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2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26화(22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26화
“짐은 제게 주시면 됩니다.”
일주일 후, 도경의 집 앞.
도경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해 오는 남자를 향해 짐을 넘기고는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 이게.”
어머니는 눈앞에 멈춰 있는 커다란 차를 보며 당황한 듯했다.
“아, 회사에서 배려를 해주셨어요. 아시잖아요. 아들 잘난 거.”
“그래도 이런 차를 타고 갈 줄은 몰랐어. 기사님이 집 앞에까지 오실 줄도 몰랐고.”
커다란 검은색 리무진이 두 사람의 눈앞에 서 있었는데 어머니는 여전히 꿈인지 생시인지 하는 표정으로 서 계셨다.
“다녀올게요.”
“그래, 몸조심해서 다녀와. 도착해서 연락하고.”
“네. 2박 3일 다녀오는 거니까. 금방 올 거예요.”
도경은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차에 올라탔다.
솔직히 도경도 당황스러웠다.
엄청 고급스러운 리무진이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올 때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으니까.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로 이동하겠습니다.”
“네.”
운전기사님이 그리 말하고 차가 출발하자 도경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경이 지금 타고 있는 리무진은 회사에서 준비해 준 것이었는데 비즈니스 제트, 그러니까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하는 패키지에 포함된 서비스였다.
출장 지출 비용에 대한 결의서를 넣었더니 그룹에서 보유 중인 비즈니스 제트를 빌려주었다.
황송하게도 좋은 대우를 해주는 회사였다.
도경이 탄 차가 한참을 달려 김포공항 옆에 작게 딸린 비즈니스 항공센터에 도착하자 도경은 차에서 내렸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기사님의 기분 좋은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센터 내로 들어섰다.
도경이 들어서자마자 이름을 확인하고는 호텔처럼 안내 직원이 한 명 따라붙었는데 도경이 뭘 더 할 필요가 없이 일사천리로 출국 수속부터 진행되었다.
“안내하겠습니다.”
도경은 자신을 마중 나온 승무원을 따라 주기장으로 나섰는데 오늘 타고 갈 비즈니스 제트가 서 있었고, 그 앞으로 기장과 승무원들이 서 있었다.
“저희 한국항공 비즈니스 제트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샌프란시스코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나눈 후,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인 리스트입니다. 이륙 이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도경이 자리에 앉자 승무원이 다가와 메뉴판을 건넸는데 도경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술은 됐습니다. 일을 해야 해서요. 와이파이가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위성을 통해 무선인터넷이 가능합니다. 혹시라도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불러…….”
“아, 혹시 이용객이 많나요?”
“네?”
도경의 물음에 승무원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름 VIP들을 오랜 기간 상대해 왔는데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이 비즈니스 제트요. 이용객이 많나요?”
“아! 물론입니다. 저희 한국항공은…….”
도경은 한참을 승무원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조금 전부터 매우 궁금했거든요. 직업병이라.”
도경의 말에 승무원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고, 도경은 조금 전 승무원에게 들은 것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 * *
“독특하네.”
미국에 도착한 도경은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실리콘 밸리를 걷고 있었다.
한참 걷다 한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은 도경은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한창 일할 시간 아닌가?”
오전 10시쯤이었고, 이 주변은 전부 알 만한 IT 기업들의 본사가 있었는데 그곳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아직 출근을 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공원 잔디밭에 누워 있는 사람부터 농구를 하는 무리, 자신처럼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는 풍경까지.
“아직 국내 기업들이 따라가려면 먼 것 같기도 하고.”
물론 국내 기업들도 요즘 유연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하루에 정해진 업무 시간만 채우면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였다.
“별천지에 온 것 같아.”
도경은 나름 이런 문화에 관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본 풍경은 또 다르게 다가왔다.
커피를 마시며 한참 누군가를 기다리던 도경은 멀리서 보이는 실루엣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도경 씨!”
“넘어져요.”
도경이 보이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 한다현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이에요.”
도경은 한다현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잘 지내셨죠?”
“그럼요. 도경 씨 덕분이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어…… 가실까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테이블 위에 팁을 올려두고는 따라나섰다.
“팁 문화 적응 안 되죠?”
“좀 애매하긴 해요. 예전엔 1달러만 둬도 된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그러면 싫어하신다구요.”
