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3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32화(23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32화
“오늘 주식 읽어주는 남자 시작하겠습니다.”
보름 후, 유튜브 유명 채널 주식 읽어주는 남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시청자가 라이브 채팅에 참여하고 있었다.
“근래에 라이브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이 없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2만 명의 시청자분들이 보고 계십니다.”
한창 주식 투자에 붐이 일 때는 2만 명이 우스웠지만, 최근 주읽남의 평균 라이브 시청자 수는 1만 명대였다.
“아마도 오늘 나오시는 분께 많은 얘기를 들으려고 오신 것 같은데요.”
채팅창을 읽던 진행자 양대선은 껄껄거리는 소리와 함께 웃었다.
“양 프로, 군소리 말고 빨리 모셔달라고 한빛 님께서 얘기해 주셨어요. 네, 바로 모시겠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양대선이 인사를 하자 카메라는 위치를 옮겨 게스트석으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신라자산운용 전략투자본부장 윤도경입니다. 양 프로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것 참 그렇게 나와달라고 말해도 안 오시더니 이번에는 나오셨습니다.”
양대선의 말에 도경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동안 주읽남에서 여러 차례 출연 요청이 왔었지만, 한사코 거절했었다.
“요즘 시장에 제가 무언가 화두를 던진 것 같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오늘 우리 윤도경 본부장이랑 진득하게 얘기를 하려고, 박 프로는 나오지 말라고 했어요.”
양대선은 그리 말하고는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거두절미하고, 성문건설에 왜 투자하셨습니까?”
보름 전, 성문건설이 포항에 짓던 아파트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기사가 나오자 시장은 충격이 올 것을 경고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도경이 예상한 대로 신용평가사 측에서 성문건설의 신용도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적절한 사업 철수라는 평가까지 알음알음 나오고 있었다.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걱정과 다르게 충격이 온 시장이 있었다.
바로 주식시장이었다.
성문건설의 사업 철수 발표가 나자마자 주가는 미친 듯 내리꽂았는데 당일에는 하한가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28%까지 하락했다.
“매력적이라면?”
“회사를 이끌어가는 경영진들의 판단이 매우 빨랐습니다.”
도경은 자신이 조인혁에게 느낀 것들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저희가 조달한 450억 원의 사용처를 굉장히 빠르게 결정 내렸습니다.”
“그 돈이 사업 철수의 후순위 채권을 갚는 데 사용되었죠?”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걸 묻지 않을 수 없는데, 시장에서는 신라자산운용의 성문건설 투자가 호재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발표 이후 -30%대 중반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도경이 이끄는 신라자산운용에 CB를 발행한다는 성문건설의 공시가 뜨자마자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하루에 10%씩 올라 지금은 떨어진 것을 모두 회복하고도 +5% 이상 상승했다.
“예상하셨습니까?”
“예상했습니다.”
“자신감인가요?”
“네. 저희는 허튼 곳에 투자를 한 적이 없으니까요.”
도경의 말에 양대선은 씩 웃었다.
화제가 될 만한 얘기였다.
“저희 신라자산운용 투자전략본부는 조직의 구성 이후 단 한 번도 손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저희의 강점이고 또 제가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입니다.”
양대선은 도경의 말에서 정말 자신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분석을 하셨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 질문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성문건설에는 불안 요소들이 있습니다.”
도경은 슬쩍 채팅창을 보았는데 많은 시청자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도경의 결정을 비판하는 채팅도 보였고, 응원하는 채팅도, 또 질문들도 올라오고 있었다.
“특히 아직 분양 단계에 들어가기 전 사업들이 다섯 건이나 있다는 건데요. 미분양이 난 곳도 두 곳이나 되고요.”
시장에는 이번 투자에서 신라자산운용이 실패할 거라는 이야기를 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가진 의심을 양대선이 이야기해오고 있었다.
“이 손실이 앞으로 계속 쌓이게 될 텐데 겨우 450억 원의 손실을 털었다고 해서 전망이 좋을까요?”
“말씀하신 분양 단계에 들어간 사업들과 미분양이 난 곳의 대출금리는 5%대입니다.”
도경은 자신이 파악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10%가 넘는 금리와는 먼 금리고, 저는 이 손실이 성문건설에서 시행 중인 사업들로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보시는지요.”
“성문건설은 현재 외연 확장 중입니다. 말로만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 해외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올 한 해 수주액만 1조 원이 넘습니다.”
성문건설은 아파트 전문 건설업체라는 타이틀은 지키면서도 해외로 또 국내 관급 건설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또, 국내에서도 아파트와 같은 주거사업을 제외한 관급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수주액이 8천억 원이 넘었고요.”
“하지만, 그게 마진이 훌륭한 사업들은 아닙니다.”
“네. 관급공사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나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하지만,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따낸 사업들의 마진율로도 아파트 미분양 건은 수습할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도경의 말에 양대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금융사 쪽에서는 너무 성문건설이 모럴해저드를 일으킨 게 아니냐는 말이 있습니다. 신라자산운용이 그걸 부추겼고요.”
양대선은 전직 증권사 임원 출신답게 업계에 퍼진 이야기를 해오고 있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MOU 수준의 계약이었고, 그리고 성문건설은 자체 보증을 선 450억 원에 대해 충실히 상환하였습니다.”
“아뇨. 법적으로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의 신뢰를 깼다는…….”
“누가 말입니까?”
도경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신뢰를 깬 것이 금융업계인가요, 아니면 성문건설인가요?”
도경은 이참에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솔직하게 얘기해 볼까요? 성문건설이 현재 회사채시장에 2년 만기로 회사채를 발행하면 금리가 4~5%대의 금리입니다.”
