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3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39화(23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39화
“브릿지포인트라…….”
그날 저녁, 도경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아지트에 나와 있었다.
특히 강성호에 전해 들은 소문의 주체인 브릿지포인트는 LBO 전략을 매우 능숙하게 이용하는 사모펀드였다.
[LBO(Leveraged Buyout, 차입매수)]돈을 빌려와서 기업을 인수합병 하는 것을 얘기했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을 사기 위해 200억 원이라는 돈이 들 때 10%는 본인들 돈으로, 나머지 90%는 빌려온다.
200억 원에 사들인 기업을 경영 정상화를 통해 매출을 올린 다음 1년 후에 300억 원에 판다.
이때, 빌려온 돈의 금리가 20%라면, 갚아야 할 원리금은 216억 원이다.
300억 원 중 216억 원을 갚고, 남은 수익금이 84억 원이라면.
겨우 자기 돈 20억 원을 이용해 사모펀드는 320%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보는 것이다.
“문제는 늘 성공하는 것이 아니란 거지.”
차입매수 이후 기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외부에선 알 수 없었던 리스크가 있을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LBO는 늘 위험한 투자였다.
“브릿지포인트의 승률은 5승 3패.”
브릿지포인트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LBO 전문 사모펀드였는데, 이들은 투자로 다섯 번은 수익을 남겼지만 세 번은 손해를 보기도 했다.
“왜 하필 한빛생명이지?”
도경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모니터 화면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여러 기업을 인수해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데 도가 튼 선수들이 왜 보험사를 선택했는지 도경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못 보는 지점이 있나?”
보통 인수합병 시장에 나오는 기업 매물들을 보면 선호하는 기업군이 나누어져 있었다.
그중 중소형 보험사는 시장에서 소화가 불가능한, 다시 말해 아예 인기가 없는 매물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형 보험사들보다 자금 안정성이 없기 때문이지.”
시장에 유동성이 메말라 버릴 때 대형 보험사들은 이미 쌓아둔 자본으로 버티기가 가능했지만, 중소형사들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경제 위기가 오면 중소형 보험사들은 시장에 매물로 많이 나왔는데 이를 인수해도 인수 이후 많은 돈이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 보험사가 인수한다고 했으면 그러려니 할 텐데…….”
브릿지포인트는 한빛생명을 인수해 어떻게든 먹음직스러운 모습으로 만들어야 수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말했듯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빛생명을 인수한다면 자신이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 도경은 계속해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
지이잉-
한참 고민에 빠진 얼굴로 조사를 하던 도경은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자 반사적으로 화면을 확인했다.
익숙한 번호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네. 지훈 과장님.”
-본부장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자료 조사하고 있었어요.”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2팀의 팀장 이지훈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말씀해 주셨던 한빛생명 건과 관련해서 전화를 좀 돌려봤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볼펜을 들고는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몇몇 대형사에 다니는 동기들은 그 소문의 출처가 어디인지 묻더군요. 아예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했습니다.
이지훈은 보험사 출신이었다. 대학, 입사 동기들 대부분이 여전히 보험업계에 남아 있었다.
-오히려 소형 회사 쪽에서 이 소문을 알고 있었습니다.
“소형에서요?”
-네. 브릿지포인트가 6개월 전부터 여러 소형 보험사와 접촉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부적으로 단속 중이라 다들 쉬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정보를 잘 알아내셨네요.”
-주식시장 쪽 정보를 좀 줬습니다.
무던하게 말해오는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우리 포트폴리오는 아니겠죠?”
-물론입니다. 그쪽도 회사에서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투자하고 싶다고 해서.
“아…… 그렇군요.”
-어쨌거나 여기서 들려온 소문이 좀 재미있습니다.
볼펜 스위치를 딸깍거리던 도경은 순간 멈추고 이지훈의 말에 집중했다.
-브릿지포인트가 만나고 다닌 중소형 회사가 세 곳인데요.
“세 곳이요?”
-네. 그런데 각각 손보, 생보, GA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보험사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다.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GA]생명보험사는 사람의 생명에 관한 상품들을 출시했다. 사망보험이라든지, 연금보험 같은 경우를 얘기했다.
손해보험사는 재산상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상품들을 출시한다. 자동차보험, 화재보험 등등이 속한다.
GA는 보험대리점을 말했다. 흔히 말하는 재무 설계사들이 여러 보험을 비교해 주고 가입을 권유하는 법인보험대리점이었다.
“그 세 곳을 접촉했다고요?”
-그렇습니다. 물론 확실한 건 아니지만, 여러 정보를 취합해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지훈 과장님,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죠?”
도경이 자기 생각을 의심하며 묻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잠시 아무런 말이 없다가 이내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제 생각도 본부장님 생각과 같습니다. 세 회사와 접촉을 했다는 건…….
“각자 인수하고 한꺼번에 합치겠다는 얘기겠죠.”
도경은 무언가 실마리를 잡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회의 때 자세히 얘기해 보죠.”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도경은 볼펜 스위치를 딸깍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아직 루머 수준의 정보들이었다.
하지만, 이 정보들을 한 곳으로 합쳐보니 최종 목적지는 하나였다.
“가능성이 80%가 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텅 빈 방 안, 누가 듣는 것처럼 도경은 물었지만, 아무런 답이 오지 않았다.
“이번엔 좀 늦는 것 같은데……. 일단 혼자 해볼게요.”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은 도경은 다시 한빛생명에 관한 조사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 * *
“브릿지포인트에서 만난 보험사들입니다.”
