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1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10화(21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10화
“대표가 우리를 버렸어요.”
한편, 일이 터지자마자 전무실로 달려온 부장 박영식은 전무를 향해 푸념을 토해내고 있었다.
“펀드에 윤도경이 참여한다고 기사가 나온 게 두 달 전이에요. 두 달이 뭐야. 이제 석 달이네.”
전무는 두 눈을 감고 박영식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 또한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참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석 달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왜! 회사에서 보도 자료를 내냐고요. 전무님 아셨어요?”
“……나도 기사로 알았어.”
“이거 보세요. 지금 신선호 대표요. 자기를 대표로 만들어준 윤도경만 예뻐하고 있는 거라니까요?”
신라운용자산 내에 있는 신라증권 출신 인물들의 생각은 박영식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건…….”
“예쁘겠지. 무슨 요술을 썼는지는 몰라도 신라를 인수하게 해줘. 거기다가 자기가 대표까지 앉게 되었으니까. 윤도경이 안 예쁘겠어요?”
“야, 그래도 대표인데…… 말은 가려서 해.”
“전무님! 지금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말을 가려서 해요. 아주 저랑 제 새끼들 죽으라고 길바닥으로 몰아냈는데.”
전무는 한숨을 내쉬었다.
박영식은 우유부단한 전무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평소에는 저 성격이 좋았다. 뭘 해도 자신들을 위하고 생각해 주는 거라고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전무는 중요할 때마다 뒷짐을 지기 일쑤였다.
“전무님 저희 좀 살려주십시오.”
“뭘 어떻게 살려줘? 성적 자신 없어?”
“자신 있죠. 자신이 있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박영식은 절실한 말투로 전무를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윤도경의 이름이 왜 필요한 거야?”
“처음부터 윤도경 이름을 보고 들어온 고객들이 많으니까요.”
오히려 지금 상황에 자충수에 빠져 버린 박영식이었다.
처음부터 윤도경과 선을 그었다면 자신들의 종목 선정과 실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었다.
“그 고객들이 지금 계속 환매를 하고 있어요.”
이성이 마비된 상황에서 윤도경의 이름값만 보고 들어온 고객들이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자금 유출이 계속되면 아무 생각 없었던 고객들도 생각을 바꿀 거예요. 아! 무슨 문제가 있나 보다! 하고요.”
“그래서 지금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윤도경과 협업을 할 수 있도록 판을 좀…….”
“야! 박영식!”
전무는 대뜸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가 네 성질 못 이겨서 판 엎은 거 아니야?”
“…….”
전무의 말에 박영식은 두 눈을 크게 뜨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처음 보는 전무의 모습이었다.
“너 인마, 네가 프로젝트 하고 싶다고 해서 내가 대표 설득해 줬지? 그리고 윤도경과 협업하겠다고 부탁해서 내가 임원 회의 때 판까지 깔아줬어.”
전무는 화가 치솟는 듯 벌게진 얼굴로 박영식을 바라보았다.
“근데 네가 주도권 잡겠다고 윤도경이 의견 배제하고 쫓아냈잖아!”
“……쫓아낸 건 아니고요.”
“그럼 뭐야!”
“그, 그렇잖습니까? 펀드는 그래도 우리가 전문가인데…….”
“펀드의 문제가 아니잖아! 종목 선정에서부터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윤도경보고 나가라고 했잖아!”
전무는 박영식의 말을 받아주는 것에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자식이 무슨 일만 있으면 쪼르르 달려와서…….”
“…….”
화를 내던 전무는 박영식을 바라보았다.
잔뜩 위축되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한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그 모습을 보니 또 짠해져 왔다.
“너 이번에 내가 판 깔아주면 안 엎을 자신 있어?”
전무의 말에 박영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럼요!”
“어휴, 이 자식아. 너 때문에 내가 못산다.”
지이잉-
이야기가 끝을 향해가고 있을 때 박영식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전무는 받아보라는 듯 고갯짓했다.
“전무님 뵈러 온다고 했잖…… 뭐? 그래? 일단 알겠어.”
“왜? 무슨 일인데?”
“국정원에서 보톡스 업체들 전수조사를 한다고 했답니다.”
전화를 끊은 박영식은 전무의 말에 답했다.
“뭐?”
“아무래도 최근에 보톡스 업체들이 난립했는데 그게 문제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보툴리누스균이 관리가 안 된다고 보는 것 같아요.”
“그럼 이노셀이 타겟 아냐?”
“아닐 겁니다. 잠시 소란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털고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고요.”
“확실해?”
“그럼요. 제 눈 못 믿으십니까?”
전무는 미덥지 않다는 눈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박영식이 저 자리에 올라간 것은 운도 따랐지만, 기본적으로 주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근데 뭔 국정원에서 나서?”
“보톡스 균주가 국가 전략물자라…….”
“문제없는 거 확실하지?”
“확실합니다.”
“알겠어. 돌아가서 기다려. 내가 윤 실장과 자리를 한번 만들어 볼 테니까.”
전무의 말에 박영식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거수경례를 했다.
“전무님, 충성.”
“어이고, 화상아.”
전무를 찾아올 때와 달리 싱글벙글 웃는 박영식이었다.
* * *
“보톡스 관련주들 대부분이 3% 이상 하락했습니다.”
한편, 도경은 국정원에서 보톡스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행된다는 보고를 받고 상황 점검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네오젠에서는 제일 빠르게 공시를 올렸습니다.”
“공시요?”
“네. 자신들의 균주에는 문제가 없다는 공시였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문제없을 겁니다.”
“그런데 예전에도 이런 일이 왕왕 있었습니다. 후에 조사로 들통날 줄 알면서도 문제가 없다는 공시를 한 곳들이요.”
