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4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48화(24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48화
“뱅크런이라뇨?”
뱅크런(Bank Run)은 은행에 돈을 맡겨둔 사람들이 돈을 잃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휩싸여 대량으로 돈을 인출하는 사태를 얘기한다.
당연히 한꺼번에 돈이 빠져나가니, 은행은 그 돈을 내어줄 유동성이 메말라 여러 좋지 않은 결과를 낳곤 한다.
“일단 들어오세요.”
도경은 문밖에 서 있는 한다현을 방 안으로 안내했다.
“일하고 계셨어요?”
“아, 사실 아까 본 실리콘밸리뱅크의 모습이 걱정되어서…….”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구루 얘기는 뭐죠?”
한다현이 자리에 앉자마자 도경은 물었고, 한다현은 휴대전화를 꺼내 도경에게 보여주었다.
“국내 주식시장에도 개미들을 이끄는 인플루언서(유명인)들이 있지만,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예요.”
“그렇죠.”
“일주일 전부터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이자 구루라고 칭송받는 잭 윌리엄스가 이런 트윗을 올렸어요.”
구루는 산스크리트어로 ‘선생’을 뜻했는데, 빛의 길로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주식시장에서는 많은 돈을 벌고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설파하는 사람을 구루라 칭했다.
[지금 당장 실리콘밸리뱅크의 주식을 내다 파는 게 좋을 거야. 경고하는데.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시간에 모든 것이 파멸로 향할 거야]심각해 보이는 트윗이었다. 리트윗을 한 사람만 1천 명이 넘었고, ‘좋아요’를 찍은 사람이 8천 명이 넘어가는 트윗이었다.
“그런데 잭 윌리엄스가 구루라기엔…….”
도경은 잭 윌리엄스를 잘 알고 있었다. 잭은 유명한 하방론자였다.
2007년 대침체를 예견하고 주가 하락에 베팅해 어마어마한 돈을 번 사람이었는데,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증시는 하락한다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한 번의 성과 이후 계속해서 글로벌 거시경제에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하락을 한다고 외쳐대니 이제는 그저 ‘하락무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여전히 미국에서는 잭의 의견을 따르는 사람이 많아요.”
“이유가 뭐죠?”
“다른 트윗을 보면 아실 거예요.”
[실리콘밸리뱅크는 너무 많은 돈을 재투자에 사용했다고. 고객이 맡긴 돈이 1,731억 달러인데, 이 중 1,200억 달러를 다른 곳에 투자했어] [원래 은행들은 재투자를 한다지만, 문제는 재투자한 1,200억 달러 중 913억 달러가 당장 뽑을 수 없는 돈이란 거야] [금리가 이리 높은 상황에서 실리콘밸리뱅크의 유동성이 마른다면?] [당신의 돈은 허공으로 날아가는 거라고]트윗을 보던 도경의 미간은 찌푸려졌다.
조금 전 자신이 유심히 보던 지점을 잭 윌리엄스가 얘기해 오고 있었다.
“실리콘밸리뱅크에 예금을 맡겨둔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잭의 말에 따라 예금을 찾는 것 같아요. 여기 보세요.”
한다현이 보여준 화면에는 여러 사람이 돈을 인출한 인증을 하고 있었다.
“불안하긴 한데 문제가 될까요?”
한다현은 어지러운 상황에서 어떠한 답을 듣고 싶다는 듯 도경을 향해 물어왔고, 도경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잭 윌리엄스가 말한 전망을 저도 보고 있었어요.”
“네?”
“실리콘밸리뱅크에 예치된 돈이 1,731억 달러예요. 그런데 1,200억 달러를 재투자했어요.”
잭 윌리엄스가 말한 부분을 도경은 똑같이 얘기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재투자 부분에서 미실현손실이 나고 있고, 이걸 팔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예요.”
“왜 팔 수 없죠? 빨리 정리하면…….”
“잭이 말했잖아요. 투자한 1,200억 원 중 913억 달러는 당장 뽑을 수 없는 돈이라고.”
도경은 메모지를 찢어 한다현의 앞에 두고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AFS와 HTM을 아나요?”
도경의 물음에 한다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경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주식을 다루는 증권사 직원이더라도 이 부분은 채권 플레이어나 애널리스트 같은 재무제표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면 몰라도 될 것이었으니까.
“AFS는 Available for sale, HTM은 Held to Maturity를 뜻해요.”
“팔 수 있는 것과 만기 때까지 들고 있어야 하는 것?”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말해서 913억 달러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만기 때까지는 팔 수 없다는 얘기예요. 여기에서 지금 미실현손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요.”
