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3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35화(23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35화
“서울 마리나로 가주세요.”
보름 후, 도경은 메시지가 알려준 일자와 시간에 맞춰 콜밴을 불렀다.
그러고는 가족들과 함께 목적지로 향했다.
“마리나라는 곳이 뭐 하는 곳이니?”
“음. 요트 선착장이요?”
“거기에 왜 가는 거야?”
어머니와 동생은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는데 도경은 ‘저도 몰라요’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
메시지가 말한 주소가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아, 아는 분께서 소개해 주셨어요.”
“그러니까 뭘 소개해 주셨는데?”
“비밀이에요. 말하면 재미없잖아요.”
도경은 어머니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임기응변 쩔었어.’
도경은 그리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안 알려줄 거예요?’
물음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자 도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측 가는 게 있긴 해요.’
사실 도경은 오늘 여의도에서 할 일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오늘은 야근을 하지 말라는 공지가 내려왔으니까.
일 년 중 단 하루, 여의도의 밤이 매우 시끄러워지는 날이었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알았어요? 만나기 전에 그냥 혼자 다짐했던 건데.’
지이잉-
【윤도경 씨에 관해 우리가 모르는 것은 없습니다】
이럴 때만 답을 해오는 메시지에 야속함을 느낀 도경이었다.
한참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린 도경과 가족은 입을 쩍 벌렸다.
여의도에서 오래 일한 자신도 이런 곳이 있었나 싶어 신기해하는데 가족들은 오죽할까.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여기저기 살피는 가족들을 데리고는 건물은 안으로 들어섰다. 데스크에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직원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윤도경 고객님, 어서 오십시오. 기다렸습니다.”
“저를요?”
도경의 물음에 직원은 미소로 인사를 하고는 도경과 가족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직원의 뒤를 따라 선착장으로 들어선 도경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물론 유명 할리우드 배우나 세계 부호가 몇천억 원짜리 요트를 샀니 어쩌니 할 때 뉴스에서 본 요트보다는 크기도 작았지만.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요트들이 정박되어 있었다.
“오늘 모실 요트는 30인승…….”
직원은 도경과 가족들을 향해 계속해서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가족이 겨우 세 명인데 30인승이라니…….
“바로 와인과 간식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요트에 올라타자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도경과 가족들은 어이가 없는 듯 실소만 흘렸다.
“누가 이런 걸 빌려주셨어?”
“아는 분이요. 후원자라고 해야 하나?”
“후원자가 있어도 돼?”
동생의 물음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변호사 되더니 아주 그냥. 걱정하지 마. 그런 건 아니니까.”
“그래, 너는 네 형이 그런 사람으로 보이니?”
어머니의 말에 동생은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자리에 앉자 와인과 곁들일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요트를 운전해 줄 기장과 직원들이 나와 인사를 했다.
“오늘 무슨 날이니? 우리뿐만 아니라 요트가 많이 출발하네.”
어머니는 어느새 적응하고 주변을 바라볼 여유가 생기신 것 같았다.
“아! 오늘요.”
도경은 씩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1년에 딱 한 번 여의도가 시끄러워지는 날이 있거든요.”
“그게 무슨 날인데?”
“불꽃축제요.”
여의도 증권가를 꿈꾸며 여의도 근처에서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하던 도경은 늦은 밤 집으로 향하며 다짐했던 적이 있었다.
언젠가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 축제를 즐기겠노라고.
메시지는 그때 도경의 다짐을 알고 있었고, 오늘 요트를 준비한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뭔가 걱정이 될 때는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 준 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주세요.”
도경은 가족들이 맘 편히 즐길 수 있도록 당부의 말을 건넸고, 어머니와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트가 세찬 물길을 가르고는 한강의 한가운데 정박했고, 한강 변으로는 많은 인파가 보였다.
“2분 후 시작될 예정입니다.”
직원의 안내에 도경은 가족들을 이끌고 요트의 2층으로 올라갔다.
“엄마 춥죠?”
“춥기는, 따뜻하게 입으라고 해서 이렇게 입었잖아.”
가을밤 한강의 날씨는 바람이 차가웠다.
어머니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신이 나는 듯, 마치 어린아이처럼 끄떡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도경은 그 모습에 피식 웃고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도진이는 안 추워?”
“나도 괜찮아.”
한강 주변의 야경에 푹 빠진 것 같았다.
“불꽃축제가 아니더라도 너무 아름답네.”
동생의 말에 도경은 코로 찬 공기를 들이켜며 주변을 보았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와-!”
그렇게 주변 야경을 보고 있을 때 강변에서 환호성이 들려왔고, 엄청난 굉음을 내며 각양각색의 불꽃들이 밤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와…….”
도경 또한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을 자아냈는데, 이내 미소를 지으며 가족을 바라보았다.
동생은 넋을 놓고는 풍경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려는 듯 열중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엄마, 누가 불꽃축제 보면서 기도를 해요?”
도경은 그리 말했는데 불꽃축제의 소리에 목소리가 묻혀 어머니는 듣지 못하신 것 같았다.
여전히 두 손을 꼭 모으고 기도를 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도경도 두 눈을 감고, 손을 모았다.
