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2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21화(22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21화
“제이미, 괜찮을까요?”
한편, 신라자산운용과의 협상이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끝이 나버려 론트리 경영진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한 달 정도 끌려고 했는데 너무…….”
“신라자산운용이 이 자리에서 갑자기 거절을 해올 줄은 몰랐어요.”
경영진들의 말에도 김윤아는 한숨을 내쉬며 듣기만 하고 있었다.
“선진에서 우리의 가치를 후려치려고 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우리가 신라와 접촉한 이유도…….”
“마이클.”
경영진 중 한 사람이 무언가 말을 해오려 하자 김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죄송합니다.”
“일단 이 일은 저에게 맡겨주세요. 선진 측에도 이미 우리의 선택지를 얘기해 뒀으니 선진 내부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을 겁니다.”
김윤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이 문제는 제가 잘 처리하도록 할 테니, 믿고 기다려 주세요.”
김윤아의 말에 경영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김윤아의 능력 덕분이었다. 지금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김윤아를 믿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면 여기까지 하죠. 앤디, 잠시 얘기 좀 해요.”
김윤아가 그리 말하고는 회의실을 나서자 뒤에 한 사람이 따라붙었다.
“어떻게 됐어요?”
“일단 미국에 있는 한 대학의 교수와 컨택이 됐어요.”
“교수요?”
“네.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인데. 몇몇 업체가 거기를 이용했다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대표실로 들어선 김윤아는 자리에 앉아 앤디를 바라보았다.
“보안은 확실한 거죠?”
“네. 그 교수가 한 다른 일들의 샘플을 받아봤어요. 데이터가 정교했습니다.”
“근데 우리는 한국인인데 가능할까요?”
“교수의 말로는 오히려 한국이 더 쉬울 거라고 말하더군요. 워낙 개인정보가 헐값에 돌아다니는 나라라서…….”
앤디의 말에 김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를 달라고 하던가요?”
“20만 달러(약 2억 5천만 원)면 된다고 합니다.”
“좋아요. 한 달 안에 가능하다고 했죠?”
“이미 알고리즘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이 있어서 300만 명 수준이면 일주일 안에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앤디의 말에 김윤아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듯 환하게 웃었다.
“맡겨보죠.”
“그런데 괜찮을까요?”
“뭐가요?”
“나중에 결국 이게 조작된 데이터고, 없는 사람이라는 게 밝혀질 텐데…….”
무언가 걱정이라는 듯 말해오는 앤디를 바라보며 김윤아는 피식 웃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카드 판촉 대행사 접촉 중이에요.”
“네?”
“5억 원이면 카드, 보험, 대출을 문의한 사람들의 데이터를 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우리 고유 데이터인 것처럼 교수를 통해 만든 데이터를 보여주고, 선진이 인수한 이후에 바꿔치기하면 될 것 같아요.”
“제이미는 역시 생각이 있었네요.”
앤디의 얼굴에는 조금 전의 고민이 사라진 듯 보였다.
“일단 우리는 우리 할 일만 해요. 애초에 신라는 우리 상대가 아니었어요.”
“알겠습니다. 오늘 바로 접촉해서 자금 넘기겠습니다.”
“네. 우리가 벌 돈만 생각하자고요.”
김윤아의 말에 앤디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런 기사가 뜨네.”
일주일 후, 도경은 야근을 하려고 사무실에 남아 있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최우진도 야근 중이었다.
“집에 좀 가세요.”
“아니, 도경 씨는 왜 안 가?”
“저는 일이 남아서…….”
“나도 일이 남아서거든?”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는데, 최우진이 건넨 커피를 받아 들고는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나 마시는 김에 하나 더 준비하는 거지. 그나저나 저 기사 말이야.”
도경의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기사를 턱짓으로 가리킨 최우진이 입을 열었다.
“론트리 쪽에서 뿌린 거겠지?”
“제 생각에는 선진 같아요.”
「[단독] 핀테크 업체 론트리, 선진금융지주에 인수되나?」
「선진금융지주, 핀테크 업체 론트리 인수 준비 중」
「선진금융 관계자 “기존에 우리의 데이터를 사용한 기업이라 인수 후 관리 용이.”」
「신라자산운용도 CB 발행으로 투자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져」
기사 말미에 신라자산운용의 이름이 나와 있었다.
최우진의 말대로 론트리에서 이걸 뿌렸다면,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을 것이다.
“선진에서?”