즉, 실리콘밸리뱅크가 고객의 돈으로 재투자를 한 자산은 어떠한 위기가 와도 다시 유동화를 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실리콘밸리뱅크가 투자한 채권 대부분이 모기지 담보부 채권이에요.”
“모기지 담보부 채권이요?”
“네. 이자가 1.56%인 채권이죠.”
“왜 거기에 투자를 한 거죠? 미국 국채에 투자를 하면 4%의 이자를 주는데?”
“시기가 중요하겠죠.”
도경은 노트북 화면을 돌려 한다현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2020년 보고서예요. 이때 800억 달러를 모기지 담보부 채권을 샀어요.”
“2020년이면…….”
“미국의 채권 이자 수익률이 0%였던 때였죠.”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인제야 모든 것이 이해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연준은 아주 빠른 속도로 시중금리를 올렸고, 국채 수익률이 4%가 넘어가자 실리콘밸리뱅크가 투자한 모기지 담보부 채권은…….”
“하락했겠네요.”
“네. 속된 말로 떡락을 해버렸어요. 국채에 투자를 하면 4% 이익이 확보되는데 1.56%짜리 채권이 성에 차겠어요?”
계속해서 손실이 나는데 그 손실을 정리할 수도 없는 게 지금 실리콘밸리뱅크의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실리콘밸리뱅크에 예치된 금액 중 95%는 예금자보험에 의한 보증을 받지 못해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의 두 눈동자는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소규모로 뱅크런이 일어나고 있지만, 만약에 한꺼번에 뱅크런이 일어난다면요?”
도경은 물음을 던졌고, 한다현은 조심스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내어줄 돈이 없게 되겠죠.”
“네. 고객이 맡긴 돈을 만기까지 팔 수 없는 곳에 투자했으니까요.”
한다현은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2007년 리먼 브러더스로 인한 대침체가 또…….”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 수 없지만, 현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때도 모기지 담보부 채권 아니었나요?”
“그때는 상품 같지도 않은 정크(Junk, 투기) 등급의 상품이었고, 실리콘밸리뱅크가 들어간 상품은 공공기관의 보증을 받은 겁니다.”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한쪽에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쪽이라면…….”
“여기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들이죠.”
도경의 말에 한다현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졌다.
“실리콘밸리뱅크가 무엇을 하는 곳이죠? 아니, 정확히는 스타트업에 어떤 영향력이 있죠?”
“벤처 대출을 해줘요.”
실리콘밸리뱅크가 지금까지 규모를 키워온 이유는 특화금융, 혁신금융이라 불리는 사업을 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시리즈A에서 시리즈B로 넘어가는 극초기에 스타트업에 운영자금 등을 대출해 주고, 그 스타트업이 시리즈B, C를 투자받으면 대출 상환을 하도록 만든 상품이 인기였다.
“스타트업들이 왜 이 상품을 찾는지 다현 씨는 잘 알죠?”
“지분 희석 문제 때문이에요. 스타트업들은 사업 초기부터 지분을 팔고 싶지 않아 하고, 또 다른 투자자들의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아 해요.”
“맞습니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는 건 지분을 포기하면서 받는 돈이니까요. 그러니 이 ‘대출’ 상품이 인기였던 거죠.”
도경의 말에 한다현의 눈동자는 이리저리 구르기 시작했다. 무언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지옥의 터널이 오겠네요.”
지옥의 터널은 자금이 고갈되어 다음 투자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기간을 말하는 스타트업의 은어였다.
“그리고…… 우리가 투자하려는 도큐센스는 실리콘밸리뱅크의 투자를 받았고요.”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한참을 아무런 말이 없었고, 방 안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한참을 고민하던 한다현이 도경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뗐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이대로 투자를 접어도 될 것 같아요.”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었고, 설령 은행이 파산한다고 하더라도 ‘Too Big to Fail’의 논리.
다시 말해 그냥 죽게 두기엔 너무 큰 은행이라 예금자 보호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겠지만, 기업을 살려줄지는 의문이었다.
스타트업계에 피바람이 불 수도 있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지옥의 터널에서는 기술이 있어도 살아남기 쉽지 않아요.”
한다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도경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전 사례를 봤을 때 모두가 휩쓸려 갈 거예요. 그리고 기술만 다른 곳에서 줍게 되겠죠.”
도경은 한다현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한참 아무런 말을 하지 않던 도경은 무언가 결심이 선 듯 입을 열었다.
“내일 도큐센스와 일정 잡을 수 있을까요?”
“설마…….”
“네. 헨리가 말했잖아요. 파트너가 되라고. 나는 파트너가 될 준비가 되어 있어요. 도큐센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죠.”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틀 만에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는 아직 자료가 준비되지 않았는데…….”
