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9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95화(19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95화
“이거 맞는 거예요?”
다음 날, 유성투자증권 복도에서 이연지가 불안한 눈초리로 도경에게 물었다.
“네?”
“제가 대표님과 대화를 나눠도 돼요?”
“안 될 건 뭐죠?”
“아니…… 유성투자증권에서 그렇게 오래 일했는데도 단 한 번도 뵙지를 못했어요.”
“익숙해지셔야죠. 이제는 관리자시니까.”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떨려 하는 이연지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이 보고서 3팀에서 작성한 거잖아요. 이걸 필터링하지 않고 제 책상에 올리셨다는 것만으로도 보고하실 자격 충분하십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문 앞에서 멈춰 서서 이연지를 바라보았다. 숨을 고른 이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
“대표님, 윤도경 실장님 오셨습니다.”
심주원의 비서가 그리 말하고는 방문을 열어주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대표실 안으로 들어섰다.
“어, 윤 실장. 어떻게 귀국한 지 하루 만에…… 자네도 참 바쁘다.”
심주원은 그리 말하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는데 심주원의 시선이 이연지를 향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전략투자실 3팀장 이연지입니다.”
“아, 그래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심주원이 손을 내밀자 이연지는 그의 손을 맞잡았다.
기실 도경은 워낙 심주원과 자주 만나 느끼지 못했지만, 이연지에게는 대표를 만난다는 게 정말 떨리는 일일 것이라 생각했다.
“앉을까요?”
심주원이 그리 얘기하자 도경과 이연지는 대표실 한가운데 있는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그래, 선셋 인더스트리에 관한 얘기라고?”
“네. 이연지 팀장이 보고를 드릴 겁니다.”
도경은 이곳에 오기 전 모든 사안을 이연지에게 설명했다. 아직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이라 어떠한 언론 보도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이연지는 상당히 놀랐다. 자신의 팀이 작성한 보고서가 이렇게 일이 굴러갈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니까, 머큐리라는 곳에서 풋옵션을 쓸 것이다?”
“저희가 예측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이연지의 보고에 심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머큐리 펀드가 힘들다는 얘기는 자신도 전해 들었다. 그들이 터지면 국내에 있는 리츠 전문 자산운용사들에도 환매 요청이 이어질 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윤 실장 생각은 어때?”
“저도 이연지 팀장의 생각과 같습니다. 미국 부동산 전문 운용사들의 환경이 지금 좋지 않습니다.”
“그렇게 많이 심각한가?”
“예. 머큐리가 개방형 펀드라는 게 문제입니다.”
개방형 펀드는 언제든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달라 말할 수 있는 구조로 된 펀드를 얘기했다.
“워낙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흉흉한 소문들이 들리자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환매 요청을 해오고 있을 겁니다.”
“들었어. 다른 곳들은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며?”
그나마 머큐리는 환매 요청이 와도 내줄 돈이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다른 펀드사들은 내줄 돈이 없어 환매 중단을 선언한 곳도 많았다.
“네. 시간을 조금 늦춰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을 늦추자…….”
“한 달만 늦추면, 머큐리는 선셋에 투자한 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실행시킬 것 같습니다.”
“그럼 선셋은 그 지분을 사들여야 하고.”
“네. 자세한 투자 계약서를 보지는 못했지만, 머큐리에서 자신 있게 풋옵션을 소유했다는 걸 공개한 걸 보면…….”
머큐리 펀드는 홈페이지에 자신들이 투자한 지분 대부분을 공개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가 이렇게 많은 곳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자랑임과 동시에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언제든 자금을 회수해 당신의 돈을 돌려주겠다는…….
“그게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고.”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그렇게 급하지 않습니다.”
“맞아. 유성배터리가 급하게 선셋의 지분을 인수해야 할 이유는 없지.”
“그럼 좀 더 기다렸으면 좋겠습니다. 머큐리가 만약 풋옵션을 발동시키면…….”
“선셋은 그 지분을 사기 위해 돈을 구해야 할 테고.”
일명 백기사 작전이나 다름없었다.
선셋에게는 돈이 필요한 타이밍에 유성배터리에서 돈을 가지고 나타나는 것이다.
“가능할까?”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겠지요. 그렇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요.”
“그러니까 시간을 우리 편으로 만들수록…….”
“네. 가격은 내려갈 겁니다.”
“변수는?”
심주원의 물음에 도경은 이연지를 바라보았다.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머큐리에서 선셋에 풋옵션을 발동시키지 않는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풋옵션이 발동되었으나, 선셋이 이행하지 않는 것이죠.”
이연지의 말에 심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증권가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풋옵션은 계약상 이행해야 했지만, 결국 시간을 끌다 민사소송 후 이행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두 가지 다 유성배터리에는 리스크가 없습니다.”
이연지의 말에 심주원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어차피 우리는 높은 가격을 치르더라도 사려고 했으니까. 시간을 끌어서 가격이 내려간다면 더더욱 이득이지.”
심주원은 무언가 계산을 하는 모습이었다. 한참 동안 말이 없던 심주원의 입이 열렸다.
“좋아. 그렇게 전하겠네.”
심주원의 말에 이연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러니까 시간을 끌라.”
“예. 유성배터리로서는 손해를 볼 게 없는 기다림입니다.”
그날 오후, 심주원은 유성그룹 본사로 들어와 회장 한태오와 독대를 하고 있었다.
도경과 이연지가 자신에게 보고한 것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더 싸게 살 수 있다면.”
