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2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25화(22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25화
“모두 정리했습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최우진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선진금융지주의 주식에 공매도를 한 단기자금 포지션이 모두 정리된 것 같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타이밍 최라는 별명이 어울리시네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최우진을 향해 농담했다.
“아하하, 우리 실장님 드디어 인정하시네요. 이 타이밍 최를 말입니다.”
도경의 농담에 최우진은 어깨가 한껏 올라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너스레를 떨어왔다.
“그나저나 기사 팔로우하셨죠?”
“무슨 기사요?”
“선진 회장 돈 받았다는 거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진금융지주의 이관영 회장이 인수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이관영 회장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던데요?”
“글쎄.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어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글쎄요. 법적으로 잘 처리되겠죠.”
“이참에 좀 느낀 게 있어요. 확실히 한탕 해 먹으려는 사람들 많다는 거.”
최우진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늘 상대방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만 부각한다는 걸요.”
“마음이 좀 아픕니다. 이 일로 멀쩡한 스타트업들이 의심받고, 투자가 끊길까 봐서요.”
도경이 가장 걱정되는 것은 그 부분이었다.
결국 업계의 소수라고 불리는 인간들이 재를 뿌리고 나면, 남은 사람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우리 회사에 VC 생긴다면서요? 좋은 기업들은 말씀해…….”
“아, 그 문제에 관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도경은 무언가 번쩍하고 떠오르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전달 사항 얘기할게요.”
도경의 말에 사무실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다.
“곧 공식으로 발표가 날 겁니다만, 다음 달부터 조직 개편이 있습니다. 저희 전략투자실이 전략투자본부로 승격될 겁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도경은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직 한 방이 더 남았으니까.
“여러분은 증권투자부의 소속이 될 것이고, 벤처투자부가 신설될 겁니다.”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입을 벌리고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파격적인 조직 개편이었다.
VC가 생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솥밥을 먹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으니까.
“신설되는 벤처투자부의 경우는 구성이 모두 끝나봐야 알겠지만, 증권투자부는 최우진 팀장님께서 맡게 될 겁니다.”
“네?”
도경의 옆에 서 있던 최우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듯 도경을 향해 되물었다.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부장으로 승진하실 거예요. 축하드립니다.”
도경이 그렇게 말하며 손뼉을 치자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 모두가 환호성을 내지르며 손뼉을 쳤다.
* * *
“미리 말해주지 그랬어.”
그날 저녁, 도경은 최우진과 함께 회사 앞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왜요. 갑자기 들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아, 기분은 좋았어. 좋았는데.”
최우진은 조금 전 사무실에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맥주를 들이켰다.
“너무 표정 관리가 안 됐던 것 같아서 쪽팔려.”
“하하하, 저는 선배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르겠던데요.”
“그러니까. 하…….”
“어쨌든 축하드려요.”
도경이 다시 한번 축하 인사를 전하자 최우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 씨 덕분이지. 보자마자 최우진 팀장이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대표께 말했겠지.”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잘 아시네요.”
“아, 솔직히 NPS(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 안 가기로 결정하고 조금 후회했거든.”
“후회하셨어요?”
“아니, 뭐라 표현할 말이 없는데 후회까지는 아니고 뭐 그런 거 있잖아. 자꾸 생각나는 거.”
도경은 공감이 갔다. 자신이 그런 제의를 받았어도 두고두고 생각났을 것이다.
“그런데 아까 그 얘기를 듣는데 그런 생각 왜 했나 싶더라니까.”
“저였어도 했을 거예요.”
“아냐. 도경 씨가 알아서 다 챙겨줄 건데 내가 너무 오바한 거지.”
최우진이 농담 섞인 말을 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그렇더라고요. 그 자리에 누가 좋을까가 떠오른 게 아니라 선배가 해야겠네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내가?”
“네. 선배는 본인을 너무 과소평가하세요.”
도경은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고액 자산가가 많은 성남지점에서 2년 차 대리가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었어요.”
“…….”
