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9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92화(19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92화
-뭐? 귀국 일정도 없다고?
사흘 후, 도경은 호텔 복도를 걸으며 서울에 있는 최우진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도경 씨…… 아니, 윤 실장님. 그 뭐 어디 가면 사고 치는 거 전문이야?
“사고는 아니고요…….”
-그게 왜 사고가 아니야! 잘나도 정말 문제다. 우리는 어떡하라고.
도경은 정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결정권자인 자신이 없는 전략투자실을 모두 최우진에게 떠맡기고 왔다.
“죄송합니다. 일단은 크게 투자 기조를 바꾸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출장을 대비해 장기적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놓고 왔다는 것이다.
-그건 걱정하지 마, 천천히 진입하고 있고, 2, 3팀도 매일 상황 주시해 가면서 팀 간의 협조가 되고 있으니까.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최우진을 팀으로 끌어들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팀 간의 협업을 이끌 줄 아는 사람이었다.
“선배님만 믿겠습니다.”
-……어휴, 이렇게 된 이상 잘하고 와.
“네. 꼭 좋은 소식 가지고 들어가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팔자가 펴려고 하니 또, 입이 방정이네. 스불재야 스불재.”
자조적인 농담이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도경의 얼굴은 즐거운 듯 웃고 있었으니까.
“내가 저지른 일인데 수습도 해야지.”
도경은 두 뺨을 치며 정신을 가다듬고는 회의실로 들어섰다.
일전에 발표하던 회의실은 새롭게 단장해 무언가 사무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돈이 좋기는 좋다고 생각하며 도경은 한쪽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그곳에는 자신의 나이대로 보이는 유성화학 직원이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와, 이게 다 뭐예요?”
도경은 입을 쩍 벌리고 정리 중인 것을 바라보았다.
“이거 골드 모카 커피믹스 여기도 팔아요?”
“아뇨, 한국에서 챙겨왔어요.”
“저기 커피포트도요?”
“네. 컵라면도요. 라스베이거스에선 구하기가 힘들거든요.”
화학 직원의 말에 도경은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맞아요. 구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윤도경 실장님은 이곳에 처음 와보셨나 보네요.”
“네. 커피를 구하기가 정말…….”
“저희는 매년 오다 보니 노하우가 쌓인 거죠.”
직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 한잔하시겠어요?”
“아,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죠. 드시라고 준비한 건데요.”
도경은 화학 직원과 대화를 하며 오랜만에 한국 커피믹스를 마셨다.
“천국이다. 진짜.”
도경이 그렇게 혼잣말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이 들어왔다.
무리의 중앙에는 회장 한태오가 있었다.
도경은 마시던 커피를 빠르게 들이켜고는 그리로 향했다.
“다들 앉지.”
한태오는 사무실 중앙에 있는 회의 테이블에 앉았다.
“다들 각자 대표에게 미국에 남게 된 연유는 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본론부터 들어가겠네.”
한태오의 말에 직원들은 모두 침을 꼴깍 삼켰다. 그의 위엄에 압도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우리 유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는 2차전지에 있다고 본다.”
“…….”
“그래서 2차전지 산업을 키우기 위한 몸집 불리기에 들어가려고 하고.”
회사가 단기적으로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유성투자증권이 신라증권을 인수해 몸집과 전문성을 키웠듯, 기술 산업에서는 기술력을 가진 소규모 회사를 인수해 대기업의 강점인 자금을 쏟아부으면 될 일이었다.
“우리 유성배터리는 타사보다 빠르게 순환 경제에 올라타야 한다고 결론 내렸고, 그에 따른 기업을 찾으라고 여러분에게 지시했다.”
한태오는 한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김 대표.”
그의 호명을 받은 건 유성배터리의 대표였다.
“예, 회장님.”
“자네가 이 TF 지휘해.”
한태오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2차전지에 맞는 기업을 찾기 위해 모였다고 하더라도 결국, 유성배터리는 화학의 계열사였다.
화학의 대표가 있는데 배터리 대표를 그보다 높은 자리에 두겠다는 말이었다.
“왜 답이 없어?”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대표.”
