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0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06화(20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06화
“아니, 무슨 팀원 몇 명 보내고 말지.”
한편, 임원 회의를 다녀온 도경은 휴게실에서 최우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팀원들은 저희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죠.”
“그럼 도경 씨는 괜찮고? 몸이 두 개야?”
“저야 뭐…….”
“그나저나 느닷없이 무슨 펀드 일을 도와달라고 해?”
최우진은 도경을 걱정하면서 불만이라는 듯 얘기했다.
“그렇지 않아도 펀드 몇 군데서 계속 빵꾸를 낸다더라고.”
“펑크요?”
“일전에 말했잖아. 반성문을 쓴다고. 우리도 그런 상황에 갈 뻔했어.”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전혀 처음 듣는 얘기라는 표정으로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액티브 펀드가 몇 개 문제라더라고.”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은 펀드매니저의 실력에 따라 달려 있었다. 패시브야 시장이 상승하면 당연히 올라가는 펀드니 상관없었지만…….
“특히 미국 시장을 담당하는 매크로 펀드가 문제던데?”
“왜요?”
“금리 인상에 대비를 전혀 못 했어.”
“……매크로 펀드인데도요?”
매크로 펀드는 거시경제의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종목을 사고파는 것으로 운용하는 펀드였다.
“그러니까 반성문을 쓸 뻔했지. 매크로 펀드라고 걸어놓고 금리 인상에 대비하지 못했으니까. 포트폴리오에 기술주만 잔뜩 담아뒀다더라고.”
기술주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술 기업들을 총칭해서 하는 말이었다.
금리가 낮을 때 엄청난 돈을 투자해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기업들이었다.
당연히 금리가 높으면 쓰는 돈이 적을 수밖에 없어 주가가 내려갔다.
“그나마 시장이 반등하면서 –30%라더라.”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쪽 사람들은 도대체 뭘 한 거예요?”
“인수합병되면서 프로들은 다 선진이니 태산으로 이직했다더라고.”
도경도 언젠가 들은 적 있었다. 회사가 없어질 거라 생각한 펀드매니저 몇몇은 이미 다른 곳에 둥지를 틀어버렸다고.
“다들 정신 못 차리는 거지. 예전에야 펀드만 매출을 내니까 위에서도 막 쪼아대고, 그러다 보니 단기간의 성과는 잘 낸 것 같은데. 우리 신 대표님이 어디 그런 인물이야?”
신선호는 관리형 CEO였다.
평생 백그라운드에서 지원을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필드에서 뛰는 프런트 오피스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신뢰해 주었다.
“정 안 되니까, 도경 씨한테 손을 내민 것 같은데. 나는 영 맘에 들지 않네.”
“저희 팀이나 제 이름이 걸렸으니 확실하게 하고 올게요.”
“조심해. 저 사람은 우리를 이용하려는 생각뿐이니까.”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아이템 확실하게 준비하자.”
한편, 펀드 운용 1부장 박영식은 사무실로 돌아와 자신의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요즘 2부 분위기 우울한 거 봤지?”
신라자산운용의 펀드 운용사업부에는 총 3개의 부서가 있었다.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는 10여 개가 넘었는데, 최근 2부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잡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임원 회의에서도 대표가 직접 우리 펀드사업부를 질타했어.”
박영식의 말에 팀원들은 잔뜩 긴장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업부에 유성투자증권이 펀드사업부를 축소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기존에 유성투자증권 본사에서 일을 하던 펀드 팀이 자산운용으로 넘어온다는 소문까지 더해서 말이다.
“이미 떠난 선배들이야 좋은 대우를 받고 갔지만, 지금 우리가 떠나면 어디로 가겠어?”
박영식의 말마따나 지금 펀드의 성적이 좋지 않으니 이곳을 나가봤자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이직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 아이템에 우리가 목숨을 걸어야 해. 아이템 따내느라 아주 죽는 줄 알았으니까.”
박영식의 말에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새로운 펀드를 구성하는 것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박영식이 총대를 메고 아이템을 얻어낸 것이다.
“누구 추천할 테마 있는 사람?”
“미용 쪽이 어떨까요?”
“미용? 화장품? 안 돼.”
