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5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54화(25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54화
“어서 오십시오. 일전에 연락드린 자산운용과장 김현재입니다.”
사흘 후, 도경은 광화문 바로 앞에 있는 정부서울청사에 나와 있었다.
이곳에는 금융위원회와 여러 위원회가 속해 있었는데, 도경은 난생처음 방문하는 곳이라 약간 긴장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신라자산운용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습관적으로 명함을 꺼내 상대에게 건넸고, 상대도 자신의 명함을 도경에게 건넸다.
“여기, 임시 방문증 미리 발급받아 두었습니다. 신분증은 데스크에 맡기시고요. 이 방문증을 목에 패용하시면 됩니다.”
“아, 네.”
상대가 시키는 대로 한 도경은 자신을 맞이해 온 김현재를 따라 청사 내를 걷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에는 처음 와보시죠?”
“그럼요. 사실 저 같은 사람은 오지 않아야 좋은 곳이라고 인식이 되어 있어서요.”
도경은 웃으며 상대를 향해 이야기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에 금융사의 현직이 불려가는 건 보통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저희가 조금 그런 면이 없잖아 있죠.”
김현재는 이해한다는 듯 도경을 향해 말해왔다. 관이란 어디든 그렇겠지만, 특히 금융계는 관의 입김이 상당히 강했다.
정책과 맞지 않은 사업을 펼치는 금융사 관계자들이 자주 불려오는 곳이 이곳이었다. 그리고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서로 간에 협조가 필요했기에 상부상조하자는 풍토가 강했다.
“오늘 윤도경 본부장님을 비롯한 여러 업계 사람분들이 오실 겁니다. 증권사는 물론이고, 이번에는 조금 확대를 해 사모펀드 분들도 모셨습니다.”
“사모펀드요.”
“예. 아무래도 자본시장 국장님께서 진행하는 간담회다 보니 업계의 저변을 좀 더 넓게 보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현재를 따라 행사장으로 향했다.
금융위원회에 있는 대회의실이 행사장이었는데, 그곳에 도경이 들어서자 멀찍이서 반가운 얼굴이 도경을 향해 다가왔다.
“도경 씨!”
도경을 안내한 김현재는 도경을 향해 다른 사람이 다가오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럼 행사 시작 후에 뵙겠습니다.”
“네.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현재에게 인사를 한 도경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부장님…… 아니, 부사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하하, 이게 얼마 만입니까? 아무리 신라로 갔더라도 자주 볼 줄 알았는데. 찾아오지도 않고 섭섭했어요.”
도경을 향해 웃으며 손을 내밀어 온 사람은 유성투자증권 랩 어카운트 시절 도경의 상사였던 서용원이었다.
서용원은 이제 WM본부를 이끄는 부사장이 되어 있었다.
“도경 씨가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부사장님께서 참석하실 줄은 모르고 온 자리입니다.”
“본부장급이 참여해 줬으면 한다는 공문이 왔는데, 아무래도 부사장 중 제가 제일 짬이 딸리니…….”
서용원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어쨌거나, 조금 불편했는데 도경 씨…… 아니, 윤도경 본부장이 있어 다행입니다.”
“부사장님, 편하게 불러주십시오.”
“그럴 수가 있나요? 이제는 업계의 스타인데. 잘 보여야지요.”
서용원의 말에 도경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몇 년 사이에 자신의 위치가 어디까지 온 것인지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다.
“부사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 본부장님.”
한참 도경과 서용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주변으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
“이쪽은 선진증권 에쿼티 부서를 이끄는 김성윤 본부장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신라자산운용 윤도경입니다.”
서용원이 상대를 소개하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명함을 건넸고, 상대도 도경에게 명함을 건넸다.
“멀리서 서용원 부사장님이 계셔서 인사를 드리러 왔더니, 의외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네요.”
“하하하, 본부장님도 참. 솔직해지십시오. 우리 윤도경 본부장하고 안면을 트려고 온 거 아닙니까?”
서용원이 농담을 하듯 던진 말에 상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핫…… 이거 참. 마음이 들키니 부끄럽고 죄송스럽습니다.”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 유성을 이끌어갈 인물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야지요. 그럼 부사장님, 본부장님.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상대가 그리 인사를 하고 자리를 옮기자 서용원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왔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도경 씨의 명함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중일 겁니다.”
