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4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43화(24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43화
“얼마요?”
“830억 원을 투입해서, 1,450억 원이 되었습니다.”
다음 날, 도경은 신라자산운용 대표 류태화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는데 류태화는 입을 살짝 벌리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번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허…….”
류태화는 이리도 단기간에 큰돈을 불려올 거라 생각은 못 한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실력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만…… 늘 나를 놀라게 만드는군요.”
“투자 전략을 바꿔보았는데 그것이 잘 통한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과를 이렇게 가져왔는데 어떻게 의심할 수가 있겠는가.
“그나저나 법무팀에 요청한 건은…….”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려고 왔습니다.”
도경은 회사 법무팀의 도움을 받아 거래소와 금감원에 불법 공매도 의혹을 제보했다.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이 지나고 오늘 아침 결론이 나 있었다.
“JP와 골든크로스가 결탁했다죠?”
“네. 몇 건을 함께했는지는 더 밝혀야겠지만, 이번 한빛생명 공매도 건은 두 회사가 짜고 친 게 맞습니다.”
류태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몇 년간 시장참여자들이 그렇게 공매도에 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달라진 게 없네요.”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개인들은 공매도라면 치를 떨고 있었다. 정확히는 공매도 시스템을 믿지 않았다.
이유는 이번 일 같은 경우가 계속해서 나왔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 법무팀에서는 직접적으로 윤 본부장의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조처를 했습니다.”
류태화는 걱정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시장을 생각해서 한 일이긴 하지만, 성문건설 건도 있고. 너무 적을 많이 만드는 것 같아서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정말이지 씁쓸한 일인데 그나마 덕분에 시스템을 뜯어고칠 기회가 찾아온 것 같네요.”
골든크로스와 JP의 결탁은 여론을 뒤흔들기엔 충분했다.
밤 8시 메인 뉴스 시간에 첫 꼭지를 장식할 만큼, 투자자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의 공분을 자아냈다.
정치권에서는 이참에 공매도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지금 공매도 규정은 허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네.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시장의 자율에 맡기기에는 공매도 시스템은 많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한빛생명 주가는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았던데요?”
류태화는 주제를 돌리려는 듯 물어왔고, 도경은 입을 열었다.
“네. 저희가 털었을 때가 주당 평균 8천 원대였습니다. 지금은 6천 원 후반대인 걸 확인하고 왔습니다.”
“원래 자리를 찾아갈 줄 알았더니…….”
“브릿지포인트에서 재심사를 청구하기로 발표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가능할까요?”
류태화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가능할 겁니다.”
“역시 자금조달 문제인가요?”
“네. 금리가 2% 오를 때마다 국내에 있는 보험사의 손실이 75조 원이 난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를 보았습니다. 대부분이 중소형 보험사의 손실이고요.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이상…….”
보험사들은 안전자산에 투자했다. 대부분 국채에 투자를 했는데, 국채 금리가 오르면 당연히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손실은 커졌는데 지급준비율을 맞춰야 해서 어마어마한 자금을 계속해서 쏟아부어야 했다.
사모펀드인 브릿지포인트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인수 자금조차도 빌려온 사모펀드가 엄청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어려운 문제군요.”
“어떻게든 이 사태를 벗어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한빛생명은 인수 시장에서 소화가 불가능한 물건입니다.”
도경의 단호하게 답하자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하다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고생 많았습니다. 늘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니 든든합니다.”
“믿어주시니 좋은 성과를 가져와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피식하고 웃었다.
“점심 약속 없으면, 나와 같이 나가는 건 어떻습니까?”
“대표님께서 사신다면 가겠습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갑시다.”
류태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챙겨 들었고, 도경은 류태화와 함께 나섰다.
* * *
“오우, 윤도진이!”
주말 아침, 방에서 나온 도경은 반가운 얼굴이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과장된 몸짓과 말투로 입을 열었다.
“도경이도 밥 먹을래? 주말엔 쉬라고 안 깨웠어.”
어머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할게요.”
밥과 국을 퍼서 자리에 앉은 도경은 동생을 바라보았다.
“요즘 얼굴 보기 힘들다?”
“로펌 어쏘들이 다 그렇지.”
도경의 동생은 M&A 전문 로펌에 취직해 어쏘시에트(Associate Lawyer)로 일하고 있었다.
변호사이긴 했지만, 파트너 변호사를 돕는 회사원과 같은 포지션이었다.
“어때, 할 만해?”
“재밌어.”
“표정은 재미있는 표정이 아닌데?”
도경의 물음에 동생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다른 동료들은 일을 잘하더라고. 전부 관련 전공 출신이라 그런가? 나는 좀 버겁긴 해.”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수합병은 빡빡한 법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경영과 같은 다른 분야의 지식도 필요했으니까.
“내가 뭐 도와줄 일은 없고?”
“형이?”
“그래, 내가 금융계에 있잖아. 동생이 어려운 일이 있으면 형이 도와줘야지.”
도경의 말에 동생은 피식하고 웃었다.
“형, 엄청 여유가 생겼네.”
“내가?”
“응. 형이랑 엄마를 보면 늘 너무 힘들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보면 엄마도 그렇고 형도 그렇고 여유가 있어 보여서 좋아.”
동생의 말에 어머니와 도경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우리 도경이, 도진이가 자리를 잡아서 이제 숨을 좀 돌려.”
“그럼요! 저나 도진이를 이렇게 키우셨으면 좀 쉬셔야지.”
도경은 그리 답하고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해볼 만했기 때문에 한 거야.”
“뭐?”
