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0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05화(20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05화
“요즘 건설사를 좋게 평가하는 흐름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짧다면 짧은 휴가가 끝이 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전략투자실 팀원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회의를 나누고 있었다.
“건설사요?”
최우진이 의아하다는 듯 묻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형 건설사보다 중견 건설사 위주로요.”
“와, 진짜 격세지감이네. 건설경기 안 좋아서 다 무너지니 어쩌니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갑자기 건설사를 호평하는 게…….”
“금리 때문 아닐까요?”
그렇게 이야기를 듣던 이연지가 말하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금리 인상도 멎었고, 속도 조절에 들어가서 금리 하락 시기에 다시 건설 붐이 올 거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저는 별로인 것 같습니다만.”
이지훈은 시장에 떠도는 얘기들을 자주 전달해 주었다.
아무래도 채권을 다루던 선수였다 보니 시장에 흐르는 정보에 빠삭했다.
“저도 별로 와닿지 않는 논리예요. 그냥 그럴 것 같다는 거잖아요.”
이연지도 이지훈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듯 말하자 회의실에 있는 모든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중견 건설사는 조금 좋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만약 건설사에 투자할 상황이라면 대기업을 하는 게 좋겠죠.”
“중견은 되지 않는데 대기업은 되는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지훈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벌떼 입찰로 컸기 때문입니다.”
“벌떼…… 입찰요?”
“네. 보통 신도시나 커다란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때 대지 전체를 공공택지로 지정하고, 일부는 LH가 직접 올리고, 나머지는 민간에게 땅을 판매합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흥미롭다는 듯 집중했다.
“그리고 판매 방식은 추첨으로 판매하게 되고요.”
“제한은 따로 없나요?”
“있습니다. 3년간 300가구 이상 건설한 실적만 있으면 됩니다.”
“어…… 말씀을 듣다 보니 저희 동네에도 대형 건설사보다 중견 건설사가 더 많이 지었어요. 신도시거든요.”
한 직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네. 말씀드렸듯 벌떼 입찰 때문입니다. 추첨 참가에 허들이 낮으니 페이퍼컴퍼니를 미친 듯이 만들어서 추첨에 참여시키는 거죠. 얼마 전 라온바이오의 이정식 회장이 JS건설을 키운 것도 그런 방식입니다.”
“어쩐지. JS건설의 매출 1.6조 원 중에 1조 원이 공공택지에서 나오더라고요.”
“그곳뿐만 아닙니다. 한 중견 건설사는 신도시 입찰에 9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했습니다. 총 16개의 회사가 참가한 곳에서요.”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정말 새로운 것을 알았다는 듯 놀란 표정이었다.
“이런 식으로 페이퍼컴퍼니로 입찰받아 내부거래를 통해 본사에 파는 거죠.”
“아니, 그럼 대기업은…… 참, 대기업은 내부거래를 할 수 없죠.”
“그렇습니다. 대기업은 통제받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견 건설사를 좋게 보지 않습니다.”
결국 나라에서 대규모 공공택지를 조성할 때만 실적이 좋아진다는 얘기였다.
만에 하나 정책이 바뀌게 되거나 규제를 당하게 되면 더더욱 투자할 메리트가 없어진다.
“그런 내부 얘기가 있는진 첨 알았네요.”
“그러게요. 저희가 증권사에서 일한다고 해서 그런 걸 찾아보진 않잖아요……. 실장님 대단하세요.”
직원들이 감탄했다는 듯 말해오자 도경은 머쓱한 듯 코를 훔쳤다.
“어쨌든, 단기투자는 각자의 팀에서 좀 더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아본 이후 다시 한번 얘기를 가져봅시다. 급하게 선택할 것은 아닌 것 같네요.”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손목에 걸친 시계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임원 회의가 있어 일어나 봐야 할 것 같네요. 오늘은 여기서 마칩시다.”
도경은 짐을 챙겨 회의실을 벗어났다.
* * *
“현재 저희 투자전략실의 총자산은 1,084억 원입니다.”
