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2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29화(22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29화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다음 날, 대표실을 찾은 도경은 전날 조인혁과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늘 당당하던 친구라 그런 부탁을 해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류태화는 굉장히 미안하다는 듯 도경을 향해 얘기해 왔는데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고민거리를 던져준 만남이라서요.”
도경은 전날 저녁 성문건설 후계자 조인혁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처음에 조인혁 실장께 전화드렸을 때는 놀랐습니다. 그저 대표님께 받은 명함이라 인사 정도만 하려고 했거든요.”
류태화는 가만히 도경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굉장히 절실하다는 목소리로 저녁에 뵙자고 하시길래 궁금해서 나가보았습니다. 성문건설의 후계자가 저를 만나자고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싶어서요.”
“…….”
“그리고 그런 부탁을 받았습니다.”
조인혁은 도경을 향해 성문건설에 투자를 하고, 사업에 관한 자문을 부탁했다.
“투자는 어떤 방식으로 해달라고 하던가요?”
“따로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본부장은 어떤 답을 줬습니까?”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놀랍다는 얼굴을 했다.
“거절하지 않았습니까?”
“네. 마침 제가 고민하던 것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온 것 같아서요.”
도경은 그 자리에서 조인혁에게 거절을 하지 않았다.
최근 전략투자실이 전략투자본부가 되며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주식에 올인을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성문건설이면 훌륭한 투자 대상이라고 봅니다. 제가 왜 지금까지 메자닌 투자에 관해 망설였냐면…….”
“마땅한 대상이 없었군요?”
“그렇습니다. 매력적이지 않은 곳들에서 CB나 BW를 발행한다는 소식만 들려와 그다지 끌리지 않았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다행이네요. 나는 괜히 본부장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 사람을 소개했나 생각했습니다.”
“심란합니다.”
도경이 농담하듯 얘기해 오자 류태화는 피식하고 웃었다.
“여유가 생긴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류태화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신선호 대표께서 본사로 가시며 제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본부장이 너무 쫓기듯 달린다고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선호는 늘 자신에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사람처럼 보인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성장을 한 것 같습니다. 아마 그건 신선호 전 대표님이나 대표님께서 만들어주신 환경 덕분 아닐까요?”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을 본부장으로 승진시키고 임원 대우의 직급을 달아준 것도 그와 같은 이유였다.
관리와 실무를 모두 하기보다는 관리자로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판을 보라는 생각에서였다.
“나는 본부장이 무엇을 하든 응원할 예정입니다. 그게 맞다는 걸 지난 세월간 봐왔거든요.”
“…….”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오세요. 대표실 문은 열려 있으니까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쉬엄쉬엄 열심히 해요.”
류태화의 농담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류태화도 여유가 많이 생긴 것처럼 보였다.
도경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대표실을 나섰다.
* * *
“본부장님 오셨습니까?”
대표실을 나온 도경은 사무실로 돌아와 증권투자부 자리로 향했다.
“아, 다들 앉으세요.”
도경의 등장에 일을 하던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부장님, 잠시 지훈 팀장님 좀 빌려가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증권투자부 부장 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호명을 당한 이지훈은 궁금하다는 눈초리로 도경을 따라나섰다.
“커피 드실래요?”
본부장실로 들어온 도경은 이지훈을 향해 물었는데, 이지훈은 손을 가로저었다.
“또 마시면 네 잔째입니다.”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커피를 들고는 본부장실 중앙에 있는 원형 테이블에 자리했다.
“지훈 팀장님, 메자닌 투자 건이 들어왔는데 제가 봤을 땐 너무 매력적이라서요.”
“메자닌이요?”
이지훈은 바로 들고 온 수첩을 펼치고는 메모하려는 듯했다.
“정확히는 메자닌이 아니라, 투자 제의가 들어왔는데 메자닌으로 투자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어딘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성문건설입니다.”
무의식적으로 메모를 하던 이지훈은 고개를 들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건설사를…….”
“힘들까요?”
도경의 물음에 이지훈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저희 팀에 경북은행에서 PF를 담당했던 친구가 있습니다. 데려와도 되겠습니까?”
이지훈의 물음에 도경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기억이 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좋습니다.”
이지훈이 잠시 본부장실을 떠났다가 돌아왔는데 팀원과 함께였다.
“이석원 대리입니다.”
이지훈이 그리 소개하자 이석원은 도경을 향해 고개를 숙여왔다.
“앉으세요.”
도경의 말에 이석원은 자리에 앉았고, 도경은 입을 열었다.
“석원 대리, 경북은행에서 부동산 PF를 했죠?”
PF는 부동산 사업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얘기했다.
이석원이 은행에서 PF 부서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것을 도경도 기억하고 있었다.
“예. 주택공급사업에 투자하는 PF 프로젝트에 몇 번 참여한 적 있습니다.”
“잘됐네요. 마침 지역도 영남이기도 하고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성문건설이 현재 영남에서 진행 중인 아파트 건설이 몇 개인지 아십니까?”
도경의 물음에 두 사람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하하하, 생각하고 답을 내라고 한 물음이 아닙니다. 14개입니다.”
