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3화(2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3화
“아, 요즘 주식 앱 켜기도 무서워.”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최대 화두는 주식 얘기였다.
이제는 일만 해서 받은 월급으로는 서울 사대문 안에 내 두 발 뻗을 집을 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제는 모두가 돈을 가지고만 있지 말고 불리라는 얘기를 해오는 시대였고,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두가 그런 얘기에 쉽게 노출되었다.
“그러니까요. 어제만 해도 월급이 삭제됐어요.”
요즘 워낙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다.
전쟁과 공급부족, 물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와 물가의 상승.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긴축재정의 시대가 오며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좋지 않았는데 코인이 거기다가 기름을 부어버렸지.”
최근 코인장에서 터진 사건으로 인한 코인장 대폭락이 여러 가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었다.
그 불똥이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끼쳐 주식시장에 새로운 돈이 안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그나저나 세정 씨는 좋겠어.”
선배의 목소리에 말석에 앉아 밥을 먹던 오세정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네?”
“유성반도체 말이야.”
이 어려운 시장에서 빛나는 종목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최근 미국에 5G 통신장비를 납품한 유성반도체였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일본과 유럽으로의 납품 계약도 기대가 된다는 증권사들의 리포트들이 쏟아지며 잔뜩 기대감을 안았고, 안정적인 정기 배당과 큰 금액의 특별배당도 인플레이션 시기에 매력적인 주식이란 것을 어필하며 주가가 오르고 있었다.
“아니, 얼마 전에 판다고 했잖아. 안 팔았어?”
오세정과 다른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사람이 묻자 오세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팔려고 했는데요…….”
“안 팔았어?”
“네, 그냥 손해 보고 팔까 했는데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좋은 소식?”
“네…… 유튜브에서…….”
“거참, 세정 씨는 유튜브 그만 봐야겠어.”
오세정의 말에 선배들은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요즘은 잘 안 봐요! 그런데 그거 있잖아요. 모의투자대회.”
“아아, 유성투자증권? 요즘 어디를 가나 그 얘기긴 하더라.”
“네네, 안 보셨어요?”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안 봤어. 왜? 거기서 팔지 말래?”
“팔지 말라고 한 건 아니고, 거기 참가한 사람이 유성반도체를 좋게 보고 있길래요. 그분 말에 설득되었어요.”
오세정의 말에 선배들은 다시 한번 웃었다. 오세정의 모습은 누가 봐도 주린이 그 자체였다.
“그 사람이 뭐라고, 대단한 사람도 아니…….”
“왜, 저번에 선배님들이 말씀하신…… 주문 실수 건 있잖아요.”
“아, 팻 핑거? 미성테크놀로지였나?”
“맞아요! 팻 핑거 사건. 그거 그분은 30분 만에 알아차리고 고객에게 이거 사야 한다고 했대요.”
“정말?”
“네, 그리고 다들 한성조선 좋다고 했을 때, 그분은 아닐 것 같다고 매도했고 실제로 그 사람이 팔고 난 당일에 바로 내렸어요.”
오세정의 말에 선배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세정이 과장하는 걸 수도 있었지만, 말만 들으면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유성반도체를 들고 있으라고 했어?”
“그렇게 말한 건 아니구요. 그냥 유성반도체에 대해서 분석하시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럼 세정 씨는 거기에 설득된 거고?”
“네. 저한테는 당시에 그런 말들이 필요했거든요.”
“에이, 그냥 듣기 좋은 말이 필요했던 게 아니고?”
선배의 말에 오세정은 약간 기분이 나빠지려 했지만,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차피 자신의 계좌에 있는 유성반도체 주식은 이미 원금을 회복했으니까.
“그럼 세정 씨는 유성반도체 계속 들고 가려고?”
“아뇨. 오늘 아침에 팔았어요. 원금에서 조금 이득 봤어요.”
“왜? 그렇게 전망이 좋다고 말했다면서.”
“저는 주식을 하면 안 되는 사람 같아서요. 대신 전문가에게 주식을 맡겨보려구요.”
식사 자리에서 늘 주식 얘기가 나올 때마다 잔뜩 움츠러들었던 오세정은 온데간데없이 오늘 그녀는 얼굴에 활기를 띠고 있었다.
* * *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사무실 한 중앙에 앉은 남자는 자신을 카메라로 찍고 있는 남자의 물음에 빙그레 웃었다.
