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1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11화(21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11화
“가서 사과하고 와.”
다음 날, 박영식은 호출을 받아 전무와 대화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짓고 있던 박영식은 의외의 말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영식아, 너 사람 잘못 건드렸다.”
전무는 난데없이 처음 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유부단하고 사람 좋아 보이던 표정은 얼굴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윤도경 생각보다 단단한 사람이야.”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얘기도 못 꺼냈다.”
전무의 말에 박영식은 다시 한번 이맛살을 구겼다.
“내가 윤도경 실장보다 상급자니까, 적어도 내가 말하면 먹히겠거니 하고 나간 자리였어.”
전무는 어젯밤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네가 사과해야 모든 게 풀려. 내 생각이 짧았어. 그게 우선이었는데 말이야.”
전무는 어제 일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만 같았다. 자신의 밑에 있는 직원의 말만 듣고 움직인 것은 아마추어 같은 짓이었다.
한 사업부를 이끄는 임원으로서 중재를 해야 했는데, 중재가 아닌 박영식의 손을 들어준 꼴이 되었으니…….
도경의 눈에는 자신이 얼마나 우스워 보였을까.
“사과하지 않겠습니다.”
박영식은 단 1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말해왔다.
“너 이렇게 철딱서니 없는 놈이었어?”
“애초에 사과할 일도 아닌 것 같고요. 전무님께서도 제 의견에 동의하셨지 않습니까?”
“그거 후회해.”
“네?”
“후회한다고. 우리가 틀렸어. 윤도경은 애초에 사내 정치를 할 생각이 없었다니까? 우리가 상대의 본심을 오해하고 괜히 들쑤신 거야.”
“사과 못 합니다.”
“그럼 윤도경 이름 쓸 생각하지 마.”
“…….”
전무는 굳은 표정으로 박영식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박 부장, 아니, 영식아. 너는 평생 윤도경 못 이겨.”
“전무님!”
“가서 윤도경이 걸어온 길에 대해 좀 알아봐. 걔를 적으로 생각한 인간들은 어떻게 되었고 또 동료로 생각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네 능력으로 윤도경보다 뛰어나다는 걸 입증해. 윤도경의 이름값을 원하지 말고.”
전무의 말에 박영식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고른 종목이 윤도경이 픽한 종목보다 더 오르면 되는 거 아닙니까?”
“맞아. 그런데 그게 될는지는 모르겠다. 둘의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서.”
이제는 박영식의 행동에 질렸다는 듯 전무는 모진 말을 쏟아냈고, 박영식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무실을 나가 버렸다.
“못난 자식.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었어야지.”
전무는 박영식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읊조렸다.
* * *
“그래서요?”
점심시간, 도경은 팀장들과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뭐라고 하셨는데요?”
“안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맞은편에 앉은 이연지는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전무님인데도요?”
“저도 우리 전략투자실의 대표 자격으로 나간 거라…….”
“크으…….”
도경의 옆에 앉은 최우진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맞지. 맞어. 실장님은 우리 대표로 간 거죠. 아 활명수 먹은 것 같네.”
“저는 받아들이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듣던 이지훈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 반쯤은…….”
“그런데 왜 생각을 바꾸셨습니까?”
“박영식 부장이 직접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박영식 부장이 직접 나와 사과하는 척이라도 했으면, 한번 속아줄 생각이 있었습니다.”
“거짓이라도요?”
“네. 적어도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일 만큼 이번 일에 절실하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 같거든요.”
도경의 말에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이번 펀드 성과가 절실했다면, 고개를 숙이는 것이야 별로 힘든 일은 아닐 테니까.
“그런데 사과마저 전무님 뒤에 숨는다는 건 애초에 박영식 부장은 저를 이기고 싶어 하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협업이란 게 그렇더라고요.”
최우진이 입을 열었다.
“말이 협업이지 내 눈앞에 있는 저 새끼를 죽여야 내가 높은 고과를 가져간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있더라니까요.”
“있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실장님의 이번 대처가 세련된 것 같아요. 제 성격이었으면 맞불 놨을 것 같은데.”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예전부터 좀 그런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느낀 건데요.”
도경의 말에 세 사람은 가만히 집중했다.
“그런 사람들은 하나같이 제가 상대 안 하고 제 할 일만 하면 못 견디더라구요.”
애써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기엔 내 감정은 소중했다.
열정을 다른 곳에 쏟는 게 더 나은 일이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그럼 급발진하게 되고 늘 약점을 노출하던걸요. 그때 느꼈어요. 아! 원래 저런 인간들은 내가 무엇을 하든 못마땅해할 인간들이구나.”
“맞아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그냥 가만히 지켜봐요. 그럼 알아서 떠내려오더라고요.”
도경의 말에 세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사내 정치 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앞으로 더한 인물들 많이 만날 거 같은 느낌이에요.”
“나는 윤도경 전법 쓰려고. 명분 쌓고 무시하고, 또 명분 쌓고.”
팀장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으며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 * *
“어때?”
보름 후, 박영식은 요즘 매일같이 펀드 성적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었다.
“윤도경 실장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발표 이후, 자금 유출은 있었습니다만, 어느 정도 선에서 멈췄습니다.”
“얼마 정도 유출됐어?”
“120억 원 정도…….”
직원의 말에 박영식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많은 자금이 빠져 나갔다.
“그래서 현재 이노셀 주가는? 아니, 네오젠이랑 비교해서 올려봐.”
[이노셀 102,500 ▼0.94%] [네오젠 95,000 ▼1.08%]국정원의 내사가 시작되었다는 발표 이후, 보톡스 관련주의 주가 상승 흐름이 꺾였다.
