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0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08화(20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08화
“연락이 엄청나게 오고 있습니다.”
다음 날, 신라자산운용 펀드사업부.
1부장 박영식은 팀원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연락이 온다고?”
“예. 언제 출시하냐, 테마는 뭐냐, 윤도경 실장이 참여하는 게 맞냐.”
어젯밤 작은 경제지에 기사가 하나 나갔을 뿐인데 반응은 정말 폭발적이었다.
“특히 강남에서 연락이 많이 옵니다.”
“하하하, 역시 사모님들 정보력은…….”
있는 사람이 정보를 습득하는 게 더 빠른 것이 이 바닥이었다.
벌써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서는 이 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윤도경이 그렇게 대단한가?”
“대단하죠. 솔직히 주식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이 바닥에 깊게 들어온 사람들은 윤도경 신화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잖아요.”
물론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모를 수 있었다.
하지만, 직원의 말마따나 이 바닥에서 정보를 가지고 놀 줄 안다는 꾼들은 윤도경을 아주 잘 알았다.
특히 성남지점에서의 팻 핑거 사건은 아직도 호사가들 입에서 오갈 정도로 도경의 영향력은 여의도에서 점차 커지고 있었다.
“그래도 그냥 윤도경 이름 하나 들어갔는데 이렇게 관심이 쏟아지는 게 영…….”
“근데 괜찮을까요?”
“뭐가?”
직원의 물음에 박영식은 표정을 찡그리며 물었다.
“윤 실장님은 이제 참여 안 하시잖아요. 어제 부장께서 협업은 없다고…….”
“뭐 어쩔 거야?”
“네?”
“기사가 뭐 윤도경이 참여한다고 나갔어? 그냥 ‘윤도경이 참여할 수도 있다’라고 나갔잖아. 그냥 앞으로 연락이 오면 확실하지 않다고 답해.”
“…….”
박영식의 말에 직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눈앞에 앉은 부장이 무엇을 노리는지 알 것 같았다.
‘아니다’가 아닌 ‘확실하지 않다’라고 답하라는 것은 여지를 주겠다는 말이었다.
고객들이 오해할 여지를 말이다.
“그건 고객 기만이…….”
“기만? 야.”
박영식은 기가 찬다는 듯 직원을 바라보았다.
“누가 윤도경이 참여했다고 하래? 그냥 확실하지 않다라고 답하라는 거잖아.”
“하지만, 윤 실장께서는 이미…….”
“혹시 알아? 다시 협업할 수도 있잖아.”
“윗선에서 문제를 걸 수도 있습니다.”
“걸라지. 오히려 내가 더 바라는 거니까.”
박영식이 그리 말해오자 직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다시 협업할 일이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았다.
듣기로는 윤도경이란 사람은 한 번 떠난 것은 다시 바라보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상사인 박영식 또한 속된 말로 또라이였다.
“왜 대답을 안 해?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짜식이 첨부터 그렇게 답하지. 가 봐.”
직원이 자신을 찝찝하게 만든 것이 박영식은 기분 나쁜 듯 혀를 ‘쯧’ 차고는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연호에너지 김정우 사장: 박 부장, 이번에 윤도경인가 그 사람이랑 펀드 한다는 게 사실이야?]자신의 메신저는 벌써 불이 나고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큰손 고객들이 하나둘 연락을 해오고 있었다.
[나: 아휴, 그렇지 않아도 곤란합니다. 이게 확실한 것도 아닌데. 그게 말입니다…….]박영식은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 * *
“평소 파악하고 있는 찌라시들에도 소식이 몇 개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편, 도경은 2팀장 이지훈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지훈은 채권 등 소문에 밝아야 하는 자산들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여의도 바닥에 도는 소문에는 빠삭했다.
“뭐라고 소문이 돌던가요?”
“윤도경이 직접 픽했다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종목을요?”
“예.”
이지훈은 심각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몇몇 채널들에서는 실장님께서 이전에 했던 투자들과도 엮어나가고 있습니다.”
