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9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91화(19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91화
“우리 유성그룹은 순환 경제에 올라탈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중 가장 핵심은 이곳. 유성화학입니다.”
다음 날, 도경은 호텔에 있는 커다란 회의실에서 유성그룹 대표단 모두를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기다란 원탁 가운데에 앉은 회장 한태오는 도경의 프레젠테이션에 빠져들었다.
“유성화학은 정유 사업과 2차전지 사업을 함께하고 있고, 정유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매출로 2차전지 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흔히 유성그룹을 평가할 때, 3대 계열사가 유성그룹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통신, 그리고 화학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화학은 휘발유, 천연가스 사업뿐만 아니라 석유에서 얻을 수 있는 부가 상품인 고무나 특수섬유, 플라스틱 등 화학물질의 생산 및 판매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어 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매출로 신경제를 대표하는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해 막대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제가 화학을 빠르게 순환 경제 체계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입니다.”
도경은 자신의 뒤에 있는 스크린을 손으로 가리켰다.
[탄 소 중 립]“우리나라는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화학은 자리를 위협받을 것입니다.”
아직은 화석연료로 굴러가는 자동차나 플라스틱 등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인류는 화석연료와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에 대한 사용을 줄이려 하고 있었다.
“현재 탄소 배출 비중의 대부분은 석유와 플라스틱 등에서 나오고 있으니까요.”
결국 탄소중립이라는 것은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얘기였다.
석유에서 만들던 플라스틱은 바이오 플라스틱이라 불리는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른 한 분야.”
도경은 스크린을 넘겼다.
[배터리(2차전지)]“전기차의 발전으로 대두되는 2차전지의 위협은 화학의 메인 상품인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정제 상품을 위협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 한 해에 팔린 자동차 중 전기차의 점유율이 10%에 육박했다.
이미 흐름은 전기차로 넘어가고 있었다.
“유성화학은 2차전지로의 과감한 진출을 선언하고, 생산설비를 늘리는 등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유성화학의 2차전지 진출은 성공적이었다. 단숨에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배터리 생산업체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다음 스텝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직 현재의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고만 있으니까요.”
도경의 말에 화학 대표단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1, 2위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었으니까.
“물론 캐파를 늘려야 우리나라 1, 2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건 동의합니다. 하지만, 캐파와 배터리 품질만으로는 잡을 수 없습니다. 현재 기술의 한계는 뚜렷하니까요.”
기술의 고점은 1, 2, 3위 업체가 모두 같다면 결국 다른 곳에서 매력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럼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게 순환 경제다?”
한참 얘기를 듣던 회장 한태오가 묻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현재 배터리 업계의 구조는 생산과 판매 소비에서 끝이 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전기차라 지금은 큰 문제가 대두되지 않겠지만, 배터리의 수명이 끝날 때쯤에는…….”
“폐배터리 처리가 골치겠지.”
수명이 끝난 배터리는 결국 화학 상품이었다. 이를 함부로 폐기했다가는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린 ‘순환 경제 체제로 갈아 타자’의 요지는.”
[폐 배 터 리 재 활 용]도경은 화면에 본론을 띄웠다.
“환경적인 면은 차치하겠습니다. 오직 경제적인 면만 보더라도 우리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한 대를 만드는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입니다. 그리고 배터리를 만드는 데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고요.”
즉, 전기차 한 대의 원가 중 50%가 배터리 가격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배터리 원가의 40%는 리튬과 니켈 같은 소재에서 발생했다.
“재활용 측면에서 폐배터리 한 개에서 추출한 니켈, 코발트 등 광물자원은 100만 원의 가치를 가진다고 합니다.”
도경은 모두를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작년 한 해에 우리나라에서 등록 말소된 차량의 수를 아시는 분이 계십니까?”
도경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130만 대입니다. 등록이 말소된, 즉 폐기된 자동차 130만 대가 모두 전기차로 변환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1.3조 원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도경의 말에 순간 회의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현재 2차전지는 자동차에서만 쓰이지 않습니다. 여러 산업에서 쓰이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1년에 약 3만 개의 폐배터리가 나올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매년 3조 원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시장이 생긴다는 말인가?”
한태오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 시장을 우리가 모두 먹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합니까?”
그때 유성화학에서 나온 한 간부가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시장을 우리가 모두 먹지는 못할 겁니다. 다만!”
도경은 간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유성화학에서 만든 배터리는 우리가 수거해서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겠죠.”
도경의 말에 방금 질문한 간부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폐배터리를 수거해 자원을 채취하고, 다시 우리 유성화학에서 배터리로 재생산합니다.”
“원가 절감이 되겠군.”
“그렇습니다. 그럼 경쟁업체보다 캐파가 적더라도 전기차 생산업체는 배터리 원가가 낮은 우리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 산업체들의 고민은 오직 한 가지였다.
원가 절감.
특히 전기차 생산업체는 원가 절감이 절실했다. 배터리를 납품받아 차 한 대를 만들면 50%는 배터리 회사에게 줘야 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내재화를 꿈꾸고 있었다.