다음 날, 도경은 출근하자마자 과장급 이상을 모아 회의를 하고 있었다.
“한빛생명, 진성화재, 대영GA네요.”
보고서를 본 도경이 그리 말하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네. 각각 중소형 보험사 중에서는 가장 앞서고 있습니다. 한빛생명 같은 경우는 상장이 되어 있지만, 나머지 두 회사는 비상장사이고요.”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다른 팀원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며칠 전, 최우진 부장께서 저에게 한빛생명에 주가를 과도하게 누르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팀원들에게는 설명이 필요한 문제였다. 도경은 그간 조사를 해온 것과 오늘 이지훈이 자신에게 이런 보고를 한 이유까지 모두 설명을 했고, 설명을 들은 최우진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 일들이 있었는지는 몰랐네요. 그렇다면 한빛생명의 경우는 인수를 위해서 주가를 누르는 걸까요?”
인수합병 기업 대상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경우, 주가가 오르면 인수 지분의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공매도로 누르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불법이지만, 실제로 몇몇 곳은 오해받을 정도로 과도하게 주가를 누르기도 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최우진의 물음에 도경은 팀원들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석에 앉아 있던 최대훈이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최우진 부장님께서 며칠 전 본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셨다며, 제게 한빛생명을 팔로우하라 지시하셨습니다.”
최대훈의 말에 최우진은 사실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공매도 세력의 움직임을 며칠간 지켜보았을 때, 일부러 가격을 누르는 게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유는요?”
“한빛생명의 경우 하루 거래량이 30억 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어떤 호재도 없다고 투자자들이 느끼는 건데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래량이 매우 적다는 건 살 이유도 팔 이유도 없다는 얘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공매도 세력은 이자를 내면서까지 그냥 버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누르는 게 아니라요.”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빌려와야 했다. 당연히 빌려오면 원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보유자에게 연 5%가량의 이자를 지급해야 했다.
“정확하게는 마치 무언가 이벤트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벤트요?”
“네. 곧 보험사들의 콜옵션 만기일을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최대훈 팀장의 말인즉슨, 현재 한빛생명 주가가 고점이라고 보고 있다, 이 말인 겁니까?”
“네. 공매도 세력은 현재 주가가 고점이고 곧 있을 콜옵션 만기 때 어디라도 하나 행사를 포기한다면 중소형 보험사 중 하나가 무너질 거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안생명의 콜옵션 행사 포기 때 채권시장은 물론이거니와 중소형 보험사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보험사들이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이유도 그때의 여파였다.
즉, 공매도 세력은 다시 한번 보험사들에 위험이 찾아올 것이라 보았고, 그때 되면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 본다는 얘기였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게 몇몇 증권사에서 계속해서 중소형 보험사에 대해 좋지 않은 리포트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저도 봤어요. 3월 콜옵션 만기 때가 위기라고요.”
이연지가 그리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인위적인 공매도 흐름이 아니라고 보고,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도경은 최대훈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어느새 최대훈 또한 성장했다.
“이지훈 과장이 보고했듯, 브릿지포인트가 3개 보험사를 만나고 다녔습니다. 각 분야를 말이죠. 이게 뜻하는 게 무엇인지 짐작하시는 분?”
도경의 물음에 최우진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각자 인수해서 규모를 키우겠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겁니다. 작년에 3개 회사를 샀으면 9천억 원 이상의 돈이 들었겠지만, 올해 기업가치로는 4,500억 원 정도면 회사를 인수할 수 있습니다.”
도경은 지난밤 나름대로 각 기업의 가치를 산정해 보았다.
“브릿지포인트로서는 하나의 기업을 인수했을 때의 가격으로 세 개의 기업을 살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이렇게 사들여 합병하면.”
“준대형급의 보험사가 되겠네요.”
“네. 생명과 화재를 모두 하는, 거기에 GA라는 판매 채널도 가지고 있는 꽤 예쁜 치장을 한 기업이 탄생하게 되죠.”
각각의 기업으로 있을 때는 전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기업들을 하나로 묶어놓으니 너무 매력적인 매물로 변했다.
브릿지포인트는 LBO에서 잔뼈가 굵은 사모펀드답게, 어떻게 해야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를 판단한 것 같았다.
“만약 브릿지포인트가 인수 작업에 들어간다면, 저는 괜찮은 이벤트가 될 것 같은데 모두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은 것 같습니다. 브릿지포인트가 들어온다고 하면 시장에서는 확실히 호재로 받아들일 겁니다. 과거가 있으니까요.”
브릿지포인트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을 인수한 이후, 자진 상장폐지를 하기 위해 많은 돈을 쓰기로 유명했다.
자진 상장폐지를 해야 주주들의 간섭 없이 사업 구조를 변경할 수 있었고, 회사를 매각할 때도 편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일 만했다.
최우진이 동의한다는 듯 답하자 도경은 다른 직원들을 바라보았는데, 다른 직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단기자금 얼마죠?”
“지시하신 2차전지 ETF를 정리하면 900억 원쯤 될 것 같습니다.”
최우진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인 도경은 입을 열었다.
“일단 주가 상승에 방해되는 곳을 치워야 할 것 같습니다.”
“주가 상승에 방해라시면…….”
도경은 좋은 생각이 있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일단 공매도 세력의 반응부터 한번 봐야겠죠?”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15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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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