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4화(2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4화
“도경 씨.”
보름 후, 도경은 성남지점으로 출근해 아침 일찍 열리는 회의를 준비 중이었는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우진 대리님.”
“오늘부터 출근?”
“네. 오늘부터 정식 출근해도 좋다는 승인 받았습니다.”
도경은 보직 전환 이후, 본사와 본점을 오가며 PB로서 교육받았다.
PB로 취업했다면, 일정 기간 지점에서 PB를 보조하며 업무에 관해 파악해 나갔을 테지만, 특채나 다름없는 보직 전환으로 인해 짧은 교육으로 대체했다.
“주니어지?”
오랜만에 만나는 최우진은 도경의 옆으로 다가와 회의 준비를 돕기 시작했다.
“네. 주니어 PB예요.”
“모투대회 우승했는데 이왕 보직 전환해 줄 거면 시원하게 시니어로 시작하게 해주지.”
주니어 PB는 각 지점에서 PB 업무를 하며 특정 기간에는 본사에서 열리는 세미나나 교육에 참가해야 했다.
보통 1~2년 차 PB가 주니어 PB, 소위 말하는 새끼 PB였는데 모든 행동이 본사의 평가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이 구간을 버틴다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교육 기간 단축을 받아서요.”
“그건 큰 혜택이긴 하지. 도경 씨가 워낙 트레이딩을 잘해서. 요즘 신입사원들 들어오면 자격증은 다 가지고 있는데 주식 트레이딩 경험이 없어서 그거 가르치느라 시간 다 보내거든.”
PB는 투자를 권유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필요한 자격증도 많았다.
도경은 이미 긴 취준생 시절 관련 자격증들을 다 따놓았고, 주식 트레이딩 경험은 모의투자대회로 인해 인정받아 교육 기간이 대폭 단축되었다.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에이, 그래도 우리 주니어가 일찍 왔는데 바로 위 선배가 늦게 올 수 있겠어?”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같이 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회의 준비가 끝나갈 무렵, 지점에 소속된 PB들이 하나둘씩 회의실로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부지점장과 지점장 류태화가 자리하자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의 시작 전에 반가운 얼굴이 오늘부터 영업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도경 씨?”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주니어 PB로 업무를 시작하게 될 윤도경입니다.”
도경이 인사를 하자 모두 반가운 얼굴이 돌아왔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선배님들께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도경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좋습니다. 윤도경 씨는 오늘부터 영업 실무에 바로 투입될 예정입니다. 그간 최우진 대리가 맡아왔던 소액 고객 중 일부분을 도경 씨가 담당할 예정입니다.”
지점장 류태화는 모두에게 도경의 업무에 관해 설명하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럼 시작할까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앞에 놓인 노트북을 만져 회의실 중앙에 있는 스크린에 오늘 시황을 띄웠다.
PB팀은 도경이 이전까지 맡았던 업무팀 직원들보다 빠르게 출근했다.
보통 7시까지 출근해 20분 정도를 전날 시황과 발간된 리포트를 읽었다. 그리고 회의에 참여해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시황을 파악하고 당부 사항을 전해 들었다.
“좋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듣기에 조금 곤란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시장에 대한 대처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류태화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최근 시장이 좋지 않아 전 지점에서 자금 유출과 유치가 힘들어지고 있어 본사에서 걱정인 모양입니다.”
워낙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있었다.
펀드나 ELS와 같은 파생상품도 팔리지 않았고, 더 나아가 지점에 맡겨두었던 돈을 찾아가는 고객이 늘어갔다.
“최근 본부에서 각 지점에 대한 실적 압박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유성투자증권 같은 경우는 증권사로서 업무를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후발주자나 다름없었다.
계열사의 증권 업무를 대리하는 포지션으로서 워낙 오래 있었다 보니 업계에서는 갖가지 사고란 사고는 다 치는 실력이 없는 증권사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증권사로서 제 기능을 시작한 이후부터 1, 2위 증권사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었고, 이는 곧 각 지점을 쥐어짜 달성하는 성과였다.