신라자산운용 대회의실, 이곳에는 임원들을 포함해 펀드사업부와 전략투자실장인 도경을 포함한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도경은 임원들을 상대로 업무 보고를 했는데 도경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짧은 기간에 400억 원이나 늘렸군요?”
전략투자실이 처음 생겼을 때 지원된 회사 자본은 600억 원가량이었다. 단기간에 도경은 80% 넘게 성장시켜 온 것이다.
“장단기 포트폴리오로 나누어, 장기는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한 자산 위주로 투자를 하고, 단기 포트폴리오는 고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기 포트폴리오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장기 포트폴리오가 손실을 메꿔줄 수 있는 방식이었다.
“캐나다 국부펀드의 방식이군요.”
이사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캐나다 국민연금에서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렇습니다. 물론 고위험 상품이라고 해서 준비를 하지 않고 들어가는 건 아닙니다. 두 배 이상 시간을 들여 선택을 하는 편입니다.”
“아주 좋습니다. 성과로 보여주니 저희가 따로 할 말도 없는 것 같고요.”
이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전략투자실이 매우 선전하고 있어서 저도 기쁩니다. 매 분기 실적을 보고할 때마다 본사에서도 좋아하고요.”
대표인 신선호도 도경의 팀을 칭찬해 왔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 다음은 펀드 팀 얘기를 좀 들을까 하는데.”
신선호는 펀드사업부를 이끄는 전무와 펀드 1, 2, 3부장들을 바라보았다.
신라자산운용의 총직원 숫자가 15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인데 도경의 팀과 백오피스를 제외하면 약 80여 명이 펀드사업부 직원이었다.
“신라 하면 펀드사업부라는 말을 듣고 내가 너무 기대했나요?”
신선호의 말에 순간 회의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도경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서류에 집중했다.
이런 시간이 제일 난감했다.
혼나는 상대를 어떤 표정으로 바라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워낙 상반기에 모든 자금이 은행권으로 향한지라…….”
“박 전무님.”
“네. 대표님.”
“그게 변명이 되겠습니까? 우리만 펀드를 파는 것도 아니고요.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그럼 이 와중에 어떻게 실적을 냈단 말입니까?”
신선호의 말에 나름 변명을 하던 전무는 입을 꾹 다물었다.
“실적은 둘째 치고, 펀드 가입자 성장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물론 증권사들에 위탁해서 판매하는 것이라 판매 방식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죠. 다만.”
신선호는 펀드사업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가 좀 더 좋은 아이템을 개발한다든지, 더 나아가서 좋은 수익률을 낸다면 위탁판매사의 판촉에 매달릴 필요는 없는 거 아닙니까?”
“…….”
전무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었으니까.
“신라증권이던 시절, 윗선에서 펀드사업부를 엄청나게 압박한 거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조금 여러분들의 창의성을 믿고자 했는데 결과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신라증권은 펀드의 매출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그들의 실적 압박도 상당했다.
유성투자증권의 인수 이후 자산운용사로 바뀌며 신선호는 각 팀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다만,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음에도 여전히 펀드사업부의 실적이 부진해 보이자 칼을 빼 든 것 같았다.
“오늘 보고에서는 새로운 아이템을 좀 듣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1부에서 낸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전무의 말에 신선호는 말해보라는 듯 입을 열었고, 펀드 운용 1부장이 입을 열었다.
“펀드 운용 1부장 박영식입니다. 저희 1부에서는 이번에 코스피, 코스닥 투자 액티브 펀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펀드에는 패시브 펀드와 액티브 펀드가 존재했다.
패시브 펀드는 시장 지수의 상승에 따라 수익률이 따라가는 펀드를 얘기하는데 인덱스 펀드나 ETF가 패시브 펀드에 속했다.
반면, 액티브 펀드는 시장수익률을 초과해서 내기 위한 펀드였는데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발굴해서 투자하고 매수, 매도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종류였다.
“아무래도 저희가 좀 공격적으로 나가야 수익률이 따라올 것 같아서 이처럼 정했습니다.”
“계속해 보죠.”
“시장에는 여러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의 액티브 펀드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케팅이 너무 중요해진 시점이기도 하고요.”
