 물어오자 도경은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는 인류가 살아가기 위해 찾을 수밖에 없는 기술을 만드는 기업이 성장할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그런 기업을 찾으러 온 거고?”
“네. 그러려고 했습니다.”
“그럼, 말 더할 것 없네.”
한태오는 손으로 앞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앞장서.”
“네?”
“자네가 보려고 했던 곳에 가자는 말이야. 나는 가만히 옆에서 지켜볼 테니. 자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나를 이끌고 가게.”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 해?”
“아,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한태오는 의문을 가질 시간조차 주지 않았고, 도경은 앞장서서 걸었다.
도경의 발걸음이 처음 멈춘 곳은 호텔 방에서 먼저 조사를 한 기업의 부스 앞이었다.
“여기야?”
“몇 곳이 더 있습니다만, 제일 가까워 이곳부터 왔습니다.”
“자네가 생각하기에는 이곳이 인류를 풍요롭게 할 기술을 만드는 곳인가?”
한태오는 부스를 이리저리 살피며 도경을 향해 물었다.
“그렇습니다.”
“겨우 트랙터를 만드는 회사가?”
도경이 찾아온 부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농기구 회사의 부스였다.
한태오가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고, 도경은 그의 의문을 풀어줄 의무가 있었다.
“회장님께서는 푸드테크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푸드테크? 처음 들어보지만, 무슨 말인진 알 것 같네. 음식과 기술이 합쳐진 합성어 아닌가?”
“맞습니다. 식품 산업 중에서도 인공지능, 로봇 등 혁신 기술이 접목된 분야를 푸드테크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푸드테크가 인류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나?”
한태오는 집요하게도 도경이 한 말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다.
“제 생각에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해보지.”
“우리나라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도경은 많은 설명을 뒤로하고 핵심만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미 농촌사회는 고령화 사회가 된 지 오래고요.”
“그렇지.”
“점점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줄어들 겁니다. 그래서 이 푸드테크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도심 한복판에 빌딩이 있습니다. 근데 그 빌딩 내부에는 사무실이 있는 게 아니죠.”
“그럼?”
“스마트 팜이라 불리는 재배지가 있는 겁니다.”
도경의 말을 흥미롭다는 듯 한태오는 듣고 있었다.
“스마트 팜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빠르게 작물을 키워낼 수 있습니다. 기술이 접목되어 작물이 성장할 수 있게 온도와 습도, 일조량까지 모두 조절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농촌으로 내려가지 않고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겠군.”
식량이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외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비율이 높은 나라는 수입해 오는 나라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사이 대안을 찾기가 힘들었다.
단적인 예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세계 밀값이 폭등한 것이라든지, 인도네시아에서 식용유 수출을 금지하니 전 세계 식용윳값이 오른 사례가 있었다.
“좋네. 그건 이해할 수 있는데. 여기는 뭔가? 트랙터가 그것과 무슨 상관이란 말이야?”
“고작 단순한 트랙터가 아닙니다.”
도경은 부스에 전시된 트랙터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트랙터입니다.”
“자율주행?”
“네. 말씀드렸듯 농촌의 고령화는 나날이 심각해져 갑니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은 농사를 직업으로 가지려고 하지 않죠.”
한태오는 신기하다는 듯 트랙터를 바라보았고, 도경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농지에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트랙터가 필수입니다. 그 넓은 땅을 인력으로 농사를 짓는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그렇지.”
“그렇다면 부족한 인력을 보완할 방법으로 인공지능이 트랙터를 모는 겁니다.”
“뭐가 달라지나?”
“달라집니다. 벼농사 같은 경우는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모두 트랙터가 하게 될 테니까요.”
“그럼 인간은…….”
한태오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관리만 하면 되겠군.”
말 그대로 현대 농업 기술의 발전은 모든 것이 인공지능으로 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었다.
농작물의 성장을 모니터링하는 것뿐만 아니라 작물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대응을 한다.
파종, 접목, 제초, 이송, 수확 모든 것을 담당하도록.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부족한 농업 인력을 대체하고, 훌륭하게 식량 안보를 지킬 수 있겠죠.”
“아주 재밌군.”
한태오는 새로운 분야를 알아간다는 것이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부스를 돌아보던 한태오는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았다.
“윤 실장.”
“네. 회장님.”
“인류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풍요에 달려 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그럼 우리 유성그룹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한태오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물론 유성그룹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박람회에 온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태오가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이런 물음을 던져올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네도 모르겠나?”
한태오는 다시 한번 물음을 던지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도경이 답을 내어놓지 못하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의 미래는 알 수가 없는…….”
“순환 경제에 올라타야 합니다.”
한태오가 체념하며 돌아서려 하던 순간 도경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고, 한태오는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 * *
‘순환 경제에 올라타야 합니다.’
그날 밤, 호텔로 돌아온 유성그룹의 회장 한태오는 책상 앞에 앉아 멍하니 오늘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유성그룹의 미래는 순환 경제에 있습니다.’
“거참 당돌한 자식.”
한참을 고민하며 우물쭈물하던 직원은 자신을 향해 당돌하게 모든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근 몇 년간 가장 돈이 많이 몰리는 곳은 순환 경제 분야입니다.’
‘나도 그걸 알고 있네. 하지만, 순환 경제라는 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가 아닌가?’
그 질문 한마디에 직원은 마치 머릿속에 모든 그림을 그리는 것이 끝났다는 듯 설명해 오기 시작했다.
