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97화(19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97화
“나는 요즘이 정말 좋아요.”
다음 날 저녁 도경은 서울 모처에 있는 식당에 나와 있었다.
도경의 맞은편에는 전략투자실의 관리직급인 팀장들이 앉아 있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고생을 한 팀장들에게 도경이 밥을 대접 중이었다.
“그냥 팀이 너무 잘 굴러가.”
이연지의 말에 최우진과 이지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연지 팀장 말이 맞아요. 저는 내 적성을 찾은 것 같다고 해야 할까?”
“힘드시진 않으세요?”
도경의 물음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잖아요. 원래 제 꿈이 프랍 트레이더였던 거.”
최우진은 증권사로 입사를 하기 전부터 프랍 트레이더가 꿈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주식 트레이더 하면 모두가 떠올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프랍이었다.
“그런데 하필 제가 입사하려고 하니까 시류가 바뀐 거죠.”
시대가 시대였다. 이제는 금융공학이 고도화되어 프로그래머들이 짠 알고리즘으로 투자하는 시대였다.
“그래서 그 꿈을 접고 PB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우리 윤 실장님 덕분에! 트레이딩을 전문으로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최우진은 정말로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래서 요즘 회사에서 그렇게 웃고 다니시는 거예요?”
이연지의 물음에 최우진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냥 고객의 돈을 관리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내가 주체가 되어서 투자를 결정한다 생각하니까 너무 짜릿해……. 그냥 요즘은 출근하는 것마저 즐거워.”
신입 직원들이 들어오고 팀이 본궤도에 오르자 전략투자실에서 하는 일도 전문적으로 변했다.
특히 최우진이 이끄는 1팀은 트레이딩을 전문적으로 하며 데일리 액션을 주로 했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지만, 최우진은 그 스트레스마저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거라 생각했다.
“다행이네요. 처음에 우진 팀장님 모실 때 잘하고 있는 분을 괜히 내가 흔드는 게 아닌가 걱정했거든요. 연지 팀장님도 그렇고 지훈 팀장님도 그렇고요.”
“저도 좋아요! 어차피 리서치 센터에서 하던 일의 연장이기도 한데 이제…….”
이연지는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칼 맞고 싶냐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듣지 않아서 좋아요.”
도경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리서치 센터에서 발간하는 리포트들에 과민 반응을 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심주원 대표도 만나고…… 내가 팀장이 돼서 직원들을 이끄니까 없던 책임감도 생기구요.”
“역시 연지 팀장님이에요. 저는 언젠가 팀을 꾸리면 리서치는 꼭 연지 팀장님께 맡길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정말요?”
“그럼요.”
이연지가 기뻐하자 도경은 미소를 짓다가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 팀장님은 어때요?”
최우진, 이연지와는 근래에 여러모로 상의할 일이 많았는데 이지훈과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물론 그가 이끄는 팀에 문제가 없었으니 좋은 것이었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았다.
“재미있습니다. 내가 증권 일을 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 이런 일 하려고 보험사를 뛰쳐나온 건데 랩의 일은 보험사와 비슷했었거든요.”
도경이 본 이지훈은 자신과 정말로 비슷한 사람이었다. 도전을 즐겼고,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으며 삶의 활력을 찾는 사람.
“다행입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제가 초보 실장임에도 팀이 잘 굴러가는 것 같아요. 팀장님들 부디 오래 제 옆에 계셔주세요.”
“저는 윤도경이 쫓아내지 않는 이상! 여기 있을 겁니다.”
최우진의 말에 다른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은 자신이 정말로 사람 복이 있다고 생각했다.
“제 편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팀장들 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자,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날, 전략투자실의 하루는 한 주간의 포지션을 논의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회의 때 말하지 못한 거 있으면 지금 얘기해 주세요.”
팀의 크기가 늘어나다 보니 팀마다 이야기 시간을 배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말석에서 한 사람이 손을 들었고, 도경은 입을 열었다.
“서고은 씨.”
도경이 호명한 직원은 이연지가 이끄는 3팀의 직원이었다. 도경이 호명하자 이연지는 불안하다는 듯 두 눈을 감았다.
“BOJ가 금리 상한선을 확대할 것 같습니다.”
서고은의 말에 회의실에 있는 직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몇몇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도경도 당황스러운 듯 잠시 할 말을 생각하다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일단 더 얘기하실 분 없으시면 이연지 팀장님과 서고은 씨만 남고 업무 진행합시다.”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다시 한번 얘기해 주시겠어요?”
“일본중앙은행이 금리 상한선을 0.5%로 확대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단기자금을 그곳에 사용한다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 확신을 가진 듯한 서고은의 말에 도경은 흥미가 생겼다.
“실장님 죄송합니다. 이건 저희 팀의 의견이 아니라, 서고은 씨의…….”
“이연지 팀장님.”
도경은 손을 들어 올려 이연지의 말을 제지했다.
“괜찮습니다. 여러 가지 시선을 볼 수 있어서 재밌으니까요. 서고은 씨.”
