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5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53화(25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53화
“다들 주말 잘 보냈습니까?”
주말이 끝나고 평일이 찾아오자 신라자산운용의 한 주는 시작되고 있었는데, 평소 데일리 액션을 잘 하지 않는 도경이 오늘은 전체 회의를 소집하자 모두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도경은 팀원들의 표정을 읽고는 긴장을 풀려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모두 못 보냈다는 표정이네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해합니다. 저도 엉망이었거든요. 워낙 정리할 게 많아서…… 그럼 연지 팀장님, 주말간 매크로 상황 들어볼까요?”
도경의 말에 이연지는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미국 언론들의 평가는 두 개로 갈라졌습니다. 이대로 미국이 다시 양적완화를 하는 거다, 아니다 이렇게 나뉘었는데요. 대부분은 아닐 거라고 얘기했지만, 몇몇 언론과 일본의 마에하라 증권에서 강력하게 양적완화를 얘기해 오고 있습니다.”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에하라는 일본의 증권사였는데,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증권사였다.
“마에하라의 주장은 저도 봤습니다.”
“마에하라가 강력하게 주장하니, 국내나 해외의 몇몇 연구원들도 같은 의견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마에하라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보시는 분?”
도경은 그리 질문을 던지고 팀원들을 번갈아 보았는데,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마에하라의 의견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양적완화가 다시 시작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도경은 팀원들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첫째, 현재 미국의 연준이 은행들을 살리는 방식은 돈을 푼 것은 맞지만, 양적완화가 아닌 1년 단기 대출로 봐야 합니다. 은행들에 채권 손절매하지 말고, 돈을 빌려가라는 방식으로 대출을 해준 거죠.”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아직 미국 연준이 양적 긴축의 끝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긴축이 끝나야 다시 돈을 푸는데 양적 긴축은 현재 진행 중이고요.”
이야기를 모두 끝마친 도경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이 상황에서 우리의 포지션은 무엇이냐.”
지난 주말 덕혜원에 들러 기부를 마치고 도경은 종일 아지트에 박혀 투자 전략을 수립하느라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롱(Long, 매수)입니다.”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긴장이 풀리는 듯 피식하고 웃었다.
“이 얘기를 하기까지 많이 고민했습니다만, 여러분들이 전략투자본부의 일원으로서 앞으로 취해야 할 자세에 관해 얘기하겠습니다.”
도경은 잠시 팀원들을 바라보다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 가지만 확실하게 합시다. 우리는 누굴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가.”
도경의 물음에 직원들은 무언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를 위해서? 아니면 회사를 위해서?”
“…….”
“착각하지 맙시다. 우리는 유성투자증권의 주주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합니다.”
도경이 이끄는 전략투자본부는 신라자산운용의 자기자본을 운용 중인 팀이었다. 다시 말해 팀이 돈을 벌면 회사의 매출이 늘어나고, 본사인 유성투자증권의 실적이 좋아진다.
이는 유성투자증권에 투자한 주주들이 기대하는 것이다.
“지난주에 라온바이오를 제외한 모든 장기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현금을 확보한 이유도 단 한 가지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서죠.”
“…….”
“다만, 이렇게 준비한 현금을 아무렇게나 쓸 수 없습니다. 왜냐? 주주를 배반하는 행위기 때문입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전망이론이란 것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
“인간의 두뇌는 위험하지 않은 상황보다 위험한 상황에 더욱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니엘 카너먼의 이론입니다.”
이지훈의 답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지독하게도 이런 잡음이 날 때마다 사람들은 앞서 일어났던 큰 사건들을 떠올립니다. 예를 들자면 리먼 브라더스 사태 같은 것들이요. 그러고는 아주 강력한 비관론자가 되곤 하죠.”
팀원들은 메모를 해가며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알아야 할 것은 자본시장은 꾸준히 우상향 중이라는 겁니다.”
지금과 같은 소음들이 있을 때 시장참여자들은 너무도 쉽게 비관론에 빠지곤 한다. 그건 자산운용사들의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판단을 내릴 때 주저하게 된다. 도경은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
“여러분께 제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지금 잡음을 10년 후 봤을 때 ‘그런 때가 있었지’ 하며 웃어넘길 수 있으려면, 우리는 시장 강세론자가 되어야 합니다.”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만, 평소보다 좀 더 데이터를 보고, 개별 종목에 집중합시다. 엄청난 상승을 할 종목을 알아오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가진 자산을 소폭이라도 상승시킬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합시다.”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긴 이야기를 했는데, 결론은 우리는 롱입니다. 누구를 위해서? 주주를 위해서. 다음 회의 때는 부서마다 종목을 생각하고, 발표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을 끝내자 직원들은 박수를 보냈는데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럴 일인가요?”
“방향을 잡아주시니 편해서 그렇습니다.”
최대훈의 말에 직원들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그렇게 받아들여 주니 좋네요. 열심히 합시다.”
“그런데 본부장님은 나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고 하셨는데, 저는 저를 위해 일하려고요.”
도경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최우진이 그리 말해왔고, 도경은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저, 우리사주 조합원입니다. 곧 제가 주주라는 얘기지요.”
