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2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22화(22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22화
“김 대표, 반갑습니다.”
“회장님께서 직접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 달 후, 선진금융지주 본사 사옥.
대외에 알려야 할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외부에 개방되는 커다란 홀에 수십 명의 기자와 행사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다.
선진금융지주의 회장 이관영이 들어서자 카메라 셔터음 소리가 터지기 시작했고, 론트리의 대표 김윤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하하하, 우리 회사에서 행사가 열리는데 내가 나와야지요. 이제 한 식구 아닙니까?”
“식구에게 너무 가혹하셨습니다.”
김윤아가 농담하듯 얘기해 오자 이관영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우리 직원들이 조금 짓궂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만족하십니까?”
김윤아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희 론트리의 가격을 20% 이상 깎으셨잖아요.”
선진그룹과 론트리의 인수합병 거래는 꽤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중간에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선진금융그룹에서 론트리의 가치를 다시 산정하자고 해온 것이다.
“그래서 마음고생 좀 했습니다.”
김윤아의 말에 이관영은 피식하고 웃었다.
“우리를 압박하려고 했던 대가라고 생각하시지요.”
“네?”
“신라를 이 판에 끌어들인 거, 김 대표의 의도 아닙니까?”
이관영의 말에 김윤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나마 이 총장님의 말을 듣고 참은 겁니다.”
이 총장은 연희대학교의 전 총장이자 론트리의 사외이사였다.
“그리고…….”
이관영은 목소리를 작게 하며 다가와 김윤아에게 귓속말했다.
“약속한 건 잊지 않길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김윤아가 그리 답하자 이관영은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행사가 시작되겠군요. 가실까요?”
이관영의 손짓에 두 사람은 단상에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지금부터 선진금융지주와 론트리의 인수합병 계약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기자들은 카메라 셔터를 분주히 누르기 시작했다.
* * *
“멀티플을 낮게 받았는데?”
한편 도경은 저녁에 퇴근을 하고 회사 앞 식당에서 최우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연간 매출이 그래도 2천억 원이 넘는 곳인데 말이야.”
“매출 2천억 원치고는 에비타(EBITDA)가 낮았으니까요.”
“선진이 머리를 잘 썼네. 매출에 멀티플을 줬으면 돈을 많이 잃었을 텐데.”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어느 한쪽도 우위라고 볼 수 없는 거래였던 것 같아요. 만약 선진이 급한 상태였다면 멀티플로 샀겠지만, 어쨌든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들어 간 상태니까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선진금융그룹지주, 핀테크 업체 론트리 인수」
「창업 4년 만에 3,200억 원 가치 인정받아」
「IPO 대신 인수합병 선택한 론트리 김윤아 대표 “선진 측의 미래 계획에 동참.”」
「금산분리 규제 완화 이후 첫 금융지주 M&A, 선진 시장 선도할 것」
「금융위 “절차상 문제없으면 인수 승인.”」
“3,200억 원이면 진짜 싸긴 싸네.”
“실제 데이터라면요.”
“아, 그래! 실제 데이터라면. 결국 고객 장사해 먹겠다고 이거 산 거니까.”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글쎄요. 조금 두고 봐야죠. 개인적으로는 우리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어요.”
도경과 팀원들은 론트리에서 무언가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이들이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지부터가 너무 의아했다.
“그래도 선진 애들이 바보도 아닐 거고…….”
“아시잖아요? 오히려 금융지주같이 보수적인 곳이…….”
도경이 말끝을 흐리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윗선의 생각대로 가는 경우가 많지. 스토리에 속아서.”
미국을 뒤흔들었던 세라노스 사기 사건 때도 그랬다.
전 세계적인 투자은행이 앞다투어 그들의 지분을 사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보따리로 싸 들고 대기했다.
하지만, 결과는 알다시피 그들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나도 제발 우리의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네. 이제 막 규제 완화가 풀린 상태인데 첫 건부터 헛발질해 버리면…….”
최우진의 말에 도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앤디, 이거 받아요.”
보름 후, 론트리의 대표 김윤아는 론트리의 이사를 향해 작은 USB 메모리 하나를 건넸다.
“이거예요? 그 말한 데이터가.”
