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1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19화(21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19화
“연희대 출신.”
그날 저녁 도경은 퇴근 후 집 대신 아지트를 찾아 론트리의 대표 김윤아에 관해 조사하고 있었다.
“대학원도 연희대 경제대학원 출신이고, 그래서 그런가?”
론트리의 홈페이지에는 협력사의 로고들이 떠 있었는데 연희대 출신 기업인들이 이끄는 기업들과 협력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연희 출신이 지주 회장인 선진금융그룹의 시스템을 쓰고 있네.”
론트리는 대출 중개 외에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는데 신용카드 중개와 보험 중개 부분을 보면 거의 다 선진카드와 선진생명보험의 상품을 중개 중이었다.
“확실히 연희 출신들이 밀어주고 끌어당겨 주는 게 강하다더니.”
물론 업계에 내려진 편견일 수도 있었지만, 김윤아는 자신의 출신 학교를 아주 잘 이용하는 것 같았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찾아보면 김윤아는 출신 대학의 금융인 모임에도 참석하는 등 사업 외적으로 뛰어난 모습이었다.
“저게 잘못된 거는 아니긴 한데…….”
물론 그마저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었다.
론트리에 투자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선진금융그룹과 같은 메이저 금융지주와 함께한다면, 더더욱 신뢰가 생길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도 2금융권보다 1금융권의 시중은행과 거래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할 수도 있었다.
“뭔가 굉장히 위화감이 들어.”
하지만, 도경은 그런 김윤아와 론트리의 모습을 보며 위화감이 들었다.
딱 잘라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감이 그렇게 얘기해 오고 있었다.
한참 고민을 하던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고양이 사진 모음> 앱을 켰다.
그리고 인물 검색에 들어가 김윤아를 검색했다.
[대상을 찾을 수 없습니다] [대상은 아직 이 리스트에 작성될 수 없는 인물입니다]“뭐야…….”
인물 검색에 실패한 결과가 뜨자 도경은 더더욱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도경이 속한 업계나 사회적으로 알려진 인물은 이곳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도경의 이맛살은 점점 찌푸려져 갔다.
“쉽게 가려고 한 게 잘못이지.”
도경은 그리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김윤아와 론트리를 조사해 나갔다.
[제가 최초로 창업한 기업은 론트리가 아니었어요. 에듀론이라고, 학자금 대출을 돕는 곳이었죠.]그러다 도경은 한 유튜브 채널에서 김윤아의 인터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근데 정말 최악의 사업 아이템이었던 거죠. 사실 우리나라만큼 대학 교육을 위한 학자금 대출이 잘 나오는 곳이 없었거든요. 거기에 금융 중개업 등록을 하지 않으면 엄청난 규제가 생기는 거예요.]김윤아는 자신의 최초 사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거기에 흥미를 느낀 도경은 김윤아가 처음 창업했다는 에듀론에 관해 조사를 시작했다.
“이거 뭐…….”
한참 에듀론에 대해 찾아보던 도경의 미간은 찌푸려져 갔다.
플랫폼 디자인 자체가 현재 론트리와 아주 유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 인원이 같이 넘어왔을 수도 있으니.
하지만, 한 곳에서 도경의 눈이 멈추어 섰다.
“이사진 구성이 아주 똑같아.”
도경이 주목한 점은 현대 론트리의 이사진과 에듀론의 이사진 구성이 판박이였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이 진짜 여기서 일할 사람들은 아니지.”
론트리의 이사진은 상임이사 3명과 비상임이사 4명이었는데, 상임 3명이야 현재 회사에 출근하며 일을 한다고 해도 비상임이사는 회사에게 필요한 사회 유력자들이나 투자사에서 임명되는 경우가 있었다.
“전 재정부 장관, 전 금융위 부의장, 전 거래소 회장, 전 연희대 총장.”
신라자산운용도 모시지 못할 것 같은 어마어마한 인물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둔 론트리였다.
“왜 그랬을까? 사업에 자신이 있다면, 진짜 이 사업이 된다고 생각했다면 그럴 필요 없었을 텐데.”