“화학이 순환 경제로 돌아선다면,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도경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원가 절감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그리고 하나는 탄소중립에 동참한다는 명분.”
사업의 방향성이 정부의 정책과 결을 같이하는 기업들은 이미 탄소중립에 동참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었다.
빠르게 탄소중립 선언을 할 수 없던 기업이 개선을 자처하고 명분을 얻는다면.
“인간을 풍요롭게 만드는 환경문제에 우리 유성화학이 앞장서겠다는, 명분. 그거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수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으로 재빠르게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미 선언한 2050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어마어마한 투자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유성화학으로서도 그런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앞에 서서 발표를 하는 도경의 말마따나 두 가지 토끼 모두를 잡을 수 있었다.
“배터리 시장은 연간 18.5% 상승할 겁니다. 연간 18.5%의 폐배터리도 생기겠죠.”
결국 동반성장을 하는 사업의 흐름이었다.
“이제 막 커가는 신사업입니다. 다른 기업에서 뛰어들기 전 우리는 우리 밥그릇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발표를 마쳤고, 한동안 회의실은 조용했다.
짝- 짝짝-
그때 조용한 회의실 안에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한태오가 웃으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짝짝짝-
그리고 모두가 그를 따라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 * *
“어떻게 알았나?”
발표를 마친 도경은 한태오의 방으로 불려와 있었다.
“묻고 싶었어. 내가 2차전지를 우리 먹거리로 봤다는 거 어떻게 알고 있었어?”
한태오는 가만히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도경을 향해 물었다.
“유성화학의 지분 구조가 이동되는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뭐?”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정말 놀란 듯 되물었다.
“유성화학에서 2차전지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유성배터리의 지분 구조가 최근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성배터리는 현재 유성화학의 계열사로 비상장사였다.
“최근 우리 그룹의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텔레콤이 유성배터리에 투자를 하고 지분을 받아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거기서 어떻게 2차전지가 미래 먹거리라는 걸 알 수 있지?”
“상장을 하려고 하시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다시 한번 놀랐다. 마치 자신의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그룹의 지배 구조를 짠 소수만이 현재 그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유성배터리를 화학에서 분사해 상장을 시키려는 이유는 오직 하나. 투자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도경은 지금 화학 밑에서 안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배터리가 분사 후 상장을 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라 생각했다.
더 많은 돈.
“그래서 지금 그룹 내의 지분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알겠네. 좋은 답 고맙네. 나가보지.”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섰고, 그런 도경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던 한태오는 피식하고 웃었다.
“증권 놈들은 지분 구조를 파악해서 제 주인의 마음도 읽을 수 있는 건가?”
한태오는 그리 생각하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의중을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얼굴 앞에서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확신은 아무나 가지지 못할 것이다.
정말이지 난놈이었다.
“김 실장, 밖에 있나?”
그렇게 말하자 방문이 열리며 비서실장이 방으로 들어섰다.
“부르셨습니까?”
“화학이랑 증권 대표 불러.”
“지금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리고, 화학이랑 증권은 숙소 예약 일정을 좀 늘려. 내 방도. 당분간 미국에 있어야 할 것 같네.”
“예,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서자 한태오는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는 생각에 잠겼다.
“두 마리 토끼라…….”
* * *
“그런 일이 있었어?”
한편, 회장의 방을 빠져나온 도경은 유성투자증권의 대표 심주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워낙 일이 급하게 진행되어 인제야 모든 일을 심주원에게 설명했다.
“일찍 말씀드려야 했는데…….”
“아니지, 자네도 정신이 없었을 텐데. 지금 나도 어안이 벙벙해.”
심주원은 그렇게 잠시 아무 말이 없다 도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느닷없는 칭찬에 도경은 심주원을 바라보았다.
“이번 출장에서 우리 증권이 어디에 도움이 될까 계속해서 고민했었어. 우리는 결국 아는 게 없으니까.”
반도체나 화학은 결국 자신들의 전문 분야를 내세울 수 있었다.
기술 박람회였으니까.
하지만, 증권은 말 그대로 뒷받침하는 숫자만 들이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네가 기술의 관점에서도, 우리의 강점인 숫자라는 데이터도 확실하게 들이밀었어. 거기에 명분까지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아니야. 잘했어. 그 정도면…….”
지이잉-
심주원이 한참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할 때 그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심주원은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김 실장님.”
-…….
“지금 말씀이십니까? 예. 바로 가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심주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챙겨 입었다. 그러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신라자산운용은 자네가 자리 비워도 잘 굴러가겠지?”
“저희 팀은 교통정리를 해놓고 왔습니다.”
심주원의 질문은 도경을 의아하게 만들었지만, 일단 대답을 했다.
“그래? 그럼 신라에 통보해야 해. 자네 출장 일정이 늘어났다고.”
“네?”
“일단 다녀와서 얘기하지.”
심주원은 그리 말하고는 방을 나섰고, 도경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1-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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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