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5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50화(25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50화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날 밤, 뉴욕에서 바로 실리콘밸리로 돌아온 세쿼이아 캐피털의 헨리 모건은 자신의 집으로 도경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화로 이미 다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도경은 헨리 모건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마치 취조를 하듯 물어오는 헨리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헨리는 도경의 표정에서 불편함을 느낀 듯 손을 들어 올렸다.
“미안합니다. 솔직히 뉴욕에서 돌아오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헨리는 한 꺼풀 누그러진 표정으로 도경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1년 중 200일 넘게 실리콘밸리에 있는 나도 알지 못하는 것을 이곳에 온 지 단 며칠 만에 파악해 낸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윤이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헨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월가의 수많은 증권사는 각 기업의 정보를 사들이는 데 어마어마한 돈을 낸다.
내부고발 형식의 투고를 하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형식이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순도 높은 정보를 좋아하지만, 내부자 거래와 같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겨우 잭 윌리엄스의 말을 듣고 움직인 건 아니겠고요.”
“그렇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와서 그런지 조금 생소한 장면들을 실리콘밸리에서 보았습니다.”
헨리 모건은 입을 꾹 다물고는 도경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도큐센스의 앤디와 헨리 당신을 만나러 갈 때 실리콘밸리뱅크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고작…….”
“고작이 아닙니다. 은행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건 확실히 이상한 장면이죠.”
“그건 잭 윌리엄스의 공포감 조성이…….”
“공포감 조성으로 끝났나요?”
도경은 헨리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잭 윌리엄스는 하락론자가 맞습니다. 지난 20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하락한다고 말해왔고, 수많은 사람이 그의 말을 믿지 않죠.”
잭 윌리엄스는 이제 주식시장에서는 밈(Meme)화가 되어버린 사람이었다.
“하지만, 저는 잭 윌리엄스의 말에서 힌트를 얻은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은행 앞에 줄을 선 모습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습니다.”
도경은 헨리 모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알 수 있었습니다. 실리콘밸리뱅크의 포트폴리오는 아주 문제가 많다는 걸요.”
“문제가 많았다고요.”
“네. 은행은 고객의 돈을 다루는 곳입니다. 재투자를 할 때는 첫째도 안전자산, 둘째도 안전자산이 우선이죠.”
“MBS(모기지 담보부 채권)는 안전자산입니다.”
“네. 공공정부가 보증하는 안전자산이죠. 하지만, 가격의 변동이 있는 상품입니다. 그렇다면 헷징(Hedge, 위험분산)을 해야 했습니다.”
실리콘밸리뱅크의 문제는 부동산 시장에 모든 것을 올인했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포트폴리오는 아주 단순하기 짝이 없었다.
만기가 되기 전에는 팔 수 없는 채권이 80%나 되었다.
“실리콘밸리뱅크의 포트폴리오가 허접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들은 오직 앞으로도 저금리로만 시장이 돌아갈 거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연준은 누구보다 빠르게 금리를 지속해서 올렸습니다. 당연히 위험 분산이 되지 않은 포트폴리오는 계속해서 손실이 날 수밖에 없었던 거죠.”
헨리 모건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 문제를 저만 알고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월가의 여러 트레이더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곳 실리콘밸리만 몰랐던 거죠. 어쩌면 알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잭 윌리엄스라는 인물을 방패 삼아 끝까지 모르는 체하려고 했을 겁니다.”
헨리 모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럽습니다. 나는 실리콘밸리뱅크에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실리콘밸리뱅크의 내부자들에게서 얻은 것이죠.”
헨리 모건이 이끄는 세쿼이아는 실리콘밸리뱅크와 수많은 협력을 하고 있었다. 실리콘밸리뱅크가 대출해 주는 기업들에 대해 컨설팅해 주었다.
그리고 세쿼이아는 작은 규모였지만, 실리콘밸리뱅크에 투자를 한 상황이었다.
헨리 모건은 실리콘밸리뱅크 내부자들이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을 믿었다.
“윤에게 한 가지 도움을 얻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어쩌면 가장 어려운 질문을 헨리 모건이 해오고 있었다.
도경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뱅크는 증자를 선언함으로써 자신들의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공표했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어마어마한 뱅크런이 일어나게 될 겁니다.”