“네?”
“저기 보세요. 조금 전부터 이쪽을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까?”
서용원의 말에 도경은 주변을 살폈는데, 몇몇 사람들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홱 하고 돌려 버렸다.
그걸 보고 서용원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가와서 아는 척도 하고, 인사하면서 명함도 교환하고 싶은데 자존심이 있어서 그러지 못하는 겁니다. 이런 자리에 오면 원래 이래요.”
“아, 그렇군요.”
도경은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이고는 서용원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한참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오늘 이 자리를 주최한 자본시장 국장이 행사장으로 들어섰고, 자리에 앉으며 간담회가 시작되었다.
“요즘 시장이 매우 어려운데 국내 시장에도 조금 힘을 써달라 부탁드리고, 또 여러 전망을 함께 논의해보려고 모셨습니다.”
국장의 말에 업계 사람들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당황스러운 모습이었다.
노골적으로 국내 시장에 투자를 늘리라 말해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렇게들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투자는 여러분들의 자유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국내 시장이 어려울 때, 국내 증권사들과 자산운용사들이 나서줘야 또 그림이 예쁘지 않겠습니까?”
국장은 남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우회적으로 얘기해 왔는데, 도경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도경이 이끄는 전략투자본부는 국내 시장 투자를 우선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그럼 당부는 여기까지 하고…… 여러분들의 전망을 좀 듣고 싶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현업에서 투자를 하고 계신 분들이니, 미국의 중소형 은행 파산 사태가 우리나라엔 어떤 영향을 끼칠지 듣고 싶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더 잘 아는 분야겠지만, 여러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듯했다. 국장은 고개를 돌려 도경을 바라보았다.
“윤도경 본부장님, 정말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국장이 그리 말해오자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고, 도경은 고개를 숙였다.
“우리 윤 본부장께서는 국내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자본시장을 관리와 감독을 하는 사람으로서 업계에서 가장 좋은 실적을 내시는 분이 국내 시장에 투자해 줘서 고맙다는 마음뿐입니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도경의 인사에 국장은 기분이 좋은 듯 껄껄 웃으며 입을 열었다.
“주식시장은 경제 위에서 논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우리 윤 본부장께서는 미국발 은행 위기가 국내 은행에 끼칠 영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장님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국내 대형 은행의 경우는 워낙 대비가 잘되어 있어 걱정하지 않는 편입니다. 횡령과 같은 사건만 터지지 않는다면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국장은 마음에 드는 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무언가를 캐치한 듯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형 은행이라…… 그렇다면, 중소형 은행은 어렵다고 보십니까?”
“예. 상장되지 않은 2금융권부터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부동산 PF 문제입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부동산 PF의 연체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고, 어디선가 하나가 부러진다면, 모두가 부러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아픈 부분을 말해오는군요. 그 부분은 우리 위원회에서도 챙기고 있습니다만, 조금 더 강력하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사람들과도 여러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 열띤 이야기들이 오가다 보니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초과해서 간담회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오늘 귀중한 말씀들 감사했습니다. 여러분께서 나라를 위해 움직여 주신다면, 우리 관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을 잘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명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국장의 마지막 인사로 간담회가 끝이 나자 국장은 도경에게로 다가왔다.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국장은 그리 말하며 자신의 명함을 건넸고, 도경도 명함을 건넸다.
도경의 명함을 확인한 국장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고는 행사장을 떠났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저 양반 명함을 받은 사람은 윤 본부장뿐이네요.”
그때, 서용원이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넸고, 도경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으며 청사를 빠져나왔다.
“우리도 좀 자주 봐야지 않겠습니까? 같은 식구인데.”
“약속은 못 드리겠지만,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하하하,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럼 나중에 봅시다. 조심해서 들어가요.”
서용원이 차에 올라타며 인사를 하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들어가십시오.”
서용원의 차가 떠나자 도경은 자신의 차를 향해 다가갔다.
“윤도경 본부장님.”
그때,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도경은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시아델타 펀드의 대표 박성철입니다.”