국내 화장품 회사의 최대 고객은 중국 시장이었다.
명품보다 싼 가격에 좋은 품질로 중국 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화장품 기업의 주가는 끝을 모르고 상승했다.
불과 2년 전까지는 말이다.
“요즘 중국에서 우리 화장품 쳐다나 봐?”
하지만, 그 애매한 포지션이 문제였다.
차라리 고급화를 빠르게 해서 명품과 같은 라인으로 올렸다면 여전히 중국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겠지만.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의 화장품 품질이 많이 올라왔다. 가격경쟁력도 국내 화장품 회사보다 더 좋았다.
거기에 정치적 문제까지 더해져 자국 기업을 팔아주자는 분위기까지 자리 잡으며 국내 화장품 회사는 중국에서 점점 설 곳을 잃어갔다.
“화장품 쪽이 아니라. 미용 시술 쪽입니다.”
“미용 시술 쪽이면 보톡스?”
“네. 보톡스나 치과 미용 쪽 바이오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 같습니다.”
팀원의 말에 고민을 하던 박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때?”
“곧 실내 마스크도 해제될 테고,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치과 미용 쪽이나 보톡스를 필요로 할 사람들이 많아질 테니까요.”
“좋아.”
박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다음 회의 때 PI 윤도경 실장이 참여할 거야.”
그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실 이 아이템이 승인된 이유도 윤도경의 이름 덕분일 것이다.
“윤도경 실장이 나한테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고 하더라고.”
박영식은 아직도 임원 회의에서 자신을 향해 엄포를 놓던 도경의 모습이 떠올랐다.
치가 떨렸다. 마치 자신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 말이다.
“그런데 난 거기를 들러리로 쓸 거거든.”
박영식의 말에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협업이지 주도권은 자신들이 가져야 한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그러려면, 윤도경 실장이 거부할 수 없는 확실한 아이템이 필요해. 오늘부터 죽었다고 생각하고. 다들 아이템 발굴한다.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우리 목숨이 달려 있어. 확실하게 하자.”
박영식의 말에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의를 불태웠고, 박영식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 * *
“아이템이 필요해.”
그날 저녁, 도경은 퇴근 후 집에 가지 않고 오피스텔로 와 있었다.
늘 투자에 대한 생각을 할 때 이곳을 찾아 생각을 정리하고 자료를 찾아보았다.
“로봇은 이미 많이 올랐고. 에너지도 이미 많이 올랐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스 사용료의 혜택인지 천연가스 관련주들은 이미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였다.
판도를 뒤엎을만한 ‘Chat GPT’라는 인공지능이 탄생하며 우리나라에 관련주들도 엄청난 상승을 하고 있었다.
“다음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건데.”
도경은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다.
등 떠밀리듯 참여한 펀드사업부와의 협업이었지만, 대충할 생각은 없었다.
더 나아가 자신의 팀도 단기자금을 투입해야 할 먹거리가 필요했다.
“아무래도 미용 관련주가 오를 것 같은 느낌인데.”
경기는 좋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앞다투어 성형외과를 찾고 있었다. 전염병이 완화되며 마스크라는 제약이 사라지자 모두 피부 미용에 돈을 사용하고 있었다.
“보톡스.”
도경은 화이트보드에 보톡스를 적었다.
가장 대중적인 피부관리 시술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1년에 3조 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시장으로 성장해 있었다.
도경은 앞으로 이 시장이 더 성장할 거라 봤다.
“보톡스가 단순 피부 미용에만 사용되지 않을 거니까.”
18세기 말엽, 소시지를 먹고 식중독으로 죽는 사람이 늘어나자 벨기에의 미생물학자 반 에르멘젬은 이것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균주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 균이 생성해 내는 독성 물질이 보툴리눔 독소(botulinum toxin)였다.
그리고 독소를 연구하면 할수록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을 파악해냈다.
「1㎏이 안 되는 소량만으로도 인류를 모두 죽일 수 있는 독」
세계 인구 80억 명을 단 1㎏도 안 되는 양으로 절멸시켜 버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독이었다.
보툴리눔 독소를 기관지로 흡입하게 되면 폐 근육이 마비되어 숨을 못 쉬고, 따라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이런 독성도 인간의 호기심에 의해 약으로 재탄생되었다.
