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6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62화(26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62화
“시작해도 될까요?”
정면에 앉은 사람이 그리 얘기해 오자 도경은 떨리는 손으로 옷을 바로 잡았다. 긴장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본인을 평가했었는데, 그 평가가 틀린 것 같았다.
“네.”
목을 가다듬은 도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슬레이트가 쳐졌다.
“안녕하세요. 신라자산운용 전략투자본부장 윤도경입니다.”
도경이 있는 곳은 여의도 모처에 있는 스튜디오였다. 평소에는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 같았는데, 오늘은 흰색의 배경 천을 두고 도경이 앉아 있었다.
“평소 인터뷰를 잘 하지 않으시기로 유명하신 분인데요.”
인터뷰어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론에 퍼진 제 이미지가 그랬군요? 그래서 인터뷰 요청이 많이 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인터뷰어의 말처럼 도경은 인터뷰 요청을 잘 받지 않았다.
이유는 인터뷰를 꺼리는 게 아니라 언론들의 질문이 대부분 종목이나 업종에 관한 인사이트를 묻는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한 인터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도경은 애초에 책임질 일은 만들지 말자는 주의였다.
“하하하, 이렇게 말씀을 잘하시는데…… 그렇다면 오늘 저희 포춘 코리아를 선택해 주신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선택은 아니고요. 그저 제가 제일 많이 보는 주간지라 그렇습니다.”
“영광입니다.”
이번 인터뷰는 독특했다. 유튜브에 영상으로 올라감과 동시에 월간지 지면과 온라인판에도 게재되었다.
인터뷰를 요청해 온 포춘 코리아는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춘의 국내판이었다.
해외와는 다르게 월간지로 나오는 경제 전문 잡지였다.
“본격적으로 인터뷰에 들어가겠습니다.”
인터뷰어의 말에 도경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조금 전 도경의 얼굴에 자리 잡고 있던 긴장은 모두 사라졌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번 CS 사태에 대한 예견을 미리 하셨다고요.”
“그건 이혜연 금융위원장께서 조금 과장을 하신 것 같습니다. 예견을 한 것은 아닙니다.”
며칠 전에 금융위원장 이혜연이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모든 공을 도경에게 돌렸고, 도경의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며칠을 보냈다.
언론사뿐만 아니라 평소 알고 지내던 인물들의 전화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자세하게 얘기해 주시겠습니까?”
“그저 CS의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치솟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코코본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모두 설명해 드렸을 뿐입니다.”
모든 것을 자세하게 얘기할 수는 없었지만, 도경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선에서 대충 둘러댔다.
“상각이 될 걸 예상하셨나요?”
CS의 파산 문제는 다른 글로벌 금융사가 CS를 인수하게 되며 시장의 충격을 줄였지만, 코코본드의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코코본드는 기본적으로 돈을 빌린 채무증서였다. 그리고 일반적인 채권보다는 변제 순위가 밀리는 후순위 채권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주식보다는 변제 순위가 앞이었다.
스위스는 이번 CS 인수에서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22주당, UBS의 주식 1주를 주었지만, 코코본드를 포함한 신종자본증권은 종이 쪼가리로 만들어버렸다.
“상식을 깨는 것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위기 속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들은 늘 나왔습니다. 그 부분을 조금 챙겨봤을 뿐입니다.”
이번 스위스 당국의 결정으로 많은 자산운용사가 피해를 봤다. 하따를 하러 들어간 투자 자본뿐만 아니라, CS를 믿고 돈을 빌려주었던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봤다.
이에 따른 추가적인 파장이 있지 않겠느냐는 게 시장의 판단이었다.
“스위스 은행들이 소유 중인 코코본드의 금리가 오르고 있는데, 혹시 추가적인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그것은 예상할 수 없습니다만, 저는 더 이상 스위스 은행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스위스 당국에서 본인들의 신뢰를 까먹은 것이고, 그에 따른 신뢰 상실도 감당해야겠죠.”
“이혜연 금융위원장과는 안면이 있으셨습니까?”
“아닙니다. 이번 일로 처음 뵈었습니다.”
인터뷰어는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혜연 금융위원장께서는 최근 금융위기 속에서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덕분에 제가 대화할 기회가 있었고, 또 평소 그분의 평판대로 움직이셨던 겁니다.”
“왜인지는 몰라도 두 분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어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주제를 조금 돌려볼까요? 오늘 윤도경 본부장의 인터뷰를 하러 간다고 하니, 동료가 이것을 좀 물어달라고 하더군요.”
인터뷰어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증권가에 윤도경 본부장님의 적이 많습니다. 지금의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여러 사람과의 충돌이 있었는데요.”
조금 결이 다른 질문이었는데 도경은 잠시 고민에 빠진 듯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맞습니다. 제가 증권가에서 일하며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겪었습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여러 사람과의 충돌도 그중 하나고요.”
그리고 도경은 조금 더 생각한 후에 입을 열기 시작했다.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게 말입니까?”
“저 자신에게요.”
인터뷰어는 도경의 대답이 의외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일선 지점의 창구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때 여러 개인투자자 고객분들을 만났는데, 하나같이 시장을 신뢰하지 않으셨습니다. 주식에 투자하면서도요.”