“네. 다음 주에 본격적으로 데이터 이관이 시작될 거예요. 이거 그전에 심을 수 있죠?”
“물론이죠. 그게 내 전문이니까요.”
앤디의 말에 김윤아는 피식하고 웃었다.
“괜찮겠죠?”
피식 웃는 김윤아를 향해 앤디는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
“뭐가요?”
“지금 와서 보니까 일을 너무 키운 게 아닌가…….”
“앤디.”
김윤아는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고 앤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앤디와 나만 조용하면 아무도 알지 못해요.”
“…….”
“애초에 우리가 이 론트리를 세운 이유를 생각해요.”
김윤아의 말에 앤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를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함이었죠.”
애초 시작부터 사업을 키워 팔 생각을 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들에게는 론트리를 키워 혁신을 하겠다는 생각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우리가 실패했던 때를 생각해요. 그리고 뭐가 문제예요? 어차피 선진에서 원하는 우리 데이터가 자기들 고객을 늘리려는 데이터라면.”
김윤아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할 거예요.”
“알겠어요.”
“확실하게 해요. 그 데이터를 기존 대출 문의 건과 확실하게 매칭시켜야 해요.”
“어렵지 않아요. 이미 준비를 해뒀으니까.”
앤디가 그리 말하자 다시 김윤아의 얼굴에는 미소가 돌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선진에서 입금이 될 거예요. 그때만 생각하자고요.”
앤디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데이터 다 넘어왔습니다.”
한 달 후, 선진금융지주.
론트리 인수 TF 실무자는 회장 이관영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데이터가 확실하던가?”
“네. 데이터에서 무작위로 뽑아 조사를 진행했는데 기존 론트리의 데이터베이스에 있었던 대출 조회 내역과 같았습니다.”
실무자의 보고에 이관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문제가 없다고 봐도 되겠구먼.”
“예. 그렇습니다.”
“알겠어. 자네도 고생 많았어.”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실무자의 물음이 이관영은 너그러운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론트리의 경영진들이 빠져나가면 일시적으로 공백이 생길 것 같은데…….”
“그 문제는 우리도 준비하지 않았나?”
보통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나면, 기존 경영진들이 일정 기간 남아 사업을 수습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론트리 인수전 같은 경우에는 경영진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을 팔자마자 회사를 떠나는 상황이었다.
“핀테크 기업의 특성상 잘 섞일지 의문입니다.”
실무자의 말에 이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무자로서 타당한 의문이라 생각했다.
“사서 걱정하는 것은 일단 넣어두자고, 우리도 내부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으니 괜찮지 않겠나? 그리고 저들로서도 벤처기업 직원으로 남는 것보다야 금융기업 직원으로 남는 것이 더 좋을 테니.”
결국 알아서 잘 굴러가리라는 믿음이었다.
실무자는 어쩌면 자신이 너무 걱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뜻 잘 알겠습니다.”
“고생했어. 나가봐.”
실무자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자 이관영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익숙한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김 대표, 납니다.”
-회장님.
수화기 너머의 전화 상태는 론트리의 대표 김윤아였다.
“우리 측에서는 데이터 검증이 끝났습니다. 고생했습니다.”
-아닙니다. 회장님께서 우리 회사의 가치를 좋게 봐주신 덕분에 이렇게 진행된 것 같습니다.”
“아주 좋은 거래 상대였습니다.”
-저희 론트리 측에서도…….
“아니요. 선진과 론트리가 아니라, 나와 김 대표 얘기입니다.”
이관영은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약속한 것은 지켜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부분도 문제없이 진행될 겁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그러면 일이 다 끝나고 이 총장과 한번 자리를 마련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관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응답률이 너무 낮습니다.”
“뭐?”
한 달 후, 론트리 사옥.
새롭게 이곳 경영진으로 온 대표는 실무자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실무자 또한 자신과 똑같은 선진금융지주의 출신이었다.
“저금리 대환대출 상품 말입니다. 론트리의 고객 대부분이 기대출이 있다고 나오는데, 이 데이터를 토대로 타겟 광고를 보내도 응답률이 낮게 나옵니다.”
