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1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15화(21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15화
“우진아!”
신라자산운용 전략투자실 과장 최우진은 휴일을 맞아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연락해 온 대학 선배의 전화를 받고 약속 장소로 나왔다.
“선배.”
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부르는 선배를 향해 다가갔다.
“이야, 이게 얼마 만이야.”
“글쎄요. 한 7년 만인가?”
“넌 인마, PB 막 됐을 때는 ‘선배 정보 좀 주세요’ 하고 전화하더니 자리 잡고는 연락도 안 하냐.”
선배는 섭섭하다는 듯 이야기했지만, 얼굴엔 미소가 만연했다.
최우진도 자리에 앉으며 크게 웃었다.
“아, 그땐 선배의 정보가 진짜 필요했으니까요.”
“아휴, 자식. 말이라도 못하면. 뭐 먹을래?”
“맥주나 가볍게 하실래요?”
“그러자 그럼.”
선배는 손을 들어 주문을 하고는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PI로 가니까 어때?”
“좋죠. 일단 고객들 상대 안 해도 된다는 게 너무 좋아요.”
“그렇지. PB는 진짜…… 사람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지.”
선배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놀랐다. 네가 윤도경 팀에 들어갈 줄은 몰랐거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능력이 없다는 거야 뭐야.”
최우진이 농담조로 얘기하자 선배는 손을 가로저었다.
“그런 게 아니고, 윤도경이 누구야.”
“업계에서 제일 핫한 인물이죠.”
“그러니까. 처음에는 윤도경이 PI를 맡았다길래 다들 놀랐다니까? 쟤가 뭔데 PI로 가냐고.”
최우진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무척 보수적인 업계이지만, 입도 무척 가벼운 업계여서 별별 이야기가 다 돌아다녔다.
“몇 달 지나면 가면 다 벗겨질 거라고.”
“그런데 보란 듯이 우리 실장은 잘하고 있죠.”
“그러니까 업계에서도 놀란 거 아니겠어? PB로 이름을 끌더니 어느 순간 본사를 갔대. 그 이후로 소식이 들리지 않더니, 신라증권 인수에 선봉장이었다고 하니까 다들 놀라지.”
최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타인의 입으로 도경의 활약상을 들으니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PI에서는 헛발질할 거라고 생각했더니, 라오후며 여러 가지 사건은 다 터뜨리고 다니다니…….”
“그런 사람이에요.”
최우진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생각을 하다 재차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 실장이 창구에서 일할 때부터 알던 사이였어요.”
“아, 그렇게 인연이 있었어?”
“네. 어느 날 제가 종목 문제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실장이 한마디 툭 던져주더군요. 거기 이런 문제가 있다고.”
“창구직이?”
선배가 놀랐다는 듯 묻자 최우진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네. 그때 느꼈어요. 아! 뭘 해도 잘할 사람이구나. 그 이후로는 뭐…… 선배도 아시다시피.”
“사람을 잘 만난 거 아냐?”
“사람을 잘 만난 거치고는 많이 높게 올라온 거 아닌가요? 그 나이에.”
“…….”
“우리 실장을 보며 오해하는 사람들은 늘 그 소리예요. 근데 본인들도 사람만 잘 만났다고 그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지. 그저 업계에 조금 특별한 사례가 나오니까 그렇게 낮잡아 보는 거죠.”
최우진의 말에 선배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없는 자리에서 우리 실장 얘기 그만하고, 선배는 요즘 어때요? 아직도 태산에 있으세요?”
최우진의 선배는 태산증권에서 꽤 오래 일을 했다.
특히 자금운용부분에서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 NPS(국민연금공단) 가.”
“……네?”
“NPS 간다고. 내가 모시던 상사가 이번에 NPS 본부장으로 발탁됐어.”
“아, 이덕진 이사요?”
최우진의 물음에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연봉이 그냥 반반 토막이다.”
“그래도 선배가 가신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굴리는 돈이 크니까.”
선배가 가는 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프로들만 모인다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였다.
운용본부의 연봉은 연금업계에서는 탑이었지만, 증권사의 성과급 체제의 연봉에는 밀리는 곳이었다.
“수석 운용역으로 가는데 내가 굴리는 돈이 1조 원이야. 몇 년만 구르다 보면 여기저기서 나를 안 찾겠냐?”