겨우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남자는 마치 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람처럼 물어왔기 때문이다.
“아주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왔습니다.”
“즐거운 휴가요?”
“네, 오랜만에 일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종목들 분석도 하고, 공부도 하고 즐거웠습니다.”
인터뷰이의 답에 남자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제가 아는 휴가가 그 우리 윤도경 씨가 아는 휴가와 다른 게 아니죠?”
“네?”
“그러니까 그 휴가라는 게 쉬고, 어디 놀러 다니고…….”
“네, 놀러도 다녀왔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는 유성투자증권 홍보팀 대리 이성현이었는데 자신의 앞에 앉은 도경은 보면 볼수록 신기한 인물이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제가 요즘 눈여겨보는 게 유통 쪽입니다. 같이 대회에 참가했던 이연지 대리님이 리서치 센터에서 유통 쪽을 담당하신 분이라…… 요즘 분위기가 어떤가 하고…….”
“아니, 그러니까. 놀러 다녀오신 것도 그럼 시장 조사를?”
“네, 뭐…… 휴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이성현은 질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시 윤도경은 주식에 미친 놈이었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나오는 시장을 보는 관점과 기업에 관한 공부는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는 주식 그 자체를 즐기는, 증권가에서 일하는 것이 마치 천직이라고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좋습니다. 제가 아는 휴가와는 아주 다르지만, 그러니까 우승하셨겠죠.”
이성현은 졌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지어오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우승 후 뭐가 좀 달라진 것이 있나요?”
“음…… 달라진 것은 제가 있는 위치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옷도 새로 사신 것 같습니다.”
“아, 네. 아는 선배님이 상품권을 주신 적이 있어서……. 또, 회사에서도 상금을 좀 빨리 주셨고요.”
모의투자대회 우승자에게는 상금도 1천만 원이 걸려 있었다. 회사에서는 꽤 빠르게 세금을 제하고 상금을 입금해 주었다.
도경은 그 돈으로 새롭게 정장을 사 입었다.
“그리고 앞섶에 배지가 달려 있네요. 못 보던 배지인데.”
이성현의 말에 도경은 뿌듯함을 지울 수가 없다는 듯 얼굴이 꽤 상기되었다.
“이 배지는…… 유성투자증권의 펀드매니저와 PB 등 트레이딩을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직원에게 주어지는 배지입니다. 회사의 로고입니다.”
유성투자증권은 펀드매니저와 PB, 리서치 센터의 애널리스트 등 외부와의 접촉이 잦은 직원에게는 네가 회사의 얼굴임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배지를 수여해 주었다.
물론 이 배지가 자신을 옥죈다고 생각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도경에게는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이 배지를 늘 자신의 옷 앞섶에 달겠노라 다짐했었으니까.
“좋습니다. 지난주 마지막 화가 공개되고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도경 씨가 어떤 보직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해하셨습니다.”
마지막 화는 도경이 우승을 하고 상을 받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화가 거듭될수록 도경의 활약과 도경이 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보직 이동 때문이라는 것이 강조되며 모두가 도경의 선택을 궁금해했다.
오늘 이성현도 특별편을 준비하기 위해 도경을 찾아왔다.
“다시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유성투자증권 성남지점 PB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심주원과의 대화에서 PB로 보직 전환을 선택했다.
그날 심주원이 건넨 두 개의 봉투 중 하나는 PB 전환, 하나는 펀드매니저 전환이었다.
-후회하지 않겠나?
모두가 도경이 펀드매니저로 전환하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도경은 처음부터 꿈이 세계적인 펀드매니저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도경은 그곳으로 다가가기 위해 경험을 쌓는 것을 선택했다.
PB와 펀드매니저는 고객의 돈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언뜻 보면 같은 일을 했지만, 자세히 보면 달랐다.
펀드매니저는 회사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섹터 혹은 국가별로 펀드를 만들어 고객들의 투자를 받는 자리였다면, PB는 각 지점에서 고객의 증권통장을 위임받아 고객의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굴리는 일을 했다.
-네, 후회하지 않습니다.
심주원과의 대화에서 도경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지금 도경이 펀드매니저를 선택해 봤자, 다른 펀드매니저의 팀으로 들어가 그를 보조하는 일을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나도 자네가 PB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심주원의 생각도 도경과 같았다.
PB로 도경이 실제 시장에서 투자하고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경험과 실적을 쌓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아주 뛰어난 유망주도 각 레벨급의 유소년팀에서 뛰게 하고 성인 레벨에는 천천히 올리는 것과 같았다.