“예. 유성배터리로서는 그저 시간이 흐르는 걸 기다리면 될 일입니다.”
심주원의 보고에 한참 생각을 하던 한태오는 심주원을 바라보았다.
“한 가지 더 하면 좋겠군.”
“…….”
심주원은 가만히 한태오의 말에 집중했다.
“우리가 지금 먼저 선셋에 인수 의사를 넌지시 전달해 놓는 일 말이야.”
“당장 말씀이십니까?”
“그래. 내 생각엔 그게 맞는 것 같은데?”
한태오의 말에 심주원은 의아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고, 한태오는 껄껄 웃었다.
“자네 잘난 부하 직원한테 가서 물어봐. 윤도경이랬나?”
한태오는 그리 말하고는 전화기를 들어 올렸고, 여전히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심주원은 점점 미궁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 * *
-그렇게 말씀하셨네.
“다행입니다. 너무 타이밍이 좋습니다.”
한편, 도경은 빈 회의실에서 심주원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심주원은 한태오와의 만남에서 결정된 것을 얘기해 주고 있었다.
-참, 그리고 회장님께서는…….
수화기 너머 심주원의 말에 집중하던 도경의 눈썹은 찌푸려졌다 펴졌다 반복했다.
“먼저 우리 포지션을 공개한다고 하셨다고요?”
-그래. 자네는 뜻을 알겠나?
“…….”
심주원의 물음에 도경은 생각에 잠겼다.
그저 기다리고 있으면 머지않아 선셋은 머큐리의 요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얘기해도 될 일이었는데 왜 유성배터리에서 먼저 선셋에 접촉해 인수 의사를 내비치는 것인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네라면 알 거라고 말씀하시더군.
한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회장님의 의도를 잘…….”
그렇게 얘기를 하려던 때 무언가가 도경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생각의 조각들을 맞추기 시작했다.
-윤 실장?
“대표님, 회장님의 뜻을 알 것 같습니다.”
-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선셋의 시야를 좁아지게 만드는 겁니다.”
-좁아지게 만들다니?
“머큐리의 갑작스러운 풋옵션을 받은 선셋의 입장이 되어보는 겁니다.”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심주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황스럽겠지.
“예. 당황스럽겠죠. 그럼 처음에는 머큐리와 협상을 하겠죠. 풋옵션 요구를 멈춰달라.”
선셋으로서는 한창 사업을 키워 나가는 시기다.
그들의 이익은 온전히 다시 사업으로 재투자되고 있을 것이고, 들어온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금들을 모두 생산설비를 늘리거나 연구를 하는 데 사용할 것이다.
“허나 머큐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본인들도 돈이 필요하니까요.”
-…….
“그럼 선셋은 다른 투자자들을 찾을 겁니다. 자신들의 몸값을 낮춰가면서까지.”
-그렇지, 계약은 이행해야 하니까.
“상황을 바꿔서 풋옵션 이행을 요청받은 상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결국 답은 간단했다. 쫓기게 되는 쪽은 급할 수밖에 없었다.
-선셋의 요구를 머큐리는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네. 그때 그럼 선셋의 머리에는 오직 한 기업만이 떠오를 겁니다.”
-유성배터리.
도경은 회장 한태오의 능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별거 아닌 안배였지만, 쫓기는 입장인 선셋 인더스트리 입장에서는 일전에 인수 의사를 타진해 왔던 유성배터리가 떠오를 것이다.
말 그대로 시야를 좁게 만드는 일이었다.
“물론 선셋도 회사를 팔려고 할지는 않을 겁니다. 그저 머큐리의 지분을 유성배터리로 옮기고 싶어 하겠죠.”
-그건 우리가 생각할 일이 아니지. 유성배터리의 실무자들도 뛰어날 테니까.
“맞습니다. 저들을 얼마나 더 급하게 만들어 경영진 지분까지 사들일지는 유성배터리 실무자들 손에 달렸습니다.”
-가격을 깎진 못하더라도, 같은 가격에 더 많은 지분을 획득할 수도 있는 일이고.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건방진 생각이었지만, 확실히 한태오는 유성그룹을 이끌 만한 재목이라 느꼈다.
-정말이지 중간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정신이 하나도 없구만.
심주원은 지쳤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회장님도 윤 실장 너도 대단해. 어쨌거나 이제는 우리가 할 일은 끝난 것 같지?
“네. 제발 우리의 그림대로 흘러가길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 * *
“소식이 없네.”
보름 후, 도경은 퇴근 후 밤이 늦었음에도 쉬이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방에 있는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로 미국 시장의 흐름을 보고 있었다.
“머큐리가 점점 쫓기고 있다는 소식밖에 들려오지 않으니 원.”
그동안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자산운용사들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부자들은 안정적인 배당 이익을 얻기 위해 리츠나 부동산 관련 펀드에 투자해 왔지만,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았다.
“환매율이 40%가 넘어갔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에 투자금이 빠지고 있다는 기사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부동산 투자가 주식이나 채권 투자보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 미국의 국채를 사는 것보다 낮은 이익을 얻고 있었으니까.
지이잉-
그때 휴대전화에서 알림이 울렸고, 도경은 재빠르게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속보] 머큐리 펀드, 여러 투자사에 풋옵션 실행」
「머큐리 펀드 “부동산 투자 상품 외의 투자 모두 정리할 예정.”」
「머큐리 펀드 “풋옵션과 투자사 지분 매각 통해 투자자들 환매 요청 받아들일 것. 환매 중단은 없다.”」
기다렸던 시그널이 도착했고, 도경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0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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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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