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3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38화(23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38화
“새해 목표는 생존입니다.”
닷새 후, 도경은 투자전략본부 구성원 전원과 함께 새해 첫 본부 단위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예전엔 이 회의실이 언제쯤 가득 찰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회의실이 꽉 차다 못해 벽면으로 의자를 길게 늘어놓고 직원들이 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도경은 새해 본부가 나갈 길을 직원들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있는 것을 지키며 하는 생존은 하지 않겠습니다.”
새해에 도경은 공격적인 투자를 할 예정이었다. 이제는 이 본부뿐만 아니라 신라자산운용도 본궤도에 오른 상태였다.
궤도에 올랐으니 다음 스텝을 향해 속도를 올려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당분간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세계 거시경제에 대한 대응은 하지 않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신라자산운용 투자전략본부는 매크로 투자를 주로 진행해 왔다.
본부를 이끄는 도경이 매크로에 강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매크로 분석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팀의 매크로 분석 능력은 업계 탑에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수익률이 도경의 자신감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작년 한 해 누적 수익률은 도경의 팀이 업계 1위였으니까.
그리고 주 무기는 매크로 분석이었다.
굳이 무기를 배제할 필요가 없었다. 내 강점을 살리는 방향이 곧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니까.
“하지만, 글로벌 매크로를 읽기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시장에 산재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가 없고요.”
도경의 얼굴을 바라보던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글로벌 매크로의 대응보다 기업 개별 단위의 매크로에 집중할 타이밍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벤트 드리븐 전략으로 갈까 합니다.”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은 기업 내부나 외부에서 발생하는 특정 이벤트에 반응해서 투자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 이벤트가 있는 기업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 예상한다면, 그 이벤트에 투자해 차익을 보는 전략이었다.
한동안 유행했던 태조이방원(태양광, 조선, 2차전지, 방산, 원자력) 같은 것들이 이벤트 드리븐을 이용한 투자 전략이었다.
“이벤트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의 강점인 매크로 분석 이후에 정보를 필터링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3팀의 어깨가 조금 무거워진 것 같네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3팀의 팀장 이연지와 팀원들을 바라보았는데,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좋습니다. 당부 사항은 여기까지 말하도록 하고 각 부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한다현 부장님.”
도경의 호명에 한다현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희 벤처투자부는 어제 자로 총원 12명의 팀 구성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자금 또한 300억 원을 배정받았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회사채 발행이 흥행하며 투자전략본부에 새로운 총알 700억 원이 배정된 상태였다.
벤처투자부도 100억 원 증액된 300억 원의 투자 자본을 받은 상태였다.
“신화자동차와 엔이버에서 최근 스타트업에 자금 회수를 하고 있습니다.”
“들은 것 같습니다.”
“신화자동차의 경우는 자동차 이외의 업무는 모두 손 떼겠다는 입장입니다.”
신화자동차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었다.
지금이 자동차 산업의 성장 시점이라 보아 자동차에 투자하기 위해서 그동안 자동차 산업 이외 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있었다.
“엔이버의 경우에는 글로벌 시장의 진출을 노리며 국내 스타트업 자금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엔이버는 국내 거대 기술 기업으로, 스타트업 투자계에서는 큰손이었다.
“급하게 자금 회수에 나서는 두 회사가 투자했던 회사 중 옥석을 골라내서 투자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도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한다현이 괜찮은 전략을 짠 것 같았다.
확실한 기술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이 두 거대 투자사의 자금 회수에 맞물려 헐값에 나온다면 충분히 노려볼 만했다.
“좋습니다. 내부 회의를 거쳐 보고서 올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최우진 부장님.”
도경의 호명에 기다렸다는 듯 최우진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 투자전략본부의 총자산은 2,200억 원가량입니다.”
한 자산운용사에 속한 본부가 굴리는 자금치고는 어마어마한 자금이었다.
“이 중 최근 장기 포트폴리오로 편입된 성문건설의 CB 450억 원을 포함, 장기 포트폴리오는 1,300억 원이고, 300억 원은 벤처투자부에서 투자 대기 중인 자본입니다.”
“그렇다면 단기적으로 우리가 투입할 수 있는 현금은…….”
“600억 원입니다.”
“충분한 금액이네요.”
