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3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31화(23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31화
“어서 와.”
다음 날, 도경은 유성투자증권 본사 대표실로 찾아왔다.
아직 2팀에서 성문건설과 투자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태화에게 들었다. 사고 하나 치려고 하고 있다며?”
심주원은 앉으라는 듯 소파로 향해 손짓했다.
도경은 자리에 앉아 준비한 보고서를 꺼내 심주원의 앞에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예. PF 시장에 단기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아 미리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이 건넨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던 심주원은 협탁 위에 있는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홀세일 본부 박학성 부사장 지금 내 방으로 오라고 해줘요.”
그렇게 명령을 하고 보고서를 계속해서 읽어 내려가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호출을 받은 부사장이 대표실로 들어섰다.
“대표님 부르셨습니까?”
도경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온 부사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부사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윤도경입니다.”
“아이고, 반가워요. 우리 스타님을 여기서 뵙네.”
부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도경의 손을 맞잡았다.
“부사장 자리에 좀 앉지. 얘기를 해볼 것이 있어서.”
부사장이 자리에 앉자 심주원은 설명해 보라는 듯 도경을 향해 고갯짓했다.
“성문건설에서 현재 포항에 짓고 있는 600세대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사업을 포기하려고 합니다.”
“뭐라고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부사장은 놀란 듯 입을 열었다.
박학성 부사장이 담당하고 있는 홀세일 본부는 부동산 사업에 투자하는 PF를 주력으로 삼고 있었다.
“제가 성문건설에 제안한 방식입니다.”
“…….”
도경의 말에 심주원과 부사장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성문건설에서 저희 신라자산운용 측에 투자를 요구하며 살아남을 방안을 알려달라고 했고, 제가 그리 제안했습니다. 선행되어야 투자를 하겠다고요.”
“지역이 어디죠? 아! 포항이랬죠.”
부사장은 잠시 멍해졌던 정신을 붙잡고는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포항이 많이 힘들긴 하죠.”
“예. 지난달에 있었던 400세대 아파트의 청약 신청에 겨우 46세대만 신청했습니다. 그 전달에 있었던 800세대 규모의 아파트는 200세대가 신청했고, 계약을 진행한 것은 겨우 16세대입니다.”
심주원과 부사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부동산 불패라는 서울 시장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이 살아날 리는 만무합니다.”
“서울이 살아나야 지방도 살아날 테고요.”
부사장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보고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시장에 약간의 충격이 올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를 읽어보니 브릿지론이네.”
브릿지론은 아파트 시공 전 땅을 구매하기 위해 받는 대출이었다.
“그렇습니다. 본 PF 허가가 떨어졌고, 계약을 앞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소규모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홀세일 부분을 담당하는 부사장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저 대답을 끌어내기 위해 시장에 충격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을 던졌으니까.
“물론 단기적으로 브릿지론을 받기가 깐깐해질 겁니다. 그런데 성문건설에게 왜 포기하라 말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간단합니다. 사업성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작년까지 PF 대출의 금리가 5%대였고, 수수료 또한 2~3%대였습니다.”
대출을 받으면 5%의 이자로 갚아야 한다는 말이었고, 대출 금액의 2~3%대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현재 PF 시장에서 금융사들이 요구하는 금리는 10~15%, 수수료는 11%에 달합니다.”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아무리 금리가 급격하게 올랐다고 하더라도 작년보다 대출금리는 3배가, 수수료는 5배 가까이 올랐다.
“아이러니한 건 시공비와 자재 비용 모두가 상승했는데 분양가는 그만큼 반영할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다. 금리도 오르고, 수수료도 오르고, 시공비, 자재비 모든 것이 다 올랐는데.
분양가는 그 모든 것을 반영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그것도 지방이니 더하겠지.”
“네. 더불어 성문건설의 입장에서는 분양 이익을 많이 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시공비가 증가했기 때문인가?”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분양 계약금과 중도금이 들어오는 것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라고 대출해 준 금융사에서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소형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다가 도망을 갔니, 부도가 나버려서 공사가 멈췄니 하는 이야기가 주로 나오는 이유였다.
대형 건설사들은 돈을 조달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기 때문이다.
물론 성문건설은 대형 건설사였지만, 그렇게 되면 손실이 우후죽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분양도 겨우 400세대 중 40개가 나가는 동네에서 말이다.
“우리 PF 익스포저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
심주원은 고개를 돌려 부사장을 향해 물었다.
익스포저는 리스크에 노출된 금액.
다시 말해 손실이 날 가능성이 있는 금액을 얘기했다.
“적습니다. 돌아가서 제대로 파악…….”
“120억 원쯤 될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저희 본부에 있는 채권 담당팀에서 일주일간 밤샘해 가며 시장의 익스포저 규모를 산출해 보았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보고서를 한 장 더 꺼내 내려놓았고, 심주원은 부사장에게 읽어보라는 듯 고갯짓했다.
“……이것 참.”
부장은 서류와 도경을 번갈아 보며 놀랍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 달 전에 파악한 규모와 얼추 비슷한 것 같습니다.”
“본부장이 담당하는 팀은 무슨 남의 집 재산도 이리 파악 가능한가?”
“다른 팀도 가능할 겁니다. 하려고 하지 않으니 모르는 거겠죠.”
도경의 말에 심주원과 부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은 시장에 올 충격과 모든 것을 다 파악하고 성문건설에 내질렀다는 이야기였다.
“태산 쪽은 조금 위험할 것 같은데.”