“네오젠은 정말 자신 있을 겁니다.”
도경은 자신의 말에 의아해하는 최우진을 향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리나라 제도가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업체들은 보톡스 균주를 확보하면 질병관리청에 신고하고 고유 등록번호를 받거든요.”
“아…….”
“이때 출처도 같이 표기해야 합니다. 뭐 다른 업체들은 어떻게 출처를 적었는지 모르겠지만, 네오젠은 자신들의 균주 출처를 늘 밝혀왔으니까요.”
“창업주가 미국에서 들고 들어온 거라고요.”
“그렇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이걸 국정원과 질병청에서 전수조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최우진은 가만히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두 가지를 잡기 위해서일 겁니다. 하나는 균주의 출처를 확실하게 하기 위함이고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보톡스를 다루는 업체들이 난립하기는 했죠.”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톡스 균주가 명색이 국가에서 관리하는 건데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균들이 돌아다닌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어요.”
보툴리누스균은 소량만으로도 인류 전체를 죽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화학 무기나 다름없기에 더욱 그랬다.
“두 번째는 불법 유통 문제일 거예요.”
“불법 유통이라 함은…….”
“국내에서도 이렇게 불법적으로 돌아다니는데 해외로 빠지는 물량은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얼마 전 얘기했던 따이공이 떠올랐다.
“이참에 국정원과 식약처, 질병관리청이 나서서 관리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할 테고, 출처가 불분명한 회사들은 벌벌 떨고 있을 겁니다.”
“네오젠은 반대로 그걸 노리고 공시를 한 거겠죠.”
최우진의 물음에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진짜 악재 다 털고 가는 거 아닐까요? 여기서 이노셀이…….”
지이잉-
순간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발신 번호를 확인한 도경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도경입니다.”
-…….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저녁에 뵙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도경이 한숨을 내쉬자 최우진은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아, 펀드사업부 전무님께서 저녁을 같이하자고 하시네요.”
“먼저 숙이고 들어오는 것 같은데요. 하실 거예요?”
“글쎄요.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일단, 다녀와서 얘기해 드릴게요.”
최우진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도경은 여러 가지 생각에 빠졌다.
* * *
“윤 실장, 어서 와요.”
그날 저녁, 도경은 퇴근을 하고 회사 앞에 있는 일식당으로 나왔다.
“죄송합니다. 일찍 나왔어야 했는데.”
“아이고, 무슨 그런 말을 합니까? 약속에 늦은 것도 아닌데요.”
전무는 약속 시간보다 먼저 나와 도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앉을까요?”
도경은 옷걸이에 재킷을 걸고 자리에 앉았다.
“얘기를 먼저 나누고 즐겁게 식사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전무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윤 실장, 우리 펀드사업부와 다시 협업을 해보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도경은 가만히 전무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먼저 협업을 깨놓고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얼마나 무례한 것인지, 또 윤 실장이 얼마나 당황스러울지 잘 알고 있습니다.”
“…….”
“그렇지만, 우리 펀드사업부에서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라고 느꼈고 윤 실장이 적임자라 생각했습니다.”
도경은 눈앞에 앉은 전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임원 회의에서 자주 이야기를 나눠봤기도 하고, 소문 자체가 사람이 좋다는 소문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전무님. 이렇게 아랫사람을 찾아오셔서 부탁하시는 게 쉽지 않은 일이실 텐데 존경스럽습니다.”
도경이 호의적인 말을 해오자 전무의 얼굴은 밝아져 갔다.
자신이 나와 이렇게 숙이고 들어가면 일이 풀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이 적중했다.
“한데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무의 그런 기대감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나오면서 한 가지 마음을 먹고 나왔습니다.”
“마음이라면…….”
“이 자리에 박영식 부장이 있고, 저에게 그날의 일을 사과, 아니, 그냥 서로 잊자고만 말했어도 받아들였을 겁니다.”
“박 부장은…….”
“전무님, 일의 당사자는 저와 박영식 부장입니다.”
도경의 말투는 정제되어 있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 하나하나가 전무의 가슴에 꽂혔다.
“당사자는 마치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듯 전무님 뒤에 숨고, 전무님은 이렇게 아랫사람에게 고개를 숙이시면서까지 말씀하시는 작금의 모습이 저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
“제가 다시 협업의 장으로 돌아가거든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오늘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은 당사자는 말입니다.”
적어도 박영식이라면 도경이 사과를 받고 본인들의 필요로 인해 돌아왔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죄송합니다. 오늘 자리로서 저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펀드사업부와 협업을 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전무는 가만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례인 줄 알지만,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지금 이렇게 선을 그어주는 것이 전무에게도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깨닫게 해주리라 생각했다.
“윤 실장.”
재킷을 든 도경이 방을 나서려 하자 전무의 말이 들려왔다.
“박 부장이 사과한다면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전무의 말에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건 박영식 부장의 태도를 보고 하겠습니다. 본인을 위한 거라면 제가 나설 필요가 없겠죠.”
“그럼 회사를 위한 거라면…….”
“말씀드렸습니다. 태도를 보겠다고.”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방을 나섰고, 전무는 한숨을 내쉬었다.
소문보다 윤도경이란 사람은 더더욱 단단한 사람이었다.
왜 윗선에서 윤도경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은 깔끔한 맛이 있었다.
“하필 저런 사람한테 시비를 걸어가지고.”
전무는 박영식이 상대를 잘못 골랐다고 생각했다.
사내 정치도 먹힐 만한 인물에게 해야 했다. 윤도경은 사내 정치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번 기회에 영식이가 성격을 조금 고치게 되면 좋으련만…….”
전무는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13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