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1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18화(21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18화
“여기까지 찾아오시게 해서 송구스럽습니다.”
보름 후, 신라자산운용 전략투자실.
평소 사무실에 손님이 잘 찾아오지 않는 곳으로 유명한 전략투자실 사무실은 오늘따라 유난히 붐볐다.
회의실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도경은 방금 도착한 손님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윤도경입니다.”
도경이 내민 손을 맞잡으며 여유 있는 미소로 상대는 입을 열었다.
“론트리 대표 김윤아입니다.”
현재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었다.
“제 뒤에 계신 분들은 저희 전략투자실에서 각 팀을 이끄시는 팀장님들이십니다.”
도경의 소개에 팀장들은 김윤아와 론트리에서 나온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다시 한번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원래 투자자들 만나러 다니는 게 일이라서요.”
김윤아는 여유가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답해왔다.
“급한 사람이 찾아뵙는 게 맞죠.”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론트리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은 없지만, 론트리의 철학과 세계관을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김윤아는 신기하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스타트업의 특징상 여러 곳의 투자자들과 만나 미팅을 나누었지만, 세계관을 얘기해 오는 곳은 없었다.
마치 도경은 너희 장부에 찍히는 숫자를 넘어 뭘 하고 싶은 것인지 말해보라고 말해오는 것 같았다.
“그럼 시작하실까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회의실의 불은 꺼지기 시작했고, 김윤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면 앞에 섰다.
“오늘 이렇게 시간을 내주신 신라자산운용 윤도경 실장님과 팀장님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론트리는 2019년…….”
도경은 가만히 김윤아의 발표에 집중했다.
김윤아는 이런 자리를 많이 경험해 본 것인지 깔끔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김윤아는 사람 자체가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같이 보였다.
“저희 론트리는 특히 대학생들과 사회에 이제 막 발을 디딘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금융을 펼치고 있습니다.”
김윤아는 도경과 팀원들을 바라보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지방에서 서울의 대학에 진학하거나, 서울의 회사에 취업한 청년층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주거 문제라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서울의 비싼 전·월세 임대료에 좌절합니다.”
화면에는 김윤아의 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떴다.
“우리 론트리는 그런 청년층을 위해 대출 작업 간소화는 물론이거니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알고리즘을 통해 금융기관과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고 있습니다.”
김윤아의 발표를 들으며 도경은 후에 물을 것들을 열심히 메모하고 있었다.
“조금 전 윤도경 실장님께서 우리 론트리의 세계관을 물으셨습니다.”
그 말에 메모를 하던 도경은 고개를 들고 김윤아의 말에 집중했다.
“어린 시절 저는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윤아야, 네가 크거든 몰라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은 없게 하여라’라고요.”
어느새 회의실 내에 있는 모두는 김윤아의 말에 빠져들어 있었다.
“저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대학 시절부터 소외층이 국가에서 지원하는 지원금들을 몰라서 소외당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적 활동을 했습니다.”
도경은 김윤아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지금 말한 것과 같은 스토리는 김윤아를 늘 따라다니는 스토리였다.
“그리고 기업을 차리고, 여러 투자자의 돈을 받았으니 당연히 이익을 추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도중에도 저는 사회적 활동을 우리 론트리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윤아는 그리 말하며 화면을 넘겼다.
“우리 론트리는 개인의 사치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제외한 신용불량자들이 금융이라는 분야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돕고 있으며, 소년 소녀 가장 가정의 건강보험료 지원 등 여러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윤아는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윤도경 실장님께서 저희에게 물으셨습니다. 론트리의 세계관이 무엇이냐고.”
김윤아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번갈아 보았다.
“저희 론트리의 세계관. 즉, 저희가 그리는 세상은 몰라서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입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론트리가 지향하는 바가 사업으로 보이고 있었다.
청년층들이 소외당하는 일이 없도록,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소외당하는 일이 없도록 대출을 중개하고 있었으니까.
“이상, 저희 론트리의 소개를 마칩니다.”
발표를 마친 김윤아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회의실 안에 있는 모두가 손뼉을 쳤다.
“이제 질문받겠습니다.”