도경의 말에 팀원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이 말한 투자 성과를 이루기에는 충분한 단기자금이었다.
“우진 부장님께서는 3팀의 보고가 올라오면 증권투자부 내부의 회의를 마치고 저와 얘기해 보죠.”
“네. 알겠습니다.”
“당분간 고달프시겠지만…… 아시죠?”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미간을 찌푸렸고, 다른 팀원들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저만 하는 거 아니죠?”
“그럼요. 저도 합니다.”
“그럼 괜찮습니다. 본부장님도 같이 힘드시니까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고는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창의력을 제한하지 마세요. 어떠한 이벤트를 떠올려도 좋습니다. 모두 각 팀장에게 보고하고 서로 얘기를 나누어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이번 주도 모두 파이팅입니다.”
도경이 그리 말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직원들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도경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 *
“죄송해요. 선배님 말고는 같이 야근해 달라고 말할 사람이 없었어요.”
한편 회의가 끝나고 도경은 최우진에게 미안하다는 듯 얘기를 하고 있었다.
도경이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짓자, 최우진은 피식하고 웃었다.
“괜찮아. 애들이 야근하는 거보다야 내가 하는 게 편하고, 내가 하는데 위에 본부장님이 같이 야근하면 좋은 거지.”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보고받을까요?”
“포트폴리오에 2차전지가 미칠 듯 달리네. 요즘 포트폴리오에 2차전지 없으면 재미없다는 말까지 나오잖아.”
최우진은 포트폴리오 수익에 관한 보고를 시작했다.
“정리 좀 할까요?”
전략투자본부 장기 포트폴리오에는 2차전지 ETF가 45%나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아. 지금 너무 올라서.”
“현재 수익률은요?”
“+32%.”
“많이도 올랐네요.”
“ETF가 이 정도니까 대장주들은 7~80% 올랐다고 봐야지.”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25% 정리하죠.”
“그럼 현금자산이 900억 원 정도 되겠는데.”
“이번에 좀 크게 해볼까 싶어요.”
“고민은 해결된 거야?”
도경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고민이요?”
“포트폴리오 다양하게 가져가고 싶어 했잖아.”
“아, 그 문제는 CB로 해결한 것 같아요. 워낙 주식만 일색이어서 고민이었잖아요.”
“그렇지.”
“성문건설 CB도 그렇고, 한다현 부장이 이끄는 벤처투자부도 이제 투자를 할 테니 자연스레 해결되네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더라고. 뭔가 투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면 오히려 더 안 풀리는 느낌?”
“맞아요. 그때그때 기회를 잡고,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성장했네? 어디까지 성장하려고 하는 거야. 무섭다. 무서워.”
도경은 피식 웃고는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그럼 2차전지 정리해 주시고요. 말씀드렸던 이벤트에 관련해서도…….”
“아, 그거 때문에 할 말이 있었어.”
최우진은 용건이 떠올랐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작년 말에 숏 커버링이 들어왔어야 할 몇몇 종목들이 안 들어왔어.”
“숏 커버링이요?”
숏 커버링(Short covering)은 공매도 포지션을 가지고 있던 기관이나 투자자가 예상했던 가격보다 주가가 높을 때 손실을 방지하려고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 다시 말해 빌려온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얘기했다.
“어디죠?”
“한빛생명.”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한빛생명을 확인했다.
“대차 잔액이 줄지 않았네요.”
“맞아. 줄지 않은 건 둘째 치고 최근 공매도 대차 잔액이 다시 늘고 있어.”
대차 잔고는 특정 주식을 빌린 잔고를 얘기했다.
다시 말해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주식을 빌리면 대차 잔고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대차 상환은 잔고가 느는 것에 비해 10%가 되지 않고.”
최우진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이거 조금 도를 넘어서 숏을 치는 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동기들 사이에서 연기금이 한빛생명 주식을 매집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어.”
최우진의 정보력은 믿을 만했다.
이전부터 도경에게 많은 정보를 얘기해 주는 최우진이었는데, 본인의 선에서 정보를 필터링해서 순도가 높은 정보만 전달해 주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닌 것 같네요.”
트레이딩 시스템상의 매매 기록을 확인한 도경은 최우진에게 얘기했다.
“맞아. 교직원 연금 쪽에서 다음 달부터 매집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알다시피…….”