“신기하네요. 펀드매니저를 원하실 줄 알았습니다.”
“저는 아직 필드에서 고객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게 더 좋아서요.”
펀드매니저와 PB의 가장 큰 차이였다.
펀드매니저는 매 분기 펀드 운용보고서로 고객을 만났다면, PB는 실제 지점에서 매일 고객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었다.
도경은 이곳 성남지점에서 PB로 일하며 자신의 몸값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업계에서 학력과 다른 것이 볼품이 없다면, 도경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실적을 토대로 한 데이터라고 봤으니까.
“그럼 이제 윤도경 씨도 고객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습니까?”
“아직은 교육 기간이라…… 한 달 후부터 가능할 것 같습니다. 주니어 PB라서 유치 금액은 적긴 합니다만, 저도 PB니까요.”
지점 PB 관리 상품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유명 PB들이 관리하는 상품은 최소 가입 금액이 1억 원부터 시작했고, 평균적으로는 3천만 원 이상 1년 유지 조건으로 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도경이 현재 파는 상품은 1천만 원 이상, 최소 1년 가입 상품이었다.
“그럼 이 영상으로 고객들에게 어필을 좀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겸해서요.”
이성현은 마치 기회를 주겠다는 듯 도경을 향해 말해왔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유튜브 구독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그간 여러분의 사랑을 과분하게 받은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누군가에게 내 자산을 맡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저는 그 결정의 무게를 잘 알고 있습니다.”
PB와 고객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였다. 도경은 이제 막 보직 전환을 한 PB로서 고객과의 신뢰가 쌓이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 부분을 어필하려 했다.
“저는 고객님이 어떤 투자 성향을 가졌는지 끊임없이 공부하고, 옆에서 투자를 돕겠습니다. 고객의 곁에서 여러분의 안목을 늘릴 수 있는 버팀목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회 기간 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경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이성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상 녹화를 멈췄다.
“윤도경 씨, 고마워요.”
이성현이 그리 말하며 다가오자 도경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덕분에 우리 유튜브 구독자 4만 명이에요.”
“많이 성장한 거죠?”
“그럼, 원래 1만 명이었는데 대회 기간 3만 명이나 올랐으니까요. 아직도 입소문이 지속되어서 계속해서 대회 영상 조회 수도 오르고 구독자도 늘고 있어요.”
이성현은 최근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윗선의 눈총에서 벗어나 있었다.
기획이 성공하자 오히려 여러 팀에서 자신에게 접촉해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도 해오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대리님.”
“에이, 덕분이라니까요. 다음에 내가 또 연락하면 소방수로 나와주기로?”
“예, 저한테도 도움 되는 일이니까요. 꼭 연락해 주세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재킷 안주머니에서 명함 지갑을 꺼내 이성현을 향해 명함을 건넸다.
“대리님께 처음으로 드리는 거예요.”
“앗! 그럼 첫 개시의 대상이 저인 거네요. 이야. 멋있습니다. PB 윤도경.”
이성현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 대리님도 자산관리 필요하시면 연락해 주세요.”
“어? 이제 PB라 이거죠? 벌써 나한테 영업 들어오네.”
도경과 이성현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크게 웃었다.
“그럼, 고생하세요. 나중에 또 뵙시다.”
“네, 대리님.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도경의 인사에 이성현과 홍보팀 직원은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도경의 방을 나섰다.
한차례 폭풍과도 같은 인터뷰가 지나가자 도경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방을 둘러보았다.
“아직은 휑하네.”
새롭게 준비된 방이라 아직은 들어올 기자재들도 많았다. 책장도 군데군데 비어 있었는데 도경은 앞으로 공부를 하며 저 자리를 채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Private Banker 윤도경]도경은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진 작은 명패를 바라보았다. 화려하지 않았고, 지금의 위치를 말해주듯 단순한 명패였지만, 이 명패를 가지기 위해 그동안 치열하게 공부해 왔다.
“이제 시작이니까.”
도경은 이 자리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위를 올려다보면 아직 올라갈 곳이 많이 남았고, 그것들은 도경의 도전 의식을 자극해 왔다.
도경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차근차근 최종 목적지를 향해 올라가겠다고 다짐하며 자리에 앉았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도경은 작게 혼잣말을 읊조리고는 오늘 시장에 관해 파악하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비매품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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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