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4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42화(24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42화
“우리 예상이 맞았습니다.”
닷새 후, 도경은 증권투자부 사무실에서 현재 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
도경의 옆에 같이 선 최우진이 벽면을 가득 메운 커다란 화면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브릿지포인트가 한빛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들까지 인수해 하나의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이 이끄는 전략투자본부가 모든 자금을 투입한 날, 한빛생명의 인수 기사가 뜨며 주가는 미친 듯 오르기 시작했다.
“그림은 잘 그렸네요.”
[한빛생명 7,135 ▲10.37%]전략투자본부가 포지션을 잡은 이후 한빛생명의 주가는 56% 이상 올라가 있었다.
“우리 수익률은요?”
“53%입니다.”
“얼마를 투입했죠?”
“830억 원입니다.”
최우진의 답에 도경은 ‘휘유’ 하는 소리를 내며 휘파람을 불었다.
단기간에 441억이라는 수익을 올렸다.
“그럼 현재 한빛생명에 투자한 자본이 1,271억 원이네요.”
“그렇습니다.”
흡족스러운 결과였다. 인수합병 소식을 듣고 시장에서 강력하게 반응했다.
도경의 예상대로 단기자금의 이벤트 드리븐 전략은 유효했다.
“골든크로스는 어떻게…….”
최우진은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 거래소와 금감원에 고발했습니다. 아직 기사가 뜨지는 않은 것 같은데. 곧 금감원에서 나서지 않겠습니까?”
“대차 잔고를 아직 빼지도 못한 것 같은데요.”
“우리가 지금 얼마나 들고 있죠? 한빛생명 지분율로요.”
“7%입니다.”
“그럼 한빛생명 자사주와 대주주 지분을 합치면 58%니까. 나머지 35%의 주식에서 대차 잔고를 갚아야겠네요.”
시장에 풀린 주식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매수 수요가 많은 이때에 매도하려는 공급이 적으니 당연히 주가는 빠르게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골든크로스로서는 어마어마한 손실을 보고 있을 게 뻔했다.
“참, 연기금 자금도 투입된 것 같습니다. 지분 4%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서 누구인지 모르지만요.”
“그럼 31%네요.”
“그런데 지금 그들이 원하는 가격이 나올 수 있을까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말씀드렸잖아요. 이 바닥이 법적인 책임만 진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진 게 아니라고.”
“지금이라도 털어야 할 것 같은데. 왜 안 터는 거죠?”
“그러게요. 속을 좀 알고 싶은데.”
“본부장님.”
도경이 최우진과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직원 한 명이 도경의 곁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밖에 손님이 와 계십니다.”
“손님이요?”
“네. 골든크로스에서…….”
직원의 말에 최우진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무슨 짓을 하려고 온 거죠?”
“글쎄요. 부장님도 같이 가 보시죠.”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걸음을 옮겼고, 최우진은 도경의 뒤를 따라나섰다.
“어서 오십시오.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을 향해 다가가 손을 내밀었는데, 상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도경의 손을 맞잡았다.
“골든크로스 자산운용 대표 오재우입니다.”
“바쁘실 거라 생각했는데, 여기까진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잠시 얘기를 좀 나누고 또…….”
오재우가 머뭇거리자 도경은 사무실 한쪽에 있는 회의실을 손으로 가리켰다.
“들어가시죠.”
“음료수 좀 챙겨 오겠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회의실로 들어섰다.
“여기 음료수 좀 드십시오.”
음료수를 가지고 따라 들어온 최우진이 테이블 위에 음료수를 내려놓자 오재우는 떨리는 손으로 캔을 들어 올렸는데 도경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도경의 물음에 오재우는 음료수를 내려놓고는 고개를 테이블에 닿을 정도로 숙였다.
“본부장님, 저희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살려달라니요?”
“당장 오늘 저희가 대차한 주식 중 2%를 상환해야 합니다.”
공매도를 위해 빌려온 주식은 주인의 요구가 있으면 돌려주어야 했다.