도경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 시장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어떤 모습을 해야 하나. 거창하지만, 그때 내린 답은 신뢰받는 시장을 만들자였습니다.”
“그 시작이…….”
“네. 떳떳하지 못한 시장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도경은 더는 고민은 없다는 듯 당당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 생각은 말씀하신 대로 많은 적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적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
“하지만, 제가 여기까지 온 것도 단순히 승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말했듯 떳떳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과정 중 하나였습니다.”
인터뷰어는 도경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그리고 도경이 말한 ‘떳떳한 시장’이라는 것이 궁금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떳떳한 시장을 만드는 것인가요? 신라투자증권은 어떤 일을 하고 있죠?”
“간단합니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안 하고 있을 뿐입니다.”
“…….”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기준을 높게 잡고, 그것을 준수하는 것. 그게 우리가 하는 다입니다. 그렇게 하니 수익은 따라오더군요.”
도경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회사와 저 그리고 팀원들은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자는 비웃겠지만,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떳떳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정점에 설 생각이니까요.”
인터뷰어는 도경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 * *
“뭐 해요?”
일주일 후, 도경은 주말을 맞아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방에서 나오자 어머니가 거실에서 무언가를 연신 닦고 있었다.
“우리 아들 나온 거 액자로 만들었지.”
도경이 다가오자 어머니는 액자를 쓰다듬었다.
액자 속에는 도경이 메인 커버를 장식한 월간지가 들어 있었다.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좋지. 우리 아들이 이렇게 잡지 표지에 자신 있게 앉아 있는데.”
“유튜브에 그렇게 나가도 별 감흥이 없으시더니.”
“얘는 참, 유튜브랑 이게 같니?”
도경은 머쓱한 듯 코를 훔쳤다. 아무래도 엄마에겐 여전히 이런 매체가 더 와닿는 것 같았다.
“이 넓은 집에서 돈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게 다 여기 있는 우리 아들 덕분인데.”
“아휴, 그 소리 몇 번째예요. 집 괜히 산 것 같아.”
“얘는!”
어머니가 등을 찰싹하고 때리자 도경은 피식 웃었다.
“엄마, 이번 일은 이 작은아들도 한 건 했어.”
그때, 방에서 나오던 동생이 소파 맞은편 바닥에 털썩하고 주저앉으며 얘기했다.
어머니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기사가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이번에 큰 사건이 하나 터질 뻔했는데, 우리 김선영 여사의 두 아들이 해결했어요.”
동생은 그렇게 말하며, 그간 있었던 일을 어머니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동생의 이야기에 집중했는데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야야, 과장하지 마.”
“무슨 과장이야! 있는 그대로 엄마한테 설명하는 건데.”
“사실이니?”
어머니는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도경과 동생이 함께 무언가를 밝혀냈다는 건 이해한 어머니였다.
“네. 도진이가 좀 도와줬어요. 제가 가면 알아볼 사람들이 좀 많아서.”
“엄마, 들었지? 나도 한 건 했다고.”
“아이구, 장하네.”
어머니는 마치 어린아이 대하듯 동생의 말에 반응했고, 도경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큰일이었어?”
동생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듯 물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큰일인지 몰랐지. 그냥 네가 도와준 대로 불완전판매 건을 지적하고 싶었는데…….”
“사건이 이렇게 굴러간 거야?”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동생은 잠시 말끝을 흐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형 아니었으면 못 해볼 경험을 했네. 이걸 자랑할 수 없다는 게 더 마음이 아프고.”
“엄마가 알아줬잖아.”
“후…… 그래도 이게 술자리 평생 안줏감인데.”
동생의 반응에 도경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동생도 자신이 한 일이 큰 사건을 막은 일이 되자 평소와 다르게 상기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변호사로서 뭔가 뿌듯하네.”
“뿌듯해?”
“응. 내가 귀찮아하면서 했던 행동이 여러 피해자를 막았다는 게 뿌듯하고, 그동안 내가 배운 지식을 실제로 활용했다는 게 기뻐. 변호사로서 이런 작은 일들이 모여서 큰 성과를 이룬다는 것도 배웠고.”
동생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자랑할 수 없지만, 그 경험이 자신의 성장에 큰 역할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나는 늘 형처럼 단순히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걸 배웠어.”
동생의 말에 도경은 동의하며, 자신이 이번 일에서 느끼는 자부심을 동생과 함께 나누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두 아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던 어머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 가세요?”
“우리 아들들 하는 거 보니까, 오늘은 우리 집 잔칫날로 해야겠어.”
“잔칫날요?”
“그래. 두 아들이 언제 이만큼 컸는지…… 엄마는 참 뿌듯하네. 장이라도 봐서 맛있는 거 먹여야겠어.”
어머니는 그리 말하며 방으로 가 지갑과 겉옷을 들고나오셨다.
도경과 동생은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서로 바라보다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가요. 혼자 보내면 오늘 우리 엄마 사고 칠 것 같네.”
세 사람은 오랜만에 집 앞의 마트를 향해 함께 나섰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04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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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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