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4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49화(24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49화
-네? 파산이요?
숙소로 돌아온 도경은 서울에 있는 팀원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도경이 매크로에 대한 전망을 얘기하자 팀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돌아와야 할 사람이, 현지 매크로에 대해 얘기해 오니 당황스러웠다.
“아직은 예측일 뿐입니다. 여러 좋지 않은 시그널들이 나오고 있다 정도고요.”
-당황스럽네요.
최우진의 말에 다른 팀원들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황스러우실 거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보니 뭔가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고, 그래서 조사해 봤습니다. 문제가 보이더군요.”
-그럼 2007년 대침체를 염두에 두어야 할까요?
화면 속 이연지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2007년과는 다릅니다. 정크 등급이 아니라 확실한 등급의 모기지 담보부 채권입니다. 지훈 팀장님.”
-네. 조금 전 본부장님의 연락을 받고 조사를 해봤습니다.
도경은 회의가 있기 전 2팀장 이지훈에게 따로 연락해서 실리콘밸리뱅크가 보유 중인 채권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했다.
-제 생각도 본부장님과 같습니다. 이번 일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때와 본질부터 다릅니다.
이지훈의 말에 모두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2007년도의 모기지 담보부 채권의 문제는 채권 자체의 구조가 부실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대출해 주고, 이를 묶어서 모기지 담보부 채권으로 팔았으니까요.
“그걸 또 돌려 막기까지 했죠.”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택담보대출을 받아간 사람들이 파산을 하면 애초에 채권 자체가 터지는 쓰레기 같은 구조였습니다.
어찌 보면 강력해 보이는 말이었지만,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당시의 채권은 쓰레기라는 표현 이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실리콘밸리뱅크가 재투자한 모기지 담보부 채권은 대부분 공공정부에서 보증한 채권입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는 채권이 그냥 터져 버린…….
이지훈은 한번 숨을 고르고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채권의 가치가 0이 되었다면, 지금은 그것이 아니라 그저 가격이 싸졌을 뿐입니다. 이유는…….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겠죠.”
도경이 말을 받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2007년과는 다릅니다. 만에 하나 실리콘밸리뱅크가 파산하더라도 투자한 자산을 받아줄 다른 은행들이 있을 겁니다.”
그저 가격이 내려갔을 뿐이지 여전히 매력적인 자산이었으니까.
“다만, 문제는 몇몇 지방은행들과 스타트업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지방은행들은 실리콘밸리뱅크와 같은 사태가 터지지 않을까 예금주들이 걱정하겠네요.
“네. 그겁니다. 예금을 빼서 거대 은행으로 옮기려고 하겠죠. 스타트업은 주거래 은행이자 가장 큰 초기 투자자를 잃어버리는 겁니다.”
어쩌면 이 사태의 중심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스타트업이었다.
“일단 우리가 진행하기로 한 투자는 모두 홀드하겠습니다.”
-문제가 크지 않다면, 장기 포트폴리오는 실행해도…….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최우진의 말마따나 장기투자는 지금 시행해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우진 부장님 말씀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습니다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연쇄작용이 있을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제가 올해 우리 본부의 목표가 무엇이라고 했죠?”
-생존입니다.
“네. 눈앞에 먹구름이 보이는데 비는 피해 가야겠죠.
-알겠습니다. 내일 실행하려고 했던 장기투자는 홀드하겠습니다. 그러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화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고민 중입니다. 상대가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면,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금융가에 있는 한 사람의 입장으로는 싼 가격에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기실 도경에게 금융가의 입장은 중요하지 않았다. 막말로 전망대로 실리콘밸리뱅크가 터지고도 도큐센스에서 시리즈C의 전액 투자를 요구하고, 가격도 그대로를 유지한다면 그렇게 해줄 생각이었다.
“기술의 발전을 사랑하고, 금융가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으로는 인류의 발전을 불러올 기업이 외부요인 때문에 망하는 걸 보고 싶지 않습니다. 단순 그 이유 때문입니다.”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후자가 더 와닿았기 때문이다.
돈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아니더라도 벌 수 있었다.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본질은 인류를 위한 기술의 발전에 있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물론 상대 또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우리를 그저 돈을 대주는 전주로만 생각하지 않고, 진정한 기술 발전을 위한 파트너로 생각했을 때야말로 투자를 실행할 예정입니다.”
결심이 선 듯한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 *
“요즘 실리콘밸리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한편, 세쿼이아 캐피털의 CEO 헨리 모건은 뉴욕에서 열리는 한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는 월가를 이끌어가는 사람들과 경제 인사들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헨리는 너스레를 떨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죽는소리뿐이죠. 저기 있는 높으신 분들이 기준금리를 올리니 실리콘밸리로 오던 돈이 뚝 하고 끊겨 버렸습니다.”
헨리의 농담 섞인 투정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어렵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실제로도 그렇습니까?”
그 물음에 헨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뉴욕에 있는 사람들은 그곳이 어떤 분위긴지 알지를 못했다.
그러니 무모한 금리 인상을 시행하는 거라고 혼자 생각을 하던 헨리는 표정을 가다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요. 몹시 힘듭니다. 단적인 예로 기술력이 있는 스타트업들이 돈을 가려 받지 않고 있습니다.”
“가려 받지 않고 있다고요?”
“예. 여기 뉴욕에 계신 분들이 싫어하는 중국 자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헨리의 말에 주변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어렵다는 건 믿지 않으면서, 중국 자본이 들어온다고 하니 그제야 반응하고 있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설계 쪽으로 엄청난 중국 자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당연하지요. 고금리로 인해 미국 내 벤처 캐피털들이 지갑을 닫아버렸으니, 남는 건 중국 자본밖에 없죠.”