만에 하나, 금융업 자체가 진출하기에 규제가 심하니까 전관들을 임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가 지나쳤다.
“전 연희대 총장이 사외이사로 임명되고 석 달 후에, 선진의 투자가 들어왔어.”
도경이 느끼는 께름칙함의 이유 중 하나였다.
기존 금융계에서 하듯 너무도 영악하게 전관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이사진에 포진시킨 론트리였다.
김윤아가 자신에게 당당히 말하던 론트리의 세계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하지만, 이것 또한 도경의 께름칙함을 확실하게 털어줄 이유가 되지 못했다.
지이잉-
한참 화면을 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알림이 울렸고, 도경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늘 고민할 때마다 등장하는 메시지였다.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새로운 투자를 해야 할 때 우리는 많은 것을 고려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가진 숫자와 사업 철학은 많은 투자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죠】
메시지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집중했다.
【하지만, 가끔은 그 철학과 숫자가 이성의 눈을 가려오곤 합니다】
【반대로 이성이 현실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도 있죠】
메시지는 이번 상황을 얘기해 오고 있었다.
마치 도경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럴 때야말로 투자자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곤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과 이성 모든 것을 믿어보세요】
【그리고 최후의 판단은 윤도경 씨 자신이 내리는 것임을 잊지 마세요】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메시지의 말은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해 판단을 내리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판단에 의한 결론을 믿고, 결과에 책임질 줄 알길 원하는 것 같았다.
도경은 마른세수를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것만 같았으니까.
“오랜만에 전화해도 괜찮으려나?”
잠시 망설이던 도경은 전화번호부에서 번호 하나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 * *
“연결됐나요?”
“네. 상대방이 들어오면 됩니다.”
다음 날, 도경은 전략투자실 팀장들과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이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잠시 후 영상회의실 화면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익숙한 얼굴이 뜨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다현 씨.”
-어머, 도경 씨!
사실 도경은 어제 한다현에게 연락해 론트리에 관해 물어봤고, 한다현은 론트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며 정리를 한 이후 전략투자실 팀장들에게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얼굴이 정말 좋아졌어요.
한다현이 미국으로 떠나고 난 이후 도경이 ‘지치지 않는 기력’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의 얼굴은 한다현에게 익숙지 않았다.
한다현은 정말 놀랐다는 듯 도경을 향해 이야기를 쏟아냈다.
-아니, 어디서 관리해요? 피부가 나보다 더 좋아졌어요. 요즘은 밤늦게 야근 안 해요?
“저, 다현 씨…….”
도경이 곤란하다는 듯 얘기하자 한다현은 정신을 차린 듯 바보스러운 웃음소리를 냈다.
-아,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세쿼이아 캐피털에서 시니어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한다현입니다.
한다현이 자신을 소개하자 팀장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쿼이아 캐피털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직급도 국내로 따지면 책임심사역에 해당하는 경력자였다.
“리더스 센터에서 일할 때 동료입니다.”
도경이 짧게 소개하자 이해했다는 듯 팀장들은 한다현과 인사를 나누었다.
-실장이 되셨다는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랐지만, 이렇게 팀장님 세 분과 함께 일하고 있을지는 몰랐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옷이라도 좀 어떻게 할걸.
미국 시간은 저녁이다 보니 한다현은 집에 있는 것 같았다.
-어쨌든 바쁜 분들이니 빠르게 말씀드릴게요.
한다현은 준비한 자료를 화면에 띄우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서두부터 얘기하자면, 저희도 론트리와 접촉한 적이 있어요.
한다현의 말에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놀랐다.
물론 세쿼이아는 한국의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진행하지만, 론트리와 만났다는 것은 대외에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희는 최종 투자 통보를 앞두고 의사 철회했고요.
“이유를 알려줄 수 있나요?”
-너무 매력적이었거든요.
한다현의 말에 모두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매력적인데 투자를 포기했다니.
-마치 꾸며진 것처럼요.