최우진이 실실 웃으며 얘기해 오자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고, 직원들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 * *
“저희는 매수할 구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회의를 마친 도경은 앞으로 구축할 포지션에 관해 류태화에게 보고하러 올라와 있었다.
“모두가 관망하는 이때 말입니까?”
“예. 어차피 계속 관망할 것도 아니고, 지금부터 분할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을까 합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걱정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콜도경다운 선택이네요.”
도경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별명에 피식하고 웃었다.
“일단 지수보다는 개별 종목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지수보다 개별 종목이 더 탄력받을 거라 보는군요.”
“그렇습니다. 매크로 이슈보다는 실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업을 찾으려 노력 중입니다.”
“예를 들자면?”
류태화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아직 팀 내부에서 정해진 것은 아니고 그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경기민감주 쪽으로 손이 갑니다.”
경기민감주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 순환하는 주식을 얘기했는데, 대표적으로는 항공사, 호텔, 필수소비재, 선박과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제조업들이 속했다.
“선뜻 투자하기 힘든 구간이긴 합니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침체 구간에서 어느 것이 사이클을 탈 건지 잘 파악해야 하는 구간이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면, 지금 이런 시기야말로 시클리컬(경기민감주)에 올라타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 시장만 보고 있습니까?”
“예. 장기 포트폴리오는 국내 시장으로, 단기는 해외시장을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약 80%가 넘는 기업이 경기민감주였다.
대한민국은 수출 강국이었고, 이는 제조업으로 이루어진 타이틀이었으니까.
“좋습니다. 투자와 관련한 부분은 본부장을 믿기로 했으니, 저는 성과만 기다리겠습니다.”
“더 무서운 말씀입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사주 취득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의외입니다. 본부장은 자사주를 살 것 같지 않았는데요.”
“그럴 생각이었지만, 뭔가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했습니다.”
“동기부여요?”
“예. 제 돈이 들어가 있으니 이걸 좀 더 성장시키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단순한 이유입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래 열심히 하는 사람이 얼마나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까? 어쨌든 회사에서는 좋아하더군요.”
“회사가요?”
“예. 본부장이 자사주를 샀으니, 당분간은 떠나지 않겠구나 하고 안심하는 눈치입니다.”
우리사주는 1년이라는 의무 예탁 기간이 있었다.
물론 그 기간에도 퇴사가 자유롭긴 했지만, 여러 이득을 토하고 그만둬야 했기 때문에 도경이 회사에 1년간은 남을 거라 보는 것 같았다.
“하하하, 안심하셔도 됩니다. 당분간은 이직할 생각이 없으니까요. 어쩌면, 영원히 없을 수도 있고요.”
“그 말이 더 무섭네요. 평생 본부장을 잡아두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지 계산기 두드려 보겠습니다.”
류태화의 농담에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늘 고맙다는 마음뿐입니다. 그리고 고생하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어 미안하기도 하고요.”
“아닙니다. 저는 대표님이 계신 것만으로도 든든합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그럼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고요.”
“네. 이만 가 보겠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대표실을 나섰다.
* * *
“할 일이 태산이네.”
회의와 보고를 마친 도경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봐야 할 보고서가 많아졌는데, 팀에서 올라오는 보고서가 아닌 유성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와 유성연구원에서 넘어오는 경제 관련 보고서였다.
“확실히 본사 연구소 박사님들이 관점이 다르긴 하다.”
특히 본사 연구소에서 넘어오는 보고서는 도경이 기대한 것 이상의 전망이 담겨 있었다.
보고서에 대외비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그룹사의 임원들은 거의 매주 이런 양질의 보고서를 받아보나 싶어 신기하기도 했다.
“이 부분은 생각이 겹치고.”
그룹의 보고서에는 도경과 똑같이 올해는 경기에 민감한 산업들이 성장하는 사이클이라 보고 있었다.
이때야말로 제조업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들은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지이잉-
한참 보고서를 보고 있을 때 도경의 휴대전화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도경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번호인데…….”
생판 처음 보는 번호에 도경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라자산운용 윤도경입니다.”
-윤도경 본부장님, 안녕하십니까?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자산운용과장 김현재라고 합니다.
“어, 어디요?”
도경은 당황한 듯 말을 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을 수립하는 곳이기도 했지만, 산하기관인 금융감독원과 더불어 금융사들을 감독하는 곳이기도 했다.
-금융위 자본시장국 자산운용과장 김현재입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이번에 우리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에서 현장에서 일하시는 여러 인사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데, 참석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수화기 너머 상대의 말에 도경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금융위원회에서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의 현직들을 불러 여러 간담회를 진행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초대받을 거라 생각도 안 해보았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아직 급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미국 중소형 은행발 금융위기에 대해, 업계에 계신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꼭 참석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일정과 주제는 다시 한번 보내주시겠습니까?”
도경이 승낙의 뜻을 전하자 수화기 너머 상대는 한껏 밝아진 말투로 이야기를 해왔다.
-네. 사전 문의차 전화 먼저 드린 거고요. 곧 회사로 공문이 갈 예정입니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수고하십시오.”
전화를 끊은 도경은 한참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
도경은 피식 웃고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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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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