“주식을 좀 빌려주시면…….”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오재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 대표님, 아직도 한빛생명의 주가가 내려갈 거라 보십니까?”
“…….”
오재우는 도경에게 주식을 빌려 갚은 뒤, 주가가 내려가면 다시 사들여 갚을 계획이었다.
“어떡하죠. 저는 9천 원까지는 보고 있는데.”
“예?”
도경의 말에 오재우는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는 물었다.
“보지 않았습니까? 브릿지포인트에서 인수를 하겠다고 하는데. 주가가 내려갈까요?”
“하, 하지만…… 본부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한빛생명 소화 불가능한 매물입니다.”
“그런데 그걸 소화하겠다고 그림을 그리지 않았습니까? 소화제를 엄청나게 들고서요.”
브릿지포인트는 한빛생명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기업들을 동시에 인수할 거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도 단순 한빛생명의 인수라면 이리도 뜨겁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케치부터 예쁜 그림은 완성되었을 때의 기대감을 한껏 증폭시키기엔 충분했다.
“두, 두 달만 빌려주시면 갚을 수 있습니다.”
“두 달짜리 재료라고 보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오재우의 말에 도경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오 대표님, 정말 안타깝습니다.”
“…….”
“꽤 괜찮은, 아니, 역시 골든크로스가 왜 공매도를 그렇게 하고도 살아남는지 알 것 같은 전망입니다.”
도경의 말에 오재우의 표정은 밝아졌다. 도경이 자신들을 칭찬해 오고 있다는 건, 도경 또한 같은 전망을 보고 있다는 얘기였으니까.
“그런데 변수가 있습니다. 대표님.”
“변수라시면…….”
“골든크로스 자체가 변수입니다.”
“그, 그게 무슨…….”
“JP에게 많은 수수료를 주셨겠죠. 한빛생명 매도 리포트 정도면 얼마를 주셨을까요?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비위 행위인데, 업틱룰 위반까지 하셨죠? 현물로 긁어버리시던데.”
“그…….”
오재우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도경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얘기해 왔다.
“두 달 후에는 골든크로스가 여의도에 없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빌려 드리지 못합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살펴 가세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오재우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보, 본부장님!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아, 대표님. 아직 말씀을 안 전해 드린 게 있어서요.”
회의실을 나서던 도경은 몸을 돌려 오재우를 바라보았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기사가 하나 떴더라고요. 지금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리 말한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회의실을 나섰고, 오재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부재중 전화 39통, 메시지 17건]무음 상태로 해놨었는데 그사이 엄청난 부재중 통화와 메시지가 와 있었다.
지이잉-
그때 또 한 번 전화가 걸려왔고, 오재우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대, 대표님.
“무슨 일이야? 내가 신라에 온다고 했잖아…….”
-금감원에서 저희를 조사한다고 합니다.
“뭐?”
오재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이내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 주저앉아 버렸다.
* * *
“무섭게 오르는데?”
일주일 후, 도경은 본부장실에서 최우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보고서를 들고 온 최우진은 오랜만에 겪는 이벤트에 질렸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짜 브릿지포인트 애들이 선수긴 선수야.”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인수가 끝물이죠?”
“맞아. 무슨 기업 인수를 보름 만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하는가 했더니, 이미 한 달 전부터 DD(Due Diligence, 실사) 했다더라고.”
브릿지포인트는 도경의 팀이 알아차리기 전부터 물밑에서 한빛생명에 대한 기업 실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기사가 나오자마자 속전속결로 한빛생명과 지분 인수에 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협상에 들어갔다.
“지금 주가가 얼마죠?”
“들어오기 전 확인했을 때 7,985원.”
“수익률 75%네요.”
“업계 평으로는 나머지 두 회사가 상장이 안 되어 있다 보니까, 그 프리미엄까지 한빛생명으로 몰리는 것 같다더라고.”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큰 거 했다. 진짜. 본협상 딱 끝나면 9천 원대까지 갈 것 같은데.”
“9천 원이요?”