다음 날, 도경과 한다현은 도큐센스의 본사를 찾아 앤드류 워커와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전날 급하게 연락했음에도 앤드류 워커는 만나자고 했다.
“아뇨. 오늘은 우리의 얘기를 좀 할까 합니다.”
“신라의 얘기를요?”
“우리의 얘기이기도 하지만, 도큐센스의 얘기이기도 합니다.”
도경은 자료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앤드류 워커를 보며 어제 밤새 작성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현 상황에서 도경이 보는 전망과 실리콘밸리뱅크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어나갔다.
앤드류 워커의 표정은 당혹감에 물들어 있었는데, 도경은 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야기를 듣고 나서 판단하는 것은 그의 몫이겠지만.
“여기까지 우리가 실리콘밸리에 와서 판단한 전망입니다.”
“이게 무슨…….”
여전히 앤드류 워커는 당황스럽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투자를 하겠다고 한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갑자기 거시경제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게 이상할 만도 했다.
도경은 지금 당황스러워하는 앤드류 워커의 심정을 이해했다.
“당혹스럽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상황을 앤디에게 얘기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실리콘밸리뱅크가 망할 것이다?”
“확신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위험에 빠질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앤드류 워커는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다 이내 크게 웃었다.
“하하하,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농담을 정말 잘하시네요. 실리콘밸리뱅크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아십니까? 미국 내 12위 은행입니다.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는 그 어떤 은행보다 크고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망할 것이다? 좋습니다.”
앤드류 워커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신라의 말대로 머지않아 실리콘밸리뱅크가 위험에 빠진다고 봅시다. 정말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이걸 왜 나에게 말하는 거죠?”
앤드류 워커는 도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설마 지금 상황이 이러니 값싸게 지분을 넘기라는, 이런 건 아니겠죠?”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 얘기를…….”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도큐센스의 파트너요.”
도경의 말에 잠시 당황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던 앤드류 워커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파트너가 되는 길은 이미 제시했습니다. 간단합니다. 시리즈C의 전액 투자. 그거라면 신라와 우리 도큐센스는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앤드류 워커를 바라보았다.
전액 투자?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액 투자를 한다고 해서 앤드류 워커의 마음이 열리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도경과 한다현이 이끄는 벤처투자부는 그저 돈을 벌 상대가 아닌 함께 커나갈 파트너를 찾고 있으니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겁니다.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도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다현과 함께 도큐센스를 나섰다.
“앞으로 어떻게…….”
도큐센스 본사를 나오자마자 한다현은 걱정이라는 표정으로 도경을 향해 물었다.
“솔직히 저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을 할 수가 없어요.”
한다현이 그리 말해오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다만, 지금은 투자를 논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앤드류 워커는 우리를 돈을 대주는 그저 전주로만 보고 있으니까요.”
“…….”
“일단 기다려 봅시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거예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우진 부장님, 장기 투자하기로 한 것 잠시 홀딩하겠습니다. 네네. 매크로 변동이 있을 것 같아요. 비는 피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은 발걸음을 옮기며 서울과 통화를 이어나갔다.
* * *
“말도 안 되는…….”
한편, 앤드류 워커는 도경이 나간 지 한참이 되었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서 브리핑한 자료는 누가 들어도 그에게 끌려들어 갈 것만 같은 자료였다.
한국에서 온 투자자들은 마치 확신에 찬 표정과 말투로 이야기를 해왔고, 앤드류 워커의 머릿속에서는 도경의 표정이 떠나지 않았다.
“후…… 괜히 만나서 머리만 어지럽군.”
한참 멍하니 테이블 위의 종이를 바라보던 앤드류 워커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어디론가 통화를 걸었다.
“잭슨! 도큐센스입니다.”
-…….
“잭슨에게 묻기 미안한 말이지만, 최근 실리콘밸리뱅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들어서요.”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실리콘밸리뱅크의 임원이자 도큐센스에 투자를 결정하고 함께해 온 파트너였다.
“아, 잭 윌리엄스가 떠드는 말이었습니까? 그럼 문제는 없는 거죠?”
-…….
“네. 알겠습니다.”
이후로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통화를 이어가던 앤드류 워커는 전화를 끊자마자 피식하고 웃었다.
겨우 트위터에 있는 한물간 하락론자의 말을 예쁘게 포장해 자신의 앞에서 흔들었다.
“아무리 이렇게 해도 우리 지분을 싸게 팔 생각은 없다고.”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은 앤드류 워커는 테이블 위의 서류를 구겨 버리고는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1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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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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