‘가족들이 이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기도를 마친 도경은 두 눈을 떴는데 어머니가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고, 도경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 * *
“적응은 끝난 거예요?”
한 달 후, 도경은 본부장실을 찾아온 한다현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보름 전에 한다현이 이끄는 벤처투자부의 직원 면접이 있었고, 오늘은 합격자 통보 날이었기 때문이다.
최종 합격자 보고서를 건네받은 도경은 서명을 하고는 한다현을 향해 물었다.
“네. 너무 다들 잘해주시니까요.”
합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한다현의 얼굴에는 근심 걱정이 가득해 보였는데, 최근에는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다들 착한 분들인 것 같아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맞아요. 다들 친절하죠. 그리고 모두가 다현 씨의 커리어를 인정하고 있어요.”
“제 커리어요?”
“네. 미국에서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이 팀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듣고 다들 미쳤다고 말했거든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피식하고 웃었다.
“제 친구들도 다 그러던데요.”
“그래서 더더욱 다들 고마워하고 있어요. 이 팀의 플랜에 확신을 가진 것 같기도 하고요.”
한다현의 합류는 모두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도경이 이끄는 투자전략본부는 현재 PI 본부 중 가장 괜찮은 실적을 내고 있었지만, 업계 전체를 보았을 때는 자본금이 적다는 벽에 부딪히고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벤처 캐피털에서 일하던 한다현의 합류로 팀원들은 이 팀의 미래에 대해 의심을 거둔 것 같았다.
“제 덕분이에요?”
“네. 다현 씨의…….”
“아뇨. 본부장님 덕분인 것 같은데요.”
한다현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가 이 팀의 플랜을 듣고 합류를 결정한 것은 그 플랜을 실행하는 사람이 윤도경이라서였어요.”
“…….”
“도경 씨와 같이 일한 게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저는 정말 놀랐거든요. 어쩌면 내가 별의 탄생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현은 리더스 센터에서 도경과 일하던 때를 떠올렸다.
자신도 나름 회사 내에서 인정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걸어왔지만, 도경의 실력은 남달랐다.
자신은 물론이고 리더스 센터에서 십 년 넘게 경력을 쌓은 선배들보다 뛰어났다.
“그래서 합류하고 싶었어요. 혹시 알아요? 워런 버핏이나 찰리 멍거, 피터 브라운 같은 전설적인 스타가 될 수도 있잖아요.”
“하하하, 과찬이에요.”
“저는 그냥 그렇게 느꼈어요. 이 사람 옆에서 일하면 보람을 느끼겠구나.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겠구나.”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입을 꾹 다물었다.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는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지금 너무 기뻐요. 팀이 구성되면 첫 투자를 하게 될 테니까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서를 건넸다.
“결재 마쳤습니다. 이대로 진행합시다.”
“네. 본부장님.”
한다현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무실을 떠났고, 도경은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이제 본부가 활동할 영역이 좀 넓어지려나.”
몇 달간 자신을 괴롭히던 고민이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도경은 자리에 앉았다.
지이잉-
자리에 앉자마자 울리는 휴대전화 벨 소리에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라자산운용 윤도경입니다.”
-…….
“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말에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떴다.
* * *
“본부장님, 어서 오십시오.”
한 달 후, 어느덧 한 해도 닷새만을 남겨둔 이때 도경은 신라자산운용 본사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한국거래소에 나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사장님께서 내려오고 계시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회사였다.
다시 말하자면, 이들이 국내에서 주식시장을 만들고 운영하며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관장하는 회사이다.
도경은 메인 홀 벽면에 걸린 시황판을 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증권계에서 오래 생활했지만, 뉴스에서만 보던 곳에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아이고, 윤도경 본부장님. 반갑습니다. 손지성입니다.”
“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메인 홀로 재빠르게 걸어온 거래소 이사장은 도경에게 손을 내밀었고, 도경은 손을 맞잡았다.
“축하드립니다.”
“아닙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하하하, 그럼 일단 식을 진행하고 방으로 올라가서 이야기를 마저 나눕시다.”
이사장이 그리 말하고는 직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메인 홀에 있는 시황판에 글자가 뜨기 시작했다.
[제3회 자본시장 올해의 인물 시상식]한 달 전, 도경은 자신이 자본시장 올해의 인물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증권사나, 보험, 은행 등등 거래소의 회원사와 유관 기관, 기자, 직원이 추천한 최종 후보 명단에 도경이 선정된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최종 후보 중 도경이 오늘 시상식의 주인공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제3회 자본시장 올해의 인물, 신라자산운용 윤도경.”
사회자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카메라 불빛이 연신 터지기 시작했고,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는 카메라도 도경의 모습을 담기 바빴다.
“윤도경 본부장은 여러 투자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며 투자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증권계의 만연한 타성에 경종을 울리며 건전한 금융문화가 자리를 잡도록 기여를 한 바 자본시장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다.”
선정 이유 낭독이 끝나자 이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도경에게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넸다.
“축하합니다.”
“감사드립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도경은 한 손에 들린 트로피를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자신이 업계에서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13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