실리콘밸리뱅크가 증자를 선언하는 것은 은행에 당장 쓸 돈이 없으니 주식을 더 발행해 돈을 빌리겠다는 얘기였다.
그렇지 않아도 문제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는데, 이와 같은 행동은 공포에 불을 지피게 될 것이다.
“만에 하나 다른 미래는 없을까요?”
“늦었습니다. 뱅크런이 일어나게 되면 더 이상 지급할 돈이 없으니 은행을 폐쇄할 겁니다. 돈을 찾을 수 없게 되겠죠.”
“그럼 예금자들은…… 스타트업 자금 대부분이 그곳에 묶여 있습니다.”
“미국 연방 정부가 나설 겁니다. 연준을 앞세워서요.”
“실리콘밸리뱅크를 살려준다는 말입니까?”
“아뇨. 정확히는 실리콘밸리뱅크에 맡겨둔 예금액을 보증해 주겠죠.”
실리콘밸리뱅크에 예치된 금액의 95%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금액들이었다.
“그럼…….”
“예. 그곳에 투자한 기업과 주식은 살려주지 않을 겁니다.”
도경의 말에 헨리 모건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어디까지나 제 예상일 뿐입니다.”
“아닙니다. 우리는 예금 같은 경우는 JP와 거래하니 상관은 없지만, 실리콘밸리뱅크에 투자하고 받은 지분이 있습니다.”
도경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문제는 앞으로 스타트업에 자금이 마르기 시작할 겁니다. 지방은행들도 마찬가지고요.”
“스타트업의 44%가 실리콘밸리뱅크와 거래 중이고, 투자를 받았습니다. 머리가 아프군요.”
헨리의 말에 도경은 잠깐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 시련의 시간이 될 겁니다.”
“…….”
“하지만, 이 시련 속에서도 우리는 살려야 할 기업은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쿼이아에게는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헨리는 놀란 듯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말뜻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력이 좋은 곳은 살리란 말이군요.”
“네. 훗날 이득이 될 겁니다. 저도 지금부터 우리 신라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까 합니다.”
헨리는 결심이 선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이럴 시간이 없군요. 참.”
헨리는 도경을 향해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도큐센스가 지금 많이 힘들 겁니다. 실리콘밸리뱅크 외에는 파트너가 없는 곳이거든요.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헨리는 말끝을 흐렸다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미친놈들은 없을 겁니다.”
헨리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글쎄요. 있는 것 같은데요. 저와 헨리 당신 말입니다.”
도경이 그렇게 말하자 잠시 멍하니 도경을 바라보던 헨리는 이내 크게 웃었다.
* * *
[금융당국이 자금난에 시달리던 실리콘밸리뱅크에 대해 은행 폐쇄 명령을 내렸습니다. 매각을 진행 중이던…….]이틀 후, 도큐센스 본사 대표실.
대표인 앤드류 워커와 이사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는데, 긴급 뉴스를 보던 이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TV가 꺼진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예금은…….”
그때 눈치를 보던 한 이사가 묻자 맞은편에 앉은 재무 이사가 입을 열었다.
“이미 BOA로 옮겼습니다.”
재무 이사의 설명에 모두가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의 돈이 모두 실리콘밸리뱅크에 예치되어 있었는데, 그마저도 찾지 못하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던 찰나였다.
“실리콘밸리뱅크에서 당장 우리에게 시리즈A 대출 상환을 요구해 오고 있습니다.”
재무 이사의 말에 다른 이사들은 앤드류 워커를 바라보았는데, 앤드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시리즈A 대출이 얼마 가량입니까?”
“600만 달러(약 80억 원)입니다. 우리가 갚지 못할 돈은 아니지만, 당장 600만 달러를 상환하고 나면 우리가 힘들어지는 상황입니다.”
600만 달러라는 금액이 이들에게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시리즈C 투자 유치 이후 갚으려고 했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곤란한 금액이었다.
“신라에서 과연 여전히 투자를 하려고 할까요?”
한 이사가 갑자기 신라의 이야기를 꺼내자 모두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가지 않았겠습니까?”
“지금 상황에서 누가 우리에게 투자를 하려고…….”
“앤디, 우리가 앤디에게 투자 건을 모두 맡기긴 했지만…… 이제는 신라에게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사들은 저마다 걱정이라는 듯 앤디를 향해, 또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말을 들으며 한참 입을 다물고 있던 앤드류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의 걱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일주일만 제게 시간을 주십시오. 지금 상황을 해결하겠습니다.”