언젠가 들어본 이름이 들리자 도경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신라자산운용의 윤도경입니다.”
“하하하, 조금 전 행사장에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라도 인사를 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영광입니다. 아시아델타 펀드의 이름은 많이 들었습니다.”
아시아델타 펀드는 국내 사모펀드 중 하나로 3년 만에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룬 사모펀드였다.
“업계에서 가장 유망한 분이 우리를 알아준다니 영광입니다. 혹시 지금 시간이 괜찮으시면 같이 식사라도 하실까요? 마침 점심시간인데요.”
박성철의 말에 도경은 손목에 걸친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중에 끝났어야 할 간담회가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마시고요. 너무 큰 영광이라 밥이라도 대접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도경이 조심스러운 표정을 짓자 박성철은 그리 얘기해 왔고, 상대가 저리 저자세로 나오는데 도경은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먼저 출발할 테니 함께 가시죠.”
도경의 승낙에 박성철은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며 차에 올랐고, 도경도 차에 올라탔다.
* * *
“이곳은 처음이십니까?”
강남에 위치한 한정식집에 온 도경은 박성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조금 궁상맞은 스타일이라 그런지 이런 곳은 잘 안 오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요즘 다녀보니 왜 이런 곳에 오는지 알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자리한 식당은 고급 한정식집이었는데 점심 코스만 해도 1인당 1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조용하게 이야기할 공간이 이런 공간 말고는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거든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오늘 행사에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윤도경 본부장님의 기사를 워낙 많이 봐서 친근한데, 본부장님께서 우리 아시아델타를 아실 거라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저자세로 나오는 박성철의 모습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도경은 내색하지 않으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업계인 중에서 아시아델타를 모르면 간첩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어려운 장에서 엄청나게 고성장을 하셨는데요.”
“하하하, 저희는 고객분들이 워낙 저희를 신뢰해 주셔서요.”
사모펀드는 법적으로 49인 이상의 투자자를 두지 못했다.
그래서 49인의 모펀드 지분을 나누어 자펀드를 설정해 많은 투자자를 두는 방식이었다.
아시아델타는 패밀리펀드로 유명했고, 주식과 LBO(차입매수)보다는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메자닌 펀드를 굴리며 흔히 말하는 강남 부자들을 많은 고객으로 두고 있었다.
“고객 1인당 투자금이 10억 원이 넘는다는 기사는 보았습니다.”
“아이고, 그러십니까? 어려울 때 성과를 내다보니 고객분들께 많이 찾아주십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실적은 대단했다.
“본부장님께서는 최근 어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계십니까?”
업계 사람들이 만나면 으레 하는 얘기를 물어오는 박성철을 보며 도경은 입을 열었다.
“저희는 성문건설의 CB와 바이오 주식 빼면 현금을 대기 중입니다.”
“아, 관망하시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그저 변동성이 심한 장에서 앞으로 갈 종목에 장기투자를 하려고 합니다.”
도경의 말에 박성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와 함께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네?”
“저희가 이번에 코코본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개설했는데, 이게 유성투자증권에서도 판매가 됩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소액이라도 함께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박성철은 무언가 기대하는 눈초리로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저희 같은 PI들이 펀드에 투자를 많이 하기는 합니다만, 저희는 펀드 투자를 좀 지양하고 있습니다.”
“이유를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굳이라는 이유가 강합니다. 저희는 현재 메자닌 투자도 하고 있어서, 제의는 감사합니다만 죄송합니다.”
도경이 고개를 숙여오자 박성철은 양손을 들어 올려 가로저었다.
“아이고, 아닙니다. 그저 파트너십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드린 제의일 뿐입니다. 오히려 제가 꺼내면 안 될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낸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박성철은 그리 말하면서 옆에 둔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하나 꺼내 도경의 옆에 두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검토해 보시고 관심이 있으시다면 연락해 주십시오. 저희가 다른 건 몰라도 수익률에는 자신이 있어 드리는 제의니까요.”
박성철은 정말이지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얘기해 왔고, 도경은 난감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읽어는 보겠습니다만, 저희는 펀드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점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박성철은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도경은 앞에 놓인 서류 봉투를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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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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