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5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52화(25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52화
-윤, 잘 지냈습니까?
일주일 후, 도경은 아지트에서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반가운 얼굴을 만나고 있었다.
“헨리, 별일 없으시죠?”
-별일이 없을 리가 있습니까? 지금 태풍의 한가운데 실리콘밸리가 있는데요.
헨리는 웃으며 얘기해 왔지만, 표정에서 그동안의 노고를 읽을 수 있었다.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은 모양이죠?”
-그렇습니다. 실리콘밸리뱅크는 정부에서 살리지 않는 걸로 결정이 났습니다.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뱅크의 경영진들은 다시는 은행업과 금융업에 종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뱅크의 경영진들은 은행의 재투자 포트폴리오에 장기 채권으로, 그것도 위험 분산 수단 없이 투자했다.
“은행은 고객의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제1 목적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안배 없이, 부동산의 성장에 올인을 했습니다.”
모든 상품이 장기 채권이다 보니 손실이 나도 손절매를 할 수 없었고, 대부분은 만기 때까지 필수적으로 들고 있어야 하는 상품이었다.
보통 은행들은 듀레이션(채권 만기)을 맞추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을 한다.
듀레이션이 달라지면, 급작스러운 인출 사태에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업이 고객의 돈을 지키는 금고지기일 뿐인데도요.”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해 오는 도경의 말에 헨리 모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저는 실리콘밸리뱅크를 살리지 않기로 한 미국 정부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그들을 대신할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아쉬울 뿐이죠.
미국은 기술력이 있는 자국 기업을 키울 때 제로 금리로 돈을 퍼주듯 빌려주며 키운다. 이런 일을 하던 것이 실리콘밸리뱅크였다.
“대체재는 분명 나올 겁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말입니다. 하지만, 당분간 스타트업과 같은 소기업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겠죠.”
-그걸 물어보고 싶어 시간을 내달라고 한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헨리 모건은 미국을 떠나 글로벌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는 세계 최대의 벤처 캐피털의 CEO였다. 하루에 그에게 들어오는 정보는 도경의 수십 배가 될 것이다.
-여러 사람, 그중에서도 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뿐입니다.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저희는 현금을 쥐고 있으려고 합니다.”
-자산운용사에서 현금을 쥐고 있는다는 건…….
자산운용사는 끊임없이 돈을 굴려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였다.
“저희는 회사의 자기자본을 굴리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자유롭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현금을 쥐고 있겠다고 말하는 건, 앞으로 상황이 좋지 않을 거라 예측하는 것 아닙니까?
“글쎄요. 어찌 되었든 시장에 반응은 있을 것이고, 그걸 보고 대응하려고 합니다.”
아리송한 말이었지만, 헨리 모건은 도경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섣불리 움직이지 말자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앞으로 발생할 소음들이 정말로 단순한 소음으로 끝나는지 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으니까요.”
-좋습니다. 나에겐 좋은 힌트가 되었습니다.
헨리는 그리 말하고는 심각했던 표정을 풀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여러 가지 고민이 생겼지만, 윤을 제대로 알게 되어 기쁩니다.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헨리! 오히려 제가 더 좋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글쎄, 내가 퇴근을 하고 헨리 모건과 줌에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도경의 말에 헨리 또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야말로 글로벌 금융계에 지대할 영향을 끼칠 인물이 한국에 있을 때 네트워크를 쌓은 걸 칭찬받을 겁니다. ‘와우, 헨리 당신은 성공할 스타트업을 보듯, 성공할 사람도 발굴해 내는군요.’ 같은 말을 들으면서요.
과장스러운 헨리의 말에 도경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게 부탁을 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윤에게 주었던 명함은 내 핫라인이니 언제든 연락해도 좋습니다.
헨리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도경은 화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부탁을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헨리는 망설임 없이 대답을 했는데, 도경은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제가 큰 부탁을 하면 어떡하려고 그러십니까?”
-하하하, 윤. 내가 이 바닥에 있으면서 가장 성장한 게 뭔지 아십니까? 사람 보는 눈입니다. 애초에 무례한 부탁을 할 사람에게는 이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헨리는 자신감이 넘치는 말투로 얘기해 왔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도큐센스에 저희 직원 한 명이 남아서 재무적인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철저하네요. 그래서요?