“네. 자신들의 인수 결정에 의아하게 볼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요. 더불어 경쟁사들이 인수전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려는 걸 수도 있고요.”
“진짜 은행 사람들 일 답답하게 하네.”
최우진의 말에 도경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공개하지 않아도 될 것을 공개한 듯했다.
“회사가 크니까요. 여기저기서 정보가 많이 새어 나갈 거예요.”
“그나저나 우리가 여기저기 이용당하네. 한쪽은 인수 금액 올리려고 이용하고, 한쪽에서는 자기들 정당성 챙기려고 이용하고.”
최우진은 기분이 나쁘면서도, 좋다는 표정이었다.
도경 또한 그런 양가적 감정이 들었다.
“어떡할 거야? 두고 볼 거야?”
“아뇨.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죠.”
“반박 기사 내게?”
“글쎄요. 일단 얘기 중인 것이 있어서…….”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도경은 피식 웃었다.
“유튜브 나가려고요.”
“유튜브? 어디?”
“유성투자증권 채널이요.”
“거긴 진짜 열심히 한다……. 이제 그냥 접지.”
“그래도 구독자 30만 명 찍었던데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놀란 듯 휴대전화를 들고 유성투자증권 유튜브 채널을 확인했다.
“조회 수도 좀 나오네.”
“네. 내일 오후에 저 자리를 좀 비워야 할 것 같아요.”
“아, 그래서 오늘 야근하는 거구나.”
최우진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살살 해.”
“네?”
“윤도경이 유튜브에 나가서 이런 걸 부인할 정도면 화가 많이 났다는 거 아냐?”
최우진은 도경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실 도경은 너무도 화가 났다. 이쪽에 피해를 주지 않고 이용해 먹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는 있겠지만.
지난 며칠간 자신과 팀원들이 론트리에 대해 조사하느라 보낸 시간과 열정이 아까웠다.
“살살 할 거였으면 안 나갔죠.”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피식 웃었고, 도경 또한 미소를 지었다.
* * *
“잘 지내셨죠?”
“잘 지내다마다. 우리 채널의 개국공신 윤도경 씨 덕분에 너무 잘 지냈죠.”
다음 날 오후, 장 마감 시간에 맞춰 도경은 유성투자증권 본사 내에 있는 스튜디오를 찾았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이성현이 도경을 맞이해 왔다.
“별거 없어요. 전화로 말했듯, 앞으로 유망한 업종만 좀 짚어줬으면 좋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도경 씨가 부탁한 거 대본에 넣어놨으니 진행자가 물어볼 거예요. 라이브 시청자가 보통 8천 명 정도 되는데 도경 씨가 왔으니까 두 배, 아니, 세 배 기대합니다.”
이성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출연자 석에 앉았다.
잠시간의 기다림 이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고, 실시간 시청자 수가 2만 명이 넘었다.
정말 그동안 유성투자증권의 채널이 많이 큰 것 같았다.
-Kyul: 콜도경!!! 오랜만이에요!!!!
-시루떡: 도경님 얼굴이 정말 좋아지셨어요!
-원추: 갓도경이 짚어주신 거 바로 들어갑니다.
눈앞에 보이는 화면에 뜬 채팅들을 보며 도경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방송이 시작되고, 도경은 유성투자증권 측에서 요구한 대로 앞으로 시장에서 유망한 업종들을 짚어주었다.
“오늘 정말 유익한 말씀들을 들었는데요. 요즘 증권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라자산운용에서 론트리에 투자를 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혹시 핀테크 쪽은…….”
“잘못된 기사입니다.”
기다린 질문이 나오자 도경은 단호하게 답했다.
“투자를 하려고 했지만, 상대의 투명성에 의문이 생겨 투자를 접었습니다.”
“투명성이요?”
“네. 데이터 검증을 할 수 없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지양하자는 게 제 투자 철학이라서요.”
도경의 입에서 나온 폭탄과도 같은 말에 이 정도 수위일 줄은 몰랐다는 듯 스튜디오 안에 있는 모두의 입이 쩍 벌어졌다.
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 또한 빨라졌다.
* * *
“한 방 먹었습니다.”
일주일 후, 선진금융지주 회장실.
론트리 인수 TF를 이끌어 나가는 실무자는 회장 이관영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우리 측에서 대응을 빠르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열흘째 언론에서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실무자의 말에 이관영은 책상 위를 바라보았는데, 오늘 자 경제지가 펼쳐져 있었다.