김윤아가 그리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다.
“론트리의 세계관이 사업에 잘 녹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말뿐이 아닌 행동하는 기업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고요.”
“감사합니다.”
“제 첫 질문은 론트리의 경쟁사들이 상당합니다. 조금 전, 청년층들이 전·월세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는데 인터넷 은행들이 들어서며 난이도가 조금 내려왔다고 생각하거든요.”
도경의 물음에 김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희도 그 부분을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은행의 전·월세 대출과 저희가 중개하는 전·월세 대출의 성격이 다릅니다. 인터넷 은행은 대출 발생 이후는 모두 고객의 몫이지만, 저희는 전·월세 대출 발생 이후 보증보험 가입까지 연결하는 부분이 차별점입니다.”
김윤아의 답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청년층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전·월세 대출의 상환 문제일 것이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문제는 왕왕 있었으니까.
기존 은행과 다르게 론트리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보증보험을 드는 것까지 안내하는 것 같았다.
“그럼 두 번째 질문입니다. 결국 대출중개업이라는 건, 금융기관들을 소개해 줌으로써 수수료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인데 입점 금융기관들이 많습니까?”
“현재 저희 론트리와 함께하는 금융사는 은행과 저축은행, 보험, 증권 등 21개 사입니다.”
김윤아는 시종일관 자신이 넘치는 표정과 말투로 이야기를 해왔다.
“조금 전, 직접 개발한 신용도 알고리즘이 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건가요?”
“신용평가 시스템입니다. 여러 금융자산과 연결에 동의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저희만의 알고리즘으로 신용평가를 합니다. 그리고 금융사마다 정해둔 하한선을 매칭시키는 방식입니다. 자세한 것은 내부 정보라 말씀드릴 수 없는 부분 양해 부탁드립니다.”
“국내 금융기관은 대출을 할 때 양대 신용평가사의 점수를 이용합니다. 그것과는 별개인 거죠?”
“그렇습니다. 양대 신평사의 신용평점과 저희의 알고리즘을 합쳐서 신용평가를 내립니다.”
도경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 질문은 끝났습니다.”
도경의 질문이 끝이 나자 팀장들은 질문을 던졌고, 약 한 시간의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고, 프레젠이션이 끝이 났다.
“오늘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른 시일 안으로 저희의 투자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디 윤도경 실장님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윤아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즐거웠습니다.”
도경이 손을 내밀자 김윤아는 도경의 손을 맞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 * *
“제이미, 잘될까요?”
한편 신라자산운용을 나온 론트리 직원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글쎄요. 윤도경이란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요. 앤디는 어떻게 생각해요?”
이들은 여타 스타트업에서 사용하는 방식인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고 있었다.
제이미, 그러니까 김윤아의 질문을 받은 직원은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 아닌가요?”
직원의 답에 김윤아 또한 재미있다는 듯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요. 우리 목적은 그게 아니니까요.”
“제가 봤을 때 윤도경 실장은 우리에게 호의적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숫자도 좋아하고 사업주의 철학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으니까요. 제이미의 발표가 좋았어요.”
직원들의 말에 김윤아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이 부분을 이용하면 될 것 같은데요?”
직원이 그리 말하자 김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뒷일은 내게 맡기세요.”
* * *
“어떠신가요?”
신라증권 전략투자실 관리자들도 회의실에 남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도경의 물음에 팀장들은 고민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최우진이 제일 먼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거 우리가 들어가면 VC랑 겹치는 거 아닌가요?”
“그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창업 초기 단계나 성장 단계 아니라, IPO를 준비하는 단계라 메자닌 투자로 생각하면 될 것 같고요.”
도경이 그리 답하자 최우진은 여전히 찜찜함이 가시지 않은 듯 재차 입을 열었다.
“상장이 가능할까요?”
“숫자만 보면 충분히 상장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도경의 말에 다른 팀장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핀테크 업체 중 가장 앞서고 있는 게 론트리는 아니었지만, 그들이 이룬 숫자들은 투자자들이 군침을 흘리기엔 충분했다.
최우진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기회를 보던 이연지가 입을 열었다.