“이노셀은 저희가 들어갔을 때보다 6.36% 하락하였고, 네오젠 같은 경우는 3.67% 하락하였습니다.”
“왜 이노셀이 더 떨어진 거야?”
“아무래도 균주의 출처가 불명확하다는 소리가 계속 들어오다 보니…….”
직원의 보고에 박영식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경이 해온 말과 똑같은 말이 직원의 입에서 나왔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기회에 이노셀이 털고 갈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것 같은데, 한편에서는 오히려 하방이 열린 게 아닌가 하는…….”
쾅-
“야, 인마! 그게 지금 할 소리야?”
책상을 ‘쾅’ 내려치는 박영식의 모습에 직원은 잔뜩 쫄은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은 그저 시황에 관해 보고를 하는 것뿐이었는데 박영식의 반응은 마치 죽일 놈을 보듯 하고 있었다.
“이 종목 우리가 고를 때 이거 예상했어! 못 했어?”
“했습니다만, 네오젠에서 소송전에 나설 것이라 예상했지, 국가에서 나설 것이라고는…….”
“그럼 너희가 잘못한 거 아냐?”
“네?”
“종목 선정할 때 다각도로 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직원은 정말이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너 아니어도 지금 내 심정을 어지럽히는 게 너무 많으니까. 좋은 얘기만 하자. 좋은 얘기만. 나쁜 가정 이리저리 가져다 붙이면 한도 끝도 없어.”
박영식의 말에 직원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휴, 됐다. 가 봐라.”
손을 휘저어 직원을 보낸 박영식은 컴퓨터를 통해 여러 가지 보고서를 내려받았다.
이노셀을 커버리지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담긴 보고서였다.
“그래. 역시 태산이라 다르네. 이런 전망을 볼 줄 알아야지.”
애널리스트들은 오히려 지금이 이노셀을 주울 기회라고 보고 있었다.
박영식은 속을 어지럽히는 소식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위안이 되는 소식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펀드매니저로서는 피해야 할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을 위해 이것이 더 좋다고 느꼈다.
띠링띠링-
그때, 펀드 1부 사무실 내에 큰 소리로 알림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직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부장님!”
“뭐, 뭐야?”
이제는 팀원이 이렇게 다가오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박영식이었다.
“식약처에서 이노셀 보톡스 4종에 대한 품목 허가 취소를 발표했습니다.”
“뭐?”
순간 박영식은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 *
“심각한 것 같은데요?”
한편, 도경 또한 식약처의 발표를 보고는 팀장들과 긴급회의를 하고 있었다.
“속보 한 줄만 보고 들어왔는데 이유가 업데이트되었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이연지는 휴대전화로 무언가 검색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실장님 예상이 맞았어요. 이노셀이 국외로 우회 수출하는 걸 잡은 것 같아요.”
“우회 수출이 맞았나 보네요.”
“네. 해외로 반출할 때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를 받지 않고, 국내 업체에 물량을 넘기고 따이공들을 이용한 방식 같네요.”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고 터질 문제였다.
“업계 관행을 지금부터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얘기겠죠.”
지이잉-
그때, 도경을 포함한 팀장들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모두 동시에 화면을 확인했다.
[받은글) 한국거래소 이노셀 매매거래 정지]사무실에 있는 직원이 보낸 문자메시지였는데 이노셀의 주식 거래가 정지될 거라는 문자였다.
“확인해 보죠.”
도경의 말에 이연지는 재빠르게 검색을 했다.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만, 지금 이노셀의 주식이 19%가 빠졌습니다.”
단숨에 이노셀의 주가가 -19%가 내린 상황이었다.
“아, 떴어요. 거래소에서 거래정지를 발표했네요.”
“이유는요?”
“풍문에 대한 공시 요구입니다.”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법적인 문제가 있을 시 거래소는 주주 보호를 위해 종목에 대해 거래정지를 시킬 수 있다.
이에 이노셀의 해명 공시 이후에 거래정지를 풀지, 계속 정지할지 결정하겠다는 말이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인 것 같은데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기서 만약 네오젠이 소송까지 걸면…….”
이지훈이 호응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노셀의 주주라면 단 한 번의 기회는 있을…….”
쾅-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때 회의실 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열렸고, 최대훈이 필사적으로 회의실을 들어오려는 사람을 막고 있었다.
“유, 윤 실장님. 얘기 좀 합시다.”
밖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도경은 팀장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의 신호에 팀장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최대훈이 길을 비켜주자 펀드 운용 1부장 박영식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시, 실장님. 저희 좀 살려주십시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실장님이라면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잘…….”
“미리 경고하셨잖아요.”
박영식은 도경을 바라보며 매달리듯 얘기를 해왔다.
“이노셀에는 이런 문제가 있을 거라고 미리 경고하셨으니 후속 대처 방안도 아실 거 아닙니까…….”
“제가 그걸 어떻게 알까요?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 같으니 들어가지 말자고 말씀드린 겁니다.”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박영식은 도경을 향해 고개를 숙여왔고, 도경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직 박영식은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그저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모습으로만 보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없는…….”
도경이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저 우위에 서기 위해 진짜 충고를 무시했습니다.”
박영식의 입에서 기다리던 말이 나왔다.
“이번 일만 도와주시면, 모든 일이 끝나고 나름의 책임을 지겠습니다. 제 새끼들까지 길바닥에 떠밀고 싶지 않습니다.”
박영식의 말에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내일 회의에 참석하겠습니다. 한 가지 명심해 두십시오. 부장님을 위해 그 자리에서 나가는 게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고 회의실을 나가자 고개를 푹 숙인 박영식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고, 고맙습니다…….”
텅 빈 회의실에서 박영식은 연신 그 말만을 내뱉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1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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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