“그래도 힘들겠네요. 공공기관의 사고방식에 돈의 성격도…….”
“미치지.”
기금운용본부는 1인당 맡은 자산이 크지만, 반대급부로 일이 그만큼 힘들다.
더군다나 자금의 성격이 모두가 세금이라고 느끼는 국민연금이었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었다.
정신적 피로가 극에 달하는 곳이었다.
“그래도 다녀오면 대우가 좋아질 테니까. 가는 거야.”
“좋으시겠어요.”
“너도 갈래?”
“예?”
“전주 같이 가자.”
선배의 말에 최우진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 얘기하려고 부른 거다.”
“…….”
“전주에 가서 나랑 한 3년만 구르고 나오면 너도 좋은 대우 받을 수 있을 거야.”
갑작스러운 선배의 말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최우진은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는 이제 보직을 바꾼 지 1년이고…….”
“그런데 윤도경 팀에 있었잖아?”
“네?”
“지금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곳에서 1년 굴렀으면 배울 건 다 배웠겠지.”
선배의 말에 최우진은 지난 1년을 되돌아보았다.
처음 맡은 업무였지만 천천히 파악할 시간은 없었다. 인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빠르게 업무를 맡아 진행했다.
그래서 그럴까? 이제는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내다볼 수 있는 눈이 생긴 듯했다.
“언제까지 후배 밑에 있을래? 너도 미래 생각해야지. 이러다가 윤도경 저기 위에 날아가 버렸는데 너는 계속 PI에 남아 있을 거야?”
자신도 알고 있었다. 머지않아 도경은 더 높은 곳을 향할 거라는 걸.
“NPS 한번 다녀오면 외국계 기업에 자리를 구하기도 쉬워.”
“……고민이네요.”
“나 일주일 후에 내려가. 그전에 결정 내릴 수 있어?”
“예. 선배도 자세한 조건 보내주실 수 있죠?”
“보내줄 수 있는데 그전에 이거 사인해야 해. 미리 준비하고, 최종 결정만 내릴 수 있도록 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선배는 이미 준비한 듯 품속에서 서류를 꺼냈다.
“공기관이잖아. 여기에는 네가 원하는 사람과 전화번호를 적으면 돼.”
선배가 꺼낸 서류는 비밀 유지조약과 개인 정보 제공동의서였다.
잠시 고민을 하던 최우진은 서류에 사인을 하기 시작했고, 선배는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 * *
“나 왔어.”
그날 저녁, 약속을 끝내고 집으로 간 최우진은 문 앞에서 자신을 맞이해 온 부인을 향해 인사했다.
“많이 먹었어?”
“아니요. 그냥 맥주 한잔하고 왔어. 서연이는?”
“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고, 부인은 무언가 의문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무슨 일 있어?”
“일?”
“네. 약속 가기 전이랑 완전 다른 사람이 돼서 왔는데.”
그 말에 잠시 고민하던 최우진은 소파 옆자리를 팡팡 두드렸다.
“앉아봐.”
최우진의 말에 부인은 여전히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여보, 우리 전주 가서 살까?”
“전주?”
“응. 전주에 혁신도시가 있는데 거기가 그렇게 좋다네.”
“무슨 말이야? 갑자기 전주를 왜 가?”
부인의 물음에 잠시 고민을 하던 최우진은 입을 열었다.
“나 스카우트 제의받았어. 국민연금에서.”
“뭐라고?”
“자기 남편이 좀 잘났어야지. 아는 선배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 가는데 같이 가자네.”
최우진의 말에 부인은 정말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자기가 가지 말자고 하면 안 가려고, 서연이 교육 문제도 있고…….”
“가요.”
“응?”
“가고 싶은 거 아냐?”
부인의 물음에 최우진은 고민했다.
자신이 가고 싶은 건지 아니면 미래를 위해 가야만 하는지 아직 확실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니, 솔직하게 마음은 남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가 눈앞에 다가왔고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
“일단은 답은 안 했어. 자기랑 얘기해 보려고.”
“나는 자기가 가고 싶으면 찬성이에요. 계속 거기 있을 것도 아니잖아요.”
“응 한 2, 3년.”
“그럼 가요. 다녀오면 더 좋은 대우 받는 거 아냐?”
부인의 말에 최우진은 피식하고 웃었다.