“상장은 하더라도 기업가치 평가를 예전만큼은 못 받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핀테크의 거품이 빠진 상태라.”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창 국내 시장이나 해외 시장에 돈이 넘쳐나 주식 상장 흐름이 이어질 때 가장 고평가를 받았던 것이 핀테크 업체였다.
국내에서는 핀테크 업체가 상장하는 경우가 없다 보니 인터넷 은행이 상장할 때, 어마어마한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외국인 자본이 인터넷 은행을 단순 은행이 아닌 미국의 핀테크와 같은 눈으로 보며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금융 자체가 관치금융이잖아요.”
물론 자유 경쟁 시장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국내 은행은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해외 핀테크 업체와 국내 핀테크 업체가 다른 부분도 금융당국의 규제가 해외보다 심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핀테크 업체가 커나가기가 힘들었다.
“2년 전쯤 상장했으면 멀티플을 어마어마하게 받았겠지만, 지금은 예전과 같은 멀티플은 받지 못할 거예요.”
이연지의 의견에 도경도 동의했다.
“그 부분은 저도 동의합니다. 만약 투자를 진행하게 된다면, 신주의 가격을 잘 정해야겠죠. 다음은 이지훈 팀장님.”
도경이 호명하자 줄곧 고민에 빠져 있던 이지훈은 입을 열었다.
“이 투자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말씀드린 게 저라서 좀 더 깊숙한 관점으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지훈은 이야기하는 지금도 생각을 정리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께름칙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께름칙하다면?”
“론트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강점인 숫자를 프레젠테이션하지 않았어요.”
이지훈의 말에 나머지 팀장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론트리는 월 5,500원을 받으며 신용관리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본인들도 구독자 수가 늘어간다며 보도 자료를 자꾸 뿌리고 있고요.”
“그렇죠.”
“그런데 이걸 이 자리에서 브리핑하지 않았어요. 저라면 그것을 제일 먼저 들이밀 것 같거든요.”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정확히 자신이 봤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걸 물어야 하나? 생각하다가 프레젠테이션 전체적인 내용을 봤을 때 의도가 궁금해 참았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고, 도경은 입을 열었다.
“저도 그 부분은 일부러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상대가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걸 느꼈거든요.”
론트리는 가장 중요한 강점인 것만 쏙 빼놓고 이야기해 왔다.
“다른 의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추측 가는 게 있으세요?”
이연지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우리와의 협상 과정 자체가 중요할 수도 있죠.”
도경이 던진 말에 모두가 고민하는 모습이었는데 최우진은 무언가 떠오른 듯 손가락을 튕겼다.
“애초에 우리에게 투자를 받는 게 목적이 아닐 수도 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럼 왜 이런 자리를 만들었을까요? 투자를 원한다면 본인들의 숫자만으로도 투자를 할 곳이 줄을 섰을 텐데요. 특히 전환사채 같은 경우는 누구나 원할 거고요.”
“글쎄요. 빠진 게 하나 있네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이지훈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경영진이 엑시트를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론트리는 지금 회사를 팔려고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애초에 인수 대상과 협상 와중에 전환사채를 미끼로 투자자를 찾는 그림일 수도 있었다.
“우리를 너무 물로 본 것 같은데.”
“아니죠. 우리를 높게 봤으니까 우리 이름값이 필요했던 거겠죠. 인수 협상 상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름.”
이연지가 그리 말하자 최우진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거잖아. 인수 상대만 신경을 쓴다는 거고.”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도경은 손뼉을 ‘짝’ 하고 치고는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제가 생각한 것이지 그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직 론트리의 의도는 밝혀진 것이 없었다.
어떤 의도인지 도경은 점점 궁금해졌다.
“일단 1팀과 3팀은 다른 장기 투자상품을 발굴해 주세요. 이지훈 팀장님.”
“네. 실장님.”
“당분간 저랑 론트리의 의도에 어울려 줘야겠습니다. 진짜 의도가 궁금하거든요. 진짜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우리를 만난 게 아니라면 어느 쪽이든 대가는 따라야지 않겠습니까?”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은 론트리를 떠올리며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24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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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