“지점이나 PB 개인의 월간 BEP(손익분기점)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달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만…….”
월간 BEP는 지점이나 PB 개인에게 떨어진 할당이었다.
보통 대리급은 1억 후반대를, 그 이상부터는 2억 원 중반대의 개인 수익을 올려야 했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상 그런 압박들은 제 선에서 막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영업을 하도록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모두 고생합시다.”
류태화가 회의를 종료하자 각자 회의 내용을 메모했던 수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경 씨. 잠시 대화 좀 나눌까요?”
하나둘씩 회의실을 빠져나가고 도경이 뒷정리하려고 하자, 류태화는 도경을 불러 앉혔다.
“도경 씨는 오늘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주니어이기 때문에 6개월간 실적에서 자유로운 걸 알 겁니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과 같은 신입에게는 당장 영업 실적을 할당하지 않았다.
“도경 씨와 나눈 대화를 생각해 보면 걱정을 조금 덜어도 되겠다 싶지만, 이 직업이 개인의 소신을 그대로 지키기 쉬운 직업이 아닙니다.”
류태화는 걱정이라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본사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 고객보다 실적을 우선시하는 일은 없도록 특별히 유념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노파심에 한 말이니 너무 고깝게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닙니다. 해주신 충고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도경이 그리 답하자 류태화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교육은 받았겠지만, 모르는 것 있으면 물어보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고생합시다.”
류태화가 그리 말하고 나가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어렵네.”
쉬운 자리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업무 시작 첫날부터 지점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회사로서는 PB는 회사의 이익을 가져다줘야 하는 직원일 뿐이었다.
이곳 성남지점은 그래도 류태화라는 존재 때문에 실적에 관한 압박은 받지 않았지만, 결국 PB 본인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실적도 동반되어야 했다.
“지점장님 믿고 해보자.”
도경은 그래도 자신에게는 류태화라는 우산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회의실을 정리하고는 방으로 돌아갔다.
* * *
“이번 달 실적 가장 안 좋은 지점이 어디야?”
보름 후, 유성투자증권 WM본부 WM 지원부 회의 시간, 지원부에 속한 팀원들은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을 이끄는 지원부장 전승재의 표정이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이번 달 실적만 놓고 보면 성남지점과 동대구지점이 가장 좋지 않습니다.”
유성투자증권의 WM본부는 3부 9팀으로 돌아갔는데 이 중 WM 지원부는 10권역에 있는 49개의 지점을 총괄 관리하는 부서였다.
이들이 하는 일은 각 지점의 상품 개발에 도움을 주고, 지점의 예상을 책정하는 일을 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업무는 각 지점에 할당된 실적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성남?”
관리팀장의 보고에 WM 지원부장 전승재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매달 실적 상위권에 있어야 하는 지점이 왜 하위권에 놀고 있어. 거기 지점장이…….”
지점장이 누구냐고 물으려던 전승재는 무언가 떠오르는 듯 말끝을 흐렸다.
“류태화지?”
“네, 류태화 지점장입니다.”
“연락해 봤어?”
“……네, 해봤습니다.”
“너 또 류태화가 선배라고 굽신거렸지?”
전승재의 말에 관리팀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야, 김 팀장아. 네 일이 지점장들 쪼는 일인데 류태화가 선배라고 그렇게 굽신거릴 필요 있겠어? 류태화 말고 다른 지점장들한테는 안 그럴 거 아니냐고.”
WM 지원부의 회의 시간은 매번 같은 모습이었다.
전승재는 마치 쥐를 잡듯 아래 직원들을 쪼아댔는데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은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자신의 앞에 놓인 서류만 바라보고 있었다.
괜히 시선을 줬다가 도탄을 맞을 수가 있었다.
“어디 류태화가 아직도 전략사업부 소속이야?”
전승재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목소리의 옥타브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전승재는 자기가 직원들을 잡을 듯 쪼아대야 이들이 다시 지점을 쪼아댈 것을 알고 있었다.