한다현은 그리 말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첫째, 론트리를 이끄는 제이미, 그러니까 김윤아 대표의 스토리가 맨 앞에 나와 있어요. 기업보다 더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밤, 론트리에 관해 조사를 해나갈 때 기업에 대해 알고 싶었는데 김윤아에 대한 것이 더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신데렐라 스토리가 메인 스토리죠.
한다현의 말에 모두가 집중했다.
-둘째, 숫자가 너무 예뻐요. 모든 게. 물론 이 숫자는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대출 중개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고객 데이터죠.”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싱긋 웃었다.
-맞아요. 도경 씨 말대로 이 데이터는 아주 귀중한 자산이에요. 사람은 살아가면서 대출이 필요한 시기들이 데이터화가 되어 있어요.
가령 대학에 이제 막 진학할 때는 전·월세 대출이 필요하다든가, 직장에 취업할 시기가 되어도 물론 전·월세 대출, 그리고 신용카드 발급, 자동차 구매 자금 대출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데이터화가 되어 있었다.
-고객의 데이터를 이용해 그 시기마다 메일을 보내거나 광고를 한다면, 고객은 다시 론트리를 찾게 되겠죠.
핀테크의 사업 방식이었다.
사실상 그들은 고객 데이터 장사를 하는 기업이었다.
-저희가 투자 협상을 하며 고객 데이터를 요구했어요. 하지만, 론트리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들며 내주지 않았어요. 우리가 달라고 했던 건 당국의 지침대로 개인정보를 모두 지운 데이터였는데도 말이죠.
한다현의 말에 도경의 미간은 찌푸려져 갔다.
-셋째,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인데 이 모습을 우리 세쿼이아는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다현의 말에 팀장들은 그 정체가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엘리자베스 밀러.”
도경의 입에서 익숙한 이름이 나오자 팀장들은 눈을 크게 떴고,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세라노스의 엘리자베스 밀러의 모든 것을 따라 하고 있어요. 신데렐라 스토리,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사람들을 사외이사로 임명하기, 그리고 확실하게 밝히지 않는 데이터.
론트리는 줄곧 자신들만의 알고리즘, 오리지널 기술임을 얘기하며 증명 요구를 교묘하게 피해갔다.
모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물론 론트리가 훌륭한 기업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론트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투자할 곳이 많아요. 굳이 그런 찝찝한 곳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았어요.
“고마워요. 다현 씨. 해준 이야기가 너무 도움 됐네요.”
-앗,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에요.
도경의 인사에 한다현은 환하게 웃었다.
-팀장님들 너무 부러워요. 도경 씨와 함께 일하는 게 얼마나 기쁜지 저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럼 오세요! 언제나 문이 열려 있습니다.”
최우진이 그리 말하자 한다현은 환하게 웃었다.
-불러주시면 가죠! 바쁘신 분들이니 오늘은 여기서 마칠게요. 도경 씨 자주 연락해요. 어제 너무 기뻤는데 일 얘기라 별로였어.
“자주 연락할게요. 이제는.”
-알았어요. 다음에 연락해요. 팀장님들도 고생하세요.
한다현이 인사를 마치고 화면이 꺼지자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우진 팀장님.”
“네. 실장님.”
“말씀하신 반도체 관련 ETF 들어가죠.”
최우진은 장기 포트폴리오에 반도체 관련주를 담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해 왔다.
ChatGPT로 대변되는 AI 붐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아무래도 현재 AI 연산을 위한 고연산 메모리반도체에 가장 앞서가는 것이 국내 반도체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15% 비율로 들어가겠습니다.”
“좋습니다.”
“지훈 팀장님.”
팀에게 최초로 론트리라는 기업을 소개한 이지훈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네. 실장님.”
“론트리와 일정 잡아주세요. 한다현 씨의 말은 타당해 보이지만, 직접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어느새 고민을 다 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회의가 끝나자 팀장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떠났고, 도경은 테이블 위에 놓인 론트리와 관련한 서류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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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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