“어, 왜? 인수하고 나면 재료가 더 남았잖아. 다른 두 회사도 인수를 할 텐데 그때마다 주가 빡! 치고 올라갈 것 같은데?”
도경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금액이 될 때까진 안 들고 있으려고요.”
“어? 그럼 목표가가 얼만데?”
“이미 목표가 채웠습니다. 내일부터 정리에 들어가죠.”
“뭐라고?”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이거 여기서 털기에는 너무 먹을 자리가 많은데?”
“저는 아닌 것 같아요.”
“왜?”
“애초에 모두가 예상한 거 아닌가요? 한빛생명은 소화할 수 없는 매물이라고요.”
모두가 지금의 이벤트에 취해 본질을 외면하고 있었다.
애초에 한빛생명이 매물로 나왔음에도 대형 보험사들이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금융사들이 나서지 않았던 이유를 말이다.
“아마 승인 안 될 겁니다.”
브릿지포인트가 한빛생명을 인수하려면,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했다.
도경의 말을 듣던 최우진은 드디어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한빛생명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구나?”
“네. 그림은 정말 예쁘지만, 그 네트워크의 정점에 서야 할 한빛생명에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도경은 지난 며칠간 집에 가는 날보다 아지트에서 잔 날이 많을 정도로 한빛생명에 대한 조사를 했다.
투자에 대한 엑시트 타이밍을 택하기 위해서였다.
“사모펀드가 금융사를 인수하는 거 자체를 관에서는 싫어합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사모펀드에 의해 금융사가 탈탈 털린 역사가 있었다.
애초에 사모펀드는 3~5년간 금융사를 구조 조정하고, 몸집을 키워 파는 게 목적인 곳이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그 부분은 국내 사모펀드라 금융위에서 봐준다고 치더라도, 그다음이 문제입니다. 정상화 안 될 것 같아요.”
한빛생명의 경영평가 등급은 5등급이었다.
금융위원회에서 책정하는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을 받고 있었다.
“지금 한빛생명의 RBC(지급여력비율)가 88%입니다. 이걸 권고 수준인 150%까지 끌어올리려면 어마어마한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브릿지포인트에서 할 수 있을까요?”
“못 할 가능성이 크지.”
“네. 그게 내일부터 엑시트 해야 할 이유입니다.”
도경이 확신하듯 얘기하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하겠습니다. 한 달쯤 걸릴 것 같네요. 너무 긁어모아서.”
“하하하,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시구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본부장실을 빠져나갔다.
* * *
“지금은 조금 안정된 느낌이네.”
한 달 후, 도경은 출근하자마자 한빛생명의 주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브릿지포인트와 한빛생명 간의 인수 계약이 성사되자마자 주가는 8천 원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들 한 번 더 치고 올라갈 타이밍을 보고 있겠지.”
인수 계약 이후, 금융위원회에서는 브릿지포인트에 대한 대주주 적격 심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가장 어려운 장벽을 통과하게 되면 적어도 주가는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컸다.
“어우, 털고 나오면 관심을 꺼야 하는데…… 이게 참…….”
똑똑-
도경이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최우진이 방으로 들어섰다.
“본부장님, 한빛생명 주식 모두 정리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방문을 닫은 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고생은. 그저 분할해서 매도했을 뿐인데. 이제 지분 변동 신고할 거야.”
“네. 매매 기록이랑 수익 보고서는 따로 준비해 주세요. 대표님께 보고를 드려야 해서요.”
“물론입니다. 준비하겠습니다.”
최우진은 과장된 몸짓으로 거수경례를 하고는 본부장실을 나서려 했다.
지이잉-
그때, 도경과 최우진의 휴대전화에서 동시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도경은 재빠르게 화면을 확인했다.
「[속보] 금융위, 브릿지포인트의 한빛생명 인수 미승인 결정. 대주주 적격성 심사 탈락」
두 사람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는데, 도경은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뱉으며 최우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선배, 진짜 타이밍 죽여주시네요.”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1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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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