회사채는 채권을 발행하고 그만큼 돈을 빌려오는 것을 얘기했다.
성문건설의 신용도는 훌륭했기 때문에 회사채의 금리가 낮았다.
“하지만, 포항 사업에서 PF에 참여한 금융사들은 12%대의 금리를 요구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양대선은 입을 꾹 다물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가 수수료 또한 11%를 요구해 오고 있습니다.”
“수수료를요?”
“예. 명목은 PF 컨설팅 수수료라고 받습니다만, 이게 사실상 선이자와 다른 게 무엇입니까?”
도경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그분들을 욕할 수 없습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유동성이 굳었고, 시장이 좋지 않은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줄 수는 없는 일이죠.”
잠시 숨을 고른 도경은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모든 리스크는 시공사에만 미뤄둔 채 본인들은 이득을 보고 있는 선순위 금융사들은 그런 말 할 자격은 없다고 봅니다.”
도경의 말에 채팅창은 엄청난 속도로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금융사들 자기 이득만 보려고 하지.
-증권사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손해를 보려고 하겠어?
-수수료 11% 얘기는 정말 놀랐습니다. 이거 갑질 아닌가요?
물론 도경 또한 자신이 속한 업계가 욕을 먹는 것이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털고 가야 할 문제라 생각했다.
“성문건설은 자신들이 이행해야 할 책임은 모두 감당했습니다. 남은 건 이제 리스크를 알면서도 높은 이자에 투자한 금융사가 감당해야 할 몫이죠.”
도경은 적어도 선순위 증권사들이 성문건설을 향해 ‘도덕적 해이’를 운운하는 것은 성문건설을 향해 하는 말이 아니라 생각했다.
지금 사업을 철수할지 말지 고민하는 건설사들을 위한 언론플레이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그들은 성문건설에서 땅값의 450억 원을 지급했으니 650억 원의 땅값을 지불하고 사업을 계속할 시공사를 찾으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은 안일하게 사업을 시행한 성문건설을 포함한 건설업계는 물론이거니와 그를 알면서도 이득만 보려고 했던 금융사들의 연대책임이 되어야 합니다.”
메시지가 말해왔던 대로 도경은 인제는 시장이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냐고 생각했다.
부동산 시장이 건강해질 수 있는 최소한의 이야기는 누군가 해야 했으니까.
“이야, 오랜만에 나오셔서 정말 무거운 말씀, 그러니까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를 던져주셨는데요…….”
이후로도 도경은 양대선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 * *
“얘 지금 뭐라는 거야?”
「윤도경 본부장 “건설업계와 금융사의 연대책임이 되어야.”」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컨설팅해 준다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았다면 금융사도 책임져야.”」
「윤도경 본부장의 말에 환영하는 건설업계 “PF 대출 시 수수료 과다 책정 심해.”」
「당혹스러운 PF 업계 “윤 본부장이 마치 외부인처럼 얘기해 와 당황스러워.” 일각에서는 “올 것이 왔다.”라는 평도」
「금융사 PF 수수료 과다 책정 문제 “갑질이나 아니냐” 갑론을박」
태산증권 PF 본부.
본부장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오늘 자 신문을 보고 있었다.
“우리 브릿지론들은 어떻게 됐어?”
“대부분 상환해 오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익스포저보다는 줄어든 모습입니다.”
걱정만큼 브릿지론의 리스크는 터지지 않았지만,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그저 대출 시장에 영향을 줄줄 알았더니 오히려 불똥은 금융사 수수료 문제가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관에서는 수수료 문제를 조사한다고 합니다.”
“하이고, 진짜 똥 뿌리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유성은 뭐 깨끗하대?”
“유성투자증권 내부에서도 당혹스럽지만, 의견은 존중한다고…….”
“얼씨구, 제 식구라고 감싸는 거야 뭐야?”
본부장은 기가 찬다는 듯 말해왔다.
“유성은 애초에 PF를 많이 하지 않으니까요.”
“아, 정말 골치가 아프네. 이거.”
태산은 선순위 PF 대주사로서 컨설팅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아왔다.
업계 전반에 불똥이 튄다면 당연히 첫 타겟은 가장 많은 PF를 실행한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 것이 뻔했다.
“이거 어떻게 수습해야 하냐?”
“일단 가만히 두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직 직접적으로 우리 쪽으로 압박이 들어온 게 없으니까요.”
“아니, 자고 있는데 어떤 놈이 내 집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이게 피해가 아니면 뭐야?”
본부장은 그리 말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일단 홍보팀에 우리 브릿지랑 PF는 안전하다는 보도 자료 뿌려달라고 해. 관련 자료 넘기고.”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수수료 문제에서 시야를 좀 돌려놓아야 할 것 같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직원의 물음에 본부장은 연신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두드렸다.
“심플하게 가자.”
“심플하게라시면…….”
“쟤도 결국 성문건설에 투자하고 돈을 벌겠다는 놈이잖아. 누가 누굴 가르치냐고 말해봐야지.”
“먹힐까요? 신라는 오히려 건설업계에 저금리로 돈을 대줬던데요.”
“주가 오르면 쟤가 다 먹잖아.”
“주가가 늘 오르는 것도 아니…….”
“야!”
본부장은 기분이 나쁘다는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 신라 가라 그냥.”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요즘 너무 편하게 해줬지?”
“……죄송합니다.”
본부장은 고개를 숙인 직원을 잠시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어쨌거나 혼자만 깨끗하려고 할 순 없지. 명분이 부족해서 일단 이 정도로 기스 내고 끝내자고.”
본부장은 그렇게 얘기하고는 전화기를 들어 올렸다.
“어, 김 기자. 나야.”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0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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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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