“일단 자기랑 얘기해 봐야 할 문제라 이야기 꺼낸 거야. 결정 나면 말해줄게.”
“나나, 서연이는 걱정하지 말고 자기 맘 가는 대로 결정해요.”
“고마워.”
부인의 말에 최우진은 마음에 부담을 한 꺼풀 덜었다.
“그런데 실장님한테 말할 수 있겠어요?”
“응?”
“자기가 그렇게 좋아하는 윤도경 실장에게 얘기할 수 있겠냐고요.”
“그러게나 말이야…….”
최우진은 마음 한편에는 아직 가장 큰 부담이 남아 있었다.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하나.”
* * *
“오랜만입니다.”
한편, 도경은 서울 모처의 식당으로 호출을 받아 나와 있었다.
“부장, 아니, 대표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무슨 벌써 대표님입니까?”
도경을 이곳으로 부른 사람은 신라자산운용의 대표 내정자 류태화였다.
손사래를 친 류태화는 앉으라고 얘기했고, 도경은 맞은편에 자리했다.
“잘 지냈습니까?”
“배려해 주신 덕분에 새로운 세상에서 재미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이에요. 정말로.”
류태화는 미소를 지었다.
도경은 신기하다는 듯 류태화를 바라보았다. 얼굴에서 미소를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었으니까.
“최근에 만나는 사람들이 다 놀라더군요. 얼굴에 미소가 생겼다고.”
류태화는 도경의 마음을 읽은 듯 이야기를 해왔다.
“네. 실례되는 말씀이지만, 얼굴이 매우 좋아지셨습니다.”
“여유가 생기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도경과 류태화가 처음 만난 그때는 류태화가 본사에서 좌천당했을 때였다.
그렇지 않아도 원체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던 사람이 여유마저 사라지니 삭막해 보였다.
“아직 공식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습니다만, 내가 신라자산운용으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전해 들었습니다.”
“그전에 도경 씨를 보고 할 말도 있고 겸사겸사 인사도 하고 싶어서 보자고 했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류태화를 바라보았다.
“회사가 좀 커질 겁니다.”
“신라자산운용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도경 씨 덕분에 회사가 순항한 덕분인지 이사회에서 자산운용을 키우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
인수 이후 신라자산운용이 받아 든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대부분의 매출이 PI에서 발생하기는 했지만, 착실하게 규모를 키워 나가고 있었다.
여기서 본사인 유성투자증권의 지원까지 이어진다면…….
“일단 내부에 PF와 VC가 생길 겁니다.”
도경은 의외라는 듯한 눈빛으로 류태화를 바라보았다.
두 업무는 유성투자증권에서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성투자증권보다 조금 공격적으로 운용할 겁니다. PF 같은 경우는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어서 다른 PF도 큰돈을 뿌리지 않으니 지금 자리를 잡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PF는 부동산개발에 투자하는 업무였다.
최근 들어 다른 PF들이 지갑을 닫으며 부동산 업계가 힘들게 돌아가고 있었다.
신규 진입체로서는 적은 돈으로 자리를 잡기 좋은 시장이었다.
“마찬가지로 VC도 유성창업투자가 있긴 하지만, 계열사 자체가 다르니까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창업투자는 그룹 내의 계열사였지, 증권사의 계열사가 아니었다.
“어쨌든 규모를 좀 늘릴까 합니다.”
“영광이네요. 이런 흐름에 올라탈 수 있어서.”
“의심의 눈초리로 보던 이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했는데, 도경 씨가 그 명분이 되어준 거죠. 심주원 대표께서도 도경 씨에게 고마워하고 계십니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도경 씨는 계속해서 PI 팀을 맡아주십시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만, 회사에서도 그간 실적을 고려해서 보상을 준비했습니다.”
류태화는 그리 말하며 계약서를 도경의 앞에 내밀었다.
“계약서에 사인하면 퇴직금이 한 번에 정산될 겁니다.”
“그게 무슨…….”
“계약은 3년 단위로 실적을 보고 재계약을 할 거고요.”
“…….”
“직급은 그대로 실장이지만, 뒤에 대우가 붙을 겁니다.”
[임원에 대한 근로계약서] [신라자산운용의 임원(이사 대우)으로 재직함에 있어 아래와 같이 계약한다]서류를 바라보던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1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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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