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0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03화(20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03화
“다음 주부터 휴가가 시작됩니다.”
한 달 후, 어느덧 여의도 증권가에도 휴가를 떠나는 시기가 찾아왔다. 도경은 직원들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장기 포트폴리오 같은 경우는 현재 순항 중이니 우리가 더 손볼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각자 지금 하는 일 마무리합시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직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어디나 업무는 다 힘이 들겠지만, 증권가는 돈을 다루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정신적인 피로가 강했다.
도경은 직원들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자리에 앉아 자료를 살피기 시작했다.
“실장님.”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때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최우진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지시하신 장기 포트폴리오 현황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자리를 좀 옮길까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그게 편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한편에 있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최우진은 사무실 쪽 눈치를 보다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웬일이래. 회의실 갈 줄 알았더니.”
“커피 마시고 싶어서요. 드실래요?”
“아니, 나는 초코바나 먹으련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 미소를 짓고는 커피를 내려 자리에 앉았다.
“말씀하신 대로 장기 포폴은 조금 순조로워.”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서를 확인했다.
[미국 국채 2년물 10%금 ETF 15%
KX 2차전지 ETF 25%
라온바이오 15%
KDX 2차전지 ETF 20%
현금 15%]
일전에 진입한 라온바이오가 장기 포트폴리오로 편입되며 현재 장기 포트폴리오에 투자한 금액은 600억 원 정도였다.
“진입할 때 총자산이 593억 원이었는데, 현재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7% 정도야.”
“그럼 637억 원이네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금이 갑자기 이렇게 오를 줄 몰랐지. 요즘 금 ETF를 판다고 정신이 없어. 아마 휴가를 다녀오면 더 상승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최우진이 이끄는 1팀은 장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금 ETF의 가격이 올라 포트폴리오 안에서 지분이 15%를 넘어가면, 다시 15%에 맞추는 작업을 수행했다.
“금도 오르고, 구리도 오르고 이거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구리는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을 대변하는 선행지표였고, 금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투자하는 안전자산의 대표 격이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있겠습니까? 그냥 구리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니 오르는 거고, 금은 아직 경제 회복이 된다는 희망적인 말만 나오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오르는 거고요. 또 중앙은행들이 엄청나게 사들이더라구요.”
“어쨌든 안전자산 포트는 잘 짜둔 것 같아. 현금 15%를 투입할 타이밍이 언제인지 각을 좀 봐야 할 것 같아.”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포트폴리오 내에 현금을 남겨두는 것이 좋았지만, 경기 불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성과가 보이면 모든 현금을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곧 우리 자산도 12자리가 되겠네.”
“언제 그렇게 되나 했는데 오긴 오네요.”
“다들 놀랄 거야. 총알 지원 얼마 받지 않고 6개월 만에 이만큼 수익을 봤다고 하면 말이야.”
도경이 이끄는 전략투자실의 자본은 979억 원이었다. 최우진의 말마따나 곧 12자리 수에 다가갈 예정이었다.
“그래도 조금 배고프긴 하네요.”
“어휴, 누가 말리겠어? 그래도 올해 우리가 제일 이득 많이 봤을 거야. 이 여의도에서는.”
물론 자금이 적어 수익 금액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수익률로만 따진다면 여의도 바닥에서 신라자산운용만큼 벌어들인 자산운용사는 없을 것이라고 도경도 확신했다.
“그 왜, 요즘 헤드들은 반성문 쓰고 다닌다잖아.”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반성문이요?”
“어, 어제 라이크 자산운용에서 반성문 쓴 거 못 봤어?”
“못 봤습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라이크 자산운용 올해 손실만 -50%래.”
“네?”
“포트폴리오가 50% 넘게 하락한 거지. 그래서 투자자들 대상으로 반성문을 써서 보냈다더라고.”
확실히 최근 들어 파산을 하는 자산운용사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점점 시장에는 활기가 돌고 있었는데 이런 소식이 들려오니 도경은 당황스러웠다.
“의외네요.”
“의외지. 보니까 포트폴리오에 기술주들이 많더라고…… 나스닥.”
“아…….”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짧은 탄식을 내질렀다.