“네. 실장님.”
“지금 일본중앙은행이 금리 상한선을 얼마로 잡아뒀죠?”
“0.25%입니다.”
당당하게 말해오는 서고은을 바라보며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0.25%를 올려서 0.5%로 상한선을 늘린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일본은 지금 시간에도 0.25%를 지키기 위해서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도요?”
증권가에 있으면 특이한 전망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서고은의 말은 그것을 뛰어넘는 말이라 정말로 흥미가 갔다.
“이유가 있을까요?”
“일본중앙은행의 YCC 정책 때문에 물가가 계속해서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어제 발표된 일본의 수입 물가는 4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서고은이 말하는 YCC는 Yield Curve Control(수익률곡선통제)이라고 불리는데 흔히 아는 양적완화보다 더 강력한 경기부양책이었다.
“현재 일본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0.25%를 넘으려고 하면 무제한으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그렇죠.”
“문제는 그렇게 하려면 엔화가 필요한데 이를 실행하기 위해 일본중앙은행에서 보유 중인 미국 달러를 계속해서 팔고 있습니다.”
일본은 달러를 찍어내는 국가가 아니었다. 당연히 그들의 달러 보유액도 무한하지 않았다.
이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얘기였다.
“엔저가 계속되니 당연히 수입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고요.”
서고은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예상을 할 수 있을 법한 얘기였지만, 자신 있게 얘기해 오는 서고은의 모습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좋네요. 혹시 보고서로 받아볼 수 있겠습니까?”
“내일 아침까지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보고서를 보고 다시 얘기해 봅시다.”
도경은 그리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회의실을 나섰다.
“죄송해요.”
3팀장인 이연지가 도경의 옆에 따라붙어 그렇게 얘기했다.
“아무리 봐도 너무 파격적이라 제가 커트했거든요.”
“파격적이긴 하네요.”
일본은 지금 자신들의 정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제가 막았더니 지른 것 같은데 실장님의 시간을 뺏은 것 같아서…….”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연지를 바라보았다.
이연지의 심정도 이해 갔다.
“그런데 재미있어요. 아니, 정확히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얘기니까요. 다음부터는 그냥 발표하도록 둬주세요.”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오히려 서고은 씨같이 파격적인 얘기를 해오는 사람이 더 좋아요. 제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의심해 볼 수 있으니까요.”
“실장님도 참…….”
이연지가 질렸다는 듯 말해오자 도경은 입을 열었다.
“될 수 있으면 직원들의 창의성을 꺾지 않는 방향으로 해주세요. 연지 팀장님이 조금 괴로워지시겠지만…… 언제까지 남의 전망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읊을 수는 없잖아요?”
도경의 말은 리서치 팀의 창의성을 키워 시장에 퍼져 있는 흔한 얘기가 아니라, 우리 팀만 볼 수 있는 얘기를 해달라는 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믿겠습니다.”
도경은 이연지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고는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오늘 아침은 팀의 새로운 모습을 봐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도경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다.
* * *
“서고은 씨.”
한편, 자리로 돌아온 3팀장 이연지는 오늘 바로 서고은을 호출했다. 실장인 도경이 인정하긴 했지만, 자신이 해야 할 말이 남아 있었다.
팀장으로서 말이다.
“네. 팀장님.”
서고은이 다가오자 이연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회의 때 실장님께 말한 거, 팀 회의에서 컷 된 거 아니었나요?”
“…….”
“서고은 씨의 전망이 그럴듯하다는 건 모두가 인정했어요. 하지만, 일본이 그 길을 선택하기에는 너무 많은 위험이 있다. 이게 우리 회의에서 결론 난 것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그때 서고은 씨는 팀의 의견을 받아들였고요.”
이연지는 입을 꾹 다문 채로 서 있는 서고은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전체 회의에서 이런 식으로 서고은 씨가 반응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죠?”
“죄송합니다. 팀 회의 때보다 상황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아 욕심이 앞섰습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먼저 얘기해 줄 수는 없었나요?”
이연지는 서고은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팀에 튀어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도 단 한 사람도 전체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뿐이에요.”
“…….”
“팀 회의에서 의견이 정리되었으니까.”
이연지는 팀장이었다. 물론 실장인 도경이 이해했지만, 자신은 용납해서는 안 됐다.
“실장님 말씀 때문에 지금은 이렇게 넘어갑니다. 하지만, 다음에 이런 일이 한 번 더 생긴다면, 서고은 씨는 우리와 함께할 수 없어요.”
“명심하겠습니다.”
“자리로 돌아가 보세요. 그리고 실장님께 올리려는 보고서 준비해요.”
이연지의 말이 끝나자 서고은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이연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능력이 있는 팀원들이 모여 언젠가 누구 하나는 튀고 싶어 하겠거니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가 너무 빨랐다.
“승진하면 막연히 좋을 줄만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
이연지는 작게 혼잣말을 내뱉고는 책상 위에 널브러진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0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