“그 직원은 다시 한국으로 복귀를 시켜야 하는 직원입니다. 혹시 미국 현지에서 우리와 커뮤니케이션하며, 우리 소속으로 지낼 수 있는 직원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도경의 말에 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윤의 이메일로 우리와 거래하는 잡 컨설턴트의 이메일 주소를 보내놓겠습니다. 물론 그쪽에도 얘기해 둘 테니 편하게 대화하세요.
“감사합니다.”
-나야말로 얻은 게 많은 대화였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봅시다.
“예.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상회의를 마친 도경은 마른세수를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좋네.”
맘 편히 좋아할 수 없는 경제 상황이었지만, 당장은 스타트업 투자 건을 훌륭하게 끝내 만족스러웠다.
도경은 짐을 챙겨 집으로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지이잉-
그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회원님을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 * *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연락해 주신 윤도경 선생님 되시죠?”
“네. 그렇습니다.”
다음 날, 도경은 주말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서울 근교에 있는 곳으로 와 있었다.
“저희 기관을 소개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저희 덕혜원은 청소년 자립 지원시설인데요. 홀로 남은 아이들에게 숙식과 직업훈련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사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도경은 자신을 맞이하며 설명해 주는 수녀님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대부분 아이는 의지할 곳이 없는 아이들인데, 입소 후 3년간 저희가 보호한답니다.”
“그럼 17살 때 입소하는 게 보통이겠네요.”
“네.”
“그전에는…….”
“보육원에 있다가 이리로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수녀님의 설명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30여 명의 아이가 생활하고 있고요, 다음 달이면 네 아이가 이곳을 떠나 자립할 예정이에요.”
“네. 그것 때문에 연락드렸어요. 기사를 봤거든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수녀님은 미소를 지었다.
수녀님을 따라 상담실로 들어온 도경은 자리에 앉자마자 질문을 던졌다.
“자립하는 아이들은 어디로 가나요?”
“네 아이 모두 서울에서 직장을 구했어요. 대학을 갔으면 했지만, 아이들 모두가 바로 돈을 벌고 싶어 했어요.”
“이해합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어떻게든 돈을 버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가요?”
온화한 얼굴로 되물어오는 수녀님을 보며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다만, 아이들이 돈을 벌면서도 공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힘들겠지만 야간 전문대학이나 사이버대학, 방통대도 있으니까요.”
“혹시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여쭈어봐도 될까요?”
“학벌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를 하고 내가 보는 세계관이 넓어지면, 기회의 폭이 넓어지더라고요. 아이들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경의 말에 수녀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말씀드린 게 후원 조건은 아닙니다. 아이들의 선택에 달린 것이지요. 공부를 하겠다고 한다면 비용 일체를 지원할 생각이 있습니다.”
사실 도경이 주말을 마다하고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어젯밤에 받은 메시지 덕분이었다.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윤도경 씨는 탄광 속 카나리아의 이상 징후를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했습니다】
【물론 아직은 영향을 주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지위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적었지만, 적어도 주변의 피해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메시지는 힌트를 주지 않고, 일이 끝난 이후에야 찾아왔다.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 능력을 갖춘 곳을 발굴해 내는 안목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일은 두고두고 윤도경 씨의 커리어를 빛낼 하나의 서사가 될 것입니다. 수많은 증인이 있으니까요】
메시지의 말에 도경은 몸 둘 바를 몰랐다. 메시지가 이렇게 칭찬을 해오는 것도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일을 훌륭하게 해낸 윤도경 씨를 위한 보상을 준비하였습니다】
【당신의 진정한 버킷리스트를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장소: 경기도 용인시…… 덕혜원】
메시지를 처음 봤을 때 도경은 진정한 버킷리스트라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덕혜원에 관해 조사하며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진정한 버킷리스트인 것도 맞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봉사활동을 다닐 때, 자신보다 더 좋지 않은 환경에 놓인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그때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선 서울에서 아이들이 지낼 숙소를 제공하겠습니다. 아이들의 일터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의도에 있는 오피스텔인데 어디로든 교통이 뚫려 있어 편할 겁니다.”
이미 전화로 후원 의사를 밝힌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경은 후원 내용을 얘기하기 시작했고, 수녀님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피스텔 하나에 아이들이 모여서…….”