도경은 계속 이야기해 보라는 듯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특히, 라오후ADR 세계 최초 숏 포지션을 잡은 게 윤도경이다라는 사족까지 덧붙이고 있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눈썹을 찡그렸다.
그런 소문들이 업계에 퍼지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이었고 또, 칭찬이라 생각해 그냥 웃고 넘겼는데, 지금 이지훈에게 들은 말은 역겹기 짝이 없었다.
“정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지훈은 짐짓 걱정이라는 표정으로 도경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렇게 찌라시가 도는 정도면 이미 부촌에서는 돈을 싸 들고 준비 중일 겁니다. 만에 하나 펀드 수익률이 주저앉으면 모든 것은 팀장님이 덤터기를 써야 하고요.”
“정식으로 대응한다고 달라질까요?”
도경이 이 문제를 가지고 정식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이미 착각하고 있을 겁니다. 모두가 말입니다. 아, 신라자산운용에서 새로운 펀드가 나오는데 윤도경이 참여한다고? 그럼 윤도경 펀드네?”
“…….”
“거기다 대고 아무리 회사 공식 채널로 사실무근이라고 한다고 해서 믿을까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이미 강남을 비롯한 부촌에서는 소문이 싹 퍼졌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이런 소문이 떠돌다 보면 사람은 이성이 마비된다.
거기에다 대고 아무리 아니라고 외쳐봤자 의심의 방향은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할 테고.
가령 부자들이 자기들끼리 해 먹으려고 한다든가.
“그렇다면 대응하지 않으실…….”
“아뇨. 해야죠.”
“생각해 두신 방안이 있으십니까?”
“우리도 뿌리죠.”
“뭘 말씀이십니까?”
“찌라시 말이에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 생각하시는 그런 거 아닙니다. 그저 채널을 공식이 아니라 찌라시 채널로 뿌리자는 거죠. 윤도경은 참여 안 한다더라.”
도경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오히려 지금은 사람들이 찌라시 수준의 정보를 더 믿고 있을 타이밍이라고.
그렇다면 전략투자실 또한 같은 채널로 해명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두 가지 정보가 들어오니까 고민하겠죠.”
“고민은 하겠지만, 결국 마음 가는 대로 믿을 겁니다.”
“거기서부터는 이제 선택의 영역입니다. 저는 그분들께 한 가지 길을 더 열어드릴 거고요.”
“길이라 하심은…….”
“공식 채널로도 부인할 겁니다. 저는 충분히 사인을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도경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걸쳐 입었다.
“하실 수 있겠죠?”
“예. 몇몇 채널에 낌새만 던져주는 거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 * *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네. 어제 통보받았습니다.”
“펀드사업부가 아주 안 되겠구만.”
한편, 도경은 사무실을 나와 대표실을 찾아 신선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 사이에 있었던 일을 보고 중이었다.
신선호는 전혀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듯 말했다.
“대표님.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
“네. 혹여 이 일로 펀드사업부를 질책하지 말아주십시오.”
“그게 무슨…….”
“건방진 말씀 올리자면, 이번 일로 펀드사업부를 대표님께서 질책하시면 그분들의 적대감이 더더욱 생길 겁니다.”
도경의 말에 금방이라도 전화를 들어 올려 펀드사업부를 호출하려던 신선호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회사는 두 개의 파벌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도경의 입에서 애써 무시하던 이야기가 나오자 신선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모를 리가 있겠어요? 펀드 3팀에서 매일같이 보고가 올라오는데.”
펀드사업부의 3팀은 유성투자증권에서 차출된 인원들이 모인 팀이었다.
지금 신라자산운용 안에는 신라와 유성이라는 두 파벌이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을 하고 있었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면 생기게 되는 통과 의식 같은 것이었다.
이런 싸움까지 이겨내는 것이야말로 진정 인수에 성공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대표님께서 나서시면 문제가 될 겁니다. 비록 그것이 옳은 말이더라도 말입니다.”
도경은 무례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니까.
“유성 출신이라 윤도경 편을 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
“내부 정치에 관해서는 잘은 모릅니다만, 박영식 부장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마치 그런 것들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요.”