펀드 1부장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희 1부는 전략투자실과 협업을 통한 상품을 출시하고 싶습니다.”
부장의 입에서 자신의 팀 얘기가 나오자 도경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전략투자실은 성과도 좋지만, 무엇보다 윤도경 실장님이라는 스타가 있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도경을 바라보았는데 도경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실력과 마케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상품으로 출시하고 싶습니다.”
부장이 그렇게 말하며 도경의 눈치를 살피자 신선호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가능하겠습니까?”
“저희 업무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만…….”
흥미로운 일인 건 맞았다. 도경의 꿈은 펀드매니저였다.
아직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그 길을 걷기 위해 미리 협업을 통해 참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도경은 고개를 돌려 펀드사업부를 바라보았다.
“몇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혹시 전략투자실이 들러리가 되어야 하는 거라면,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도경이 저렇게 얘기해 올 거라 생각하지 못한 펀드사업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순간적으로 공은 도경에게서 펀드사업부의 선택으로 넘어가 버렸다.
“들러리라 하심은…….”
“종목 추천해 주고 펀드에 관여하지 말라거나, 더 나아가서 저의 이름만 필요하다고 하시면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도경은 자신의 이름을 아끼고 싶었다. 전략투자실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저와 저희 팀의 이름을 보고 펀드를 사는 투자자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투자자분들에게 실망을 안겨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 펀드사업부의 능력을 믿지 못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나 제 팀을 믿고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기대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비판과 비난은 온전히 저희가 감수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저희가 깊숙하게 관여하고 욕을 먹어야 덜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증권가에서 이름이 가지는 파워는 어마어마했다.
당장 워렌 버핏이 어디에 투자했다더라는 소문만 나도 그 주식은 무조건 오르게 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주식이 오르지 않으면 워렌 버핏은 자신이 추천하지 않았음에도 욕을 먹는다.
이번 일은 자신의 이름과 팀의 이름이 걸려 있었고, 실제로 판매에 나서게 된다면 마케팅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할 것이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협업이니까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저희 팀이 아니라 저만 참여하겠습니다.”
“윤도경 실장님만요?”
“네. 저희 팀은 저희 일을 해야죠.”
도경의 말에 펀드사업부 쪽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그들이 필요한 건 도경의 실력과 이름이었으니까.
“그럼 그렇게 합의된 걸로 봐도 되겠습니까?”
대화를 지켜보던 신선호가 입을 열자 도경은 고개를 숙였고, 펀드사업부 쪽도 마찬가지였다.
“펀드사업부에서 야심 차게 준비하는 것이니 윤 실장이 조금 힘들더라도 도움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반대로 펀드사업부 측은 윤 실장이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참여하는 것이니 그만큼의 대우를 해줘야 하고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결정 난 것으로 알고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칩니다. 상황이 업데이트되는 대로 보고 부탁합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자 도경을 포함한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회의실을 나섰다.
* * *
“말을 뭐 그렇게 한대.”
“근데 나쁘게 말한 건 아니잖아.”
회의가 끝나고 자신의 부서로 돌아가던 펀드 운용 1부장은 조금 전 회의를 떠올리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그래도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지 않습니까? 너무 직설적이었어요.”
“그래? 나는 오히려 깔끔해서 좋던데. 맞는 말이기도 하고.”
같이 걷던 2부장이 그리 말하자 1부장은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어쨌든 너도 잘해봐. 윤도경 마피아라는 말이 돌고 있잖아.”
“윤도경 마피아요?”
“그래, 전략투자실 실적이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어. 여의도에.”
마피아(Mafia)는 이탈리아어로 범죄 조직을 뜻했지만, 산업계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였다.
한 분야에서 영향을 끼치는 성공의 대명사를 얘기하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등이 속했던 페이팔이란 회사 출신들이 현재 실리콘 밸리를 주름잡으며 페이팔 마피아라는 말이 생겼으니까.
“너도 그 윤도경 후광 업고 잘되면 좋잖아.”
“덕 볼 일 없을 것 같습니다.”
2부장은 나름대로 생각해서 해준 말인데 1부장이 쏘아붙이듯 얘기하고는 먼저 가버리자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0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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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