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1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13화(21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13화
“일단 보고부터 받읍시다.”
한 달 후, 신라자산운용 대표실.
대표실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는데 펀드사업부를 관리하는 전무이사와 펀드 운용1부 부장 박영식이 호출받아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현재 신라액티브뷰티펀드의 총수익률은 8%입니다.”
박영식이 입을 떼자 대표 신선호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비중이 가장 높은 네오젠의 주가가 평균 매입가에서 34% 이상 상승하며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부진한 이노셀과 신화제약 등의 주가 하락을 상쇄해 주고 있습니다.”
“네오젠의 주가가 그리 올랐습니까?”
신선호가 묻자 박영식은 침을 꼴깍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중국 당국에서 네오젠의 보톡스 제품을 판매 허가하며 사실상 정식으로 수출할 길이 열렸습니다.”
“그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오를 일인가 싶어서.”
신선호의 의문은 타당했다. 사실 그 공시는 눈치를 보던 투자자들이 뛰어들 수 있게 만들어준 하나의 구실이었다.
“신화제약과의 소송전에서 네오젠이 승리했습니다.”
네오젠은 신화제약이 자신들의 보툴리누스균을 빼돌렸다며 소송을 건 상태였다.
“장기전이 될 줄 알았는데요.”
“아주 명확한 증거가 나와 법원에서도 더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명확한 증거?”
신선호의 물음에 박영식은 테이블 위에 서류 한 장을 올려놓았다.
“네오젠과 신화제약의 보툴리누스균의 염기서열 분석 결과입니다.”
“완전히 일치하는군요. 이게 신화제약이 네오젠에서 빼돌렸다는 증거가 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박영식의 말에 신선호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신화제약의 출처가 거짓이라는…….”
“아!”
신화제약은 자신들이 보유 중인 보툴리누스균의 출처가 제약사 주변 축사라고 밝혔다.
하지만, 네오젠의 균 출처는 미국이었다.
“보툴리누스균은 각각 고유의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네오젠이 미국에서 들고 온 보툴리누스균은 80년 전 미국 남부에서 발견된 보툴리누스균이고요.”
“그게 80년의 세월이 지나 한국에서 발견될 수가 없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신선호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해당 사안을 모두 검토한 법원은 신화제약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판단했습니다.”
“재미있군요. 실제로도 신화제약이 빼간 것이죠? 내가 듣기로는 그랬던 것 같은데.”
“일단 균을 취급하던 담당자가 신화제약으로 이직한 사실은 있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박영식이 말끝을 흐렸지만, 무슨 뜻인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알 것만 같았다.
“이노셀의 추락이 조금 무섭군요.”
“이노셀이 보유 중인 균 또한 염기서열이 국내에서 발견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습니다.”
박영식은 최근 들어 정말 놀라고 있었다. 도경이 자신에게 했던 충고대로 이노셀은 리스크 덩어리였다.
시장참여자들 모두 이노셀을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공식적인 발표도 아니고 간단한 풍문만으로도 이노셀의 주가는 내리고 있었으니까.
“뭐 어쨌든 일찍 정리해 다행입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펀드 판매 실적은 좀 늘었습니까?”
신선호는 가장 묻고 싶었던 물음을 던졌고, 박영식을 대신해 전무가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물론 초반부의 판매량까지는 아니지만, 뷰티펀드 중 가장 성적이 좋다 보니 고객들께서 찾아주시는 양이 늘었습니다. 유성에서도 적극적으로 팔아주고 있고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립니다. 고생했습니다.”
두 사람이 주고받던 이야기가 끝이 나자 눈치를 보고 있던 박영식이 재킷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대표님, 이번 일은 쉽게 갈 수 있는 일을 제가 다 망쳤습니다.”
박영식의 행동에 신선호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윤도경 실장이 꼴 보기 싫었습니다.”
“…….”
“실력은 고만고만한 것 같은데 유성투자증권 출신이라 우리보다 더 대표님과 본사의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영식의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전무는 두 눈을 꾹 감았다.
신라자산운용 내부에 있는 신라증권 출신들은 그리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겪어보니 알겠습니다. 윤도경 실장의 실력은 인정해야 한다는 걸요.”
박영식은 지난 시간 도경에 대해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운이나 외부에 기대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디서 그런 확신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전망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윤도경 실장은 그런 전망을 보기 위해 저나 제 팀이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공부를 했을 겁니다.”
아니,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어디서 그런 확신이 오는 것인지.
“저는 윤도경 실장이 한 공부의 반도 하지 않은 채로 그분의 노력을 폄훼했습니다. 그저 제 열등감 때문에요.”
“…….”
“이건 온전히 제 실수입니다. 팀원들은 그저 제 의견에 따른 것이니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박영식이 그리 말하고 고개를 숙이자 전무는 신선호를 바라보았다.
“대표님, 박 부장이 이대로 그만두면 펀드 운용에 차질이 생깁니다. 염치없는 부탁인 것은 알지만, 이번 한 번만은 봐주시는 게…….”
전무의 말이 다 끝나기 전, 신선호는 박영식이 내민 사표를 들어 올렸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신선호는 굳은 표정으로 전무와 박영식을 바라보았다.
“이 회사에 왔을 때 여러분께 부탁했습니다. 신라자산운용을 한 팀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
“저는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출신이 어디든 더 주려고 했지, 다른 사람의 것은 빼앗지 않았습니다.”
