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0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01화(20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01화
“토라상사?”
다음 날, 도경은 대표실을 찾아 신라자산운용의 대표 신선호에게 현재 투자상황에 관해 보고를 하고 있었다.
“토라상사면 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하나가 아닙니까?”
종합상사는 외국에서 물품을 수입해 와 국내에서 유통을 하는 사업을 하는 회사를 이야기했다.
일종의 무역회사였는데 그들이 다루지 않는 상품은 없다고 얘기될 만큼 방대한 사업을 했다.
“그렇습니다.”
“엔화의 상승을 보고 일단 일본 시장에 들어간 것은 정말로 잘한 일입니다.”
일본중앙은행의 채권금리 상한선 상향 조정 발표 이후, 일본의 엔화는 단기적으로 오르고 있었다.
YCC 금리 상향 조정은 사실상 일본의 기준금리 상승과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 올렸지만, 앞으로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쉬울 테니까.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오르고 있고, 무엇보다 일본의 주식시장도 오랜만에 시원하게 올랐으니까요. 다만.”
신선호는 의문이라는 듯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토라상사입니까? 5대 상사 중 가장 뒤처지는 곳인데요.”
신선호의 의문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더 좋은 투자처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도경의 선택은 언제나 자신과 달랐다.
“대표님 말씀처럼 토라상사는 5대 종합상사 중 가장 떨어지는 곳이죠. 다만, 한 가지는 다른 상사들이 따라잡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원자재입니다.”
도경의 말에 신선호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는 기분이었다.
“원자재라면…… 지금 한참 고점을 찍은 것 아닙니까?”
원자재라는 건 특별한 것이 없었다. 석탄이나 철광석 같은 광물자원부터 석유 자원, 나무 자원, 식품 자원 등등 생산 물품의 원료가 되는 것들을 얘기했다.
“내가 알기로는 석유와 천연가스는 이미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중이고, 석탄과 철광석 같은 광물 자원들도 마찬가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원자재입니까?”
“토라상사는 원자재 중에서도 구리에 강합니다. 세계 각지에 구리광산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고,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시장에도 구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구리라면…….”
도경의 말에 신선호는 잠시 고민을하다 입을 열었다.
“닥터 코퍼가 활동할 시간이라고 보는 겁니까?”
닥터 코퍼(Dr.Copper, 구리 박사)는 구리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닥터 코퍼가 돌아올 것 같습니다.”
“이유를 좀 들어보고 싶군요.”
“말씀하신 대로 구리는 닥터 코퍼라 부릅니다. 이유는 아시다시피 실물 경제를 선행하는 지표라 보기 때문이죠.”
구리는 실물 경제의 선행 지표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경제 위기가 시작되면 금의 가격이 오르듯,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 예상하면 구리의 가격이 올랐다.
“구리는 여러 가지 산업에 사용됩니다. 특히 전자산업 같은 경우는 구리에 대한 수요가 상당합니다.”
전자산업뿐만이 아니었다. 건설 산업에서도 구리는 거의 필수 원자재였고, 전기 생산 등등 구리는 모든 산업에 필요했다.
“경제가 살아나면 전자산업이 살아날 것이고, 구리 수요가 늘어날 겁니다.”
도경의 말에 신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그렇기 때문에 구리가 지금까지 엄청난 하락을 하고 있고요.”
구리의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나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구리 가격이 얼마입니까?”
“톤당 5천 달러 조금 되지 않습니다.”
“그럼 아직 수요가 살아나지 않은 것 아닙니까?”
“중국이 열리고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던 신선호는 눈을 크게 떴다.
“중국이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전면적으로 코로나와 관련된 규제를 풀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립니다. 정책 때문에 닫혀 있던 공장들이 돌아가기 시작할 겁니다.”
도경은 자신감 넘치는 말투와 몸짓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3년 전, 코로나 초창기 구리의 가격이 폭락했다가 확 오른 상황을 기억하실 겁니다.”
“기억납니다. 그때야말로 모든 공장이 문을 닫던 시기니까요.”
“예. 그리고 코로나 시기를 지내며 많은 산업이 생산라인을 확대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악의 전염병인 코로나19는 단기간에 엄청난 경제발전과 기술의 발전을 가져왔다.
각국이 코로나19라는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그때 구리의 가격이 오른 이유는 산업이 확대되는 것만큼, 구리의 생산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구리는 연간 공급 성장률이 2%도 채 되지 않았다.
늘어나는 산업 수요만큼 구리의 생산은 늘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중국이 열리게 되면 공산품의 수요가 늘 겁니다. 결국 이는 또다시 구리 수요 증가를 불러올 테고요.”
도경의 말에 신선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구리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가 아니라 토라상사에 투자를 하는 겁니까?”
신선호의 의견은 타당했다. 구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본다면 차라리 구리 선물과 같은 직접적인 상품에 투자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도경은 우회하는 투자를 선택했다.
“일종의 헷지(Hedge, 위험 분산)입니다.”
“헷지?”
“예. 구리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정책은 언제 또 변덕을 부릴지 모르니까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신선호는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구리와 밀접한 산업을 하는 토라상사에 투자를 하면, 구리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단기간 일본의 경제 상황에 대한 낙관론 때문에 오를 것이라 보는군요?”
“그렇습니다.”
토라상사에 대한 투자는 이중 안전장치나 다름없었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일본 상황도 낙관적이니 여러 가지 상황 덕분에 토라상사의 주가는 오를 것이고, 구리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토라상사의 주가는 현재도 오르고 있었다.