“그걸 받아들입니까?”
“하하하.”
헨리는 크게 웃었다. 속으로는 이들의 얕은 생각에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웃음기를 지운 헨리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생존의 문제입니다. 받지 않으면 죽는데 그것이 누구의 돈이든 무슨 상관입니까?”
“세쿼이아가 있지 않습니까?”
한 사람의 물음에 헨리의 눈가는 파르르 떨렸다.
“우리가 한 해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지난 한 해에만 우리는 6억 달러(한화 약 8천억 원)를 투자했습니다.”
헨리는 바닥 사정을 모르는 이들에게 말해줘야겠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작년 한 해에 우리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8억 달러(약 1조 원)의 손해를 보면서도 6억 달러를 투자한 건, 우리의 돈이 끊기면 미국의 미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을 우리에게만 요구하는군요.”
헨리의 입에서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자 이들은 아무런 말을 못 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나마 최근에는 한국에서 실리콘밸리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말입니까?”
“예. 여러분도 머지않아 그의 이름을 듣게 될 겁니다.”
아주 잠깐 얘기를 나눠보았지만, 헨리는 도경에게 푹 빠져 있었다.
겸손함에 더불어 인사이트가 넓다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
헨리는 이후로도 이들과 여러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그때 헨리의 수행원이 옆으로 다가와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
수행원의 말을 듣던 헨리는 미간을 찌푸렸는데, 이내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두고는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실리콘밸리뱅크의 내부 정보입니다. 오늘 밤이 될 수도 있고, 내일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헨리는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수행원을 바라보았다.
“당장 실리콘밸리로 돌아가야겠어. 비행기 대기시키고…….”
지시하던 헨리의 머리에는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실리콘밸리뱅크에 대한 소문을 들으신 게 있습니까?’
“설마…….”
헨리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어디론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 * *
“헨리, 무슨 일입니까?”
한편, 한다현과 함께 숙소 라운지에서 식사를 하던 도경은 뜻밖의 전화에 놀란 표정이었다.
-윤,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나에게 실리콘밸리뱅크에 관해 물은 이유가 있습니까?
“…….”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헨리의 목소리가 자못 진지했는데 도경은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저는 실리콘밸리뱅크에 위기가 올 거라 보고 있습니다.”
-위기요?
“네. 이곳의 분위기는 그저 잭 윌리엄스라는 사람의 하락론으로 보고 있지만, 저는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도경은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동안 파악했던 자료들을 요약해 헨리 모건에게 설명했다.
도경이 설명을 마치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긴 한숨 소리가 들어왔다.
-윤, 잘 들으세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윤의 한마디에 사태가 더 커질 수도 있으니까요.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일을 왜 제게 말씀해 주시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당신이 맞았으니까요. 대비하세요. 이르면 오늘 밤, 늦으면 내일 오전 중으로 실리콘밸리뱅크가 증자를 선언할 겁니다. 표면적 이유는 재무구조 강화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말에 도경의 두 눈은 커지기 시작했다.
* * *
“우리는 실리콘밸리뱅크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한편, 도큐센스의 본사에서는 열띤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시리즈C마저 실리콘밸리뱅크의 투자를 받으려고 하는 건가요?”
이사가 창업자이자 CEO인 앤드류 워커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온 신라는 어떻습니까?”
이사의 입에서 신라자산운용의 이름이 나오자 앤드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은 우리의 기술에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우리 지분을 어떻게 하면 싸게 사들일 수 있을지 궁리만 하고 있어요.”
앤드류 워커의 말에 이사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난 2년간 도큐센스의 기술력을 인정한 여러 투자은행에서 투자를 제의해 왔지만, 거액의 투자를 받지 못하고 시리즈C를 유치하는 이유는 금융가에 대한 앤드류의 적대감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우리를 찾아온 거면,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한 것 아닙니까?”
“인정을 한 것이 아니라 탐을 내는 것입니다. 지난번에 저를 한 번 더 찾아와 우리와 실리콘밸리뱅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누구도 금융가에 대한 앤드류의 적대감에 대해 불편해하지 않았다.
사실 앤드류는 도큐센스가 두 번째 창업이었다.
첫 번째 창업 또한 지금처럼 매우 잘나갔지만, 금융가의 투자 때문에 희석당한 지분이 문제였다.
앤드류의 기술에 대한 투자가 점차 커지자 금융가는 경영에 터치하기 시작했고, 앤드류는 그들과 매일 싸우기 일쑤였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첫 회사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앤드류는 도큐센스를 창업하고, 실리콘밸리뱅크라는 파트너 외에는 믿지 않았다.
“신라에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뱅크는 이미 우리에게 시리즈A 투자해 주었습니다. 이번에 C를 받아 상환을 해야 하는데, C의 재투자를 해줄까요?”
“지분을 제시할까 합니다. 실리콘밸리뱅크는 우리의 기술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우리의 지분이면 투자를 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앤드류의 말에 이사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전권을 맡긴 상태였으니 지금은 앤드류의 생각에 따르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우리의 생각은 저번과 똑같습니다. 전권을 앤디에게…….”
지이잉-
그때 방 안에 있는 모두의 휴대전화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모두가 화면을 확인했다.
“애, 앤디…… 실리콘밸리뱅크에서 증자를 선언했다는 블룸버그의 긴급 뉴스예요.”
“설마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던 그 말이…….”
“이럴 시간이 없어요. 우리 회사에서 맡겨둔 예금을 찾아야 합니다.”
잔뜩 흥분한 이사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앤드류 워커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1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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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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