신선호의 말은 사실이었다.
신선호는 줄곧 프런트의 의견을 존중했고, 보상도 확실했다.
“선례는 남겨야 합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단호한 신선호의 말에 박영식은 고개를 숙였다.
“박영식 부장 갈 곳은 있습니까?”
“이제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거 들고 가세요.”
신선호는 테이블 위에 서류 한 장을 내려놓았다.
“마음 같아서는 이마저도 박영식 부장에겐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을 훌륭하게 수습한 직원에게 내가 주는 마지막 작별 선물입니다.”
신선호가 건넨 서류를 확인한 박영식은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감사합니다.”
박영식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 * *
“총수익률 31%입니다.”
한편, 도경은 사무실에서 이번 단기투자에 대한 수익률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오늘 보니 주가가 조금 숨 고르기를 하는 것 같던데. 매도 타이밍 잘 보셨네요.”
도경의 칭찬에 최우진은 머쓱한 듯 코를 훔쳤다.
“제가 또 별명이 타이밍 최 아닙니까?”
최우진의 너스레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그럼 총수익금이…….”
“약 93억 원입니다.”
“단기자금도 이제 슬슬 많이 불었네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웬만하면 단기자금은 300억 원 수준으로 맞춰두고 싶습니다.”
도경은 단기자금의 운용은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일단 다음 회의 때 정하죠. 제가 혼자 판단할 건 아닌 것 같아서.”
“예.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그런데…….”
최우진은 궁금한 것이 있다는 듯 도경에게 다가와 속삭이듯 묻기 시작했다.
“그, 박영식 부장은…….”
“아마 사표를 낼 겁니다.”
“대표가 수리할까요?”
“예. 수리한다고 하시더라구요.”
도경의 답이 의외라는 듯 최우진은 다시 입을 열었다.
“대표께서 말씀해 주셨나 보네요.”
“예. 어제저녁에 전화가 왔습니다. 양해를 구할 게 있다고요.”
“양해?”
“사표를 내면 수리를 할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선례와 내부 기강은 중요하다고.”
“그렇죠…….”
유성투자증권으로서 신라자산운용의 성공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인수 이후 가장 힘든 것이 기존 인력과 새로 투입되는 인력 간의 융화였다.
실제로 인수합병이 된 기업 대부분이 실패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으니까.
“다만, 이번 일의 수습에 대한 보상은 주셔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보상이 뭔지는…….”
“아, 추천장이라고 하더군요. 내부에 남는 신라증권 출신 인물들을 생각해서라도 그게 맞다고 하셨고요.”
이번 일로 신선호는 부디 내부의 정치가 끝이 나길 바라는 것 같았다.
잘못해서 나가는 박영식도 챙긴다는 소문이 사내에 난다면, 신라증권 출신들은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테니까.
대표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물론 업계가 가벼워서 소문은 나겠지만, 새로운 일터를 찾을 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역시 대표님이시네요. 젠틀해. 박영식 부장 바뀔까요?”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요. 사람이 쉽게 바뀌는 건 못 봐서요. 다만 본인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배웠겠죠.”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 그럼…….”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짝’ 소리가 나게 손뼉을 쳤다.
모든 직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다.
“다들 고생했다고 대표님이 금일봉을 주셨습니다. 오늘 점심은 금일봉으로 먹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순식간 사무실의 분위기는 축제가 되어갔다.
* * *
“올 때마다 고생했다는 얘기를 하게 됩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온 도경은 신선호의 호출을 받아 대표실에서 독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하하하, 그러면 더 해주어야겠네요. 고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도경은 고개를 신선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어제 말한 대로 박영식 부장 일은 처리되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메시지가 왔더군요.”
“박영식 부장이요?”
“예. 미안하고 고맙다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도경의 말에 신선호는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변할 거라 믿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기회는 줘보고 싶었습니다.”
신선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박영식이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조금은 변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신선호의 배려에 감동했다.
“대표님의 모습에 배운 것이 많습니다. 앞으로 제가 살아가면서 대표님께 배운 것들을 써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할 정도로요.”
“하하하, 윤 실장이 내 얼굴에 금칠을 해주네요.”
도경이 진심이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신선호는 영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음…… 사실 오늘 부른 이유가 있습니다.”
신선호는 잠시 망설였고, 도경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신선호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본사에서 인사 발령을 받았습니다. 부사장으로 갈 것 같네요.”
신선호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축하를 받을 일인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영전하시는 것 아닙니까?”
유성투자증권의 부사장은 가벼운 자리가 아니었다.
부사장은 하나의 본부를 이끌고, 다음 대표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자리였다.
“어깨가 무겁네요. 유성의 일도 걱정이지만, 신라를 이대로 두고 가기가 마음이 참 불편합니다.”
“선례를 정해주셨으니, 잘되지 않겠습니까?”
“그 선례를 잡을 기회를 윤 실장이 줬으니 정말로 고마운 마음입니다.”
신선호의 말에 도경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동시에 신라자산운용의 신임 대표도 내정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성투자증권에서 오십니까?”
“그렇습니다. 윤도경 씨도 아주 잘 아는 인물입니다.”
“제가…… 잘 아는 인물이요?”
도경은 누구라고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신선호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예. WM본부 류태화 부장이 내정되었습니다.”
신선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도경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1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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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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