“네?”
“14개, 2030년까지 1만 세대 이상의 공급을 할 예정입니다.”
물론 영남이란 지역이 경북과 경남, 대구와 울산, 부산 등 여러 광역시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진행 중인 아파트 단지 건설이 14개라는 건 어마어마했다.
“이 모든 사업이 재작년에 시행한 거고요.”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미간을 찌푸렸다.
성문건설은 한창 부동산 상황이 좋을 때 공격적으로 시공을 맡은 것 같았다.
“문제는 4년 전부터 사업을 시작해 분양에 들어간 아파트들이 올해만 네 건입니다.”
“제가 알기론 대구에서 두 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석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대구에서 분양에 들어간 1천 세대 아파트 두 개 단지에서 미분양이 일어났습니다.”
미분양은 1천 세대의 아파트가 모두 팔리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도경의 말에 이석원은 조심스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대구는 공급 폭탄이라…… 단순 공급 문제도 아니고요.”
이석원의 말마따나 대구는 새로 지은 아파트들이 시장에 우후죽순 풀리고 있었다.
더 나아가 금리 상승이 높아지며 대출금리에까지 영향을 끼치자 급격하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버렸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성문건설에 투자를 하고 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것이 좋겠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두 사람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앞으로 고금리가 얼마나 진행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경제 상황을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
도경 또한 어려운 질문을 이들에게 던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분양 단계에서부터 아파트가 모두 팔리지 않았다는 건 회사로서는 손실이 계속 늘어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제가 한 가지 던져볼 테니, 두 사람은, 아니, 2팀은 이 사안에 관해 조사할 수 있겠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이지훈은 입을 열었다.
“말씀해 주시면 최대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얘기하기 시작했고, 이야기를 듣던 두 사람의 동공은 크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 * *
“일주일 만에 다시 뵙게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이전에 조인혁과 만났던 약속 장소에 나왔는데, 이번에는 조인혁이 먼저 나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본부장님을 두 번 기다리게 만들 수는 없지요.”
대기업의 후계자치고는 수더분한 조인혁의 모습에 도경은 약간의 호감이 갔다.
하지만, 지금은 사업을 얘기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티를 내지 않으려 했다.
“식사 전에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도경은 자리에 앉자마자 조인혁을 향해 이야기를 꺼냈다.
“결정하셨습니까?”
“네. CB(전환사채) 발행 형식으로 450억 원을 투자하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조인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많은 금액을 도경이 얘기해 왔다.
“신라자산운용 전략투자본부에서 굴리는 금액이 꽤 될 것이라 얘기 들었는데…… 꽤 많은 금액을 제시하시는군요.”
CB는 장기간 투자였다. 보통 1년에서 2년 만기였는데 그 기간에는 돈이 묶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저희 사업을 좋게 보십니까? 이 상황에서도요.”
조인혁은 무언가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으로 도경을 향해 물어왔다.
CB는 결국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오는 투자였는데, 현재 성문건설의 상황에서는 주가가 오를 기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제 제의를 받아들이실까가 우선인 것 같습니다. 투자가 확정되어야 무슨 말씀이라도 드릴 수 있을 테니까요.”
도경의 말에 조인혁은 고민에 빠졌다.
한창 시장이 좋았을 때 450억 원은 우스운 수준의 돈이었다.
하지만, 현재 미분양 건수가 계속해서 늘어가며 건설 중인 다른 아파트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더군다나 손실이 계속 늘어갈 상황에 450억 원이라는 돈은 매우 귀중한 돈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면 주주들이 저희를 죽이려 들겠군요…….”
그렇지 않아도 불확실한 미래와 불어난 손실 때문에 주가는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7만 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4만 원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CB를 발행하면 시중에 풀리는 주식이 곧 늘어난다는 얘기였기 때문에 주가에 영향이 있었다.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네?”
자신감 넘치는 말에 조인혁은 의아하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CB 발행도 누구에게 하는 것이냐에 따라 호재가 될 수도, 악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
도경은 신라자산운용이 투자하게 된다면 호재라고 이야기를 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조인혁은 저 자신감의 원천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고 있었다.
눈앞에 앉은 도경. 그 자체가 자신감의 원천일 것이다.
“자세한 건 협상을 해보아야겠지만, 저희 성문건설 처지에 450억 원이라는 돈은 매우 많은 돈입니다.”
“승낙하시겠다는 말씀으로 들어도 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조인혁의 승낙이 떨어지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투자하는 돈의 사용처를 좁혔으면 합니다.”
“그게 무슨…….”
도경은 돈을 투자하며 사용처를 제한하자고 얘기하고 있었다.
“제게 물으신 성문건설이 살아남을 방법이 이 돈에 있으니까요.”
“방법이요?”
“네. 빅 배스를 하시죠.”
도경의 말에 조인혁은 굉장히 놀란 듯한 표정을 짓다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빅 배스라면 손실을 확정하라는 말씀입니까?”
조인혁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포항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포기하시죠.”
다시 한번 터진 폭탄과도 같은 도경의 말에 조인혁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0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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