「가라앉지 않는 론트리 문제. 신라와 론트리 측 설전 오가」
「론트리 측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데이터 검증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일 뿐, 신라자산운용에 심히 유감.”」
「신라자산운용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과정 다 밟았다. 그마저도 거절한 것은 론트리.”」
「난감해진 선진금융그룹, 본지의 문의에 묵묵부답」
“데이터 넘어왔나?”
“네. 론트리 측에서 데이터가 넘어왔고 분석 업체에 맡겨 분석 중입니다.”
“결과는 언제 나온다고 하던가?”
“곧…….”
지이잉-
한창 이야기해 나갈 그때 실무자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실무자는 입을 열었다.
“검증 끝났습니다. 조작 가능성이 없는 데이터라고 합니다.”
실무자의 말에 이관영의 얼굴은 환해졌다.
“문제가 없다는 거지?”
“네. 분석 업체의 판단은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그럼 우리가 무조건 우위라는 건데…… 인수 가격을 좀 깎을 수 있겠나?”
“네?”
“문제가 생겼으니 가격이라도 좀 깎아야지 않겠어? 론트리의 문제 말이야.”
이관영의 말에 실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접근하겠습니다.”
실무자가 그리 말하자 이관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인수 계속한다는 거죠. 이거?”
닷새 후, 도경은 팀장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조금 전 뜬 기사가 주제였다.
「선진금융지주 “론트리 측 데이터 제3자에 맡겨 검증 완료.”」
「선진금융지주 “조작 가능성 없는 데이터라 보고받아. 인수 작업 계속.”」
「선진금융지주 “억측으로 론트리에 손해를 끼치는 일 없어야.”」
“네. 하겠다는 거네요.”
“이거 정말 조작 가능성이 없을까요?”
이연지의 물음에 도경은 고민을 했다.
제3자에게 데이터 검증을 맡기자는 것은 도경이 먼저 론트리 측에 제안한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거절하고, 선진에는 제공했다.
처음부터 선진에게 인수당하는 것이 목적이었더라고 하더라도 잡음을 내지 않기 위해서 신라에게도 똑같은 자료를 내어줄 수 있었다.
“분명 선진에서는 금액을 후려칠 거예요.”
“그러니까요. 왜 이런 상황을 만든 거죠? 우리에게도 줬으면 되잖아요.”
최우진과 이연지의 대화를 지켜보던 2팀장 이지훈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만약, 그때는 데이터가 없었더라면요?”
“네?”
“그때는 데이터가 없었고, 이제 선진에게 줄 데이터가 생겼다면요?”
“생겼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최우진의 물음에 이지훈은 잠시 고민을 했고, 도경은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답이 궁금했다.
“데이터를 조작해 주는 곳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온라인 교육 업체가 우리 돈 4천억 원을 받고 헤지펀드에 회사를 매각한 적이 있었는데, 800만 명이라던 고객 데이터가 모두 조작된 경우가…….”
이지훈의 말을 듣던 도경은 무언가 떠오른 듯 손가락을 튕겼다.
“기억나네요. 4년 전에 있었던 일이죠?”
“예. 미국에서는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들이 고객 데이터를 조작해 주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잠시 고민을 했다.
만약 데이터가 조작된 것이라면? 인수 이후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근데 그게 될까요? 어차피 인수 이후에는 고객 데이터가 다 보일 텐데요. 선진이 바보도 아니고.”
이연지의 물음에 이지훈은 입을 열었다.
“진짜 사람들의 데이터로 끼워 넣으면 됩니다.”
“진짜 사람이요?”
“네. 대출, 카드, 보험 텔레마케팅 업체에서 고객 데이터를 사고파는 일은 매우 흔한 일입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만약 이지훈의 시나리오대로 이것이 잘 짜인 시나리오라면?
도경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동안 줄곧 궁금했습니다.”
도경이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다.
“론트리는 왜 자신들의 강점인 숫자가 아니라 고객 데이터만을 강조했는지요.”
론트리와의 만남 자리에서 론트리는 자신들의 강점인 매출, 구독 사업에 관한 얘기를 해오지 않았다.
“그건 조작하기 힘드니까요.”
자신의 말에 이지훈이 받아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건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하니까 힘들죠. 그럼 이들이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건.”
“고객 데이터.”
최우진과 이연지도 드디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 팀장님.”
“네. 실장님.”
“단기자금도 투입해야 할 곳이 생긴 것 같습니다.”
“투입해야 할 곳이라면…….”
모두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진금융지주에 숏 베팅하겠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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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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