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5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57화(25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57화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도경은 서용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점점 그림자가 지고 있었다.
“일선 지점에서 판매 중개를 하고 있는 펀드에 대해 아십니까? 이름은 아시아델타 4호 펀드 – CCBOND입니다.”
도경의 물음에 서용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펀드라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시아델타 펀드면 최근 사모펀드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펀드기도 하고요.”
“맞습니다. 원래 작은 폐쇄형 펀드만 운용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설정액을 늘려서 출시했고, 이번에는 3대 증권사에서도 팔겠다고 나섰죠.”
펀드 상품에는 폐쇄형과 개방형이 있었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개방형 펀드는 투자자가 중간에 돈을 뺄 수 있었고, 폐쇄형 펀드는 투자자가 중간에 돈을 뺄 수 없었다.
아시아델타에서 구성한 건 폐쇄형으로, 한번 투자하면 청산일까지 돈을 돌려받을 수 없었다.
“상품은 CS의 코코본드에 간접 재투자 하는 방식이고요.”
도경이 설명을 하자 서용원은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았다.
“문제는 현재 CS의 CDS 금리가 너무 높습니다.”
“CS의 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긴 하죠.”
“네.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닌데 최근 들어 CDS 금리가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의 영향을 받으면서요.”
“상품에 관한 설명은…….”
“말씀을 끊어서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드리는 말씀이 조금 전 말씀 드렸던 불완전판매와 관련이 있습니다.”
도경은 서용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부사장님은 만약 CS가 파산한다면, 그들이 발행한 코코본드는 어떻게 될 거라 예측하십니까?”
“……당연히 채무자가 파산했으니, 코코본드는 상각이 되겠죠.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말입니다. 그런데 CS가 터지면 유럽이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위험해집니다.”
도경은 가만히 서용원의 말에 집중했다.
“스위스 정부가 나서서 살릴 겁니다. 우리는 2007년의 교훈에서 배웠습니다. 은행 하나가 망하게 두는 것보다 돈을 쏟아부어서 살려놓는 것이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요.”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은행들의 투자 방식이 옳지 않은 행동이었음에도 일단 살려놓은 은행들은 보조금을 받고 살아나자 임직원들의 성과급 파티, 원유에 투기하며 수많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다.
하지만, 그런데도 당시의 교훈은 대마는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서지 않겠습니까? 미국에서도 도화선이 되었던 실리콘밸리뱅크만 죽이고, 나머지는 살리고 있으니까요.”
서용원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된다면 코코본드는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그대로 남아 채권자들이 이자를 받을 수 있겠죠.”
서용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시장에 퍼진 전망과 똑같았다.
“맞습니다.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채권 이자를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현재 일선 지점에서는 그것만 설명하고 있습니다.”
“네?”
“상각된다는 사실을 빼고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서용원의 미간이 찌푸려져 갔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좋은 부분만 강조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
서용원은 당황한 듯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는데, 도경은 서용원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자신이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아시아델타 펀드의 대표 박성철과의 만남부터 그리고 자신이 보는 전망, 오늘 동생이 전해준 얘기까지.
“회사를 못 믿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저 제가 본 건 광기였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은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렵습니다.”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서용원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저 고수익이 날 수 있다는 기사들을 보며 접근을 할 겁니다. 그리고 펀드 운용사인 아시아델타의 성적표를 믿겠죠.”
“…….”
“그럼 최종적으로 고객의 믿음에 한번 제동을 걸어주는 것이 우리 증권사의 상담 직원들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동을 걸어준다는 것은 어려웠다.
직원의 처지에서는 상품을 하나 팔 때마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성과가 있었으니까.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해 상품을 팔지 못하는 것은 성과를 포기하라는 말이었다.
“힘들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이유는 신뢰 때문입니다.”
도경은 자신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 서용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런 얘기는 부사장님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을 말씀드리자면, 문제가 생길 겁니다.”
“문제가 생긴다고요?”
“네. 코코본드의 문제는 앞으로 더 드러날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CS가 발행한 코코본드에 대한 불안한 시선들이 늘어날 테고요.”