“네. 여기 실리콘 밸리는 물가가 다른 곳보다 높았는데 요즘 물가 상승 때문에 더더욱 높아졌거든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살폈다.
“저 캠핑카들도 그거죠?”
“맞아요. 렌트비……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면 집 월세가 너무 높아서 저렇게 캠핑카를 빌려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신기하네요. 한국이었으면 지금쯤 모두가 일하고 있을 텐데.”
“여기는 그냥 모든 게 자유분방이에요. 그래서 조금 적응 안 되는 것도 있고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의 기업 문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곳에 오면 힘이 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기가 저희 회사예요.”
도경과 한다현은 잠시 걸어 한 빌딩 앞에 멈추어 섰다.
“그 유명한 세쿼이아 캐피털이네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미소를 지었다.
“별거 없을걸요?”
그렇게 말하며 한다현은 도경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론트리에 관해 조사하면서 론트리 회사에 간 적이 있어요.”
한참 세쿼이아 내부를 견학하던 도경은 한다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때도 엄청 자유분방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래서 다들 증권사를 뛰쳐나가서 핀테크로 가나 했는데…….”
“여기는 더 그렇죠?”
“네.”
직원들은 사무실 한쪽에 있는 소파에 누워서 태블릿으로 업무를 보거나 휴게실에서 게임을 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저도 처음엔 적응을 못 했는데 나름 좋더라구요.”
“좋아요?”
“네. 너무. 사람의 집중력이 3, 4시간 유지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럴 때 저렇게 위치를 옮기거나 다른 짓을 하면서 리프레쉬하고 오면 일이 더 잘되더라구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일이 지칠 때 기지개를 켜거나 창밖을 보며 환기를 시키곤 했으니까.
“헨리!”
한참 세쿼이아 내부를 견학하고 있을 때 한다현이 누군가를 불러 세웠다. 편한 니트에 청바지 차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고 도경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어, 제시카.”
한다현이 헨리라 불리는 남자에게 다가가 도경을 소개하기 시작했는데 도경은 순간 머리에서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헨리 모건]실리콘밸리 4대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의 포트폴리오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었다.
월스트리트에서도 매우 유명한 거물 투자자였는데 헨리 모건의 손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이 많았다.
구글, 유튜브, 줌…….
모두 초창기부터 투자하며 그의 안목은 남들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헨리 모건이에요.”
헨리 모건이 손을 내밀어오자 도경은 그의 손을 맞잡았다.
메시지가 말한 보상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윤도경입니다.”
“제시카가 칭찬했던 그 동료군요. 라오후.”
순간 도경은 다시 한번 놀랐다. 헨리 모건의 입에서 자신이 예전에 했던 라오후의 공매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으니까.
“GS의 마이클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한국에 뛰어난 플레이어가 있다고요.”
* * *
“아니, 도경 씨가 잔뜩 얼어서 한마디도 못 하는 거 처음 봤어요.”
세쿼이아의 견학을 마친 도경은 근처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겨 한다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가 그랬어요?”
“네. 어, 어…… 반갑습니다.”
도경은 자신의 흉내를 내는 한다현을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헨리 모건을 볼 줄은 몰랐거든요.”
도경은 이곳에 오고 의외의 소득을 챙겼다.
바로 헨리 모건의 명함을 받고, 그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는 것이다.
“에이, 앞으로 헨리보다 더 대단한 사람을 만날 건데요.”
“그래도 이 명함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어, 블랙 카드네요.”
“블랙 카드요?”
“네. 헨리는 두 가지 명함을 써요. 화이트 카드는 업무용 번호가 적힌 명함이고, 블랙은 개인번호가 적힌 명함이에요.”
“그래요?”
한다현의 설명에 도경은 다시 한번 놀랐다.
“헨리가 도경 씨를 좋게 봤나 봐요. 라오후 숏셀링 때 우리 쪽도 한창 시끄러웠거든요.”
“세쿼이아는 VC잖아요.”
“전기차 스타트업에 투자한 곳이 많아서요.”
“아…….”
한쪽에서 분탕을 치면, 멀쩡한 다른 곳들이 의심을 받게 되니까.