독소를 물로 희석해 사시 환자에게 처방했더니 눈 주변 근육을 마비시켜 사시 치료에 성공했다.
인류를 모두 죽일 수 있는 균을 사람의 치료에 사용한 첫 사례였다.
현재 보톡스는 주름 주변부의 근육에 주사 시술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주름 근육을 이완시킴으로써 주름이 펴지는 미용 시술에 사용되고 있었다.
“보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톡스를 생산하는 기업은…… 8개.”
도경은 8개 기업의 이름을 모두 적지 않았다.
그중 가장 실적이 좋은 3개 기업의 이름을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네오젠, 신화제약, 이노셀]기업의 이름을 적은 도경은 멀리 떨어져 세 기업을 바라보았다.
“보톡스의 생산 기업의 주가가 오를 것 같기는 한데, 지금 상황이…….”
도경이 적은 세 회사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보툴리누스균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위험 독극물이었기 때문에 국외 반출이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발견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균주를 보유한 나라는 몇 개 되지 않았다.
“일단 싸움에서 앞서고 있는 건 네오젠이야.”
네오젠은 국내의 한 연구원이 미국의 대학에서 보툴리누스균을 국내로 몰래 가지고 들어와 차린 회사였다.
그리고 보툴리누스균에서 보툴리눔 독소를 채취해 보톡스를 생산하고 있었다.
“나머지 두 회사는…….”
문제는 나머지 두 회사였다. 국내에서는 보툴리누스균을 자연에서 채취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신화제약은 공장 주변에 있는 토양에서, 이노셀은 통조림에서 찾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문제는 네오젠이 들고일어나면서부터 불거졌다.
「네오젠, 신화제약 고발 “자사 보톡스 제조 기술 훔쳐”」
네오젠은 자신들의 보툴리누스균을 신화제약에서 훔쳐 갔다고 주장했고, 신화제약은 말도 안 된다는 소리라며 대응하기 시작해 둘 사이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노셀 또한 피해 갈 수가 없는 것이 통조림에서 균을 찾았다는 말을 업계 그 누구도 믿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찾아야 해.”
승부를 보려면 앞으로 오를 곳을 찾아야 했고, 가장 가능성이 큰 곳은 보톡스 관련주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말했듯 앞으로 보톡스는 미용을 떠나 의료에 사용될 테니까.”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보톡스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고 실제로 미용 외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국 FDA, 보톡스 편두통 환자에게 처방 허가」
「보톡스, 요실금 치료에 사용. FDA 허가」
「보톡스 심장질환에도 사용되나? 부정맥에 효과 확인」
이처럼 여러 연구 결과가 쏟아지며, 보톡스는 수많은 치료에 투입되고 있었고 처방이 늘어난다면 확실한 파이프라인인 미용 시술 외에도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었다.
앞으로 더더욱 커질 시장이라고 도경은 보고 있었다.
“여러 불안 요소들을 제외하고, 가장 매력적인 회사는 아무래도…….”
지이잉-
도경이 결론을 내리려고 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알림을 확인했다.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알림의 주인공은 메시지였다.
【액티브 펀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펀드매니저의 실력입니다】
【그렇다면, 펀드매니저의 실력은 무엇을 얘기하는 것일까요?】
메시지는 이번 일 또한 알고 있다는 듯 얘기해 오고 있었다.
【저점에 사고, 고점에 파는 타이밍? 스타성?】
【펀드매니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종목을 발굴해 내는 능력입니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종목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펀드매니저의 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자신도 빛나지 않는 금광석을 발굴해 내 고객들의 자산을 불려주고 싶다고 류태화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윤도경 씨는 간접적으로 펀드매니저로서의 첫걸음을 걷게 되었습니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세요】
【그 증명은 윤도경 씨가 선택한 종목의 수익률로 결정될 것입니다】
【회원님의 곁에서 늘 함께하겠습니다. VIP 서비스입니다】
메시지가 그리 끝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볼게요.”
도경은 그리 혼잣말을 내뱉고는 화이트보드에 적은 것들을 모두 지웠다. 그러고는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09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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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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