도경이 몸담은 이 바닥에선 확실한 것이 있었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날씨가 맑을 때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가 오면 우산을 뺏어가는 바닥이란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고수익에 미쳐 투자했던 상품에 하자가 발견되면 무섭게 물어뜯을 겁니다. 환매되지 않는 폐쇄형 펀드의 특성상 수익률이 점차 낮아지면, 고객들은 계약의 허점을 찾기 시작할 겁니다.”
수많은 펀드 사고 사태에서 증권사들이 책임을 같이 뒤집어썼던 이유는 단 한 가지.
고객에게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점은 감추고 장점은 부각하는 그런 방식의 판매에서는 책임 소재를 따질 때 결코 빠져나갈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한번 조사해 보셨으면 합니다. 되돌릴 수 있다면, 지금 되돌려야 한다고 보고요.”
도경의 말에 서용원은 고민에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로 고민에 빠진 서용원을 바라보며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다음에 찾아뵈었을 때는 저와 부사장님 모두가 웃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한 도경은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한참을 고민하던 서용원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를 들어 올린 서용원은 굳은 표정으로 수화기 너머 상대에게 입을 열었다.
“현재 펀드 판매 방식에 대한 점검을 할까 합니다.”
* * *
“일단 미국 채권을 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시기가 다가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흘 후, 도경은 전날의 일은 모두 서용원에게 맡기고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증권투자부의 각 팀장은 팀 회의하에 나온 종목들을 추천하고 있었다.
“미국 채권을 담아야 한다는 부분은 저도 공감합니다. 현재 기준금리보다 채권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걸 보니, 돈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리는 것 같네요.”
이지훈은 자신의 말에 도경이 동의해 오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저희 3팀에서는 현재 장세를 가는 놈만 가는 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지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연지는 입을 열었다.
“본부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지수는 계속해서 특정 상단과 하단을 왔다 갔다 한다면, 특정 업종은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네. 앞으로 이런 장이 계속해서 나올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미 간 버스보다 앞으로 올 섹터에 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고, 만약 국내 시장에서 투자해야 한다면 바이오 CDMO 쪽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CDMO는 위탁생산과 개발을 하는 제약 회사를 얘기했다.
예를 들자면, 미국의 유명 회사인 화이자의 약을 국내 제약 회사가 생산도 하고, 자체적으로도 신약을 개발하는 업체를 얘기했다.
“위탁생산이라는 안정적 파이프라인과 동시에 신약 개발이라는 호재도 노릴 수 있는 기업은 몇 곳 없죠?”
도경의 물음에 이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 3팀은 앞으로 미래바이오의 시간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파이프라인과 동시에 신규 위탁생산 계약을 할 수 있는 캐파(Capacity, 생산능력)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무제표 또한…….”
이연지가 이끄는 3팀은 확실히 리서치에 강점이 있는 팀답게 기업이 가진 재무 흐름과 생산능력을 토대로 분석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확실히 바이오가 그동안 지지부진하기는 했죠. 테마별로 돌아가는 시장에서는 바이오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장기투자 하기에 미래바이오는 나쁘지 않은 기업이기도 하고요.”
“저도 부장님과 의견이 같습니다.”
최우진과 이지훈이 동의해 오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 발표된 종목들을 토대로 우진 부장님과 최대훈 팀장 두 분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세요. 실제 매수하기 전 비율부터 나눠봅시다.”
“네. 보고서로 준비하겠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려던 찰나.
지이잉-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급한 전화라, 오늘은 회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보고서 준비해 주세요.”
그렇게 말한 도경은 회의실을 빠져나오며 전화를 받았다.
“부사장님.”
-많이 바쁩니까?
방문을 열고 들어온 도경은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지금 막 회의가 끝났습니다.”
-사흘 전, 본부장이 얘기해 준 것을 토대로 WM본부 내부 조사가 있었습니다.
“…….”
-일선 지점에서 불완전판매가 일어났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리고 가장 큰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문제라면…….”