“…….”
“이 대표!”
“예, 예! 회장님.”
멍하니 앉아 있던 유성화학의 대표는 정신을 차리고는 한태오를 바라보았다.
“TF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심 대표.”
마지막으로 호명된 것은 유성투자증권의 심주원이었다.
“자네는 자네 팀을 이끌고 인수 기업에 대한 가치 산정 확실하게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곳에서 인수를 하자는 건 아니다. 그렇게 빠르게 진행될 것도 아니고. 하지만, 확실하게 밑그림은 그리고 한국에 들어간다고 생각해.”
한태오가 직원들을 번갈아 보며 얘기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밑그림이 나오기 전에는 한국에 못 들어간다. 나도 안 들어갈 거고.”
말 그대로 단기적인 성과를 원하는 한태오였다. 이런 문제는 시간을 끌어봤자 좋은 게 없다는 걸 한태오는 알고 있었다.
“여러분들이 걱정할 것도 나는 알아. 너무 급작스러운 변화를 꾀한다고 생각하겠지.”
“…….”
“그런데 내가 사업을 해보니, 그건 다 변화를 무서워하는 놈들이 하는 변명이었어.”
한태오는 확신을 가진 표정과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변화를 할 거면 확실하게. 모든 걸 버린다는 생각으로.”
어영부영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우리 배터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것도 없잖아? 우리는 도전자니까 말이야. 나는 여러분들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한태오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치열했으면 좋겠다.”
한태오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실패? 해도 돼. 단! 치열하게 임했을 때야말로 그 누구도 우리의 실패를 비웃지 못해. 김 대표.”
“예, 회장님.”
“사흘 안에 리스트 뽑을 수 있어 없어?”
한태오의 말에 TF를 이끌게 된 유성배터리의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이 왜 유성화학의 대표를 두고 자신에게 TF를 이끌게 만들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은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언제까지고 화학의 밑에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할 수 있습니다.”
“좋아. 사흘 안에 인수 대상 리스트 뽑아. 허술하면 자네는 바로 서울로 돌아가는 거야.”
“확실하게 준비하겠습니다.”
대표의 말에 한태오는 마음에 든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TF에서 리스트 넘어왔어.”
이틀 후, 도경은 심주원의 방에서 증권사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배터리가 이끄는 TF는 서울에 있는 유성배터리 본사, 화학의 도움을 받아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오늘 안에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 내일 회장님께 보고 올라가야 하는 일이니까.”
그 말에 모두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토가 나오는 일정이었다.
“다들 힘든 건 알아. 나도 한창 머리가 굳을 나이에 필드에서 뛰는 심정으로 일하려고 하니 죽을 것만 같네.”
심주원의 자조적인 농담에 IB 본부 부사장과 리서치센터장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증권사에서 관리자의 직책으로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과는 거리가 멀어진 지 오래였다.
“그렇지만 회장님이 시키는 일이니 해야지 어쩌겠나?”
“그래도 윤 실장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리서치센터장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도경을 빼고.
도경은 지난 며칠간 정말 서류만 달달 외우고 살 정도로 일에 치이고 있었다.
앞에 앉은 선배들이 열심히 하니 더더욱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자, 리스트들 받지.”
심주원이 서류를 건네자 도경은 재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리사이클링인가?’
TF에서 고른 인수 리스트의 기업은 다섯 개였다.
모두 이 미국 땅에 있는 스타트업이었는데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에서는 기술력이 있기로 알음알음 알려져 있는 곳이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치인데?”
서류를 읽어 내려가는 도경을 바라보던 심주원이 물었다.
“네?”
“기업 리스트를 보며 표정을 찡그리던데.”
“…….”
“말해봐.”
심주원은 괜찮으니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도경은 잠시 망설였다.
TF의 결정에 증권이 가타부타 논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이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가 그린 그림으로 시작된 인수전이야. 혹시 자네의 의도를 TF에서 곡해했다면, 내가 들어봐도 되지 않겠나?”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로 시작된 흐름이었다.
“저는 지금 이 리스트에 나온 기업들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너무 훌륭합니다. 여기 있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니까요.”