“단기적으로 움직이는 자금은 아니죠.”
“그러니까 뭔가 이벤트를 기대하고 들어오는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 위로 쏠 거라 보는 거잖아.”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한빛생명은 중소형 보험사 중 가장 앞서 나가는 보험사였다.
보험사 위기 이후 중소형 보험사들은 시장에서 소외당하고 있었는데, 한빛생명이 계속해서 공매도를 당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하필 보험사네요.”
“그러니까 말이야. 보험사에 이벤트가 뭐 있다고…… 굳이 생각해 보자면 하나밖엔 없긴 하지.”
“M&A요?”
도경의 물음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말고 또 있겠어?”
“없죠. 그런데 지금 보험사 매물이 한두 개도 아니고…….”
작년부터 보험사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외국계 보험사들은 국내시장에서 철수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최근 보험사들이 대기업들로 재편되고 있어요. 중소형 보험사들이 잡을 자리까지 대기업들이 다 먹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지금이 엑시트 타이밍이라고 보고 있는 거 아닐까? 이 중 가장 매각 가능성이 큰 곳이 한빛이고.”
“일단 계속해서 팔로우해 주세요. 저도 나름대로 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어.”
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을 나서자 잠시 고민을 하던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윤도경입니다. 네. 잘 지내셨습니까?”
-…….
“라온 건 이후로 연락을 못 드려서요. 여쭙고 싶은 것도 있고요.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
“네. 오늘 점심 괜찮습니다. 그럼 제가 식당 예약하고 메시지 드리겠습니다. 네네.”
통화를 마치고 수화기를 내려놓은 도경은 재빠르게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 * *
“오랜만입니다.”
여의도 모처에 있는 식당에 나와 있던 도경은 방으로 들어오는 남자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표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윤 본부장 소식은 잘 듣고 있습니다.”
약속 상대가 손을 내밀어오자 도경은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손을 맞잡았다.
도경이 먼저 만남을 요청한 상대는 KFSG의 대표 강성호였다.
업계에서 가장 큰 사모펀드를 이끌고 있는 강성호는 도경과 여러 가지로 일을 함께했다.
“대표님께서 살펴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하하, 내가 더 고마워해야지요. 앉읍시다.”
강성호의 말에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라온바이오 건으로 많은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윤 본부장의 말마따나 주가가 4만 원 중반대를 유지 중이니까요.”
“저희도 아직 포트폴리오에 라온바이오를 보유 중입니다. 헬스케어 쪽에서 가시적인 매출이 나오면 더 오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합작으로 라온바이오의 회장을 끌어내리고, 경영의 정상화를 이끌었다.
그 이후 라온바이오의 주가는 강력한 모습을 보이다가 지금은 일정 수준을 유지 중이었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라온바이오와 시장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이어나갔다.
“그래, 나한테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강성호의 물음에 도경은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최근 한빛생명을 둘러싸고 소문이 좀 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빛생명이요?”
“네. 대표님께서는 소문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알지요. 그런데 윤 본부장이 보험주에 관심을 가질 거라 생각을 못 해서 놀랐을 뿐입니다.”
강성호는 냅킨을 들어 입가를 훔치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빛생명에 연기금 자금이 투자될 거라는 소문을 들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교직원 연금인 것 같은데. 그쪽에서는 일단 풍문 수준이라며 일축하고 있다더군요.”
“저는 그런 소문이 괜히 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도경의 말에 강성호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연기금 성격의 돈이 움직이는데 소문이 나는 경우는 흔치 않지요. 저도 그냥 넘겨서는 안 될 소문이라고 보고 팔로우는 하고 있습니다.”
“혹시 한빛생명에 이벤트가 있는 건 아닐까요?”
도경의 물음에 강성호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루머 수준입니다. 내 입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동시에 내 입에서 나오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강성호는 출처가 자신임을 이야기하지 말라고 당부하듯 얘기해 왔는데,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윤 본부장은 브릿지포인트 캐피털을 압니까?”
“브릿지포인트라면 LBO를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 아닙니까?”
도경의 말에 강성호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사모펀드 업계에서 그런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
“브릿지포인트가 생보사를 쇼핑하려고 한다고요.”
강성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도경의 눈썹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13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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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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