도경은 조심스레 물었다. 수화기 너머 서용원의 목소리가 잔뜩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법무팀의 협조를 받아 감사를 했는데, 우리 본부는 아니고 상품개발부 쪽에서 아시아델타 펀드에게서 편의를 받은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서용원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편의’라는 말로 돌려 했지만, 무언가를 받았다는 얘기였다.
-아마…… 렌터카 같은데요. 일단 법무팀에서 정황증거를 잡고 조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당사자는 모르고요?”
-그렇습니다. 일이 커져서 대표님 보고 건으로 올라갔는데, 아마 우리는 위탁판매를 중단할 것 같습니다.
유성투자증권에서 위탁판매하던 아시아델타 펀드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럼 이미 계약한 고객은…….”
-잘 말씀드리고, 계약을 파기할 예정입니다. 내부적으로 보상안을 고민 중이고요.
“…….”
-고맙습니다. 내부의 문제를 내가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괜한 오지랖을 부린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결과는 오지랖이 아닌 게 되었죠. 어쨌든, 일이 끝나거든 봅시다. 본부장이 말했듯 웃으면서요.
“네. 알겠습니다.”
서용원과의 통화를 마친 도경의 표정은 좀처럼 풀릴 줄 몰랐다.
* * *
“완판까지 40억 원 정도 남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편, 아시아델타 펀드의 대표 박성철은 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완판되자마자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뒀지?”
“네. 영국과 연락은 이미 해놓았습니다.”
“좋아. 그럼 차질 없이 되도록 마지막까지 점검하고, 국내 증권사들이랑도 계속해서 얘기하고.”
“네. 알겠습니다.”
보고가 흡족한 듯 박성철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서 일 봐요.”
박성철의 말에 직원이 인사를 하고 나가려던 그때, 대표실 문이 열리며 다른 직원이 들어왔다.
“대표님, 유성투자증권에서 문서를 보내왔는데 내용이…….”
“유성투자증권에서?”
박성철이 묻자 직원은 출력해 온 서류를 책상 위에 건넸다.
“위탁판매 계약 취소 안내? 이거 뭐야?”
“…….”
직원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문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일단 나가봐.”
박성철은 직원들을 내보내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익숙한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뭐야!”
자주 연락하던 상품 담당 임원과 연락이 되지 않자 박성철은 버럭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 인간이 받아먹을 땐 좋다고 하더니…….”
씩씩거리며 다시 한번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지이잉-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박성철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박성철입니다.”
-유성투자증권 심주원입니다.
“아! 심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전화로 인사를 드리게 되어…….”
-인사할 사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계약 취소 문서 받으셨지요?”
“그, 그렇습니다. 혹시 무슨 오해가 있다면 저희가…….”
박성철이 수습하려 하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박성철 대표와 자주 만나던 그 친구 내부 감사 중입니다. 이 정도면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지요? 계약 파기로 끝내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십시오. 위약금은 드릴 수 없습니다.
“그, 그게 무슨…….”
-우리도 내부 조사가 끝나면, 금감원에 이번 일 일체를 얘기할까 합니다. 잘 수습하십시오.
뚝-
통보에 가까운 통화가 끝나자 박성철은 손에 쥐고 있던 문서를 꽉 쥐었다.
“멍청한 놈, 그런 거나 들키고…….”
부글부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아낸 박성철은 또다시 어디론가 통화하기 시작했다.
“아, 부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박성철입니다. 네네. 이번에 저희가 판매하는 상품 중 유성투자증권 물량을 혹시 선진에서 받아주실 수 있나 하고요. 아닙니다. 유성투자증권의 요구 조건이 너무 터무니없어서.”
박성철은 저자세로 통화를 이어나가다 환하게 웃었다.
“예예, 감사합니다. 관련 서류 준비해서 저녁에 그곳에서 뵙겠습니다. 하하하, 물론이지요.”
웃으며 통화를 마쳤음에도 박성철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불안함이 동시에 보였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3-30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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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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