“그럼 일주일 후에는 다시 이사회의 의결하에 투자 건을 얘기하겠다는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일주일 드리겠습니다.”
이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앤드류를 바라보았고, 앤드류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는 이만 일어납시다.”
한 이사의 말에 이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실을 떠났고, 홀로 남은 대표실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앤드류 워커는 지갑에서 명함을 한 장 꺼냈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명함에 적힌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 * *
“오랜만입니다.”
그날 밤, 도경은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한다현과 함께 도큐센스의 본사를 찾았다.
앤드류 워커는 지난 며칠간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피골이 맞닿은 얼굴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갑작스레 연락을 드렸는데,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앉으실까요?”
앤드류 워커의 말에 도경과 한다현은 자리에 앉았다.
앤드류 워커는 테이블 위에 서류 하나를 내려놓았다.
“이 서류에는 현재 우리 도큐센스가 하고 있는 사업의 종류와 규모, 우리 인공지능의 상세한 성능입니다. 그리고 향후 5년간 우리가 어디에 투자할지 또 어떻게 성장할지 적힌 보고서입니다.”
앤드류 워커의 말에 도경과 한다현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실 이 자리에 오면서 두 사람은 앤드류 워커가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거니 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더 저자세로 나오고 있었다.
“원래 같았으면, 정식으로 두 분을 모시고 브리핑해야겠지만…… 현재 우리 상황이 아주 힘들다는 점을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앤드류 워커는 그렇게 사과를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희 도큐센스는 신라 인베스트먼트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시리즈C 투자라는 허울을 벗어 던지고, 신라에서 생각한 우리 도큐센스 지분 15%의 가치를 투자해 주십시오.”
시리즈C라는 명분을 포기했다. 이제는 지분 15%에 도경이 생각한 가치를 투자하라는 말이었다.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도경은 한다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한다현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앤디, 이건 우리가 도큐센스에게 마지막으로 제안하려던 투자 제안이에요. 지금부터 설명할게요.”
한다현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는 2,500만 달러(약 320억 원)를 도큐센스에 투자를 하고, 지분 15%를 받길 원해요.”
한다현의 입에서 나온 말에 앤드류 워커는 두 눈을 감았다.
처음 요구했던 5천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2,500만 달러는 엄청나게 큰돈이었다. 하지만 지분 15%를 내줘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신라자산운용도 엄청난 지출을 감수한 것이다. 애초에 벤처투자부에 배정된 300억 원을 모두 도큐센스에 태울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미래가 밝은 기업의 지분을 이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없었다.
“우리는 지분 15%를 인수하고, 도큐센스의 재정적 파트너가 되길 원해요.”
한다현의 입에서 나온 말에 앤드류 워커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재정적 파트너라면……?”
“앞으로 도큐센스에 돈이 필요하다면, 지분을 요구하지 않고 대출을 해줄 거예요.”
“뭐…… 뭐라고요?”
앤드류 워커는 놀란 듯 도경과 한다현을 번갈아 보았다.
“물론 이자는 받아야겠죠. 하지만, 더는 도큐센스의 경영진이 재정문제로 투자자들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우리가 파트너가 될 거예요.”
“…….”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아니, 지금 도큐센스와 실리콘밸리뱅크의 사이를 그대로 신라와 함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도큐센스의 경영에 있어서는 앤디의 의견을 최대한 따를 거예요.”
한다현의 말에 앤드류는 다시 한번 놀랐다.
“단, 우리는 도큐센스의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시에는 지분을 타인에게 넘기고 엑시트할 거예요.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가 가져야 할 안전장치고, 이건 투자 계약서에서 뺄 수 없어요.”
한다현은 앤드류 워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는 도큐센스와 앤디의 능력을 믿어요. 앞으로 업계를 지배할 회사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앤드류 워커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건 우리의 최종 제안입니다.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까지 도큐센스가 몰린 건 모두 앤드류 당신의 선택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겁니다.”
도경이 마지막 말을 전하자, 한다현은 서류를 앤드류의 앞에 내려놓았다.
앤드류 워커는 잠시 고민을 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신라는 정말 우리를 믿고,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었군요. 그간 의심해서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도큐센스를 잘 부탁드립니다.”
앤드류 워커가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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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23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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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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