지점의 실적은 결국 지원부에서 얼마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냐에 달려 있었다.
“김 팀장. 너 인마, 내 말은 안 무섭고 류태화는 무서워?”
“아닙니다…….”
“성남지점이 얼마나 좋은 위치에 있는데 실적이 이래? 이전까지 늘 상위권이던 곳이 류태화 하나 갔다고 하위권에 처박혀 있으면 그건 누구 잘못이야?”
“류태화 지점장의 잘못입니다.”
“류태화만 잘못이야? 네 잘못도 돼. 인마.”
전승재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팀장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즘엔 다들 독기가 부족했다.
지점의 실적 부진은 곧 지원부의 실적 부족이었다. 부하 직원들이 그 위기감을 모르는 것 같았다.
“다들 잘 들어요. 현 시간부로 누구든 자신의 일보다 인간관계를 우선시할 거면 사표 내거나 보직 전환 신청해.”
전승재의 말에 모든 직원은 고개를 숙였다. 결국 걱정했던 도탄이 자신들에게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위 지점인 성남지점이랑 동대구지점은 내가 직접 관리합니다. 김 팀장.”
“네. 부장님.”
“빠른 시일 내로 자료 준비해. 다음 달에도 실적이 이 모양이면 성남지점부터 실사 나가야겠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다음 달 실적 보고에 맞춰 준비하겠습니다.”
팀장이 그리 말하자 전승재는 한숨을 내쉬며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확실하게 말합니다. 지점의 실적은 곧 우리의 실적이고, 우리가 실적이 좋아야 모두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명심해요.”
“예, 알겠습니다.”
“나가봐요.”
전승재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다들 나가라는 듯 손짓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류태화 이 새끼가 아직도 부사장 라인인 줄 알아.”
자신의 부하 직원을 쪼아대긴 했지만, 그도 류태화에게 자기 할 말은 다 했을 것이고, 류태화의 태도가 너무 완고해 설득을 포기했을 거란 건 짐작했다.
“위치를 좀 알게 해줘야겠는데.”
전승재는 자신의 직원을 무시하는 것은 곧 자신을 무시하는 거라 생각하는 것인지 창밖을 바라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 * *
“네, 고객님. 오늘부터 고객님의 자금을 담당하게 된 윤도경이라고 합니다.”
한편, 도경은 지난 보름이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게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지점에 워낙 PB가 부족해, 가장 실적이 좋았지만 소액 고객도 담당하고 있던 최우진의 일을 인수·인계받는 데만 보름이란 시간이 걸렸다.
-최우진 대리님은 다른 곳에 가셨습니까?
“그런 건 아니고요. 제가 이제 고객님의 전담 PB가 되어…….”
-금액이 적어서요?
앞으로 담당하게 될 고객들에게 연락을 돌려 자신을 소개했을 때 몇몇 고객들은 지금과 같이 반응해 왔다.
“고객님, 절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고객님께 조금 더 확실한 자산관리를 제공하고자 제가 고객님을 담당하게 된 것일 뿐이니 따로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요…….
고객은 영 탐탁지 않은 듯 반응해 왔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고객님께서 정말 유성투자증권이, 또 제가 진심으로 고객님의 자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앞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연락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고객님 필요하신 일 있으시면 언제든 이 번호로 연락해 주시거나 말씀해 주시면 제가 직접 찾아뵙겠습니다.”
-연락할 일이 없어야 좋은 거겠죠. 잘 부탁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전화를 끊은 도경은 의자에 머리를 받히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느냐만 서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늘 진이 빠졌다.
“보자…… 다음 고객이…….”
똑똑-
아직 연락을 돌려야 할 고객이 남아 명단을 보던 도경은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네.”
도경의 답과 동시에 문이 열리며 반가운 얼굴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니, 자네는 PB가 되었다면서 나한테 어째 연락 한 통이 없나? 내 언제 연락이 오나 기다리다가 이렇게 먼저 왔어.”
방을 들어오자마자 큰 소리로 말하는 손님을 보며 도경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비매품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