“네. 저희 팀의 판단에도 태산은 발행된 브릿지론의 규모가 큽니다. 이 중 익스포저가 약 1,400억 원쯤 되는데 올해 3월쯤 만기가 되는 상품들입니다.”
브릿지론은 대부분 3~6개월 만기였다.
“저는 오히려 태산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부실한 브릿지론 만기를 계속해서 연장해 줄 것이 아니라 털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손실을 확정 짓고, 버릴 건 버리라는 이야기였다. 대출을 내어줄 때 깐깐하게 심사하고도 그런 결과를 맞이한다면, 태산의 책임도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도경의 말에 심주원은 피식 웃었다.
“글쎄. 상대가 그렇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시장이 자정작용을 할 기회가 될 것 같네. 자네 생각은?”
“일단 돌아가 정확한 익스포저 규모를 파악해 보겠지만, 대표님께서 정하신 주력사업이 WM(개인자산관리)이고, 또 제 앞에 있는 본부장이 화정시 사건 때 홀세일 본부장을 날려 버려서.”
부사장의 말에 도경은 몸 둘 바를 몰라 했고, 두 사람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어쨌든 그 이후로 브릿지론은 줄였고, 대부분 선순위라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증권사들이 한 브릿지론은 대부분 선순위였다.
다시 말해 땅을 담보로 잡고 빌려준 대출이었기 때문에 땅을 팔면 그 금액은 회수가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좋아. 본부장은 보고하느라 고생했어. 자네가 하고 싶은 대로 진행해.”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부사장님.”
“아냐, 자주 들러. 재미있는 사건 좀 물어오고.”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대표실을 나섰다.
복도를 걷던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익숙한 번호로 통화를 걸었다.
“지훈 팀장님, 본부장입니다. 우리 쪽은 내부 교통정리가 끝났습니다. 성문건설에 그리 전해주세요. 남은 건 그쪽 결정이라고.”
* * *
“현재 익스포저 규모가 매달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편, 태산증권 부동산 PF 전담 본부에서는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태산증권이 업계 1위로 우뚝 올라서 오랫동안 자리를 내주지 않은 것은 태산 부동산 PF본부의 실적이라는 말들이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팀이었고, 가장 많은 자금조달력을 가지고 있는 최강자였다.
“어차피 선순위 브릿지에서 발생하는 거 아냐?”
PF를 이끄는 본부장은 퉁명스레 직원을 향해 물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후순위로 들어간 것은 없잖아.”
당연히 증권사들은 위험이 큰 브릿지론 같은 데에서도 손실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선순위 채권자로 들어갔다.
땅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2순위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들이 주로, 3순위는 시공사에 담당하는 것이 관례였다.
“네. 그렇습니다.”
“그럼 익스포저 규모가 늘어난다고 해서 우리가 걱정해야 할 필요가 있나?”
“하지만, 지난달 만기였던 몇몇 브릿지론 사업장에서 연체가 터지고 있습니다.”
“시공사는 뭐래?”
“본 PF 협상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해오고 있습니다.”
실무자의 보고에 본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본 PF 허가는 나오고?”
“힘들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미분양이 날 것 같은 지역이라…… 누가 들어가려고 하겠습니까?”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럼 우리가 기다려 줄 필요가 없지. 다음 달까지 상환 안 되면, 우리는 절차 밟는다고 해.”
“만기 연장을 요청해 온다면…….”
“야, 당장 이번 달에 내야 할 이자도 못 내는데 만기 연장해 준다고 되겠어?”
본부장의 물음에 실무자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회수 들어가자고. 그리고 익스포저 늘어나는 건 확실히 위험 신호이긴 하니까.”
본부장은 설령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직원들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날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들 자리로 돌아가거든 각 팀에서 담당한 브릿지론의 규모와 리스크를 단계별로 나눠 보고서로 작성해 올리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3월에 만기 되는 규모가 1,200억 원인데 이건 확실하게 시행사에 연락해 의사를 물으세요. 연장이면 연장, 본 PF 계약 일정까지 전부 다 물어서 보고서에 포함하도록.”
조금 전까지 여유 있게 보자던 본부장이 이리 말하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신규 브릿지는 조금 더 빡빡하게 봅시다.”
“괜찮을까요?”
“뭐가?”
“관에서는 오히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라고 말하는데…….”
“야. 관 눈치 보다가 우리가 죽어. 일단 그 문제는 여러분이 생각할 게 아니니까 내 말대로…….”
지이잉-
그때 회의실에 있는 모두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뭔데 동시에 이렇게 울려?”
본부장은 그리 말하며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
「[속보] 성문건설, 포항 주상복합아파트 단지 시공권 반납」
「성문건설 “450억 원 후순위 채권 상환하겠다.”」
본부장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이거 뭐야?”
속보를 확인한 다른 직원들도 어떻게 된 정황인지 몰라 웅성거렸다.
“이거 어디서 브릿지 낸 거야?”
“제가 알기로는 명성증권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장에 단기적으로 충격을 줄 만한 성문건설의 결정이었다.
다행히 태산에서 빌려준 돈은 아니었지만, 다른 건설사로 번져갈 수 있는 문제였다.
“그 아까 한 달 기다리라고 했던 거 빠르게 회수 들어가고. 다들 빨리 일어나서 내가 지시한 거 해.”
본부장은 다급하게 명령했고, 직원들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
“어우, 화정시 가고 나니까 웬 이상한 데서…….”
본부장은 걱정되는 듯 그리 혼잣말을 하고는 윗선에 보고하기 위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0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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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