“헨리 입장에서는 도경 씨의 인사이트를 특별하게 본 거죠. 그 명함요. 수많은 스타트업에서 얻고 싶어 하는 명함이에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오늘 받은 명함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좋네요. 의외의 수확이에요.”
한다현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에요. 헨리를 소개해 줄 수 있어서요.”
“다현 씨.”
도경은 그런 한다현을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물론 헨리의 명함도 기쁘긴 한데, 저는 더 큰 것을 얻으러 왔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듯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오늘 내내 의도적으로 무심하려 노력했다.
도경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저와 함께 다시 일하시겠어요?”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한다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가 이끄는 팀 내에 VC가 생겨요. 팀 구성 권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다현 씨 외에 그 자리에 누구도 떠오르지 않아요.”
도경은 자신의 진심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한다현 또한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 도경이 전화로 스카웃을 하러 온다길래 다시 주식시장으로 복귀해야 하는 것인가로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자신이 좋아하는 벤처캐피털 일과 관련된 이직 제의였다.
“다현 씨와 오랜 기간 함께 일한 것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열정 그리고 본인이 재미를 느낀다는 점에서, 또 지금 커리어까지.”
마치 그 자리에 한다현 외에는 적임자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신이라는 존재가 애초에 이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들었나 싶기도 했다.
“팀의 일에 있어서는 최대한의 권한을 약속하겠습니다.”
도경은 확신에 가득한 표정으로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팀 내부를 꾸릴 권한을 포함해서 투자기업 선택 등등 제가 줄 수 있는 권한은 최대한 주겠습니다. 한다현 씨와 손발이 맞는 팀원을 불러도 됩니다.”
한다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도경의 말을 듣고 있었다.
도경은 둘 사이의 친분보다는 팀에 합류하면 보장받을 수 있는 권한을 얘기해 오고 있었다.
비즈니스 이야기에 친분을 배제한 것이다.
“다현 씨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든 간에 저는 그 미래보다 더 큰 미래를 다현 씨에게 약속할 수 있어요.”
도경은 자신감이 넘치는 말투와 표정으로 한다현을 향해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다현 씨가 필요합니다.”
“…….”
“당황스러울 거란 거 알고 있어요. 제가 너무 무례하죠? 하지만, 이게 최선이라 생각했어요.”
도경도 갑작스레 자신이 찾아와 이런 방식의 이직 제의를 한다면 한다현이 당황스러워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물리적인 거리가 너무 멀어져 있어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고, 시간을 내 이곳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한다현과 같은 인재를 영입하는 데 대면 스카우트는 당연한 절차였다.
“답은 천천히 주셔도 됩니다. 충분히 고민해 보신 다음에요. 물론 거절한다고 하셔도 우리 사이는 그대로일 거고요.”
개인적인 감정은 떼놓고 보라는 듯 얘기해 오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 * *
“곧 출발하실 시간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있는 작은 공항.
이곳은 김포에 있었던 비즈니스 항공센터와 똑같이 비즈니스 제트가 오르내리는 공항이었다.
귀빈실에서 대기하던 도경은 승무원의 말에 손목에 걸친 시계를 바라보았다.
“지금 수속을 하셔야 합니다.”
도경은 괜스레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국 절차를 밟는 동안에도 한다현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게 맞는 거지.”
하지만, 한다현에게는 현실적인 고민이었을 것이다.
세계적인 VC를 떠나 한국에서 다시 일하는 것은 확실히 부담이었을 테니까.
비행기에 오른 도경은 노트북을 펼쳤다.
한다현이 거절한 이상 회사에서 건넨 리스트 중 새롭게 팀을 이끌어갈 적임자를 찾아야 했다.
지이잉-
한참 자료를 파악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화면을 확인했다.
[한다현: 도경 씨 죄송해요. 연락이 늦었어요.]한다현의 메시지였다.
[한다현: 내부적으로 하던 프로젝트가 있어서요. 제가 빠지면 안 될 것 같아요. 한 달만 기다려 주세요. 인수인계하고 한국으로 들어갈게요.]메시지를 확인한 도경의 얼굴은 어느새 씁쓸함이 사라지고 미소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나: 자리 비워두겠습니다.] [한다현: 고마워요.]한다현의 답장에 도경은 회사에서 받은 리스트를 휴지통으로 옮겨 버리고는 환하게 웃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2-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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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