“하하하, 그것참. 좋은 포지션을 잡았네요.”
“물론 구리가 올라 더 많은 이득을 보면 좋겠습니다.”
“구리가 지금 톤당 5천 달러가 되지 않는다고 얘기했지요?”
“그렇습니다.”
“어디까지 오를 거라 봅니까?”
“일단 단기적으로 6천 달러 후반대까지는 오를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신선호는 잠시 고민을 하다 생각을 멈추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어디까지나 투자는 윤도경 실장이 택하는 거니까요.”
“결과에 책임을 지겠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비장할 일입니까? 그냥 믿겠다는 말입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신선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은 언제나 그렇듯 결과로 보여줄 테니까.
* * *
“이연지 팀장님, 서고은 씨.”
한편 대표에게 보고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도경은 두 사람을 호출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이연지와 서고은은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얘기 좀 나누죠.”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회의실로 들어갔고, 두 사람은 도경을 따라나섰다.
“앉으세요.”
두 사람이 회의실로 들어서자 자리에 앉아 있던 도경은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갑작스레 보자고 해서 당황스럽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타이밍이 맞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서고은 씨.”
“네. 실장님.”
“현재 상황을 보면 서고은 씨의 전망이 맞았습니다.”
서고은은 전략투자실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일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상황은 서고은이 본 대로 일본은 국채금리 상한선을 상향했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려주고,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서고은 씨의 전망 덕분입니다.”
“감사…….”
“다만.”
도경은 서고은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서고은 씨의 방식은 세련되지 못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감사 인사를 하던 서고은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이 본 전망을 그 누구도 믿지 않았으니 답답했겠죠.”
“…….”
“그렇다고 팀 내에서 컷 된 아이템을 팀장의 허가 없이 말하는 것은 지나친 행동입니다.”
“죄송합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도경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인 서고은을 바라보았다.
“반성을 하고 있고, 결과가 좋으니 이 일은 여기서 덮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명심하세요.”
서고은은 고개를 들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어떤 충고라도 달게 듣겠다는 표정이었다.
“팀을 설득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습니다.”
물론 자신의 얘기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팀 동료들도 인간이었다.
사람에 대한 평가에 따라 말의 신뢰도를 다르게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마저 데이터를 통해 설득하는 것이 리서치팀이 할 일이었다.
“팀 동료도 설득하지 못하는 리서치를 믿을 사람은 없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고생했습니다. 먼저 나가보세요.”
도경의 말에 서고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과 이연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회의실을 떠났다.
“연지 팀장님.”
“네. 팀장님.”
“3팀은 아주 훌륭한 팀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느꼈습니다.”
진심으로 3팀의 능력은 훌륭했다. 내부 회의만으로 일본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시기를 판별해 낼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3팀의 방식 또한 세련되지 못했습니다. 물론 3팀에서 내부적으로 어떻게 서고은 씨의 첫 보고서를 컷 한 건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만.”
“…….”
“적어도, 다시 회의했을 때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면 처음 회의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3팀 내부에서는 처음 회의에서 서고은의 의견을 배제했지만, 두 번째 회의에서는 더 나은 결과물로 완성해 가져왔다.
“과연 첫 회의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었을까요?”
“……제 실책입니다.”
“네. 연지 팀장님의 실책입니다. 좀 더 팀에서 다듬어야 했습니다.”
서고은이 모두를 당황케 했던 그 날, 도경이 서고은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고 3팀에 다시 회의를 해보라 했던 이유였다.
“서고은 씨는 3팀을 설득하지 못했지만, 반대로 연지 팀장님도 서고은 씨를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
“설득은 결국 얼마나 상대가 나를 믿게 만드냐의 문제입니다. 그 점에서 연지 팀장님은 서고은 씨가 팀장을 믿게 만드는 데 실패했고요.”
“심려 끼쳐 죄송해요.”
도경은 고개를 숙인 이연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도 이 자리는 처음이고, 연지 팀장님도 그 자리는 처음이니 모든 것이 순탄하게만은 흘러가지 않겠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
“실수에서도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좀 더 높은 곳을 위해서요. 그런 점에서 연지 팀장님은 훌륭하게 만회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3팀은 문제가 있었지만, 이연지는 아주 빠르게 그 실수를 되돌렸다.
그리고 이번 투자에서 아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 냈다.
“이번처럼 실수를 빠르게 만회할 수만 있다면, 저는 언제나 3팀의 편에 서겠습니다. 결과가 나쁘더라도 말입니다.”
이연지는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도경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믿어주신 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연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 * *
“이제 슬슬 입질을 해올 때도 됐는데.”
일주일 후, 도경은 퇴근을 하고 집에 있었는데 집에서마저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했다.
“토라상사는 우리가 포지션을 잡은 이후 5%가 올랐어.”
다행히도 일본 주식시장에는 최근 활기가 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실질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며 투자자들이 일본 시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구리까지 올라주면 금상첨화일 텐데…….”
도경은 그리 생각하며 곧 열릴 구리시장을 확인했다.
어제 잠깐 구리 선물 시장은 꿈틀하며 오를 기미를 보였으나, 마감 전에 조금 꺾인 모습이었다.
“내가 본 게 잘못될 일은 없으니까.”
띵띵-
도경이 집에까지 가져온 서류 더미를 바라보며 확신을 더해갈 때 구리 선물 시장이 개장하는 알림음이 들려왔고, 도경은 재빠르게 화면을 확인했다.
[구리(선물)(USD/LBS) – 3.5921 ▲ 4.26%]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엄청난 매수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도경의 얼굴에는 미소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0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