‘현대 산업 경제 분야의 체제는 선형 경제입니다. 생산을 하고 유통을 하며 소비가 끝나면 폐기를 하게 되죠.’
말 그대로 일자로 된 선으로 그을 수 있는 체계였다.
‘하지만, 순환 경제는 생산, 유통, 소비 이후 거둬들여 재활용해서 다시 생산, 유통, 소비가 되도록 하는 경제 체계입니다.’
간단하게 만들어서 한번 만들어지고 버리는 것을 다시 수거해 재활용한다는 얘기였다.
‘그렇지. 하지만, 그게 우리 유성의 지속가능성과 무슨 관계가 있나?’
‘회장님께서는 이미 우리 유성의 미래 먹거리를 정해두셨습니다.’
‘내가?’
‘네. 제 생각에는 회장님께서 이미 유성의 미래를 안배해 두셨습니다.’
당돌해도 너무 당돌하게 되물어왔다.
“괘씸한 놈.”
하지만, 그 직원의 말이 맞았다. 한태오 자신은 이미 유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정해두었다.
하지만, 자신이 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곳에 왔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면 대안을 찾기 위해서, 틀리지 않았다면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
“감히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 말을 해?”
한태오는 계속 기분이 나쁘다는 듯 말을 하면서도 표정은 너무도 평온했다.
화가 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회장님께서는 이미 2차전지를 우리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정해두셨습니다.’
아주 정확하게도 자신의 마음을 읽어왔다. 그룹 내에서도 아주 소수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자신이 의중을 모두에게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여전히 유성은 반도체와 통신사, 정유가 강세였다.
자신이 거기에 힘을 더 쏟았으니까.
하지만, 그 직원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얘기해 왔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고 싶었다.
허나 묻지 못했다.
‘그 미래를 위해 더더욱 순환 경제에 올라타야 합니다.’
마치 요사스러운 입에 홀린 듯 몇 시간을 그 직원의 얘기를 들었다.
똑똑-
한참 그때를 떠올리고 있을 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비서실장이 방으로 들어섰다.
“회장님, 신라자산운용 윤도경 실장이 보고서를 올려왔습니다.”
“어서 가져오게.”
기다리던 것이 도착하자 한태오는 재빠르게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비서실장은 별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모시는 중에 이런 모습을 본 적이 많이 없었으니까.
한참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는 한태오의 미간은 찡그려졌다 펴지기를 반복했다.
“보고서에 무슨 확신이 가득해?”
특이한 어조로 적힌 보고서였다. 문장마다 확신이 가득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한태오는 그리 생각하며 보고서를 계속해서 읽어 내려갔다.
그러고는 이내 다 읽은 것인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놈 이거 어디에 있었던 놈이야?”
“예?”
“아니야. 김 실장.”
“네. 회장님.”
“내일 일정 취소해.”
“일정을 취소하라 하심은…….”
한태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싹 가신 듯 생기가 돌고 있었다.
“내일 모든 일정 취소하고, 여기에 온 놈들 싹 다 모아. 호텔에 얘기해서 회의실 하나 빌리고.”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려던 비서실장은 한태오의 말에 멈춰서 한태오를 바라보았다.
“윤도경이한테 프레젠테이션 준비하라고 해. 이 보고서 내용 그대로.”
한태오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도경이 자신의 의중을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 *
“무슨 커피를 안 팔아?”
한편, 도경은 호텔 방에서 나와 정처 없이 라스베이거스를 걷고 있었다. 들어가는 편의점마다 커피를 팔지를 않았다.
더더욱 이상한 건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에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다.
사치와 향락의 도시답게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은 물건들은 비싸기도 비쌌다.
“이렇게 불친절한 도시는 처음이네.”
물론 외국에서 밤에 이렇게 나와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는 몇 되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는 한밤에도 밝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막 한가운데의 유토피아에도 어둠은 있었고, 그 어둠은 평소보다 더욱 짙게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어휴, 낮에 스타벅스에서 좀 사둘걸.”
호텔 안에 작은 스타벅스가 있는 걸 파악했지만, 도경은 그저 흔한 커피겠거니 하고 별생각 없이 지나쳤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는 커피가 매우 귀한 것이었다.
“인간을 풍요롭지 못하게 만드는 도시야.”
도경은 그리 말하며 인터넷에서 검색해 찾은 대형 할인점으로 들어섰다.
“여기에는 있겠지?”
도경은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버릇이 되어버린 것인지 커피의 카페인이 주는 심적 안정감은 일을 할 때 매우 도움이 되었다.
한 잔 마시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고 해야 하나…….
“19.99불입니다.”
겨우 커피믹스를 찾아 계산대 앞에 선 도경은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라스베이거스만의 살인적인 물가가 체감되었으니까.
“그래…… 급한 놈이 사야지.”
도경은 그리 혼잣말을 하며 가격을 치르고는 다시 숙소를 향해 걸었다.
“건방지진 않았겠지?”
걷다 보니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졌다. 결국 오늘 낮에 있었던 회장과의 박람회 견학이 떠올랐다.
“나도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거 좀 줄여야 하는데.”
괜스레 나선 건 아닐까 생각하며 터덜터덜 숙소를 향해 걸었다.
지이잉-
숙소에 거의 도착할 무렵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재빠르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대표님.”
-자네 지금 어딘가?
“커피를 좀 사러 나왔습니다.”
-빨리 들어오게. 큰일이야. 회장님께서 자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맡기셨어.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수화기 너머에 있는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전화를 끊고는 숙소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1-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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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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