미국 기술주들은 여전히 밸류에이션(가치)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고점에서 50% 이상 하락했음에도 말이다.
“실적이 작년만 못하니 얼마나 더 내려갈지도 모르겠고. 라이크 자산운용은 양반이고, 태산증권 리서치센터는 센터장이 반성문 썼어.”
여의도 증권가에서 반성문을 쓰는 것이 유행이라니.
“남의 집 얘기지만, 씁쓸하네요.”
“그러게. 우리는 저렇게 되지 않도록 좀 더 열심히 달려야겠다 싶어.”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의 그런 말씀 정말 든든하네요.”
“든든까지야. 그나저나 휴가 때 뭐 할 거야? 글쎄요 이런 말은 금지…….”
“여행 가려구요.”
“인 거 알지…… 뭐라고?”
최우진은 훅 치고 들어온 도경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여행 가려고요.”
“누구랑?”
“혼자서요.”
“웬일.”
최우진은 정말 놀랐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윤도경이 여행? 그것도 혼자서?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쉬어야죠.”
“와. 세상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쉰다는 소리가 그 입에서 나오니까 말이야.”
과장된 최우진의 표정과 말투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휴식의 중요성을 점점 깨닫고 있어요.”
“그래서, 어디 가려고? 일주일이니까 저기 동남아나 일본 이런 데 가려고?”
“아뇨.”
“그럼?”
“전국 일주나 할까 싶어요.”
“전국 일주?”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물어오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바닥부터 좀 보려고요. 실물 경제가 어떤지.”
“결국 일의 연장선이란 말 아냐?”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질린다는 듯 얘기해 왔다.
“글쎄요. 저는 이게 휴식이라서요.”
“아이고, 예…….”
최우진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 입을 삐쭉 내밀어왔다.
“선배님은요?”
“나는 집에 있을 거야. 애기들 봐야지. 그간 와이프가 고생이 많았으니까. 놀러 가라고 하게.”
“역시 좋은 분이시네요.”
“그럼, 국보급 남편이지.”
“그거 본인 입으로 말씀하시니까 좀 없어 보이기도 해요.”
“에휴, 도경 씨. 잘 봐. 앞으로 이런 거 공치사 팍팍해. 내가 먼저 말 안 하면 남들 안 알아준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일해야죠.”
“좀 더 쉬지.”
“선배님, 인사평가 제가 해요.”
“아이고, 네네. 빨리 가서 일해야죠.”
최우진은 그리 말하며 사무실로 향했고, 도경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일주일 후, 도경은 커다란 가방을 들고는 집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죄송해요.”
“아니야. 도경이 너도 혼자서 쉴 시간이 필요하지. 언제까지 나나 도진이 데리고 다닐 거야?”
“다음에는 같이 가요.”
“자주 연락하고.”
“네. 다녀오겠습니다.”
도경은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 트렁크에 짐을 싣고는 차에 올라탔다.
“보자 일단, 별장에 가서 오늘 하루 쉬고…….”
도경은 첫 목적지로 메시지에게 받은 강릉 별장을 선택했다. 그곳에서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고, 본격적으로 전국을 떠돌 예정이었다.
지이잉-
내비게이션에 한창 목적지를 적고 있을 때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회원님의 곁에서 늘 함께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갑작스레 도착한 메시지에 도경은 벙찐 표정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평소 패턴이라면 지금은 전혀 메시지가 올 타이밍이 아니었다.
【온갖 계획적인 것에 갇혀 사는 증권가 플레이어인 윤도경 씨에게 무계획 여행은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처음으로 혼자만의 휴가를 떠나는 윤도경 씨를 위해 임무를 준비했습니다】
“아니, 무계획이 도움이라면서 느닷없이 임무를 줘요?”
도경은 모순적인 메시지에 황당해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임무: 휴가 기간 한 가지 깨달음을 얻어라!】
“……깨달음.”
【그저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쉴 수 있는 것만으로도 휴가는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다만, 그런 휴가 기간에도 무언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휴가의 즐거움은 두 배가 되겠죠】
【이번 휴가에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으세요. 어떠한 깨달음이라도 좋습니다】
“결국 투자의 연장선이네요. 나를 위한 투자를 하라는 거죠?”