“그리고 그저 지나칠 수 있었던 창구직 직원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으셨죠.”
도경은 아직도 최우진과의 첫 대면이 가끔 기억났다.
“무슨 용기였던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괜히 우진 대리님께 말을 걸고 싶었어요.”
“나는 놀랐어. 그때 도경 씨가 종목 얘기를 할 줄은 몰랐거든.”
식당에서 기업 보고서를 들고 끙끙거리며 밥을 먹고 있었던 최우진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 말을 걸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몰랐다고 말했는데 이제 알 것 같아요. 선배님과 이렇게 같이 가기 위해 낸 용기였어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피식 웃었다.
“그리고 선배는 늘 제 지지자가 되어주셨죠. 선배가 아니었으면 꿈도 못 꿀 길이었어요.”
도경은 가끔 자신의 인생을 바꾸게 만든 계기들을 떠올렸다.
물론 메시지의 도움이 컸지만, 도경은 최우진과 류태화 등 지금 자신의 주변에 있는 주변인들의 도움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게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나를 향한 편견들이 선배와 대화할 땐 없었거든요.”
“편견을 가질 필요가 있나. 이 바닥이 가장 투명한 거 아냐? 주식 잘하면 짱이지.”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선배와 팀원들만 제 곁에 있으면 못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까 제가 꿈을 이룰 때까지 염치없지만, 저와 함께해 주세요.”
“아니.”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의 꿈이지.”
최우진은 그리 말하며 잔을 내밀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마주쳤다.
* * *
“고생했어.”
며칠 후 주말, 도경은 오랜만에 집에 있는 동생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정식으로 변호사인가?”
“변호사는 예전부터 변호사였지. 실습이 끝난 거고.”
동생은 로스쿨을 졸업한 이후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러고는 몇 달간 실무 실습을 받았는데 며칠 전 실습이 끝난 상황이었다.
“진로는 정했어?”
“내가 실무 실습을 했던 곳에서 같이하자고 하더라고.”
“거기 엄청나게 큰 로펌 아냐?”
국내 5대 로펌 중 하나에서 동생은 실무 실습을 했다.
“응. 그래서 고민 중이야.”
“왜? 네 생각은 어떤데.”
“돈만 보면 해야겠는데…….”
동생은 망설이듯 얘기해 왔고, 도경은 가만히 동생이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솔직히 거기 들어가는 게 맞나 싶어.”
“그럼 가지 마.”
“뭐?”
“돈 보고 가는 거면 가지 마.”
“그래도…… 내가 양심이 있으면 형이랑 엄마에게 기댔던 거 갚아야지.”
“어우, 섭섭하다 섭섭해.”
도경은 표정을 찌푸리고는 동생을 향해 물었다.
“공부하고 싶다는 놈한테 공부하라고 한 게 빚을 내준 거냐?”
“아냐?”
“아니지. 형이 기분이 좋으니까 그냥 하라고 준 거지.”
도경은 그리 말하며 동생을 바라보았다.
“도진아, 도진아. 윤도진아. 나는 그냥 네 덕분에 엄마가 웃은 거, 기뻐한 거 그거 하나면 된다.”
“그래도 갚을 건…….”
“그래 갚아. 당장은 말고, 형이 주는 무이자 대출이라 생각하고 나중에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자리 잡히면 갚아.”
도경의 말에 동생은 여전히 고민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휴, 말해봐. 그래서 뭘 하고 싶은데? 형이 들어보고 괜찮으면 얘기해 줄게.”
“M&A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어.”
“뭐?”
“형 얘기…… 가만히 있어도 들리더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도경은 전혀 처음 듣는 얘기라는 듯 동생을 향해 물었다.
“내가 있었던 곳이 대형로펌이다 보니까 이런저런 소문이 빠르게 돌아. 특히 증권가 소문은. 형이 신라증권 M&A에서 주역이었다며?”
“그게 거기까지 소문이 났어?”
“기사도 엄청나게 크게 났더만…… 아무튼 그거 보고 진짜 멋있다고 느꼈거든.”
