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6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263화(26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263화
“어서 오세요.”
다음 날, 도경은 아지트가 위치한 오피스텔 1층에 서 있었다.
그때 도경 앞으로 한 대의 승합차가 멈춰 섰고, 우르르 내린 사람들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도경에게 인사를 했다.
“도경 씨.”
“수녀님, 그간 잘 지내셨죠?”
“그럼요. 도경 씨의 도움으로 우리 덕혜원도 많이 변했답니다.”
반갑게 인사를 해오는 사람은 얼마 전부터 도경이 후원하기 시작한 청소년 자립 시설의 수녀님이었다.
그간 도경과 후원 문제로 여러 차례 전화하며 두 사람은 매우 가까워져 있었다. 수녀님은 도경을 여느 아이들과 같이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네. 공사하시는 분께 사진 받아봤어요. 식당이 매우 커졌던데요.”
“아이들도 식당이 깨끗해진 걸 좋아해요. 참! 이럴 때가 아닌데…… 이 아이들이에요.”
수녀님은 손뼉을 ‘짝’ 하고 치며 정신을 자린 후, 자신의 뒤에 선 아이들을 소개했다.
“안녕, 반가워요.”
도경은 쭈뼛쭈뼛 서 있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이들은 도경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는데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뒤를 향해 손짓했다.
“일단 올라가서 인사를 할까 하는데요. 가실까요?”
도경의 말에 수녀님과 아이들은 뒤를 따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층의 한 방 앞에서 멈춰 선 도경은 방 앞에 적힌 이름표를 떼며 물었다.
“김효은?”
도경의 호명에 한 아이가 앞으로 나왔다.
“2005호가 오늘부터 효은 씨가 지낼 방이에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문을 열었다.
“와!”
도경의 뒤에 서 있던 아이들과 수녀님은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집의 풍경에 적잖이 놀란 듯 환호성을 질렀다.
솔직히 도경도 굉장히 놀랐다.
사실 이 집의 모든 것은 메시지가 준비해준 것이었다.
“아니, 언제 이런 걸 준비했어요?”
수녀님의 물음에 도경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도경도 엄청나게 놀라 있었으니까.
도경도 자신의 아지트가 있는 곳이 아이들이 앞으로 지낼 공간이란 것도 몰랐고, 이렇게 실내장식이 되어 있을 줄도 몰랐다.
방 앞에 이름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어 알게 된 것이다. 여러모로 서프라이즈를 좋아하는 메시지 같았다.
“도경 씨, 이래서 문자로 아이들의 성별과 하는 일을 물은 거네요.”
방 안을 돌아본 수녀님은 감동했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제가…… 네. 제가 보냈죠. 문자.”
이제는 무언가 반박하고 되묻기도 지친 도경이었다. 그저 메시지가 알아서 해줬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효은 씨, 마음에 드나요?”
도경의 물음에 아이는 다가와 환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도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해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방을 돌아본 도경도 솔직히 놀랐다. 혼자 지내기엔 차고도 넘치는 가전제품과 가구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침실을 제외한 나머지 방은 공부와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어머, 냉장고도 이렇게 채워뒀어요?”
수녀님은 냉장고를 열어보시더니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향해 물었다.
“혼자서 챙겨 먹기 편한 식품 위주예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니, 다음부터는 효은 씨가 챙겨야 할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다른 방들도 한번 가 볼까요?”
도경은 기대하는 얼굴로 서 있는 다른 아이들을 이끌고 방들을 소개했다.
마지막 방을 돌아보는 게 끝나자 도경은 아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수녀님께 들었겠지만, 조건이 있어요.”
도경의 말에 아이들은 긴장한 표정이었다.
“절대 외부인을 집에서 재워선 안 돼요. 성인들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곳은 여러분의 집이 아니라 다음 친구들에게 무사히 물려줘야 하는 곳이에요.”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아이들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둘째, 조금 전 했던 말과 이어지는데 집을 깨끗이 써주세요. 물론 살면서 파손이 된다거나 그런 부분은 제가 다 고쳐줄 거예요.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적어도 내가 사는 공간의 청소는 의무감을 가지고 하자는 말이에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경은 그리 말하며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위층에 제가 가끔 와서 일을 하는 공간이 있어요. 혹시나 어려운 일이 있거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제게 연락해 주세요. 여러분의 곁에는 제가 있다는 걸 잊지 말고요.”
아이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 씨, 고마워요. 아이들만 보내놓고, 걱정이었는데, 여기가 도경 씨 집이라니까 좋네요.”
“아, 집은 아니고요. 업무 공간이에요. 하지만, 자주 오니까 아이들은 제가 챙기겠습니다.”
수녀님은 정말로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외식할까요?”
도경은 벅찬 얼굴로 서 있는 아이들과 수녀님을 바라보며 얘기하고는 앞장서서 걸었고, 그들은 웃으며 도경을 따라나섰다.
* * *
“저는 사회복지사가 꿈이에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하던 도경은 아이들의 꿈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사회복지사요?”
“네.”
도경은 앞에 앉은 김효은의 말이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혹시 실례가 아니면, 왜 그런 꿈을 가진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수녀님들 덕분이에요.”
김효은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수녀님 한 분 한 분이, 저와 친구들에게 열정을 다하셨거든요. 누구 하나 소외당하는 일이 없도록.”
김효은은 그리 말하며 옆에 앉아 있는 수녀의 손을 잡았다.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나도 수녀님들같이 나처럼 소외당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요.”