론트리는 가입을 할 때 기존 대출이 있는지 등등을 설문조사를 한다.
거기서 기존 대출 금액과 금리를 선택하는 설문이 있는데, 기존 대출 금액과 금리가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광고를 보냈는데도 응답이 없다는 얘기였다.
“얼마야?”
“총 40만 명에게 타겟 푸쉬(앱 알림)를 보냈는데 18%만이 광고를 클릭하였습니다.”
“18%?”
“네. 겨우 72,000명입니다.”
그럴 리가 없었다. 론트리 측에서 자신들이 보통 타겟 광고를 보내면 응답률이 50% 이상이라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이것뿐만 아닙니다. 카드 발급 타겟 광고의 응답률도 20%, 보험도 30% 이하로 잡힙니다.”
여러 변수를 가정해 보아도 응답률이 40% 이상 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기존 애들은 뭐래?”
“딱히 뭐라 답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들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실무자의 말에 신임 대표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어. 본사에 보고를 해봐야 할 것 같다. 나가봐.”
실무자가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자 대표는 수화기를 들고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상대는 그룹 전략을 담당하는 부회장이었다.
“부회장님, 론트리 김규석입니다. 저희 내부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연락드렸습니다.”
-…….
“네네, 자세한 보고서 준비해서 바로 본사로 들어가겠습니다.”
론트리의 신임 대표는 전화를 끊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 * *
“선진의 주가가 올해 저점 대비 30% 이상 올랐습니다.”
신라자산운용 전략투자실.
도경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온 최우진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아마도 론트리의 인수 이후 기대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우진이 건넨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던 도경의 시선은 한쪽에 멈추어 섰다.
[선진금융지주 / 49,400 / ▲1.43%]“오늘도 오르네요.”
“네. 다른 금융지주들이 전체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는 반면 선진은 요즘 위로 열린 느낌입니다.”
“슬슬 말했던 단기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 같은데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 신호를 주시면 300억 원 투입할 준비 끝냈습니다.”
“오늘부터 들어가죠.”
“목표가는…….”
“30% 오르기 이전으로요.”
도경은 언제고 선진금융지주가 품은 론트리에서 문제가 터질 것이라 보고 있었다.
너무 아마추어 같은 인수전이었기 때문이다.
선진은 지금쯤 만족하고 있을 것이다.
론트리의 고객 데이터 가격을 너무도 싸게 샀기 때문이다.
특히 고평가된 핀테크 스타트업을 인수한 가격치고는 아주 잘 샀다는 평가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최근 론트리의 신용대출 취급액이 낮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경은 지난 몇 달간 지속적으로 론트리에 관심을 가졌다.
“저축은행들의 3분기 공시를 보면 론트리에서 발행한 신용대출이 30% 줄었더군요.”
론트리는 대출중개 업체였기 때문에 시중은행, 저축은행, 보험사, 카드사 들과 연계해 대출을 발생시켰다.
즉, 론트리가 공개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흐름을 저축은행의 공시로 볼 수 있다는 얘기였다.
“기존 대출들이 전부 선진 쪽으로 흐른 게 아닐까요?”
“글쎄요. 선진의 대출액도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요.”
“금리 상승 문제는?”
“애초에 론트리로 들어간 사람들은 대출을 받으려는 실수요층입니다. 금리 1~2% 올라도 받을 사람들이란 얘기죠.”
물론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는 건 분명했다. 론트리로 향하는 발걸음 자체를 끊을 테니까.
“설령 대출을 받을 사람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포지션은 타당한 것 같습니다.”
“고평가되었다고 보시는군요?”
“네. 지금 선진의 주가가 오르는 재료가 론트리 인수라면, 설령 론트리 내부 데이터가 문제없고, 깨끗하다고 하더라도 고평가되어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는 아주 작은 호재만 있어도 주가가 급격하게 오르곤 했으니까.
“실제 론트리 인수 이후 대출 발생이 그렇게 늘지 않았다는 기사 하나만 나와도, 주가는 제자리로 복귀할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오늘부터 숏 포지션 구축하겠습니다.”
최우진이 인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갔고.
도경은 모니터 화면에 뜬 선진금융지주의 차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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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