동생의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느 정도 크고 난 이후부터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그런 일을 하고 싶어졌어. 공부를 해야겠지만, M&A 전문 로펌에 이력서를 넣었고 같이 일하자고 하더라고.”
“그래?”
“응. 월급은 적지만, 돈 받으면서 경영대학원도 다니려고.”
동생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하고 싶은 걸 해도 되는 환경이라 생각했다.
“그럼 해.”
“정말?”
“그래. 부족한 거 있으면 형한테 말하고.”
도경의 말에 동생은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
“고맙기는. 열심히 해서 엄마 얼굴에 미소만 지켜. 알겠어?”
“알았어.”
“그리고 나한테 미안하면 나중에 업계 최고 먹고 내 일 돕든가.”
“물론이지. 그러려고 이 길 택한 거니까.”
동생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와 정말 그랬어요?
그날 저녁 도경은 방에서 누군가와 통화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네. 다현 씨 덕분에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어요.”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이번 일에 도움을 준 한다현이었다.
-에이, 도경 씨. 솔직해져요. 알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 설득하게 만들려고 저를 이용한 거잖아요.
“아니에요. 그런 건…….”
-도경 씨는 정말 상대를 너무 기분 좋게 해줘요.
수화기 너머의 한다현은 무언가 신이 난 듯 목소리의 텐션이 높았다.
“요즘 실리콘 밸리는 어때요?”
-그냥저냥 똑같아요. 워낙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요. 배울 게 많아요. 이제 기업을 고르는 눈을 좀 배운 것 같아요.
“그거면 다 배운 거 아니에요?”
-에이, 아직 한참 멀었죠.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다현 씨, 다음 주에 시간 좀 있어요?”
도경의 물음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있으면 왜요? 저 만나러 오시게요?
“네.”
-네?
“다음 주에 휴가가 생겨서요. 미국에 가려고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뇨. 말했잖아요. 다현 씨 보러 간다고.”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에이, 농담하지 말고요.
“정말이에요. 기간은 짧아요. 2박 3일이요. 실제 만날 수 있는 날은 하루겠네요.”
-아니, 왜요? 왜 나를 보러 미국까지 와요?
“드릴 말씀도 있고, 너무 감사해서요. 그냥 겸사겸사 가는 거예요.”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다현 씨, 저는 사실 다현 씨를 스카웃하러 가는 거예요.”
-네?
“말 그대로예요.”
이직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서프라이즈 이벤트처럼 치부할 수 없다고 느낀 도경은 모든 것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수화기 너머의 한다현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고 정적이 흘렀다.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다만, 찾아뵙고 이야기해 드리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간 비울게요.
“네, 감사해요. 제가 자세한 일정 메신저로 보내 드릴게요.”
-네, 알겠어요!
그 이후로도 한다현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통화를 마친 도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다현이 만약 거절했을 때의 대체재를 찾아야 했다.
일단 당장은 생각하기 싫은 미래였다.
지이잉-
그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도경은 재빠르게 화면을 확인했다.
【회원님을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진동의 주인공은 메시지였다.
【사기꾼들은 사람을 능숙하게 조종하고, 다양한 수법을 사용합니다】
【특히 이번 일은 이해관계가 맞은 사람들의 조직적인 범죄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능과 교육 수준은 무용지물이 되고 누구나 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메시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에서 윤도경 씨는 눈에 보이는 것과 이성. 모든 것을 총동원해 무엇이 사실인지 판단해 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에 따른 행동까지 더하며 다른 피해자를 낳지 않도록 경고도 하였습니다】
【윤도경 씨는 이제 투자자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우리는 작은 보상을 준비하였고, 윤도경 씨가 가려는 행선지에서 새로운 인맥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도경은 두 눈을 크게떴다.
“인맥이요?”
【회원님의 곁에서 늘 함께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메시지가 그리 말하고 사라지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언제나 그렇듯 무심한 퇴장이었지만 기대가 되었다.
메시지의 지지가 어느 때보다 큰 보상으로 다가오는 하루였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