김효은의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인지 수녀님은 감동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수녀님들이 너무 존경스러워요. 저는 경제적으로는 매우 부족한 삶을 살았을지는 몰라도, 정서적으로는 엄청 풍족하게 컸어요. 이게 모두 수녀님들 덕분이에요.”
도경은 김효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은 거군요?”
“네. 빨리 돈을 벌어서 번 돈으로 공부를 하려고 해요.”
“그럼 공부하는 동안 생활은요?”
“아껴서 생활해야겠죠.”
사회복지사는 전문 자격 직종이었다.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2급은 고졸인 저도 딸 수 있더라고요. 2급을 따고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전문대학교를 다니려고 해요. 그리고 1급을 준비하려고요.”
“고등학교 졸업만으로도 1급 자격증에 응시할 수 있지 않나요?”
“하지만, 대우는 다를 거예요. 그래서 할 수 있으면 공부를 더 하려고 해요.”
김효은은 이미 자신의 꿈에 대한 설계를 마친 것 같았다. 어찌 보면 힘든 길을 택했지만, 도경은 왠지 그 길을 응원하고 싶었다.
“수녀님도 처음 들으시는 건가요?”
도경의 물음에 수녀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효은 씨.”
도경은 진지한 표정으로 김효은을 바라보았다.
“제가 수녀님과 한 가지 약속한 것이 있어요.”
“……약속이요?”
“네. 아이 중 누군가가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 제가 학비를 지원하겠다고요.”
도경의 말에 김효은은 놀란 표정으로 수녀님을 바라보았고, 수녀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1년이면 충분하겠어요?”
“네?”
“1년이라는 시간 안에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고, 전문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겠냐고 묻는 거예요.”
도경의 물음에 김효은은 다시 한번 자신의 다짐에 대한 확신을 얻는 듯 고민에 빠졌다.
도경은 가만히 김효은이 숙고할 수 있도록, 지켜보았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생각을 마친 김효은은 다짐이 선 듯한 표정으로 도경을 향해 이야기했다.
“그럼 내일부터 공부를 시작해요. 인터넷 강의든 책이든 필요한 거 있으면 나에게 얘기하고요. 일을 따로 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최소한의 생활비는 지급할 테니까요.”
도경의 말에 수녀님과 김효은은 놀란 표정이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조건이요…….”
“네. 저는 이걸 공짜로 해주는 게 아니에요.”
“그럼…….”
“투자를 하는 거예요. 펀드에는 청산이라는 게 있어요. 그동안의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더해 돌려주는 거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청산일은 1년 후로 할게요. 그리고 만약 2급 자격증과 전문대학교 합격증을 내게 가져오면, 원금은 모두 제할게요.”
“그럼 이자는요?”
“이자는 덕혜원에 대신 갚으세요.”
김효은과 수녀님은 도경의 말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덕혜원에 있는 아이 중, 효은 씨와 같은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아이를 도와달라는 말이에요. 단!”
도경은 김효은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실패한다면, 모든 투자금을 돌려받을 거예요.”
물론 실제로 돌려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조건을 걸지 않고 도와줄 생각도 있었지만, 도경은 지금 이 조건이 김효은에게는 하나의 동기부여가 되기를 바랐다.
“할 수 있겠어요?”
도경의 물음에 김효은은 의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과 같은 고민은 존재하지 않았다.
“네. 할 수 있어요.”
“좋아요. 그럼 내일부터 시작해요.”
“잘됐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수녀님은 제 일처럼 기뻐하며 김효은의 등을 쓸어내렸다.
“열심히 해서 수녀님께 또…… 선생님께도 보답할게요.”
김효은은 도경을 향해 선생님이라 불러왔다.
진심이 담긴 표현이었다.
처음 만났지만, 자신에게는 그 누구보다 닮고 싶은 선생님이었으니까.
도경은 피식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만 집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식사가 끝나고 식당 앞에서 도경은 수녀님,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저는 오늘 이곳에서 자고 내일 내려가려고 해요.”
“네. 아이들의 첫날밤인데 수녀님이 필요할 거예요.”
“도경 씨, 고마워요.”
“아니에요.”
“진심으로 고마워요.”
수녀님은 두 손으로 도경의 손을 잡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덕혜원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을 위해 또 도경 씨를 위해 매일 기도할게요.”
수녀님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이만 가 볼게요.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해요.”
도경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고, 아이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수녀님과 아이들을 뒤로한 도경은 발걸음을 옮겼다.
“기분이 너무 좋은데.”
봄바람이 서서히 피부를 감쌌고, 가로등의 따스한 빛이 도경을 비추기 시작했다.
“저 꿈이 생겼어요.”
도경은 누가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하며 걷기 시작했다.
“은퇴하면 뭘 해야 하나 고민이었거든요.”
가벼운 걸음걸이의 도경은 숨을 들이쉬고는 상쾌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회복지재단을 만들려고요. 이름은 ‘사회복지재단 곁에’ 어때요?”
즉흥적인 생각이었지만, 도경은 이미 결심을 마친 듯했다.
“그쪽이 저에게 늘 곁에 있겠다고 말할 때 희망이 보이더라고요. 저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요.”
지이잉-
그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사회복지재단에는 아주 많은 돈이 듭니다】
“하하하, 그럼 나 돈 많이 벌게 해줘요.”
【윤도경 씨가 하기 나름이겠지만, 지금과 같이 한다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메시지의 답에 도경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 차며 빛나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4-04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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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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