“편하게 말해도 돼.”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폐배터리 사업에는 두 가지 분야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 리스트에 있는 기업들이 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 재활용)이고 다른 하나는 리유즈(Re-use, 재사용)입니다.”
“그렇지.”
즉, 재활용인 리사이클링은 도경이 발표에서 말했듯 폐배터리에서 니켈, 코발트 등 자원을 추출해 다시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것을 얘기했고.
재사용은 수거한 배터리에 공정을 더해 다시 제품화하는 것을 얘기했다.
“그런데 리사이클링 시장은 이미 산업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심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네. 국내에도 리사이클링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들이 있습니다. 이 말인즉슨, 기술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얘깁니다.”
이미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몇몇 해 전부터 기술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휴대전화나 가전에 사용되는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재활용해야 했으니까.
그곳에서 주요 자원들을 추출하고 있었다.
도경은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선배들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어려운 기술입니다만, 저는 우리 유성화학의 실력이라면 인수 없이도 리사이클링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리유즈는 다른가?”
“다릅니다. 리유즈는 중, 대형 배터리를 재사용하자는 기술이고, 전기차의 상용화가 이루어진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폐배터리 재사용은 아직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수명이 5~10년이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된 지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저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재사용 기술이 어려워 아직은 연구 단계에 있다고요.”
“예. 전기차를 만드는 완성차 업체에서 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배터리를 재사용하면 원가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BMW나 GM 같은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에서 이를 연구하고 시도하고 있었다.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하자면, 리사이클링 기술은 유성화학의 기술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리유즈 기술은 우리에게 없는 기술입니다.”
도경은 선배들을 바라보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얘기를 이어나갔다.
“재활용과 재사용 두 가지 기술을 다 가질 수 있는 기업이 이 폐배터리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경의 말에 심주원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도경이 그저 재사용 기술에 집착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리사이클링은 기술력이 있는데 왜 돈을 써가며 인수를 해야 하냐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리사이클링은 리사이클링대로 하고, 리유즈까지 먹자?”
“네. 우리가 다 해야 합니다. 그래야 유성배터리의 2차전지 산업이 클 수 있습니다.”
결국 하나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만들자는 얘기였다.
배터리 소재, 부품부터 완성 배터리를 생산도 하고, 재활용도 하며 재사용도 할 수 있는 토털 배터리 업체가 되자는 얘기였다.
여기에 부족한 생산력만 투자로 더 키운다면?
2차전지 시장은 유성배터리가 장악할 수 있다는 밑그림이었다.
남들은 시도해 보지도 않은 길을 가 보자고 도경은 말하고 있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던져야 한다면, 이럴 때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한 기업이 1위 업체가 되냐 2위 업체가 되냐의 차이는 기술이 변화하는 시점.
혁신의 시점에서 누가 먼저 과감하게 그 시장에 진심을 가지고 뛰어들 수 있냐가 가른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보고서로 작성할 수 있나? 내일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리스트 업은?”
“인수 대상 기업 리스트 업도 가능합니다.”
“자네는 지금 자네 방으로 돌아가서 작성해 봐. 기회를 한번 엿보자고.”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 *
“이상, 보고를 마칩니다.”
다음 날, 회의실에 모인 유성그룹 대표단은 TF의 보고를 들었다.
상석에 앉은 한태오는 짧은 시간 내에 리스트를 작성한 유성배터리의 대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흡족스럽네.”
“감사합니다.”
“그럼 리스트에 대한 증권의 가치 산정을 들었으면 하는데.”
한태오는 그렇게 말하며 증권 직원들이 앉은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근데 말석에 앉은 도경의 표정이 영 떨떠름해 보였다.
한태오는 의아한 눈초리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 그림을 그린 장본인이 저런 표정을 짓고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도경 실장.”
“네, 회장님.”
“자네는 이 리스트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태오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 쏠렸다.
도경이 잠시 망설이고 있던 찰나 눈을 마주친 심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 그 기회라는 듯했다.
“저는 더 나은 대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경의 입에서 나온 폭탄과도 같은 발언에 증권사 직원들을 제외한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1-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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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