【윤도경 씨의 통찰력은 우리를 늘 놀라게 만듭니다】
【회원님의 휴가를 응원하겠습니다. VIP 서비스입니다】
그렇게 메시지가 끝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 * *
“아휴…….”
다음 날, 도경은 한 도시의 시내를 걸으며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최우진: 글쎄, 대구에 갔으면 매운 갈비찜을 먹어야 한다니까?] [이연지: 그거 먹으면 속만 버려요. 뭉티기 먹으러 가요. 실장님.] [이지훈: 저는 복어 불고기가 좋았습니다.]그저 단톡방에 하나 물었을 뿐인데 어마어마한 속도로 메시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 다들 감사합니다. 일단 추천해 주신 대로 움직여 볼게요.] [최우진: 무조건! 매운 갈비찜 먹고 인증 사진 보내주세요.] [이지훈: 복어 불고기가 보고 싶네요…….]얌전했던 이지훈까지 어느새 최우진이 물들이고 있었다. 도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나마 혼자 가기 괜찮은 곳은 복어 불고기 같기도 하고…….”
복어 불고기라는 것을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도경은 여행의 취지에 맞게 움직이는 게 좋으리라 생각되었다.
휴대전화로 위치를 검색하고는 그리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와, 정말 많이 올랐네.”
지방 도시를 걷고 있었음에도 물가가 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닭꼬치가 하나에 4,500원이야?”
어린 시절 하나에 천 원씩 주고 사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겨우 20년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물가가 오른 것이 와닿을 정도였다.
“그렇게 커피값을 유지해 오던 스벅도 가격 인상을 할 정도니 말 다 했지.”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는 8년 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가격을 인상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수요가 여전한 걸 보면, 차라리 그 가격을 주고서라도 일정 퀄리티를 유지하고 싶은 건가.”
도경은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의 매장을 바라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가격 인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장은 붐비고 있었다.
투자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지점이었다.
“어서 오세요. 몇 분 오셨어요?”
그렇게 한참 걸어 이지훈이 추천한 복어 불고기를 하는 식당에 들어왔다.
“혼자 왔는데 점심 식사 가능한가요?”
“혹시 합석할 수 있으세요? 그러면 자리를 만들어 드릴 수 있고, 혼자 드시려면 조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
“네. 합석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도경의 말에 직원은 잠시 어디론가 향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도경은 식당 안쪽으로 들어섰는데 확실히 유명한 집이라 그런지 자리가 꽉 차 있었다.
“이쪽에 앉으시면 됩니다.”
직원이 안내한 자리에는 3인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도경은 고개를 숙여 양해를 구하고는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올해는 로봇 주가 강세일 거야.”
“로봇?”
도경이 앉은 테이블에서는 한창 열띤 토론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주식이 주제인 것만 같았다.
최대한 조용히 식사를 하고 가려고 했는데 도경은 자신의 직업병을 건드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귀를 열었다.
“미래전자에서 투자한다는 소문이 도니까 계속 오르잖아.”
“아니, 지금 고점 아냐? 올해만 두 배 이상 오른 것 같던데.”
“아냐. 좀 더 간다고 봐.”
주도해서 그렇게 말하던 남자는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는데 합석을 한 도경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바라보자 도경은 고개를 홱 하고 돌려 버렸는데 남자는 ‘쓰읍’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갸웃했다.
“사장님, 혹시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습니까?”
“네?”
도경은 자신을 향한 목소리에 다시 남자를 바라보았는데 남자는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뇨. 저는 오늘 대구가 처음이라서.”
“아, 그렇습니까. 미안합…….”
사과를 하던 남자는 무언가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느낌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혹시, 윤 선생님이 되십니까?”
“네?”
“윤도경 선생님 아니십니까?”
전혀 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을 향해 알은체를 해오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남자는 마치 십년지기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움에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 윤 선생님. 은혜 많이 입었습니다.”
남자는 그리 말하며 도경을 향해 손을 내밀어 왔고, 도경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남자의 손을 맞잡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0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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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