“아닙니다. 투룸 오피스텔 총 4채입니다.”
도경의 말에 수녀님은 더더욱 놀란 표정이었다.
기실 이 오피스텔은 메시지가 오늘 아침에 후원해 준 것이었다.
거기에 메시지의 후원은 끝나지 않았다.
“오피스텔에서 1년간 아이들이 지내게 될 거고요, 이 기간 안에 자신이 자립할 수 있는 자본을 모아야 하는 게 첫 번째 조건입니다.”
“1년간 임대를 해주시겠다는 말씀이군요…….”
“네. 이 아이들이 1년 후에 방을 비우면, 다음 사회로 나오는 아이들이 이 집을 쓰게 될 겁니다.”
수녀님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덕혜원에 10년간 무상으로 대여해 드리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이 서울로 가면 제일 문제가 되는 게 거주비였는데…….”
“조건은 있습니다. 매년 이곳을 사용했던 아이들이 다음 아이를 위해 깨끗하게 집을 쓰는 겁니다.”
“물론이죠.”
“만에 하나, 허가받지 않은 인물을 집에 데려와 같이 거주하거나 한다면 당연히…….”
도경은 말끝을 흐렸지만, 수녀님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이곳 덕혜원을 수리해 드리겠습니다.”
“수리요?”
“네. 아이들이 지내기 편하도록, 교실도 제대로 만들어드리고…… 식당도 새롭게 공사를 하고요.”
덕혜원의 시설은 많이 낙후되어 있었다.
이 또한 메시지의 후원이었다.
“공사비 한도 10억 원 이내에서 정말 필요한 시설들과 필요한 기물들은 전문가가 월요일에 이곳으로 나올 테니 그때 상담하시고요.”
도경은 큰 후원에 여전히 벙찐 모습의 수녀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세 번째로는…… 혹시 이곳의 한 해 식비가 어느 정도입니까? 아이들에게 풍족하게 돌아갈 수 있는 만큼의 식비요.”
“저희는 1인당 연 200만 원을 잡고 있어요.”
“하루 세 끼를 먹는데도 말입니까?”
“네……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인건비도 저희 수녀님들이 식사를 준비하면 되는 터라.”
수녀님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학교 급식과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였지만, 서울시의 고등학교 1인당 1끼 급식비가 6천 원대인 걸 고려하면 너무 적었다.
“매년 아이들의 식비로 1억 원을 후원하겠습니다. 3년 동안은요. 이후로 지켜보고 좀 더 증액하든지 하겠습니다. 이 세 가지를 덕혜원에 후원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1억 원이나요?”
“한창 클 나이니까요. 뭐든 맛있는 걸 먹어야 힘이 나더라고요. 이것도 적은 돈이라 부끄럽습니다.”
“아니에요! 아주 큰 돈입니다. 저희에게 들어오는 식비 지원을 합치면 가격 걱정 없이 아이들의 영양을 맞춰서 식사를 준비할 수 있어요.”
수녀님의 말에 도경은 씩 웃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후원 약정서를 작성하고 싶은데요.”
도경의 말에 수녀님은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이내 서류를 들고 왔다.
도경은 후원 약정서에 말한 모든 것을 빠짐없이 적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정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저희가 지금 배너를 준비 중이라서요. 오거든 사진도 찍으시고…….”
“하하하, 아닙니다. 그런 거 하자고 하는 건 아니라서요.”
“저희가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렇습니다.”
“마음 편하셔도 됩니다. 저도 나라에서 세액 공제를 받거든요.”
도경은 그리 농담을 던지고는 고개를 숙였다.
“저,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돌아서려는 도경을 향해 수녀님이 물음을 던져왔다.
“왜 이렇게 큰 후원을 해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곳에서 자립을 해 사회에 나가 경찰이 된 분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이곳에서 좌절 대신 희망을 배웠다고요. 저는 그 희망을 주는 곳에 투자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투자요?”
“네. 진짜 투자는 사람에게 하는 투자라고, 배웠거든요. 그리고 돈을 가장 보람차게 쓰는 방법이라고 배웠고요.”
도경은 수녀님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덕혜원을 빠져나왔다.
차를 향해 걷던 도경은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은 가르침 고마워요.”
도경은 인사를 하고는 차에 올라타 덕혜원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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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