박영식은 마치 이런 상황을 즐긴다는 듯 줄타기를 해오고 있었다. 유성 출신에게 핍박받는 신라 직원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런 프레임에 들어가 주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걸 언제까지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처리될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네. 그 과정은 회사에 고통스럽겠지만, 결국 저들이 먼저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게 될 겁니다.”
확신에 가득 찬 도경의 말에 신선호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 실장이 참으라니 지금은 참겠지만, 일이 더 커지면 내가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당연히 대표님의 영역이시니 제가 더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제 부탁을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대표님께서 충분히 양해해 주신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신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고 자신이 나설 타이밍이 생긴다면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래서 내가 해줄 건 있습니까?”
“공식적으로 제가 참여하는 게 아니라는 해명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홍보팀에 저희 입장문이 넘어가면 보도가 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건 당연히 해야죠.”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도경이 인사를 하고 대표실을 나서자 신선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 * *
“최근 회사 내부에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흘러 다니는 거 알고 있습니다.”
이틀 후, 도경은 단기자금 투입을 위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요즘 신라자산운용 내부 분위기는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펀드사업부와 전략투자실의 협업이 깨졌다는 소리에 대놓고는 표시하지 못했던 갈등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여러분도 기분이 나쁘다는 걸 알고 있고요.”
도경의 팀은 유성투자증권 출신들이 주축이 된 팀이었다.
대부분 팀원은 새롭게 뽑은 팀원들이었지만, 아무래도 실장인 도경이 사건의 중심에 있다 보니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당 문제는 알아서 잘 해결될 거라고 믿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우리 일을 하죠.”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연지 팀장님.”
“저희 3팀은 지난 며칠간 실장님의 지시로 네오젠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하였습니다.”
이연지의 브리핑으로 회의는 진행되기 시작했다.
“신화제약과의 법적 분쟁은 90% 이상 네오젠이 승리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확실히 네오젠은 보툴리누스균의 출처가 확실해 애초에 노리고 신화제약에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네오젠의 점유율은요?”
“39%입니다.”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노셀이 40%가 넘는 점유율로 업계 1위였는데 네오젠도 그에 못지않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신화제약과의 싸움에서 네오젠이 승리한다면, 네오젠은 다음으로 이노셀을 노릴 것 같습니다.”
펀드사업부에서 이노셀이라는 회사를 픽했음에도 도경이 공감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이노셀은 점유율이 높고 매출도 가장 높았지만, 사업 구조 자체가 투명하지 않았다.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기업이었다.
“현재 네오젠이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말들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신화제약과의 소송으로 영점 조준을 하고 다음은 이노셀을 노릴 것이라는 소문도 있고요.”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도 현재 우리가 이 보톡스 전쟁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면, 네오젠이 가장 안정적인 초이스라고 보입니다. 아니.”
도경은 숨을 고르고는 팀원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가장 안정적이고, 가장 위로 열려 있는 기업이 네오젠이라 생각합니다.”
도경은 확신을 가지듯 얘기했다.
“이견이 있다면 듣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도경의 눈에 대한 믿음은 차치하더라도, 만약 자신이 투자해야 한다면 네오젠에 투자해야 한다고 모두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그럼 이견 없는 것으로 알고. 단기자금은 네오젠에 투입하겠습니다. 최우진 팀장님.”
“네. 실장님.”
“준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지훈 팀장님.”
“준비 끝났습니다. 말씀해 주시면 쏘겠습니다.”
“좋습니다. 회의는 여기서 마칩니다.”
도경의 말을 끝으로 회의가 끝이 나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괜찮겠어?”
회의실에 남아 책상을 정리하던 도경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최우진이 서 있었다.
“뭐가요?”
“펀드 팀 저대로 둬도 되겠냐고. 이거 봉합하지 못하면 계속 이런 사이로 남을 텐데.”
최우진의 말에 짐을 챙긴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배님.”
도경은 한숨을 내쉬고는 최우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펀드 팀 오래 못 갈 것 같습니다.”
“뭐?”
“제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기다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떠내려올 것 같거든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회의실을 나섰고, 최우진은 의아하다는 눈초리로 도경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10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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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