“열심히 한 게 아니라, 그냥 한 거야. 확률을 따졌을 때 그렇게 해야 더 올라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
“그러니까 너도 뭔가 고민이 되면, 그냥 해. 이거저거 따지다 보면 안 하게 되더라고.”
도경의 말에 동생은 무언가 잠시 고민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뭔가 좀 도움이 됐네.”
“내가?”
“응. 경영대학원을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거든. 그냥 해야겠네.”
동생의 말에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일하면서 공부도 한다고?”
“응. 일단 해보라며?”
동생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찬성이야. 힘든 일 있으면 말하고.”
“알겠어.”
두 아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어머니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고, 도경은 가족들과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를 하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어우, 지독한 놈.”
도경은 그 자리에서는 응원해 줬지만, 돌아서서 생각하니 동생도 참 지독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공부를 더 하겠다는 생각을 한 거지?”
도경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전날 있었던 경제 이벤트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동생의 결심을 듣고 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이잉-
한참 그렇게 보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오랜만이에요. 기다렸어요.”
도경은 지난 기간 잠잠했던 메시지가 반가운 듯 얘기했다.
어느 순간 늘 힌트를 주던 메시지가 이번 일에는 너무도 조용했다.
【이벤트를 쫓는 것은 어찌 보면 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벤트를 쫓는 매매야말로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
【오르는 주가를 보며 본질을 잊어버리고는 수익만 추구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윤도경 씨는 우리의 어떠한 조언 없이 이번 일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점도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메시지의 말에 도경은 머쓱한 듯 코를 훔쳤다.
【우리를 감탄하게 만든 윤도경 씨의 활약에 걸맞은 보상을 준비했습니다】
【잠시 후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십시오】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메시지가 그렇게 끝나자 도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전화요?”
지이잉-
의문을 가질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바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처음 보는 번호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도경입니다.”
-사장님, GP 인베스트먼트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말에 도경의 미간은 찌푸려져 갔다.
* * *
“제가 연락을 드렸었다고요?”
전화를 받고, 도경은 각국의 대사관들이 자리 잡고 있는 서울 모처 고급 빌라에 나와 있었다.
“네. 3개월 전부터 계속 연락을 주셨잖습니까. 이 집 매물이 나올 것 같으니, 나오자마자 연락 바로 부탁드린다고요…….”
도경이 얘기를 하고 있는 상대는 부동산중개법인 소속의 중개인이었는데, 고급 타운하우스나 아파트, 빌라를 취급하는 회사 소속이었다.
“제가요?”
도경이 다시 한번 묻자 중개인은 살짝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신가요?”
중개인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오자 도경은 잠시 생각을 하다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제, 제가 드렸죠. 연락.”
“사장님도 참 농담을……. 저희 회사에서도 신기해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집을 콕 집어 매주 매물이 나올 것 같으니 연락 달라고 전화를 주셨는지…….”
중개인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는데, 도경은 속으로 메시지를 떠올리며 입을 구시렁거렸다.
‘이런 게 있으면 좀 알려주지. 도대체 내 이름으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예요?’
“이곳이 원래 외국계 증권사 임원분이 사시던 집인데, 그분이 지금 안 좋은 일에 엮여 계셔서…….”
“안 좋은 일이요? 무슨 일이길래.”
“저도 자세한 건 모릅니다만, 이번에 무슨 공매도 사태 때 연루된 분이라고.”
중개인의 말에 도경은 놀라 펄쩍 뛸 뻔했다.
자신과 엮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했다.
“……아.”
“어쨌거나 평상시 같았으면 이 타입의 거래가가 40억 원쯤 됐을 텐데요. 워낙 급매라 20% 정도 낮은 가격으로 매매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워낙 비싼 동네라고 소문이 난 동네라 그런지 도경은 놀란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몇 블록 떨어진 빌라는 100억 원이 넘는 호가에도 팔린다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여기 한번 보시죠.”
중개인의 말에 도경은 거실 한가운데에 섰는데, 눈앞으로 동호대교와 한강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왔다.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광경이었다.
“영구 조망이라 조망권을 방해하는 건물도 없습니다. 남향이다 보니 볕도 짱짱하게 들고요.”
“아…… 네.”
하지만, 정신을 차린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사를 할 계획이 없는데 자신도 몰래 메시지가 이 집을 연결해 준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지이잉-
때마침 기다리던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중개인을 향해 양해를 구한 뒤 화면을 확인했다.
【자산 증식은 모두의 고민입니다. 그리고 자산이 쌓이게 되면 모두의 종착지는 ‘나만의 집’이 가장 최우선 순위입니다】
‘저는 집이 있는데요…….’
【자산이 많은 자본가일수록 좋은 집을 구하려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이곳의 네트워크는 곧 나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나의 현재를 위해, 노후를 위해 또 가족을 위해 이곳은 지금 윤도경 씨에게 최고의 선택입니다】
‘…….’
틀린 말은 없었다. 사회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네트워크는 중요했다.
【유성투자증권의 내규로 주식에 투자를 할 수 없는 윤도경 씨에겐 최고의 투자상품이기도 하죠】
【우리가 준비한 최고의 보상입니다】
‘예. 결국 제 돈으로 사야 하지만요.’
도경은 괜스레 푸념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메시지의 말에는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이곳을 살 능력이 충분했다.
【이 집의 현재 소유인은 –10%가량 가격 조정을 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때, 도경의 푸념을 들은 것인지 또 한 번 메시지가 도착했다.
메시지를 확인한 도경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는 중개인을 바라보았다.
“가격을 좀 더 깎을 수 있을까요?”
도경은 영업용 웃음으로 무장하고는 중개인에게 다가갔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1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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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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